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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이드는 프로이트 이전부터 동양에 있었다 - 서양심리학 vs 동양심리학
진혁일 지음 / 보민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서양심리학의 원류라고 볼 수 있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칼 융의 분석심리 그리고 동양심리학의 사상적 핵심인 이기론(理氣論)을 이 한 권의 책에서 함께 논한다. 개별 심리학자와 각각의 심리학 혹은 사상을 따로 두고 설명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의 특성과 대략을 설명한 후, 이질적인 두 세계의 심리학을 하나의 통 안에서 융화시키고 적용해 본다.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하여, 무의식의 세계,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탐구가 서양심리학에서 먼저 연구되고 분석되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이(理, 질서, 법칙)와 기(氣, 에너지)에 대한 사유와 그 정립을 통하여 동양심리학에서 이어저 내려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신간 [자아와 이드는 프로이트 이전부터 동양에 있었다]는 제목부터 만만치 않다. 프로이트가 정립한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학문적인 분석은, 용어가 다를 뿐 동양에서 이미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은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저자는 실제로 접근법이 다른 두 세계의 심리학을 각각 비교하는 내용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정신(마음, 영혼, 의식, 사상,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고 입자도 없지만 분명히 사람 내부에 존재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실험한다는 ‘경험과학’적인 측면으로 심리학을 연구하는 게 과연 맞을까? 저자도 이 책에서 썼다시피, 현재의 서양심리학은 실험이나 수치, 결과 등으로 실증(입증)되지 않으면 무조건 신비주의로 취급하는 기조가 강하다. 그러나 카리스마나 아우라, 우리나라 말로는 기(기운, 분위기 등등)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들은 기계나 공식으로 수치화 할 수도 없고, 수학이나 계산으로 증명할 수도 없는 영역에 있다.
프로이트와 칼 융은 그래서 천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세계, 의식와 정신의 세계를 추적한다는 것은 보이는 세계를 추적하는 일에 비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이 두 학자의 연구(그리고 여기에 아들러까지 합쳐서..)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양심리학에, 현대의 우리는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 서점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심리학 서적들의 대부분이 이 연구 결과를 재생산한 것들이니까.
그러나 인간의 심리를 그 뿌리부터 보다 깊이, 보다 완전한 방향으로 이해하려면 서양심리학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유를 저자는 본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이나 우주를 둘러보면, 만물이 반드시 경험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서양심리학의 관점에서 세상 모든 씨앗들은 다 똑같은 씨앗이어야 한다. 사과 씨앗, 포도 씨앗, 복숭아 씨앗 등의 구분이 없고, 모든 씨앗은 다 똑같은 씨앗인 것이다. 다만 그 씨앗들이 어떤 토양에 뿌려지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어떤 씨앗은 사과가 되고, 어떤 씨앗은 복숭아가 된다. 이것이 가능할까? (중략) 태생이 사과나무는 영원히 사과나무이고, 태생이 복숭아나무는 영원히 복숭아나무인 것이다.
동양심리학의 관점이 바로 이와 같다. 서양심리학이 씨앗이 뿌려진 환경을 중시하는 경험과학의 관점이라면, 동양심리학은 씨앗 그 자체를 중시하는 자연과학의 관점인 것이다.
133쪽
씨앗과 그 환경,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의식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의식 환경을 함께 살펴봤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제대로 우리의 정신세계에 대해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서양심리학에 대한 내용 자체를 새로울 게 없으나, 책 중반과 후반부에 실린 동양심리학에서의 자아와 이드에 대한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명리학, 육친 등의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 것도 좋고 그 개념들과 서양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지어 내용을 펼쳐가는 부분도 재미있다.
자연이나 우주를 둘러보면, 만물이 반드시 경험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서양심리학의 관점에서 세상 모든 씨앗들은 다 똑같은 씨앗이어야 한다. 사과 씨앗, 포도 씨앗, 복숭아 씨앗 등의 구분이 없고, 모든 씨앗은 다 똑같은 씨앗인 것이다. 다만 그 씨앗들이 어떤 토양에 뿌려지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어떤 씨앗은 사과가 되고, 어떤 씨앗은 복숭아가 된다. 이것이 가능할까? (중략) 태생이 사과나무는 영원히 사과나무이고, 태생이 복숭아나무는 영원히 복숭아나무인 것이다. 동양심리학의 관점이 바로 이와 같다. 서양심리학이 씨앗이 뿌려진 환경을 중시하는 경험과학의 관점이라면, 동양심리학은 씨앗 그 자체를 중시하는 자연과학의 관점인 것이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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