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짬뽕' 드셔 보셨나요?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음식점인데,아내가 하도 맛있다고 하길래 한 번 먹으러 가봤어요. 매운 맛과 순한 맛 두 종류가 있는데, 순한 맛을 주문했어요.
"어때?"
"그닥…"
"…"
그러나 제 입맛만 별종인가봐요. 주변엔 손님이 넘쳐나더군요. ^ ^
그릇 한쪽을 장식한 멋진 글씨가 인상 깊어 찰칵! 무슨 내용일까요?
이건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를 짜집기한 내용이에요. 그래서 그럴까요, 약간 문맥이 어색해요. 대략 의미를 풀이하면 이래요: "물가에 차례로 앉았나니 이 날은 하늘이 청명하고 뜻이 담박하여 즐길만 하였다. 비록 사죽(絲竹)의 악기가 없어도 그윽한 정을 펼칠만 하였다. 하여 차례로 각자의 흥을 서술하였다(水列坐其次 是日也 天赫懷間 可樂也 雖無絲竹 亦足以暢敍幽情也 故列敍以興爲述)." * 진한 한자는, 원문과 대조해도,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짐작되는 한자로 바꾼 거에요. (정확치 못해 죄송. ㅠㅠ)
<난정기>는 일가친족들이 난정에 모여 가졌던 즐거운 모임을 그린 산문이에요. 전반부는 그 즐거운 모임에 대한 내용을, 후반부는 즐거움 뒤에 오는 슬픔을 그리고 있지요. 서예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요.
짬뽕 그릇에 이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처럼만에 외식을 나왔으니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다가라는 의미 아닐까 싶네요. ^ ^
한자를 한 번 읽어 보실까요? 글자 수가 많으니 조금씩 띄어서 읽어 보도록 하시죠.
물수 벌일렬 앉을좌 그기 차례차, 수열좌기차(水列坐其次) / 이시 날일 어조사야, 시일야(是日也) / 하늘천 빛날혁 품을회 사이간, 천혁회간(天赫懷間) / 가할가 즐거울락 어조사야, 가락야(可樂也) / 비록수 없을무 실사 대죽, 수무사죽(雖無絲竹) / 또역 족할족 써이 펼창 베풀서 그윽할유 뜻정 어조사야, 역족이창서유정야(亦足以暢敍幽情也) / 연고고 벌일렬 펼서 써이 흥흥 할위 지을술, 고열서이흥위술(故列敍以興爲述).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낯선 글자도 많지만 이미 배운 글자도 꽤 많군요. ^ ^ 그럼, 배운 글자는 빼고 낯선 글자만 한 번…
列은 冎(뼈발라낼과)와刂(칼도)의 합자에요. 뼈에 붙은 살을 발라내듯 칼을 가지고 물건을 분해한다란 의미에요. 벌이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분해하여 늘어 놓았다란 의미로요. 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伍列(오열), 대열(隊列)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次는 二(두이)와 欠(모자랄흠, 하품흠이라고도 하죠)의 합자에요. 최고(선)보다 모자란 두 번째란 의미에요. 보통 '버금차'라고 읽지요. 차례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두 번째 차례란 의미로요. 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次席(차석), 目次(목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是는 日(날일)과 正(바를정)의 합자에요. 차별없이 비추는 태양처럼 바르다(옳다)란 의미에요. 是가 지시대명사의 의미인 '이'란 뜻으로도 사용하게 된 것은 是가 가진 음을 차용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요. 즉 '이시'라는 말은 있는데 글자가 없는 상태에서 是와 소리값이 같으니 是를 '이시'로도 사용하게 된 것이죠(이상은 추측입니다. ^ ^). 是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 이 날을 목놓아 통곡한다란 의미에요. 을사조약을 비판한 장지연 선생의 논설 제목이죠), 是是非非(시시비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赫은 赤(붉을적)이 중첩된 것으로, 붉은 불꽃이 매우 선명하고 강렬하다란 의미에요. 赤은 大(큰대)와 火(불화)의 결합으로, 커다란 불꽃의 색깔[붉은색]이란 의미에요. 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赫赫(혁혁), 赫怒(혁노, 발끈하고 성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懷는 忄(마음심)과 褱(품을회)의 합자에요. 물건을 품속에 간직하듯 항상 잊지 않고 생각한다란 의미에요. 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懷抱(회포), 懷妊(회임, 임신을 높여 부르는 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雖는 虫(벌레충)과 唯(대답할유, 부를 때 즉시 응답하는 말이에요. '예!' 정도의 의미지요. 唯는 '오직유'로도 많이 사용하죠)의 합자에요. 본래는 즉시 응답하는 것처럼 감각이 예민한 파충류[도마뱀]의 일종을 가리키는 글자였어요. 雖가 '비록'이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앞서 설명한 是와 마찬가지로, 雖가 가진 음을 차용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요. 즉 '비록수'라는 말은 있는데 글자가 없는 상태에서 雖와 소리값이 같으니 雖를 '비록수'로도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부사적 쓰임이라 문장을 예로 들어야 겠네요. 雖有智慧不如乘勢(수유지혜불여승세: 비록 지혜가 있더라도 시세를 타는 것만 못하다. 시세를 타야 공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에요)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絲는 실타래를 그린 거에요. 幺는 실을 꼰 부분이고 小는 꼬고 난 나머지 부분을 그린 거지요. 보통 糸 한 자로 표기하지요. 絲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絲事(사사, 길쌈), 絲不如竹竹不如肉(사불여죽죽불여육, '현악기는 관악기만 못하고 관악기는 육성만 못하다'란 뜻으로 음악은 자연에 가까울수록 좋다는 의미에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亦은 사람의 의미인 大에 양쪽 겨드랑이를 의미하는 丿 乀 를 추가한 거에요. 겨드랑이란 뜻이에요. 亦이 '또'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是나 雖의 경우와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亦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亦是(역시)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足은 잘 아시죠? ^ ^ 口는 넓적다리와 정강이를 뜻하고, 止는 발바닥과 발등 · 발가락을 뜻해요. '만족하다'란 의미로도 많이 사용하죠. 이 경우는 발(하체)이(가) 튼튼하다란 의미에서 연역된 것으로 보여요. 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手足(수족), 滿足(만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以는 已(그칠이, 이미이)를 뒤집어 놓은 거에요(모양이 약간 달라졌죠). 본래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사용한다'란 의미지요. 以를 보통 '써이'라고 읽는데, 이때 '써'는 '수단, 방법'이란 의미에요. 본 뜻에서 연역된 의미라고 할 수 있지요. 以가 들어간 예는 주로 '써이'로 사용된 예에요. 무엇이 있을까요? 사친이효(事親以孝, 어버이를 효로써 섬긴다. 화랑의 세속오계중 한 덕목이죠), 以心傳心(이심전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暢은 申(펼신)과 昜(陽(볕양)의 옛 글자)의 합자에요. 햇볕처럼 막힘없이 펼쳐져 있다란 의미지요. 暢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暢達(창달), 和暢(화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敍는 余(나여)와 攴(칠복)의 합자에요. 강제로[攴] 차례를 세운다란 의미에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소리값이 변했죠. 여 -->서). 베풀다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것이지요. 차례대로 베풀다란 의미로요. 敍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敍述(서술, 차례대로 진술함), 敍事(서사, 사실을 서술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幽는 山(뫼산)과 幺(작을요)의 중첩자가 합쳐진 거에요. 작은 것은 그 자체도 알아보기 힘든데, 깊은 산 중에 들어 있어 더더욱 알아보기 힘들다란 의미에요. 이런 것을 '그윽하다'고 하지요. 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幽靈(유령), 深山幽谷(심산유곡)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故는 古(옛고)와 攴(칠복)의 합자에요. 드러난 현상의 배후에 필연적으로[攴] 있는 오래된[古] 이유란 의미에요. 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緣故(연고), 故事成語(고사성어, 어떤 사건을 매개로 만들어진 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述은 辶(걸을착)과 朮(術(길술, 꾀술)의 약자)의 합자에요. '큰 길[朮]을 따라 걸어간다'란 의미에요. '큰 길[朮]을 따라 걸어간다'란 의미는 단순한 물리적인 의미뿐 만 아니라 '선인이 밝혀 놓은 대도(大道)를 따라 일을 수행한다'란 추상적 의미이기도 해요. 述이 들어갈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祖述(조술, 선인의 주장이나 학설을 본받아 서술함), 著述(저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벌일렬, 차례차, 이시, 빛날혁, 품을회, 비록수, 실사,
또역, 써이, 펼창, 베풀서, 그윽할유, 연고고, 지을술, 발족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是, 目( ), 和( ), 伍( ), 祖( ), ( )心傳心, ( )日也放聲大哭, ( )抱,
( )不如竹竹不如肉, 事( ), 赫( ), ( )有智慧不如乘勢, ( )靈, 手( ), ( )述
3. 다음을 읽고 느낌을 말하시오.
영화 9년 늦봄, 회계군의 산음현에 있는 난정에 모두들 모이니 계제사를 행하기 위함이었다. 여러 선비와 늙은이 젊은이 모두 함께 모였다. 높은 산과 험준한 고개와 우거진 수풀과 곧게 뻗은 대나무가 있고, 또 맑은 개울이 있어 좌우에 빛났다. 곡수에 잔을 흘려두고 차례를 지어 앉으니 비록 사죽의 관현악의 성대함은 없으나,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그윽한 정을 펴기에는 족하였다. 이날 하늘은 빛나고 대기는 맑아 은혜로운 바람이 가벼이 움직이니, 우주의 큼을 우러러 바라보고, 만물의 풍성함을 굽어 살피어, 눈을 놓고 생각을 달리매 보고 들음에 걸릴 바 없으니, 이야말로 진실로 즐거운 일이었다.
무릇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혹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가지고 한 칸 방 안에서 벗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혹은 그윽한 느낌에 의지하여 육체의 밖을 마음껏 노길기도 하는 것이다. 비록 그 나아감과 물러남이 아주 다르고, 고요하고 날뜀은 같지 않지마는, 자기의 마음에 맞는 즐거움을 만나면 느긋한 생각에 스스로 만족하여 다가오는 늙음을 깨닫지 못하고 지낸다. 그 즐거움마저 염증이 나면 벌써 감정은 일을 따라 변해가는 것이니, 여기서 깊은 회포만 계속되는 것이다. 엊그저께 즐겨 하던 일도 이렁저렁 하는 동안에 어느새 그만 지나간 묵은 자취가 되어버리는 것이니, 더욱 그 때문에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목숨이 길거나 짧거나 마침내 모두가 자연의 조화를 따라 다함에 돌아감에랴. 옛사람이 이르기를 "살고 죽음이 또한 큰일이다" 하였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매양 옛사람의 감흥을 일으키는 까닭은 살펴보면 꼭 내 마음과 같아서, 일찍이 남의 글을 보고 어딘가 마음이 슬퍼져서 그 회포를 달랠 수 없지마는,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을 하나로 보는 것도 허망한 말이요, 팽조와 같이 오래 사는 것과 일찍 죽어버리는 것이 같다고 하는 것도 또한 망령된 글이라 하겠다. 미래의 사람이 현재를 보는 것이 또한 현재 사람이 옛날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니, 슬픈 일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적고, 그 말한 바를 기록하노니, 비록 세상이 바뀌고 일이 달라지더라도, 그 회포를 일으키는 데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이 뒤에 이 글을 보는 이도 또한 그 느낌이 없지 않으리라. (김달진 역, <난정기>)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 會于會稽山陰之蘭亭, 修禊事也. 君賢畢至, 少長咸集, 此地有崇山峻嶺, 茂林修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引以爲流觴曲水, 列坐其次,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是日也, 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夫人之相與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雖趣舍萬殊, 靜躁不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得, 曾不知老之將至,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向之所欣, 俛仰之間, 以爲陳迹, 尤不能不以之興懷. 況修短隨化, 終期於盡, 古人云死生亦大矣, 豈不痛哉. 每攬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 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殤爲妄作. 後之視今, 亦猶今之視昔, 悲夫.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雖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王羲之, <蘭亭記>) * 진한 글씨는 짬뽕 대접에서 짜집기한 부분.
오늘은 공부한 양이 많이 머리 아프시겠어요. ^ ^ 푹 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