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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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어른들이 읽는 만화책이 참 많다. 그래서 재밌다.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면서 제법 의미 있는 만화책들이 생겨난 이유도 있겠지만, ‘만화’라는 장르를 읽는 독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게 가장 큰 이유 같다. 나 어릴 때만 해도, 만화책은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먼 나라 이웃 나라] 등이 서적들이 교양서로 크게 주목받고 유행하면서 만화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 


 최근에는 오히려 ‘만화’이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쉬운 설명이 가능한 장점을 살린, 어른들이 읽는 만화책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더 디자인] 1편과 2편도 그런 류의 서적이다.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만화로 풀어낸 작가의 재치와 기술이 돋보이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나는 만화는 쉬울수록 잘 그린 장르라고 생각한다. 책도 쉬울수록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뭔가 복잡하고, 내용이 너무나 많고, 두 쪽 보는데 몇 분씩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그런 만화나 책은 싫어한다. 이런 독자의 마음을 훔쳐봤는지, [더 디자인]의 저자 김재훈은 간결하고 개성 있는 그림체와 명료한 설명으로 디자인의 역사를 만화로 옮겨 그렸다. 20~21세기에 걸쳐 탄생한 주요 디자인들과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은 아주 재밌게 읽힌다. 그림도 재밌고(정말 잘 그렸다는 증거다. 만화가 재미있다는 것은!) 말풍선 속의 대사들도 유쾌하다. 만화만 잘 그린 책이 아니다. 책 후면에는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신념이 돋보이는 에세이(???)들과 책에 실린 디자인 인명사전까지 가지런히 실어두었다. 디자인 역사를 가장 수월하고 원만하게 공부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봐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판형이다. 책을 가로형으로 넓게 펴서 보는 형태로 기획했다면 더 나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레이아웃의 가운데가 잘려서 그림이 잘려 보이는 페이지들이 많아서 그렇다. 이 부분 아쉽긴 하나, 그래도 소장각의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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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 나는 책이 아닌 책 쓰기로 인생을 바꿨다
이혁백 지음 / 치읓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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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作家, 곧 짓는 사람이다. 소설이든, 옷이든, 집이든 무언가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조직하여 결국 산물을 만들어 낸다. 작가라는 이름은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는, 사람이란 누구나 창조하는 기쁨을 아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 예를 들면 수공예나 요리, 목공예처럼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성취감과 기쁨, 보람 나아가 우울함을 환기하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존재가 사람이지 않는가. 노동이 아닌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으로 무언가를 짓는 일에 매진하는 존재는 아마 지구상 생명체 중에 사람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렇게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지어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피카소도 우리가 모두 다 알고 있는 피카소 수준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40년이 걸렸다고 하질 않는가. 그래서 우리 대부분은 내 작품作品, 내가 지어낸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나보다. 다양한 ‘짓기’에 매진하는 취미사회가 된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作家되기에 도전하는 일을 망설이며 그저 취미라고, 시간 때우기나 잠시 힐링용이라고 둘러대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하루 1시간, 책쓰기의 힘]을 펴낸 저자 이혁백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미루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바쁜 직장인이라도 하루에 딱 1시간만 책 쓰기에 들일 수 있다면, 그리고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책 쓰기에 노력한다면 결국 당신만의 작품, 즉 당신의 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에 수많은 ‘짓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글짓기는 아주 진입장벽이 낮은 세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옷감이나 점토처럼 특별한 물리적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정 장소나 설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준비물은 딱 하나다. ‘나 자신’.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분명히 있다. 자기자신을 아직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혁백 저자가 글짓기가 아닌 책쓰기를 강력하게 권하는 근거도 이 부분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그렇게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일은 나 자신을 작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단순한 글 잘쓰기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된, 내가 저자인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며, 책 쓰기는 그 어떤 ‘짓기’보다 유익하고 유용한 창조 행위이다.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에는 실제로 직장인에서 작가로 전향한 저자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다. 글쓰기가 아닌, 책 쓰기의 실전 노하우를 담아, 장르 선정, 책 목차 구성, 원고 집필의 실제 과정과 노하우, 출판사 투고시 필요한 투자 제안서 등 실제적인 책 쓰기의 가이드가 실려 있다.
 실용성 면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 책은, 그러나 구성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책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 그러다 보니 1장에서 한 이야기를 4장에서 또 하고, 2장에서 읽었던 것 같은 이야기를 3장에서도 읽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표현을 좀 달리했다면 어땠을까. 구성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실전 책쓰기 부분에서도, 초고 쓰기 단계, 퇴고 단계, 투고 단계 등 단계 별로 꼭지를 날렵하게 가다듬었다면 훨씬 좋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책 쓰기는 글쓰기와 다르다. 책 쓰기는 나만의 콘텐츠, 나의 산물, 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책 쓰기에 도전해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힘이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 말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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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젬마의 아트 콜라보 수업 - 초가치를 만드는 아트×비즈니스의 힘
한젬마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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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그랬지?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전혀 상관 없어 보이던 것들이 결합하여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키고, 서로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던 것들이 한데 어울려 독특한 매력과 가치를 발산하는 시대, 지금 우리들의 시대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한젬마는 그의 신간에서 이 융합의 미학이 빚은 명품들을 낱낱이 분석한다. [아트콜라보]라고 명명한 이 책은 대한민국 1호 아트 콜라보 디렉터라고 불리는 한젬마가 예술과 결합한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들을 올린 사례들을 열거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이제 비즈니스와 아트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앤디 워홀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예술계가 탁월한 융합을 통하여 무한한 시장성을 자랑하게 된 것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키스 해링 정도의 수준에서 ‘아트 콜라보’를 논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최근에 시장에서 만난, 그러니까 인터넷이든 거리에서든 어딘가에서든 반드시 한 번은 마주쳤을 그런 제품과 프로젝트, 사례들을 모으고 모아 집대성한 책이다.

 

 백남준, 제프 쿤스, 이상봉, 키스 해링 등 콜라보의 명장들을 가장 먼저 소개하면서 책을 시작한 저자는 드가와 칸딘스키와 같은 근대 화가들이 어떻게 예술을 다른 소재 혹은 장르와 콜라보하였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는 의미 있는 콜라보를 성사시킬 여러 노하우들을 정리한 다음 실제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성공한 콜라보 사례와 제품들을 보여주며 ‘콜라보 파워’를 톡톡하게 확인시켜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야말로 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콜라보에 능한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보와 비빔밥 등 여러 가지 소재나 재료들을 한데 버무려 어울리게 만드는 일은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오는 그런 일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책의 두툼한 두께만큼 재미도 두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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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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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정운 박사의 책을 좋아해서 즐겨 읽는다. 아마 요 몇 년 사이에 그가 냈던 책들은 거의 다 읽어왔던 것 같다. 실은 꼭 저자의 책이라서 찾아 읽었다기 보다는, 관심 있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서 읽은 후에 ‘어, 이 책 꽤 괜찮구나!’하는 인상 깊은 책들 중에 그가 지은 책들이 있었다. 저자의 이름이 눈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다음 수순으로는 아주 당연하게도, 어쩌다 신간이 나오고 그 신간의 제목이 마음에 들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살펴보면 ‘아, 그 사람이구나!’라고 반가워하며 그 책을 읽게 되는,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한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독일로 유학을 가서 심리학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독일에서 대학 강사를, 한국에서 교수를 하다가 갑자기 일본의 예대에 학생으로 들어가서 일본화를 전공하고 돌아왔다. 지금은 강사도, 교수도 아니고 그냥 바다에서 눈먼 꼬기 잡다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그렇게 살고 있는 중이란다. 꽤나 고달픈 젊은 시절을 보냈으리라 추측되는 저자의 현재는 아마 신선놀음에 가까운 무엇 아닐까 싶다. 과거야 어땠는지 간에. 


 여수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에 있는 어느 미역창고를 작업실로 개조하면서 쓴 에세이들이 이렇게 책으로 엮였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긴 제목(이 지점에서 정말 왜 제목을 이걸로 지었냐고 묻고 싶다. 왜 이렇게 제목이 길어요? 짧고 간단한 제목으로 바닷가에서의 홀로 사색하는 복잡미묘한 시간을 다 아우를 수 없었던 것인가요?) 을 기억하려면, 이렇게 하면 쉽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여수 거기, 김정운 박사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더 어려운 모양새가 되었네.

 

 위에서 잠시 제목에 딴지를 걸어는데, 사실 표지도 별로다. 표지만 보면 세상의 오만가지문제를 혼자 짊어진 어느 늙은 학자의 독백이 책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다. 넘 어둡고 칙칙하단 뜻이다. 책 내용은 이렇게 재미있는데 표지가 먼지색깔 바닷물결이라니... 혹시라도 표지만 보고 이 책이 매우 어둡고 지나치게 진지하고 엄숙해서 재미없을 거라고 오해하는 독자들이 있을까봐 썰이 길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책은 참 재미있다. 여수라는 바닷마을, 거기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에서 비로소 ‘슈필라움(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차린 아저씨가 그 안에서 건져 올린 갖가지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참 웃기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의 작업실은 여수라는, 내가 있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어느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저자의 시선은 모든 시간과 공간에 연결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왕래하고 베를린과 서울과 여수 사이도 수없이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때때로 여수앞바다의 운치, 그곳의 풀과 나무와 길과 사람, 그 사이에서 화가의 눈으로 발견한 풍경을 캔버스로 옮긴 저자의 작품들이 페이지 사이사이로 등장한다. 저자가 인용한 안도현의 시처럼 ‘천천히 늙어가리라’가 아니라 정말 아예 안 죽을 것 같은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아주 시덥지 않고, 별 것 없는 잡스러운 이야기도 아닌데) 큭큭큭 하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책이 그런 책이다. 저자와 독자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책. 저자의 썰을 따라 내 썰도 같이 풀거나 혹은 들이 받거나 혹은 이어 받아서 전혀 새로운 썰로 박차고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어서 너무 좋다. 날씨까지 좋으니 더 좋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삶이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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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주판 - 일본 자본주의 기틀을 만든 시부사와 에이치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음, 최예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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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렴함’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곧장 ‘빈곤함’이라는 단어와 연결이 된다. 왜일까?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지 않는 사람 혹은 돈의 이익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어쩐지 다 빈곤함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을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인가? 인(仁)의 가치로 사람과 사회, 나라와 세계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공자는 청렴한 사람이었으리라.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그의 저서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도리에 맞는’ 사상과 행실들은 결국 다 허구가 될 게 아닌가. 그래서 내 머릿속 공자는 주머니에 동전 하나 넣어다니지 않는 빈곤한 인물로 그려진다. 소크라테스 외의 다른 모든 성인들은 내 머릿속에서 그렇다. 빈곤하고 가냘프고 뭐 그런...

 그런데 이 책은 잔잔한 호수 같은 나의 인식에 돌을 던져 파문을 그렸다. 공자는 빈곤함을 추구했던 사람이 아니란다. 정당한 도리를 지켜서 부를 얻는다면 부를 쌓으라고 권고했던 사람이란다. 말하자면 도리에 맞으면 얼마든지 주판을 튕겨보라는 얘기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인 [논어와 주판]은 그런 의미로 통하는가보다. 


 사람들은 부유함과 고귀함, 넉넉함와 청렴함이 공존할 수 없다고들 생각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부유함과 고귀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거기에 연연하지 마라. 빈곤함과 천박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부당하게 그렇게 되었더라도 억지로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된다.(책 중 140쪽)” 많은 사람들이 공자의 저서를 읽고 이 부분을 읽으며 ‘공자는 돈을 싫어해~’라고 생각할 동안 이 책의 저자 시부사와 에이치는 좀 다르게 해석했다.

 

 부귀함을 경시하고 빈천함을 중시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장을 올바르게 해석하려면 ‘도리를 지켜서 얻은’에 주의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논어>에 앞서 간략히 언급한 “만약 부가 추구할 만한 것이라면 집편지사일지라도 나는 그리할 것이다. 하지만 추구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이것도 부귀를 천하게 여긴 말처럼 해석돼왔지만, 지금 다시 정확하게 해석하면 이 문장 속에도 부귀를 경시하는 구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본문 140쪽

 

 그간 공자의 글 속에서 내가 읽은 메시지는 돈을 좋아하면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없다거나 돈을 멀리해야 군자가 될 수 있다는 맥락의 말들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저자의 해석은 많이 다르다. 공자는 돈을 멀리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얻는 것을 경계하였던 것이지, 공정하고 도리에 맞는 방법으로 돈을 얻는 것은 오히려 권고했다는 것이 저자의 공자를 해석하는 관점이다. 그런 시선으로 공자와 논어를 다시 읽으면 세계가 조금 달라진다. 돈방석 위에 앉은 사람도 군자가 될 수 있고, 돈을 좋아하는 사람도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린 것이다.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경제 대국 일본의 초석을 닦은 인물로 평가되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직접 본 선진국의 문물을 접한 후 그는 메이지 정부의 관료가 되어 일본 경제계를 이끌었다. 그런 사람이 그가 해석한 공자의 사상과 그 자신의 가치관에 대하여 담화로 남긴 게 이 책이다.

 

 저자의 관점 역시, 공자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해석 중 하나일 뿐이고 정답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바라보는 공자와 논어 그리고 돈에 대한 관점이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위대한 사상과 천박한 돈이라는, 연결짓기 어려워 보이는 이 관계가 저자가 해석하는 공자의 가르침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백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저자로부터, 돈이 나쁜 게 아니라 그걸 대하는 사람의 자세와 사상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배워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공자에 대한 저자의 해석 뿐 아니라, 경제 대국으로서의 일본의 바탕을 닦은 주역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었던 삶의 태도와 철학 역시 배워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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