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지만 이른 봄철 유독 사랑받는 꽃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매화가 그 꽃이다. 옛 선비들의 매화를 향한 마음을 따라가기에는 멀었지만 현대인에게도 매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꽃이다. 몸도 마음도 얼어 움츠리던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한데 매화가 가진 느낌은 그것을 넘어선다. 모양에 향기를 넘어 정신에 이르기까지 탐매(探梅)에 열을 올리곤 했다.
매화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하여, 송죽(松竹)과 함께 변치 않은 벗으로 흔히 이들을 두고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었다. 그중에서도 매화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것과는 달리 꽃피고 향기 날리기 때문일 것이다. 한겨울 아직 찬바람 불고 녹지 않은 눈길을 밟아 선비들은 탐매의 길을 나섰다. 그렇게 매화나무 아래에서 시를 읊으며 풍류와 아취를 즐겼다. 이는 매화에 선비들의 마음을 부여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여, 탐매의 길은 풍류와 아취를 넘어 성찰의 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이 탐매의 길에선 선비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동은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네
- 신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라는 문장에 담긴 옛 선비의 그 마음자리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른 봄부터 몸이 들썩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전국 각기 유명한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꽃소식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이른바 현대판 탐매문화로 불러도 될 듯싶다.
“선암사의 선암매, 금둔사의 납월매, 강릉의 오죽헌 율곡매, 화엄사 각황전의 홍매, 화엄사 흑매, 창덕궁의 만첩홍매, 단속사 정당매, 도산서원 매화, 산천재의 남명매, 하회마을 서애매, 통도사의 자장매, 산청의 도산매, 전남대학교 대명매, 백양사 고불매, 지실마을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 무위사 만첨홍매, 김해 와룡매, 동계종택 백매, 곡전재 분홍매, 대원사 백매, 횡천리 야매”
먼 길 마다않고 지역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니 찾아다니며 매화만 봐도 봄 한철 그냥 지나가겠다. 그렇게 찾아간 매화나무 아래서면 “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이라 노래한 서안나 시인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을런지.
남쪽부터 피기 시작한 매화 따라 해남 보해 농장, 광양 매실마을의 북적이는 매화도 좋지만 고즈넉한 산사에 홀로피어 더 빛을 발하는 매화 찾아 늦기 전에 매화 따라, 매화 보러, 매화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