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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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으로는 ‘상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이 티셔츠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메시지를 담아 디자인했는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그것은 편집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모든 업계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본문 18쪽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기로는 최고일 것 같은 출판계에 또라이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말고 옆 나라 일본의 일이다. 30대 중반의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는 일본 출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찾자면 아마도 방송인 노홍철 정도? 잘 쳐줘야 유시민 작가 정도의 인사가 전부일 줄 알았다. 책을 쓰는 작가나 책을 만드는 편집자(잡지를 제외하고)는 재미도 있고 유익함도 주나 결국 점잖은 모양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완전 신선하다. 편집자가 책을 기획하고 만들 뿐 아니라 책을 잘 팔기 위해서는 편집자 자신이 셀러브리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미노와 고스케는 생각한대로 실행한다. 아니, 실행했다. 그리고 불황으로 허덕이는 일본 출판계에서 100만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논리적으로 사고하면 계산한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만들 수 없다. 무난하게 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에서 벗어나라. 혼란 속에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있다. 온갖 사고와 갈등 속에 스스로 몸을 내던져라.
 본문 40쪽

 


 내 주변만 해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자정 즈음만 되면 뜬금없이 카톡을 한다. ‘사는 게 다 이래? 뭐가 이렇게 따분해? 너무나 무료하고 무기력하다. 왜 사는 걸까?’ 특별한 일도 없고 어떤 사건 사고도 없이 그저 유유히 흘러가는 하루 하루의 시간. 그 속에서 무료함이라는 늪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 우리. 그런 우리의 삶에 대하여 미노와 고스케는 ‘무난하게 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즉, 우리 스스로가 무난하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특별한 일, 다이나믹한 일상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너무나 맞는 말이다.

 


누구나 어느 시점에는 어른이 된다. 학교에 세뇌당하고, 회사에 길들여지고, 상식을 배우며, 인간관계에 구속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버린다. 기상천외한 인생은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에게 맡기고, 세상에 녹아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세 살 어린아이 경주’에서 한 명, 또 한 명 탈락해간다. 하지만 영원히 세 살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을까.
본문 68쪽

 

 굳이 편집자가 아니더라도 삶은 재미있을 수 있다. 책을 100만부를 팔고 이런 저런 방송에 나가거나 유명한 SNS 인플루엔서로 살지 않더라도 삶은 다이나믹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나도 모르게 무난한 생애, ‘적당히 평범하게’라는 말로 포장한 이도저도 아닌 그저그런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내가 선택한 늪에 자처해서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삶의 무료와 일상의 지루함만을 타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노와 고스케의 뼈를 때리는 팩트폭격을 읽고 있다보면 한여름에 냉수 마찰이 무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미노와 고스케는 ‘생각한대로 지금 당장 하라’는 너무나 평범한 격언을 그의 온 생애를 걸고 실천하여 획기적인 결과를 달성한 인물이다. 김정운 박사가 21세기형 천재는 ‘넘쳐나는 데이터를 자기만이 방식으로 편집’하는 사람이라고 썼는데, 아마 미노와 고스케가 그런 천재에 해당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파리만 날리는 일상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 한번쯤 이 책을 읽고 내 삶의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진지하게 도전해보면 좋겠다.

누구나 어느 시점에는 어른이 된다. 학교에 세뇌당하고, 회사에 길들여지고, 상식을 배우며, 인간관계에 구속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버린다. 기상천외한 인생은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에게 맡기고, 세상에 녹아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세 살 어린아이 경주’에서 한 명, 또 한 명 탈락해간다. 하지만 영원히 세 살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을까.
본문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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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눈물 - 실패하지 않는 할리우드 방식
제이미 프라이드 지음, 김동규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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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니콘의 눈물이라는 술이 있다. 도수가 꽤 높은 진에 과일즙이 첨가된 술인데 술 안에 식용 은가루가 별처럼 반짝인다. 이 술을 파는 온라인상점에는 ‘상당히 많은 유니콘이 이 술을 만들기 위하여 희생되었다’는 안내 멘트가 있다나 뭐라나. 황홀한 모양새와 다소 높은 도수 때문에 인기가 있는 이 술의 이름은 많은 것을 내포하는 듯하다. ‘반짝이는 것은 독하다’라든지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반짝일 수 없다’라든지, 혹은 ‘이 정도의 황홀함은 유니콘처럼 상상에 불과하다’든지.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신생기업을 업계에서는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위풍당당한 반짝임으로 출현한 유니콘들 중 3년 이상 유지되는 곳은 단 8%에 불과하다고 한다. 92%의 유니콘들이 저 술처럼 독한 눈물을 삼키며 문을 닫는 것이다. 유니콘의 비상보다 유니콘의 눈물이 더 가까운 창업 생태계에서 ‘실패하지 않는 할리우드 방식’으로 유니콘의 눈물을 닦아보자는 시도가 나타났다. [유니콘의 눈물]을 쓴 저자 제이미 프라이드는 할리우드 영화 방식과 스타트업의 유사성에서 착안하여 스타트업이 실패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분석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혁신가가 나타나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소중한 이유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실패로 수많은 혁신가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마치 씹다 뱉은 껌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다면 재기할 기회가 막혀버린다. 누군가는 이런 현실을 다윈의 진화론이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적자생존의 원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가들은 단지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지 못했을 뿐이고, 우리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와 그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이제야 막 탐구하기 시작했다. 실패한 창업가들이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다시 돌아와 더 크고 멋진 스타트업을 세워줬으면 한다.
31쪽

 


 저자가 [유니콘의 눈물]이라는 책을 낸 이유는 아주 명료하다. 유니콘들이 눈물을 흘리기만 하는 채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투자가나 창업가 개인에게는 물론 경제 전체로 봤을 때에도 아주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실패를 딛고 혹은 실패를 예방하여, 더 크고 멋진 스타트업이 흥하기를 바라는 아주 소박한 바람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스타트업 실패’가 책의 주요 화두인 만큼, 저자는 실패를 대하는 창업가의 태도와 인식부터 바로잡는다. 스타트업의 실패는 흔한 일이지만 결코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는 점,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유비무환이라는 점, 자기 아이디어나 사업의 문제(맹점)를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면밀하고 노골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점 등이 저자의 설명이다.
 또한 창업가들이 가장 결정적으로 오해하는 부분 역시 바로 잡는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일 뿐이지 그것은 사업 모델도, 가치 제안도 아니라는 점이다. 초보 창업가들(이 책을 잘 읽어보면 이건 단순히 스타트업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기획 구상에 대한 가이드로 읽히기도 한다. 이 실수는 초보 창업가뿐 아니라 초보 광고 기획자 등이 하는 실수와도 아주 닮아있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회사 가치의 95퍼센트를 차지하고 다른 모든 요소들은 반찬에 불과하다고 여기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요소들이 이 아이디어가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다.

 

 회사를 다니는 지인들 중 특히 요즘 자기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부분 창업 아이디어 한두가지 씩은 마음 속에 품고 있더라. 그러나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유니콘이 될 수 없다. 설사 잠깐 유니콘이 될수 있을지언정 과연 비상할 수 있을 것인가.
 창업을 하다보면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여러 난관을 겪을 수도 있다. 이건 당연한 일이고 세상사 어떤 일이든 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고 어떤 전략을 어떻게 세워서 실행할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유니콘의 눈물]은 스타트업에 이미 뛰어들었거나 혹은 스타트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점검 차원에서라도 꼭 한번 보면 좋을 책이다.

스타트업의 실패로 수많은 혁신가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마치 씹다 뱉은 껌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다면 재기할 기회가 막혀버린다. 누군가는 이런 현실을 다윈의 진화론이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적자생존의 원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가들은 단지 성공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지 못했을 뿐이고, 우리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와 그것을 예방하는 방법을 이제야 막 탐구하기 시작했다. 실패한 창업가들이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다시 돌아와 더 크고 멋진 스타트업을 세워줬으면 한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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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 그저 못생긴 화학물질 덩어리일 뿐인 뇌가 어떻게 행복을 만들까?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 생각정거장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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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진한 브라우니 한 조각을 입에 넣고 그 맛을 느끼며 즐거워할 때, 내 식도와 내 장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른다고 해도 브라우니를 만끽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내가 행복을 느낄 때, 내 머릿속에서 어느 기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것은 어떤 원리에 의하여 나타난 작용인지를 알고 있다면 다음에 그 행복감을 다시 불러오는 것이 훨씬 수월한 일이 될 수는 있다. 가령 너무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생겼다거나, 하는 일마다 족족 풀리지가 않아서 실의에 빠져 기운이 없다든가 할 때 말이다. 모든 일이 잘 되어서 만족감을 느끼는 그런 상황에서는 사실 행복에 대한 열의가 크지 않다. 목이 마르지 않을 때에 눈 앞에 있는 물 한 잔은 큰 의미가 없듯이. 그러나 뙤약볕 아래에서 몇 시간이나 행군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딱 하나 뿐일 것이다. 물!!!!! 불운의 늪에 빠져 있다거나 누군가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 괴로운 날이라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서 왜 사는 건가 싶은 고민에 빠지는 그런 날들에 우리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입에 올린다. ‘아, 행복하고 싶다.’ 그럴 때에, 내 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행복 기억을 스르르 불러올려, 그 행복감으로 내 정신 전체를 촉촉이 적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그럼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무기력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없어질거야.

 

 [행복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의 저자 딘 버넷은 젊은 뇌과학자다. 그는 행복과 뇌와 나라는 아주 어려운 관계를 뇌과학으로 풀어내려 시도했다. 이 책은 그 시도의 결과다. 행복할 때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행복하려면 뇌 속에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어야 하는지 결론은 없다. 이 책은 결론을 말하려는 책이 아니니까.

 

 

 사실은 (아직) 아무도 세로토닌의 증가가 뇌에서 실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모른다. 만약 단순히 행복한 감정을 유발하기에 세로토닌 양이 부족한 거라면 문제는 간단할 것이다. 하지만 신진대사나 뇌가 움직이는 속도를 봤을 때 SSRIs는 세로토닌 수치를 거의 즉각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런데 대부분의 SSRIs는 정량을 복용한 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몇 주가 걸린다. 따라서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세로토닌 자체가 아니라 세로토닌이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다른 어떤 대상이다. (중략)
 근본적으로 행복의 근원을 특정 화학물질에서 찾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법인 듯하다. 화학물질이 행복에 관여하는 것은 맞지만 그 근원은 아니다.
33쪽

 

 이 때문에 물리학이나 수학은 제대로 된 과학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아마도 다른 분야의 교수나 학자들도 잠재의식적으로 물리학과 수학을 연구하는 동료들처럼 대우받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따라서 물리학과 수학을 따라 하려는 시도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행동이나 감정처럼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것에조차 공식을 만드는 거다. 행복 같은 것에다가 말이다.
51-52쪽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정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단순히 ‘네가 행복할 때’에 대한 질문만 물어봐도 백이면 백 사람이 각각 다른 대답을 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행복의 정의’가 어떻게 한 가지 일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것 자체가 복잡하고 난해하다. (어떤 책은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런 행복이라는 현상 혹은 기분, 상태와 관련하여 놀랍도록 복잡하고 미묘한 뇌라는 장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혹은 영향을 받는지)를 파헤친다는 건, 문외한인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뇌의 어떤 기능에 행복에 직결되는지를 공식을 세우려는 시도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다. 집, 일, 인간 관계, 섹스, 유머(웃음)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몇 가지 커다란 틀에서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이 어디로부터 오고, 왜 오는지를 추적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고 마우스나 굴리면서 추적한 게 아니다. 저자는 자기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것들을 느끼고 분석한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행복할 때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비슷한 주제의 책 중에서 가장 탁월한 점은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물론 초반에 뇌 속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을 이야기할 때는 눈이 팽글팽글 돈다. 하지만 초반 첫 꼭지만 넘어가면 그 뒤부터는 술술 읽힌다. 표현이나 설명이 어렵지 않아서다. 


 뇌를 자극해서 행복하려는 시도는 사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설명한대로 사람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다양한 자극과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행복감을 만나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의 그 행복감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내가 알고 있다면, 그 행복감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할 때 비슷한 기분이나마 내도록 스스로 자극을 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행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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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차를 타는 CEO - 고물트럭 한 대로 거대한 브랜드를 일궈낸 기발한 창업가정신
브라이언 스쿠다모어 지음, 김재서 옮김 / 예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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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푸념조로 이런 말을 했다. ‘야, 세상살기가 점점 힘들어져. 경쟁이 치열해가지고.’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러하다. 이 지인은 사운드 디렉터, 음악 제작자인데 요즘은 누구나 쉽게 음악 제작에 뛰어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음악 제작 장비도 예전만큼 복잡하거나 비싸지 않고, 장비를 다루거나 음악 제작에 필요한 기초 스킬들을 영상으로 가르쳐주는 유투브 등이 아주아주 흥한 상황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음악 제작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벽이 아주아주 낮아졌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때에나 아주 탁월하게 뛰어나지 않은 이상, 세상살기는 매우 어려웠지만 요즘은 특히 더 그렇다고. 그런 현실을 논하다가 튀어나온 말이 저 말이다.

 

‘경쟁이 치열한 세상이라 먹고살기 힘들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푸념은 내 주변 몇몇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닐듯하다. 무한경쟁시대라고 칭할 정도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은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뿐 아니라, 반드시 그 경쟁에서 이겨야만 사람 체면을 구기지 않을,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더 마음이 힘들어지네. 

그런데 [청소차를 타는 CEO]는 이런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경쟁? 그래, 어디까지 해봤니? 어느 분야에 뛰어들어 봤니? 왜 그 분야에 뛰어들었니? 저자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브랜드 성공기를 차곡차곡 정리하 이 책을 통하여 독자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왜 남들이 다 뛰어든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어서 힘들어하느냐고? 아니, 그보다! 그 분야에 왜 뛰어들었는지, 그 동기가 무엇이냐고? 돈 때문에 한다고?

 

 

 생존하는 것과 삶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나는 당신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삶을 즐겁게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 책 24장> 실패가 클수록, 대가도 커진다 중에서

 

 

 19살에 낡은 트럭 한대로 폐기물 수거 창업을 시작한 저자 브라이언 스쿠다모어는 [청소차를 타는 CEO]라는 자신의 책에서 시종일관 단 한 가지 메시지에 주력한다. ‘삶은 즐거울 수 있다! 당신이 무엇을 할 때에 즐거운지 스스로 깨닫기만 한다면 그리고 그 일에 매진하기만 한다면 당신의 삶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즐거울 것이다’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의 이야기가 커다란 설득력을 갖는 것은 저자의 살아온 궤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실패의 흔적들 때문이다. 저자는 때로 직원 11명을 모두 해고해야 하기도 했으며, 사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동업자와 마음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어야 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저자는 실패를 직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성공 역시 마주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나는 이런 사업가들을 좋아한다. 실패를 겪어서 강해지고, 튼튼해진 그런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유쾌한 사람들을 말하는 거다. 저자의 실패담을 꼼꼼히 살펴보면 거기 ‘돈’이 없어서 혹은 적자여서 실패했다는 자평은 없다. 저자가 자신의 실패를 설명할 때에, 그것이 실패인 기준에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가 즐겁게, 유익하고 유쾌하게 이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같은 마음으로 호흡을 맞췄는지 그래서 좋은 성과가 있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저자의 삶을 이끄는 것은 이토록 빛나는 유쾌함과 즐거움이다. 큰 돈을 벌거나 대단한 사업을 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 점이 이 경영서가 유익하고 재미있는, 나아가 타인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그런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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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 어느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취미 수집 생활
김은경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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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내가 혼자 틀어박혀서 뜨개질이니, 소품이니 이것저것을 내키는 대로 만들어 대는 날이 있다. 손을 조물락대면서 죄그만 무언가를 만들다보면 시간은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만들기를 시작해서 중간에 잠시 ‘몇시지?’ 싶어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두시나 세시가 되기 일쑤고 거기서 좀더 몰입해서 빠져 있다 보면 밤을 새는 것도 십상이다. 그런 날, 그런 나를 두고 어머니는 가끔 ‘또 공장 돌렸느냐?’며 웃으신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악필로 명성을 떨쳐온 나는 그리기니 켈리니 하는 것들에는 영 젬병이라 그런 쪽으로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베이킹이니 점토니, 수공예니 하는 것들에는 제법 손가락이 민첩하게 움직여서 다 만들어 놓고 혼자 뿌듯해 하곤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혼자보기에 좋을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내놓지는 못한다. [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습니다]의 저자 김은경은 나보다 금손이라 그림부터 가죽 공예, 뜨개질, 인형만들기 등 손으로 만드는 무엇이든 만들어낸다.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이 정도의 금손이면 인정!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은경씨는 디자이너로 취직하여 십여 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그 세월과 사연이 이 에세이에 다 드러나 있지 않지만 어떠한 생활이었을지 절절히 이해된다.) 그는 여전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취미들을 함께 겸하며 차곡차곡 살아가고 있고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생활의 자취를 담아 탄생한 책이다.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데 단지 보기에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을 일컫는 말이다(심지어 대부분 비싸기까지 한 물건이다). 그런데 저자는 쓰레기로 버리려던 것을 재활용해서 쓸만한 쓰레기인데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노트를 만들었다. (본문 챕터 7, 쓸만한 쓰레기 중에서) 본업이 디자이너이니 그림을 그리는 뭐 그런 취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뜨개질도, 가죽 공예도 수준급인 저자의 금손이 만들어낸 쓸데 있는 것들을 읽다 보면 내 손도 절로 근질거린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손으로 만들어온 작품들을 만드는 방법만을 설명한 실용서는 아니다. 그것을 만들면서 저자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일상의 일들이 가지런한 글자가 되어 차곡차곡 함께 실려 있다.

 

 저자는 ‘일 년 사계절,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는 여전히 답이 없는 고민에 시달리는 나를 물레처럼 굴려줬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대부분을 쉬고 있는 지금, 이러다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가 그래도 심심풀이 땅콩 삼을 취미가 있어 하루하루 얕은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고 저자의 말에서 전한다. 고민이 있거나,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드로잉북이나 필사북을 찾거나 수세미라도 떠보려고 수공예 소모임앱을 기웃거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손으로 조물딱 대는 것은 머리를 비워주는 일이어서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산해 낸 것들에 자부심을 느끼고, 생산하느라 흘러가버린 시간에 근심도 같이 흘려보내는 일이, 손으로 만드는 행위가 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쓸데없는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것을 만들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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