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작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처음엔 소년물이고 곤이 꿈을 품고 헌터 시험을 보러 상경했는데 점점 시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물론 경쟁자들도 낚싯대 하나로 상대하기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여기선 잔혹한 성격인 히소카가 곤 한정으로 자신이 라이벌이 될 수 있도록 양도(?)해주는 친절함을 내보이는 게 돋보인다. 즉, 스토리가 곤의 천진난만한 꿈을 꺾으려는 모든 상황을 재현해내는 게 보인단 소리다. 아마 키르아와 같이 할아버지의 공을 뺏으려 노력하는 데서부터 이 헌터X헌터 리메이크의 진정한 의도가 보였으리라 생각이 된다. 살수 집안에서 태어난 키르아는 집에서 배운 대로 할아버지를 죽여서 공을 빼앗고 싶어한다. 이는 히소카와 마찬가지인데, 그는 시험관을 해친 관계로 시험이 취소된 바 있다. 이로 보건대 헌터X헌터 리메이크 내에선 힘세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인간이 반드시 헌터의 자격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이것은 또한 구루메로 헌터가 된 여성을 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도 졌다는 소리가 나오게 하는 이 토너먼트에선 근성을 보는 것 같다. 아무튼 근성소년 곤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게 리메이크의 주제이다. 원작의 병맛과 잔혹성을 빼버려서 산뜻한 점이 돋보인다. 취주악 같은 경쾌한 OST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들 리메이크를 욕하는데, 사실 평범한 소년물은 저래야 하는 거 아닌가. 건담 ZZ같고 좋구만(?)
곤X키르아 커플(이젠 확정을 지어부렸다)이 마냥 이쁘기만 한 이유는 서로의 단점을 보강해주기 때문이다. 곤이 자신에게 솔직한 반면, 곤을 생각하는 키르아의 마음은 독백으로만 등장한다. 그래서 때론 짝사랑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버지와 상견례할 때 아버지가 '키르아는 반드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혼잣말했는데 그걸 노린 듯. 그러나 냉정한 키르아가 점점 츤데레(...)가 될 지언정 곤이 디테일한 점을 갖추도록 챙겨주고 곤이 받아주기 때문에 짝사랑이 아닌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둘 다 어려서 서로 실수도 있고 때론 상대방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서로 존심만 세우지 않는다면 둘의 성격상 오래 갈 그런 궁합이다. 그 때문에 히소카의 곤에 대한 일방적 애정은 더 끔찍하게 비춰진다. 특히 곤과 키르아의 성향을 분석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계속 곤과 친구가 되길 거부한다는 데서 더더욱. 사람을 피규어 다루듯이 하는 그 사랑은 상대방을 망가뜨려 놓는다.
근데 사실 곤이 무신경해 보여도 키르아에 한정해서는 알 거 다 안다. 키르아가 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데도 부들부들 떨어서 나중에 사과할 때도 태연하게 '어 니가 그럴 거 같았어' 그러지 않나 ㅋ 또 히소카가 비중 있었던 초반에 압도적으로 히소카 이야길 많이 하질 않나. 그래서 그때는 키르아 비중이 별로 없닼ㅋ 내가 키르아 모에한 게 히소카 지나서였으니.. 그래서 솔직히 키르아가 에너지 방전되서 관계가 힘들지 몰라도 곤이 눈치채지 못해 나중에 힘들어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듯 ㅋㅋ 아 얘기할수록 곤 시키 90년대 쓰렉 하렘 주인공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