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 내전은 20세기 역사에 있어 최악의 내전이자, 국제분쟁이었다.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와 혐오, 민간인 학살, 인종청소, 부녀자들과 아이들에 대한 인권 유린 등,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나치들이 저질렀던 만행들이 이 내전이 지속되는 와중에 일어났다. 유고슬라비아의 영웅인 요시프 브로즈 티토가 사망한 이후 국가가 사분오열된 유고슬라비아는 종족분쟁과 소수민족 대립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사태였다.
(유고슬라비아의 해체 과정)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과 인종청소는 참으로 추악하고도 잔인했다. 그러나 이 추악하고 잔혹한 내전에 이른바 NATO군의 이름으로 군대와 대규모의 항공력을 투입했던 나라가 있다. 그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이 추악한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생각보다 안 알려졌다는 점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 이전에 미국이 개입했던 또 다른 전쟁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도데체 미국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어떤 일을 했는가? 따라서 이 글에서 필자는 유고슬라비아 내전 그 자체 보단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미군의 개입을 중심으로 보고자 한다.
(1990년대 당시 한국 언론에도 보도되었던 유고슬라비아의 상황)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 유고슬라비아는 현재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보스니아를 합친 6개의 연방으로 이루어진 국가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았던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공산주의 지도자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가 4년간의 파르티잔(빨치산) 투쟁을 전개했었다. 동쪽에서 진격하던 소련군과 연합하여 유고슬라비아를 해방시킨 티토는 유고슬라비아의 지도자가 되었다. 냉전 초기 스탈린과 대립하던 티토는 동유럽 국가 중에 유일하게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고, 이른바 자주노선을 택하면서 미국과 소련 그리고 제3세계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했었다. 심지어 사회주의권에서 해외여행의 자율화를 최초로 성공시킨 나라였다.
그러나 1980년 티토가 사망한 이후 유고슬라비아는 점차 힘을 잃게 되었고,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연방이 해체가 되었고, 티토 사후 표출된 민족갈등 그리고 종족 갈등은 내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것이 내전으로 이어지고 연방국가로 나뉘게 된 것은 유고슬라비아의 인구 구성이 중국의 한족(중국 인구의 94% 이상)이나 베트남의 비엣족(킨족, 베트남 인구의 87%이상)과는 달리 가장 많은 종족이 40% 안팎이었던 점도 많이 작용했다.(이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소수민족과 다수종족의 인구 비율과 비슷하다.)
1992년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이던 보스니아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3년 동안 지속되었던 이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측은 차마 입으로 표현하기도 힘든 학살과 범죄 그리고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당시 미국은 평화유지군(사실상 NATO군)의 일원으로 대략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병했다. 이것은 평화유지군으로 들어갔던 미지상군을 뜻한다. 1993년 4월 미국과 NATO 소속의 항공기들은 이른바 작전명 디나이플라이트(Deny Flight)로 알려지게 되는 작전에서 보스니아에 비행금지구역을 강제로 적용했다. 그리고 그해 8월엔 사라예보(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된 그 도시가 맞다.)를 포위한 보스니아의 세르비아인들을 응징하기 위해 공중폭격을 실시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평화 유지군으로 파견된 미군)
1994년 4월 미군 항공기들은 세르비아측의 목표물들에 산발적인 항공기 타격을 가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1995년 8월 28일 세르비아측에서 사라예보 시장에 박격포 공격을 가하자,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이른바 딜리버럿포스 작전(Operation Deliberate Force)을 나섰다. 이 작전은 17일간 전개되었다. 400대 이상의 나토군 항공기가 항시 대기했고, 5개국 18개 비행장과 최대 3척의 항공모함에서 3,500회 이상의 비행이 이루어졌으며,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NATO군(사실상 미군이라 봐야함) 항공기는 1,026발의 폭탄과 미사일을 48개의 표적에 발사했다.
(코소보 내전 당시 투입된 미군)
(F-15 전투기,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군에게 맹폭을 가했던 항공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보스니아에 개입하면서 RQ-1 프레데테 무인 항공기(UAV)도 실전에 투입했다. 알바니아의 자데르에 있는 부대가 보스니아로 날아가는 프레데테를 조종했고, 총 15회나 출격시켰다. 물론 이것이 효과가 크기 않았기에 미국은 공습을 지속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당시 미군의 교전 방식은 단순했다. 세르비아측을 섬멸하기 위해 들어간 미군은 세르비아측 저격수가 사격을 가하면 바로 공군기를 출동시켜 저격수가 있는 건물 자체를 무너뜨려 버렸다. 특히나 F-16혹은 F-18 공군기가 세르비아군 거점에다 무차별 맹폭을 가했었다. 아무튼 내전은 전황이 불리해진 세르비아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서 종결되었다.
(B-2B 스텔스 폭격기, 한 대당 약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자랑하는 이 스텔스기는 코소보 내전 당시 미국이 투입했던 최강의 전력이었다. 심지어 이 기종은 유럽 인근이 아닌 미국 본토에서 출격하여 유고를 폭격하고 다시 미국 본토로 복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뒤인 1998내전이 다시 발발했다. 그 전쟁이 바로 코소보 내전이었다. 코소보 지역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1999년 3월 24일부터 6월 10일까지 작전을 전개했다. 이 작전은 78일간 전개되었고, 총 829대의 항공기가 동원되었으며, 3만 8,000회 이상의 비행을 실시했었다. 코소보 내전 동안 미군을 위시한 NATO군은 세르비아의 목표물에 2만 3,600발 이상의 폭탄을 사용했다. 미군의 첫 공격에만 미국 수상함 4척과 미국 잠수함 2척, 영국 잠수함 1척이 나섰고, 214대의 미국 항공기와 130대의 연합군 항공기(밀리터리 전문가 이세환에 따르면 총 400대의 NATO 항공기)가 100여 발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었다.
당시 미군이 투입한 항공기 종류는 다음과 같다. 전투기 F-16, 전투기 F-15, F-117, B-52, B-1B 그리고 B-2A였다. 특히나 스텔스 폭격기인 B-2A의 경우 폭격 작전에서 미국 본토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발진했다. 중간에 급유기로부터 기름을 지원받으며 유고슬라비아까지 가서 폭격임무를 마친 뒤 미국 본토로 귀국하는 기록을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미국은 코소보 내전에서 매우 비싼 항공기를 투입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코소보 내전도 (신)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던 밀로셰비치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서 끝이났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약 3년간 진행된 보스니아 내전과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진행된 코소보 내전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와 전쟁범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전쟁보다 추악하고도 잔인했다. 물론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나 신유고연방의 밀로셰비치 등이 저지른 악행들은 차마 입으로 표현하기 힘든 전쟁범죄였다. 그러나 미국의 민중사학자 하워드 진이 주장하듯이, 인종청소를 자행한 이들과는 별개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미국이 진행한 폭격 또한 무수히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만들었다.
(코소보 내전 당시 미군의 맹폭격을 받은 베오그라드)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공중폭격 또한 한국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군 폭격처럼 진보적인 지식인들이나 사학자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다. 또한 코소보 내전 당시 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은 미국을 강력히 비판했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폭격에 대해 러시아인의 96%가 “반인륜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조사에서는 81%거 미국의 정책을 반러시아적이라고 응답했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미국이 러시아 국경지역에 “역으로 철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인식하기도 했다. 따라서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벌어진 참상과 더불어 NATO군 형태로 개입하여 마찬가지로 무수히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한 미국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참고문헌
『궁극의 군대』, 토머스 G. 맨켄, 김수빈(역), 미지북스, 2018
『미국 민중사 II』, 하워드 진, 유강은(역), 이후, 2008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II』,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공저), 이광일(역), 들녘, 2015
『좌파 세계사』, 닐 포크너, 이윤정(역), 엑스오북스, 2016
『하워드 진』, 아거, 인물과사상사, 2020
「유고 내전 총합본」, 샤를TV, 2020년 7월 21일자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