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문학동네 김희숙님의 번역을 보며 느낀 것은, '번역은 또 다른 창작' 이라는 것이다.
이 생각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의 채애리님 번역본을 보며 처음 들었다. 실제 원문은 보지 못했지만, 대화들을 작가의 감정과 의도함을 잘 살려서 번역한 것 같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마디로 '참 말이 많다' . 죄와벌에도 그렇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그렇다. 그래서 그 대화체를 잘 번역해야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두꺼운 3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이 위대한 책을 모조리 읽어내려면 정말 번역이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 사둔 민음사 카라마조프가 있지만, 책이 너무 두껍고 개인적으로 문동을 좋아하니 전자책으로 문동 김희숙님의 번역본 1권을 거의 다 읽었다.
사실, 문동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역시 오래되고 직역이 가득한 미음사와는 다르네'라고 느꼈고, 하인 스메르자코프의 "~했습니다요"와 같은 표현의 유래를 알려줘서 전문성 또한 있었다.
1권을 읽으며 밑줄친 부분 몇 부분을 열거해본다.
문동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민음사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문동 (124)
무엇보다 거짓을, 모든 종류의 거짓을, 특히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하십시오.
민듬사 (122)
무엇보다도, 거짓을, 어떤 것이든 거짓을 피하고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하십시오.
문동 (124)
자기 안에 있는 그 무엇이 추악하게 여겨질지라도, 자기 안에 그것이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깨끗하게 정화됩니다.
민듬사 (122)
부인의 내부에서 어떤 것이 부인께 추잡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부인께서 자기 내부에서 그것을 인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정화되는 겁니다.
이 부분은 민음사의 번역이 특히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세심하게 읽지 않으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것 같다.
문동 (342)
왜냐하면 수도사란 무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상의 모든 사람이 마땅히 되어야 할 그런 사람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음사 (341)
왜냐면 수도승은 뭔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속세의 모든 사람들이 응당 되어야 할 그런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문동 (362)
다만 다들 뒷구멍으로 그러지만 나는 탁 까놓고 그러는 것뿐이야. 그 추잡한 놈들이 죄다 나한테 덤벼든 것도 내가 이렇게 솔직하기 때문이지. 나 그대의 그 천국에는,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갈 생각 없다.
민음사 (361)
다만 다들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나는 탁 터놓고 한다는 말이지. 내 이렇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건만 이런 나를 온갖 추잡한 놈들이 못 잡아 먹어 안달이라니까. 그나저나,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자네의 그 천국이라면 나는 들어갈 마음이 없어.
문동 (433)
아빠, 아빠, 부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쎄?
민음사 (433)
아빠, 아빠, 정말 부자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힘이 쎈 거야?
10살도 안된 아이의 대화로 문동이 적합한 것 같다. 매끄럽기도하고.
문동 (443)
우리가 당한 치욕의 대가로 당신네들로부터 돈을 받는다면 제 아들 녀석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민음사 (444)
내가 받은 치욕의 대가로 당시네들한테 돈을 받는다면, 우리 아이한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걸 발명해내야 한다. 라는 인용의 경우
문동은 "볼테르의 '서한집' CXI, '세 협잡꾼에 관한 새 책을 쓴 작가에게 보내는 펴지'에서 인용한 말" 이라고 되어있고
민음사는 "앞서 표도르도 인용한 볼테르의 말"이 전부이다.
문동이 더 나중에 나온 것 같으니, 그 동안 더 연구가 되어졌을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민음사의 번역이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대화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황을 고려하고, 또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번역한 문동의 번역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