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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 나는 책이 아닌 책 쓰기로 인생을 바꿨다
이혁백 지음 / 치읓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는 作家, 곧 짓는 사람이다. 소설이든, 옷이든, 집이든 무언가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조직하여 결국 산물을 만들어 낸다. 작가라는 이름은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는, 사람이란 누구나 창조하는 기쁨을 아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 예를 들면 수공예나 요리, 목공예처럼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성취감과 기쁨, 보람 나아가 우울함을 환기하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존재가 사람이지 않는가. 노동이 아닌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으로 무언가를 짓는 일에 매진하는 존재는 아마 지구상 생명체 중에 사람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렇게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지어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피카소도 우리가 모두 다 알고 있는 피카소 수준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40년이 걸렸다고 하질 않는가. 그래서 우리 대부분은 내 작품作品, 내가 지어낸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나보다. 다양한 ‘짓기’에 매진하는 취미사회가 된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作家되기에 도전하는 일을 망설이며 그저 취미라고, 시간 때우기나 잠시 힐링용이라고 둘러대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하루 1시간, 책쓰기의 힘]을 펴낸 저자 이혁백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미루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바쁜 직장인이라도 하루에 딱 1시간만 책 쓰기에 들일 수 있다면, 그리고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책 쓰기에 노력한다면 결국 당신만의 작품, 즉 당신의 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에 수많은 ‘짓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글짓기는 아주 진입장벽이 낮은 세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옷감이나 점토처럼 특별한 물리적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정 장소나 설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준비물은 딱 하나다. ‘나 자신’.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분명히 있다. 자기자신을 아직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혁백 저자가 글짓기가 아닌 책쓰기를 강력하게 권하는 근거도 이 부분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그렇게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일은 나 자신을 작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단순한 글 잘쓰기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된, 내가 저자인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며, 책 쓰기는 그 어떤 ‘짓기’보다 유익하고 유용한 창조 행위이다.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에는 실제로 직장인에서 작가로 전향한 저자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다. 글쓰기가 아닌, 책 쓰기의 실전 노하우를 담아, 장르 선정, 책 목차 구성, 원고 집필의 실제 과정과 노하우, 출판사 투고시 필요한 투자 제안서 등 실제적인 책 쓰기의 가이드가 실려 있다.
실용성 면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 책은, 그러나 구성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책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 그러다 보니 1장에서 한 이야기를 4장에서 또 하고, 2장에서 읽었던 것 같은 이야기를 3장에서도 읽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표현을 좀 달리했다면 어땠을까. 구성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실전 책쓰기 부분에서도, 초고 쓰기 단계, 퇴고 단계, 투고 단계 등 단계 별로 꼭지를 날렵하게 가다듬었다면 훨씬 좋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책 쓰기는 글쓰기와 다르다. 책 쓰기는 나만의 콘텐츠, 나의 산물, 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책 쓰기에 도전해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힘이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 말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