더 위험한 과학책 - 지구인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허를 찌르는 일상 속 과학 원리들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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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과학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살면서 단 1초라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 손 들어보세요?" 우리의 삶은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등 과학이 명명한 온갖 법칙에 둘러싸여 흘러간다. 무엇을 '본다'는 행위, '먹고 삼켜 소화'하는 행위, 귀로 듣고 입으로 소리 내는 행위. 이 행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것 역시 과학이다. 그러나 평소에 '원래 내 걸음은 시속 2km야. 그런데 지금은 지각했으니 시속 5km로 이동 속도를 높여야 해. 아! 조금이라도 힘을 덜 들이려면 공기 저항을 줄여야겠네. 내 몸무게로 시속 5km로 움직일 때 받는 공기 저항은 얼마일까?'라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만약 어딘가 이런 사람이 생존하고 있다면 머리에 공상만 가득한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받고 있을 확률이 97%다.

 그러나 이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인식을 뒤집는 사건이나 사람이 없다면 사는 재미도 없을 거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TV프로가 장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여기 ‘그런 사람은 없어.’라는 말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이 구역의 반전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더 위험한 과학책]을 쓴 랜들 먼로는 위에 쓴 97%의 인물과 한 끗 차이로 3%에 속하는 인물이다.


 

나는 물리학에 ‘고속도로에서 우리 집의 연비는 얼마나 될까?’와 같은 어이없는 질문을 하고, 물리학은 여기에 답을 주는 것이 너무 좋아요.
책 119쪽

 


 랜들 먼로는 ‘망원경으로 셀카 찍는 법’ 같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소위 안물안궁한 질문들을 수시로 던지는 사람이다. 대체 어느 누가 강을 건너기 위해서 주전자로 강물을 몽땅 끓여 수증기로 만들어 보자든지 시끄러운 이웃들과 꼬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집 둘레에 용암 해자를 설치해보자는 생각을 하며 산단 말인가? 이 사람이 한다. 랜들 먼로가 한다. 그런데 그의 공상은 무쓸모 판정을 가볍게 벗어난다. 저런 현실 가능성 1도 없는 질문들이 어디에 쓸모가 있냐고 반문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누군가에게 랜들 먼로는 반문한다. 주전자로 강물을 끓여 수증기로 날려버리는 게 왜 안 될 일인데?! [더 위험한 과학책]은 안 되는 거 빼고 다 되는 ‘과학’의 세계다. 스낵 봉지를 옆구리에 끼고 앉아 읽다보면 내가 유투브를 건지 과학책을 읽는 건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큭큭거리며 발을 구르게 만드는 책이다. 3%의 소금이 바다를 짜게 하듯 랜들 먼로가 쓴 과학책은 무맛 무취 무색의 과학을 감자칩마냥 짭조롬하게 만들어준다.

 

 [더 위험한 과학책]의 가장 큰 미덕은 ‘유머’다. 아직 이 책을 안 읽은 수십억 독자들에게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과학을 흥미롭게 풀어준다는 점도 아니요,  기상천외하지만 말이 되는 훌륭한 논리도 아니요, 양장 제본에 장장 400페이지가 넘는데다 만듦새까지 좋아 책값이 아깝지 않게 해주는 썩 괜찮은 가성비도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유머’다. (두 번 강조한다.) ‘유머는 자비 다음 가는 미덕’이라는 속담이 영국에서 왔는지, 프랑스에서 왔는지 의견은 분분하나 저 말대로 유머가 훌륭한 미덕이란 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다. 자비리스한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유머’가 절실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절과 스트레스 그리고 코로나19로 파생된 혹은 작년부터 누적되어온 경제적, 사회적 위기 속에 우리는 지금 안팎으로 너무나 시끄럽고 혼란한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작년 여름은 평범했고 무료했고 지루했고 그냥 그저 그랬는데, 지금에 와서 작년을 돌이켜보니 너무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꿈같다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꿈이라서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고. 당장 다음 달을 살아갈 일조차 혼란스럽고, 막막해진 우리에게 ‘다 잘 될거야’라는 희망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부질없고 ‘힘내’라는 격려는 (지금도 힘내고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힘을 내나 싶어서) 짜증난다. 이 혼란의 시대에 유머는 다른 응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웃음이 주는 편안함, 웃음이 주는 몰입. 웃음이 주는 상상력. 그런데 말입니다.... 개그콘서트가 이틀 전에 사실상 종영 방송을 한 마당에 무슨 유머를 찾고 있냐고? 그러니까! 이제 유머는 거기서 찾지 말고 여기서 찾으라고. [더 위험한 과학책]을 열 장만 읽어보셔도 이 책이 과학책이 아닌 ‘유머’과학책이라고 이렇게 마르고 닳도록 자랑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니까.

 


 이 책에서는 일상적인 일들을 흔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하여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살펴볼 것입니다. 그 시도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이유를 알아보면 재미있고 얻는 것도 많으며 가끔은 놀라운 결과가 나오기도 할 겁니다. 나쁜 아이디어도 나오겠지만 왜 나쁜지 정확하게 알아낸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이후에는 더 나은 접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설사 당신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이미 안다고 해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도움이 될지 몰라요. 어른이면 ‘누구나 아는’ 무엇이 존재하더라도, 미국에서만 매일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것을 처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9쪽 저자의 들어가며 중에서 

 

 랜들 먼로는 [더 위험한 과학책]을 통해서 (그리고 그의 전작들을 통해서도) 보통의 사람이 평소에는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을 문제들에 접근한다. 코끼리가 들을 수 있는 음역대의 피아노를 만든다든지, 밖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1%일 때 태양빛에서 에너지를 모으거나 땅속 지열을 이용해서 휴대전화를 충전한다든지 하는 문제들이다. 그가 이런 어이없는 문제들에 접근하는 이유는 하나다. ‘흔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흔하지 않은 해결법’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변화를 추구한다. 변화는 어려운 게 아니다. 단순해질수록 더 큰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변화의 핵심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물과 현상을 아주 낯설고 생소한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변화의 첫걸음이다. 랜들 먼로는 이 눈의 위력을 아는 작가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황당한 질문인 줄 알면서도 온갖 질문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 물리와 화학과 지구과학 등등 온갖 분야를 동원해서 문제의 해결 과정을 그려본다. 그걸 통해서 저자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과학 하기’를 실현한다.

 

 

 [더 위험한 과학책]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인공 용암을 만들어서 해자에 가두는 방법>이었다. 주말 농장에 심어놓은 완두콩이니 가지, 상추, 고추 따위 들을 자꾸 누가 들어와서 따가는 터라 복장이 터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텃밭 둘레에다 고랑을 넓고 깊게 파서 염산이라도 부어 놔야 도둑을 막을 수 있겠다 싶어서 ‘흙은 염산을 부으면 녹나? 녹으면 뭐 시멘트라도 포장을 치고 염산을 부어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던 차였다. 그랬는데 세상마상 랜들 먼로 저자는 확실히 고수다. 염산 같은 걸로 되겠냐며? 해자를 파고 용암을 만들어두는 걸로! 진짜 해볼까 싶어서 무척 진지하게 정독했다. 폭 1미터 정도만 되어도 용암 해자 부근에 ‘빠른 고통을 주는 경계선’이 생긴다는 내용에 좋아서 헤죽거리며 말이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텃밭 둘레에 용암 해자는 포기하기로 했다. 생각지도 못한 용암 귀뚜라미가 출현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용암의 열이 텃밭으로 방출되어 그 안에 채소들이 타죽기 십상이고 그걸 식히려 통풍관을 설치하면 분명 그 끈질기고 독한 완두콩 도둑은 랜들 먼로의 말대로 영화처럼 통풍관을 타고 텃밭 안으로 침입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말 언젠가는 현실에서 벌어질 일이 분명해서 정독한 부분도 있다. 우주비행사인 크리스 헤드필드와의 Q&A를 엮은 <농장, 항동모항, 기차 등에 비상착륙 하는 방법>편이다. 이 부분은 진짜 웃기기도 너무너무 웃기고 대박적 아이디어도 한 두개가 아니라서 완전 각 잡고 정독. 특히 ‘배달용 드론을 착륙시키는 법(이라고 읽고 배달용 드론에서 탈출하는 법이라고 읽는다)’은 분명 가까운 미래에 뉴스에서 보게 될 일이다. (이 글은 이렇게 성지가 됩니다.) 코로나19로 강화된 배달문화로 배달 오토바이 사고가 무척이나 많아졌다. 드론이 보편화된 이 마당에 언제까지 오토바이만 떡볶이를 배달하진 않을 것이다. 이제 곧 드론이 오토바이를 대신할 텐데 그때 분명 ‘어쩌다보니 배달용 드론의 운반용 팔에 옷이 걸려’ 음식과 함께 사람이 배달되는 사고가 터질 것이다. 사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드론이 배송지에 나를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지. 하지만 중간에 드론이 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추락할 수도 있고 어디 고층 아파트에 유리벽에 내가 크게 부딪힐 수도 있다. 그러니 배달용 드론에서 나는 가능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내려와야 한다. 어떻게? 방법이 궁금하면 [더 위험한 과학책]에서 확인하시길.

 

 

 이 책에는 ‘이 책의 내용대로 실행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는 말이 들어있다. 마치 레고를 사면 딸려오는 사용설명서 주의사항에 ‘이 레고를 삼키면 위험하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특별한 아이들은 그걸 삼키지만 대부분은 안다. 하지 말라는 걸 굳이 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랜들 먼로 저자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나쁜 아이디어와 좋은 아이디어를 구분하게 되고 나쁜 아이디어가 왜 나쁜지 알아서 더 나은 접근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을 다 읽은 독자로서 나는 이 책은 저자의 바람이 실현되는 놀라운 책이라고 응답하고 싶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생각을 바꿔야 삶이 바뀐다는 얘기다. 많은 이들이 삶을 바꾸기 위하여 철학책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읽고 위로와 동감의 에세이들을 읽는다. 물론 그런 책들은 저마다가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독자에게 준다. 그러나 진짜로 삶을 바꾸는 ‘생각’을 하고 싶다면 과학책이야말로 그 목적에 적합한, 무척 혁신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과학보다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온 것이 또 있을까? 과학만큼 우리 삶을 치밀하게 채우고 있는 게 또 있을까? 사물과 현상을 과학적인 상상력과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바라보게 되면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생각의 많은 부분들이 저절로 바뀐다. 페니실린이 곰팡이에서 약이 된 것처럼. 이렇게 유익한 과학책이 심지어 막강한 ‘유머’까지 탑재하고 있다면?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해본다.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다. ‘유머’과학책이다. ‘과학책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코웃음치시는 분은 그 코웃음은 태양으로 쏘아 보내고 서둘러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재미가 없다며 저를 태양으로 쏘아 보내는 건 그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를 어떻게 태양으로 쏠지는 이 책에 계획이 다 있습니다.)

 

 

사족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최근 SF소설 붐인데 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취향에도 이 책은 정말 찰떡콩떡찹쌀떡이다. SF소설 작가를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 영감 꺼리가 한 가득하다는 걸 귀뜸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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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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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기업과 가계의 빚이 빛의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가계 빚의 경우 증가폭이 전 세계 주요 43개국 중 1위에 올랐다. 빚 위에 올린 일상. 너무나 아찔하고 위태로운 이 계절에 경제온도계는 아마 위험을 경고하는 선명한 빨간색으로 올라가 있을 것이다.
 경제의 지표는 체감하기 쉽다. 월급이 통장을 스치우는 회사원, 하루 벌어 하루를 견디는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경제 경고음을 듣는다. 그런데 이 와중에, 경제 경고음 이상으로 강렬한 경고음을 울리는 지표가 또 하나 있다. 지구 환경과 에너지 지표가 그것이다.

 

 

 ‘지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대로부터 빌려온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이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우리들의 ‘지구사용법’에 문제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잘못된 지구사용법에 단단히 길들여 있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위기의 지구, 물러날 곳 없는 인간]에 수록된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 그래프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 주어진 생태 자원보다 8배 이상을 소비하는 나라다. 들어올 월급은 고만고만한데 ‘오늘만 살자’는 욜로의 심정으로 펑펑 과소비를 한다는 뜻이다. 이러니 주어진 자원 이상으로 필요한 분량은 고스란히 빚이 된다. 우리는 지금 후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 후대가 살아가야 할 환경을 미리 앞당겨 다 소비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소비된 환경과 에너지는 오염된 환경, 멸종당한 생명체, 자원의 고갈 등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경제적 빚만 무서운 게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지구 환경과 에너지 빚이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의 남성현 교수는 해양과학자다. 전 세계 각지의 바다를 60회 이상 탐사한 그는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어 가는 지구 환경의 원인과 해결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강명강 시리즈의 신간인 [위기의 지구, 물러날 곳 없는 인간]은 그간 저자가 관측하고 연구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를 회복시킬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자연적이 기후 변동성을 벗어나 평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평정’ 상태가 깨진 것에 있다. 국제층서위원회에서는 다른 지질시대와 구분되는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 용어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오늘의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82쪽

 

 

 

남성현 교수는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를 데이터로 바라보고 분석한다. 지난 400년 동안 과학과 공학은 지극히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에서만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공멸을 향해 가고 있다.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쓰나미, 태풍, 지진 등 역대급 자연 재해를 우연한 천재지변이 아닌 지구환경 작동 원리로 분석하여 자연 재해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구환경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과 그러한 이해 위에서 공학적인 해결책과 사회과학적 방법들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구환경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고 대비한다면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은 재해가 아니라 서비스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이런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한다. 기후변화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스티븐 호킹은 이제 이런 지구에는 희망이 없다며 200년 안으로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미래에도 현재의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하는 RCP8.5 시나리오에 따르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은 약 0.6미터 상승할 것이고, 여러 가지 노력으로 인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키면 RCP2.6 시나리오에 따라 약 0.4 미터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해수면의 상승 정도는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인 RCP8.5의 전망치보다도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어쩌면 이 전망 또한 과소추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상징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단지 온도 1도의 상승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이다. 빙하가 녹고, 평균 해수면이 상승하며, 해양생태계 전반이 위험에 처하는 등 자연의 평정을 깨뜨린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수정한 결과 맞이한 인류세적 사태인 것이다.
124쪽

 

 하지만 떠나서 어디로 가려고? 온 우주에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할 곳은 지구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는 것이다. 남성현 교수는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에서 바로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한다. 기후변화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남 교수는 책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실질적인 재앙들을 설명한다. 그러나 설명은 재앙을 경고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직 남겨진 희망을 조망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그 희망은 어디에 있나? 바로 ‘바다’다.

 

 


 결국 인간은 그 심각성을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이곳에 분포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을 그대로 섭취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지진 해일로 유출된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문제 또한 이와 같다. 해양오염은 먹이사슬의 상위 단계로 갈수록 누적되어, 결국 생태계의 가장 정점에 있는 인간에게 모두 축적될 수밖에 없다.
 162쪽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보다 훨씬 많은 산소가 사실은 바다로부터 오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특정 플랑크톤 종이 우리가 만들어낸 오염 물질의 독성 때문에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전 지구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즉 지구의 산소량이 급변할 정도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203쪽

 

 

  바다는 미지다. 특히 심해를 관측할 정도의 기술을 인류가 갖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우주보다 더 접근하기 어려운 바다는 인류가 생존의 희망을 걸고 관측하고 보존해야 할 마지막 자원이다. 해양과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바다와 인류의 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왜 바다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해양을 향한 저자의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책의 마무리를 읽다보면 독자 역시 마음이 뜨거워진다. 뜨거워진 지구의 온도를 내리려면 기술의 온도만큼이나 우리들의 관심과 마음의 온도 역시 뜨거워져야 한다는 걸 배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의 문제는 무지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는 우리의 무지가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잘 일깨워준다.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205쪽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다. 한번쯤 읽으면 좋은 정도의 책이 아니라 ‘인생에서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들이 한 두권이 아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먼저 읽어야할 책이 있다.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를 논하는 책, 1년 아니 1달이라도 더 어릴 때 읽으면 이후의 인생이 달라지는 책.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그런 책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오늘 바로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지구에 함께 거주하는 인간의 운명을 논하는 책이고 우리는 모두 이 지구라는 별과 생존을 같이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의 문제는 무지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는 우리의 무지가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잘 일깨워준다.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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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북맹 탈출 안내서
김진향 지음, 차민지.황지은 엮음 / 슬로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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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가 다시 위태로워졌다. 요즘 쏟아지는 북한 관련 뉴스를 읽고 있자면 남북관계란 층간소음으로 얽힌 윗집과 아랫집 관계만큼이나 풀기 어려운 사이가 아닌가 싶다. 부실공사를 한 건 애초에 시공사인데 애꿎은 거주자들이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받는다. 처음부터 거주자들 사이의 합의점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같고,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보려 할수록 서로 간에 마음만 더 상한다. 윗층에서 궁궁 거리며 내는 소음에 대항해서 천장에 우퍼스피커를 달아서 맞대응하라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방식으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타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속된 말로 ‘호구’잡혀 줄 순 없는 노릇이고. 이거 참, 난감하지.

 

 

 모든 일에는 이유와 결과가 있다. 어떤 사건을 촉발한 원인이 있고 그 영향을 받은 결과가 또 다른 사건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남북관계의 현재만 놓고 보면 무척이나 난해하고 이해불가해 보이지만 분단의 이유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현재라는 빙산의 아래에 숨겨진 커다란 역사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나간 원인과 사건을 안다고 과거를 현재의 의지대로 바꿀 수는 없지만 난해와 오해를 이해로 바꿀 수는 있다. 이해란 ‘막연히 좋은 것’이 아니라 대단히 강한 에너지다. 불가능한 일들이 때로 이해라는 에너지에 힘입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일들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남과 북이 함께 살 수 있을까? 우리가 함께, 상생하는 관계가 되어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이런 미래는 영원히 오지 못할 것 같은, 꿈속에나 있을, 만약 벌어진다면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지금! 지금이기에 우리에게는 북한을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가 악화될수록 관계를 반전시키는 것은 아주 아주 작은 요소다.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건 무얼까? 남북관계의 주체는 누구일까? 이 주체 혹은 주체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 이 관계의 악화에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이며, 손해를 입는 건 또 어느 쪽인가?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무는 남북관계, 그 관계의 일부인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안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리라.

 

 

 그런데 말입니다..... ‘안다’는 건 관점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일이다. 파란색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면 파란색 세상, 붉은색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면 붉은색 세상이 보인다. 파란색 렌즈를 낀 사람은 파란색 세상을 알고, 붉은색 렌즈를 낀 사람은 붉은색 세상을 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편협한 색에도 물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안다고 말하려면 우리에겐 어떤 렌즈가 필요할까?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는 개성공단에서 대북협상을 담당하면서 북한사회의 구조와 민낯, 북한 인민들의 진짜 얼굴을 만난 김진향 박사와 밀레니얼 세대 차민지, 황지은 두 청년이 함께 엮은 책이다.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는 김진향 박사가 ‘행복한평화 너무쉬운통일’을 주제로 진행했던 강연을 서적으로 다듬어 낸 책이다.

 

 

 이 책이 북한에 대한 교과서라고, 감히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사상이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시선으로 북한을 조망했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뉴스로만 북한을 접한 사람일수록 이 책이 보여주는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내용을 신선하게 느낄 것이다. 북한과 북한 인민들을 직접적으로 접해보지 않은 채, 미디어에서 과장하는 북한 사회나 정치적으로 왜곡된 북한의 이미지로만 북한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척이나 새로운 북한을 보여주고 매우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도록 해준다.

 

 

 좋은 책은 입소문이 나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북한과 통일 같이 민감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한다. 어차피 남북관계란 우리가 피할래야 피할 수 없고 어떤 방향으로든 실마리를 모색해서 타개해가야 할 건이다. 층간소음의 당사자들 중 어느 쪽이 최후에는 이사를 가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한반도라는 공동주택에 사는 우리는 이사를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를 읽기에 제일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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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 -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게 필요한 핵심 마케팅 실전 노하우
장종희 지음 / 에듀웨이(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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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일인데, 지인 하나가 온라인으로 꽃소품을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픈마켓에서 가볍게, 취미 정도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게 무척 잘되어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서) 지금은 생화부터 드라이플라워까지 온라인 꽃주문을 하는 제법 규모 있는 가게로 성장했다. 지인은 ‘운이 좋았다’라고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단순히 운만 좋았기 때문은 아니다. 발빠르게 시장을 읽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잘 내놓을 뿐 아니라 고객 대처도 원만했다. 입소문이 날만한 가게였다. 지인의 온라인 창업과 경영 과정을 지켜보면서 온라인 장사는 오프라인보다 더 빠르고, 전략적이고, 가벼워야 된다는 걸 배웠다.

 

 최근에 창업 안내서적들을 자주 읽었는데 책마다 ‘이 책만의 장기’라고 할만한 내용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에도 이 책만의 장기가 있다. ‘온라인’, ‘키워드 전략’ 그리고 ‘고객 관리’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네이버스토어를 제목에 넣어 전면에 걸고 있긴 하지만 온라인 마케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들이 담겨 있다. 오픈 마켓이든 소셜 마켓이나 쇼핑몰이든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온라인 장사라는 점, 고객 창출부터 불만 관리까지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룰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온라인 장사를 할 때 알아야 하는 중요한 수칙들, 알아 두면 분명 장사에 도움 되는 내용들을 모았다.

 

 

 특히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키워드’에 대한 부분들이다. 소비자들조차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 소비자의 욕망 그 숨겨진 니즈를 읽으려면 검색어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키워드를 수집하는 다양한 툴, 광고에 필요한 키워드를 선정하는 방법과 내 장사에 효과적인 키워드를 찾는 방법까지 안내한다. 온라인 장사를 하면서 ‘키워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바퀴 없는 차를 모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그런 점에서 내 차를 시원하게 굴러가게 해줄 전략이 잘 담겨 있다. 광고를 하려고 해도 키워드가 핵심이고 내 마켓이나 내가 생산하는 제품을 올릴 페이지에 내걸 한 마디 문구를 쓰는 일에조차 키워드를 무시하고서는 일이 안 된다. 키워드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사실 키워드를 제대로 쓰는 일에는 꽤 수고가 필요하다. 그동안 키워드 사용법에 애를 먹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교과서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화려한 레이아웃 디자인이나 현란한 문구에만 치중하다 보면 장사의 핵심은 ‘고객 관리’라는 걸 잊기가 쉽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겉치레의 함정을 빠져나오는 장사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 신규 고객 창출에는 기존 고객에 들이는 노력의 5배가 필요하다. 신규 고객 창출은 물론 필요하지만 단골 고객 관리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장사를 하다보면 고객 불만을 듣지 않을 수가 없는데, 장사의 품격은 고객의 불만에 대하여 얼마나 원만하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온라인 장사이기 때문에 고객 관리가 더 중요하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이런 원만한 고객 관리의 비결들을 잘 정리해서 한 권에 담았다. 검색 단계부터 상품 발송 후 고객이 후기를 남기는 단계까지 아니, 고객이 재구매를 하는 데에까지 전 단계에 걸쳐 나와 내 상품이 고객을 어떻게 만나고 대응해야 할지를 배우게 된다.   

 

 

[나는 네이버스토어 마케팅으로 돈 번다]는 꽤 두꺼운 책이다. 판형도 커서 읽다보면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 든다. 근데 그게 참 맞다. 온라인 창업 백과사전이라고 하면 딱 맞다. 온라인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가볍게 마켓을 열었지만 아직 운영에 서툰 분들 혹은 온라인 장사에 대한 여러 가지 팁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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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일 - 아이디어, 실행, 성과까지 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양은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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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일] 책의 가장 첫 번째 챕터, 그러니까 들어가는 글에는 기획안 발표를 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있다. 기획안을 본 상사의 반응 나열인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주 주옥같다.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닌데.”
“좀 다른 거 없어?”
“한마디로 결론이 뭐야?”
“그건 당신 생각이고....”
“수고했어.”

기획안 발표하면서 들어본 낯익은 반응들이다. 대환장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의 대잔치, 아마 나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 초기에는 저런 반응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얼음!!!’이 되거나 척추에서 경추까지 순식간에 화가 솟구쳐 오르곤 했다. 완전 냉탕과 온탕을 오갔지. 경험이 좀 쌓이고 나니까 상사의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감정은 좀 다듬어졌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스킬마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건 아니다. 스킬은 노력하지 않으면 날렵해지지 않는다.

 

 

 [기획자의 일]은 스킬을 가다듬고 싶은 회사원들을 위한 책이다. 양은우 저자도 머리말에 썼듯 ‘기획안 수정으로 날밤 새우는 모든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현실적인 조언에는 연륜이 필요하고 위로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연륜과 배려를 모두 장착한 저자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하우와 함께 일하는 데에 필요한 격려까지 이 한 권에 담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일 잘하는 사람은 000000] 책에서도 그랬지만 [기획자의 일]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깨닫는다. 일을 스마트하게 하려면 시야가 넓어야 한다. 문제는 ‘시야를 어떻게 넓힐 것인가??’다. 시야를 넓힌다는 건 생각을 넓힌다는 뜻인데, 이 생각의 근육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벌크업을 해야 할지 그게 참 쉽지 않다. ‘기획’을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일이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획자의 일]을 쓴 양은우 저자는 기획안이 까이고 까여 마르고 닳아 없어지기 직전인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이 모호하고 난감한 기획을 어떻게 하면 보다 제대로, 잘 할 수 있을지를 책으로 썼다. 여기서 ‘잘’이란 ‘까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보고를 받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직에서는 이게 중요하다. 그저 크리에이티브하고 뭔가 쌈빡한 아이디어만 잔뜩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획을 잘하는 게 아닌 이유다. 

 

 굳이 회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장사를 하든, 뭘 하든 세상에 원맨쇼는 없다. 일이란 서로 연결된 사람들끼리의 협업이다. 이해니 소통이니 하는 덕목으로만 되는 게 협업은 아니다. 전략이 필요하고 기술이 필요하다. 타자의 입장과 관점으로 옮겨가 그들도 모르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기술, 치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운 효과적인 전략. [기획자의 일]은 독자에게 이런 기술과 전략을 전수한다.

 ‘일을 잘하는 비결’은 복잡한 게 아닌 듯 하다. [기획자의 일]을 읽으면서 일 잘하는 비결을 메모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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