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계절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7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김영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소설의 배경 시대가 1793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없다.
    게다가 수줍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새침떼기 같이 생긴 소녀의 얼굴을 보면,
    '소녀,소년들의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1793년의 황열병' 이라는 원제목을 '열병의 계절'이라고 바꾼 것이 결정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치, '사랑앓이의 계절'처럼 보이지 않는가)

    '황열병으로 가족과 터전을 잃은 소녀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라는 뒷표지에
    써있는 내용이 없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려 217년 전의 배경을 하고 있는 소설의 표지에 저런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표지라니. 센스꽝이잖아. -_- 

    내용은 재밌었다. (그럼에도 별사탕을 2개만 박는 인색함을 보인 것은 나의 뇌를 자극
    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5,000명의 영혼을 거두어 갔지만 그 병을
    이긴 자들이 어떻게 그 악몽같던 시간을 버티어 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청진기나 체온계도 없던, 의학이 아주 열악했던 시절이었으니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는지도
    몰랐던 순진한 사람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병을 몰아내려고 했었다.
    그 황열병을 옮기는 주범이 '어느 밀림의 암컷 모기'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들은 쉴 새 없이
    자신들 주변을 앵앵거리는 모기들을 피하거나 필사적으로 죽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어쨌든, 걸리면 엄청난 고열에 시달리다가 검은 피를 토하고 단시간에 죽는 그 무서운 병은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눈다. 자신이 피해볼까봐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외면하는 부류와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을 돕는 '영웅적인' 부류이다.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릴 때,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재채기를 하거나 기침을 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향해 욕을 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뭐라고 했다고 한다. 코가 간지러워서 그랬는지
    비염이라서 그랬는지 다른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나에게 위협하는 병원균' 취급을 했다.
    목숨과 달려 있는 병이었으니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 황열병을 옮길까봐, 필라델피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도시로 오는 것에 총을 들고서
    막는 타도시 사람들을 보았을 때는 측은하기도 했다. 

    지금의 인간은 천적이 없다. 유일한 것이라곤 바이러스와 자연재해, 그리고 전쟁이다. 
    지금 세대의 인류 역사를 보면 많은 전염병들과 자연재해들은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간 솎아내기'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연의 모든 생물은 자기 위치에서
    모두 적당한 개체 수를 유지한다. 천적에 의해서. 인간은 도대체 적당한 선이란 것이 없다.
    개체 수가 너무나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생물들과 지구에 위협적일 정도로.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솎아내기' 작업은 인류의 의학과 문명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동기가 된다.  그리고 인간들 수가 더욱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쟁은 인간들 스스로 벌이는 짓이다.
    나는 가끔 이해가 안되곤 했었다. '신은 왜 저렇게 무식한 짓거리에 침묵을 하는가'
    신이 있다면 영토전쟁은 그렇다쳐도 종교전쟁은 도저히 눈뜨고 봐줄만한 일이 아니잖아?
    그건 그것대로 인간의 개체 수 줄이기 작업이 아닌가 싶다.
    상당히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어울리지 않게, 재난을 당한 인류에 대한 영화나 책 등을 보면서 '희생적인 몇몇의
    인간들' 덕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동물이나 자연 등에 헌신하는 인간을
    보면 마구 껴안고 사랑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들은 확실히 사랑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나 지구가 아무리 심하게 '인간 솎아내기' 작업을 한다 해도 나는 침묵을
    지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종이 더 빨리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을 싫어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하루종일 사고치는 강아지를 심하게 혼내고 나서도 그 귀여운 표정으로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안아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분명, 추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생물이기도 하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음악, 문학, 예술 등 너무나 많은 작품들을 보고 미워할 자가 어디 있나) 

    소설 속, 14살 소녀'매티'는 죽음과 굶주림을 겪고 나서 더 이상 '어린 여자애'가 아니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혼자 힘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하루 하루 힘차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성숙한 사람이
    된 모습으로 끝인사를 보내온다.
    지금의 인류는 '어린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청소년 같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니, 나는 그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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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책내용이 따로 노는 거군요.
열병의 계절이라는 제목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을까요?

L.SHIN 2010-01-15 19:25   좋아요 0 | URL
흠, 표지디자인 하는 사람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보다는 '한 소녀의 성장기'에만 초점을
맞춘데서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테스트 결과> 

     일부분, "전인류 보편적인 인간애와 감성주의", "좋아하는 것에 매우 오래 애착을 갖는 편"만
     제외하고 다른 내용은 도무지 나와 맞지 않는다. -_-     

     그래서 다시 했다. 

 

 

     <다시 한 테스트 결과> 

      이게 더... 나 답다.ㅋ 

 

  

남부 아시아에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기후로, 약 한달 간 비가 거의 오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양의
폭우가 지속되는 장마철을 가진다. "몬순(Monsoon)"이라는 단어는 원래 대기의 순환을 뜻하는 단어로,
거대한 에너지 이동을 의미한다. 열대 지방에서 생성된 에너지가 육지로 올라와 폭발적인 강우로 변하는 것.

변덕스러운, 왕성한, 주기적인. 몬순 기후의 이런 면들은 당신의 책 취향을 설명하기에 충분합니다.
(→ 그래, 왕성하지. 가끔 너무 먹어서 탈이 나긴 하지만..-_-;)


  • 장마철 폭우 같은 변덕쟁이:
    무언가를 심하게 좋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장마철 지난 건기처럼 관심이 쫙 빠지는 경우가 많음.
    유행을 타는 것일수도 있지만, 본인이 워낙 독창적이고 발랄하며 에너지 넘치는 4차원 취향이라 그럴 수도 있음.
    (→ 헉, 어떻게 알았지? =_=)


  • 시원한 포용력:
    건방지거나 추하거나 기형적인 책에도 큰 반감을 갖지 않는 편.
    뭔가 특이한, 열정적이고 유행에 민감한 콘텐트를 선호함. 하지만 때때로 (예상과 달리) 남들이 다
    좋아하는 베스트셀러에 반하는 경우도 있음. (→ 이거야말로 내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보여주는 것...)


  • 유행의 '에너지'를 일으킴:
    뭔가 항상 새롭고 희귀하고 독창적인 것을 찾는지라 남들이 잘 찾아보지 않는 '진흙 속의 보석' 같은
    책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남들에게 소개하는 편. (→ 그래서 가끔은 무척 피곤해...ㅡ_ㅡ)


당신 취향은 출판 업계의 개척자, 스카우터와 같은 존재라 할만합니다. 업계의 베스트셀러를 예고하고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주는 메신저와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당신의 취향에 어필할만한 작가에는 다음과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박민규
일단은, 이란 생각에 나는 그대로의 절차를 따랐다. 그대로의 절차라 함은 말 그대로 1. 문을 연다 2. 아버지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 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아버지를 냉장고에 넣는 데 성공했다. 꽤나 시끄러울 줄 알았던 그날 밤은 의외로 조용했다. 혹시 얼었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아버지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온도는 맞으세요? 라고 물으니 이 안에 좋은 책들이 많구나, 라며 딴청이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 카스테라 中

더글라스 애덤즈
보고인들은 원래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대인 관계의 기술이라는 게 고작해야 얘기를 하는 도중에 침을 뱉지 않으려고 애쓰는 정도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 말  은, 제대로 된 서류 작업이 없이는 당신의 행성을 날려버리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서류 작업만 제대로 처리되면 우주  끝까지, 필요하다면 몇 개의 평행우주까지 여행해서 끝장을 보고야 말았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책도 땔감으로 삼았다. 종이는 불길이 오래 가진 않지만 아주 잘 탄다. 샤토브리앙이여 안녕! 괴테여 안녕! 아리스토텔레스, 릴케, 스티븐슨이여 안녕! 마르크스, 라포르그, 생시몽이여 안녕! 밀턴, 볼테르, 루소, 공고라, 그리고 세르반테스여 안녕! 존경 받는 내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예술이 필요보다 앞설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야 당신들은 말에 불과하지 않은가. 장작더미와 책을 쌓아 올리고, 석유를 끼얹고, 나중에 쓸 땔감으로 책들을 모아 묶음을 만들면서 나는 한 사람의 고독한 삶, 그러니까 내 생명이 모든 인류의 천재, 철학자, 문인들의 작품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차가운 피부 中

  

 

 

  <따라해보기> 

   http://book.idsolution.co.kr/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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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 취향.
    from 22시의 302번지. 2010-01-14 22:47 
    L-SHIN님 서재에서 발견하고 해봤습니다.  남부 아시아에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기후로, 약 한달 간 비가 거의 오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양의 폭우가 지속되는 장마철을 가진다. "몬순(Monsoon)"이라는 단어는 원래 대기의 순환을 뜻하는 단어로, 거대한 에너지 이동을 의미한다. 열대 지방에서 생성된 에너지가 육지로 올라와 폭발적인 강우로 변하는 것. 변덕스러운, 왕성한, 주기적인. 몬순 기후의 이런 면들은 당신의 책 취
 
 
Mephistopheles 2010-01-1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말머리 성운 3번째 성운 2번째 별....이런게 나올 줄 알았는데...

L.SHIN 2010-01-15 08:37   좋아요 0 | URL
흠, 저 테스트를 만든 사람이 지구의 배경으로만 해서 말이죠.

프레이야 2010-01-1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외계에서 온 우리 엘신님 다운 걸요.^^

L.SHIN 2010-01-15 08:3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302moon 2010-01-1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했는데, 나도 이거 나왔어요.:)

L.SHIN 2010-01-15 08:37   좋아요 0 | URL
오, 문님도 '엘신과'이군요.(웃음)
 

 

    네,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영화 쿠폰이랍니다.  

    어차피, 나는 쓰지도 않는 것, 아깝게 공중분해 하느니
    알라디너들에게 주는게 낫다 싶어서 말입니다.^^ 

    "엘신이 쓰면 되지! 엘신은 영화 안 보나?" 

    "저요? 저 영화 무지 좋아합니다. 단지... 쿠폰 번호를 사이트에 들어가서 입력하구..
     어쩌구...하는 그런 과정이 귀찮은 게으름뱅이라서요 -_-.." 

    그래서 그동안 날린 쿠폰이 몇 개더냐! 우어!  

    또 그래서, 이렇게라도 미리 쿠폰 받으실 분 예약해놓으면 적어도 공중분해는
    면할까 싶어서 말입니다.(웃음) 

    1월분은 이미 제공했구요,
    2~12월분 11개가 남았습니다.
    받으실 분은 [난 몇 월분~]하고 댓글로 예약만 하시면, 그 달 초에 날려보내겠습니다.ㅋ  

 

 

 

    PS :  아뿔싸...그러면, 올해는 잠수 타기는 글렀구나...ㅡ.,ㅡ (왜 그 생각을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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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뿔싸...그러면, 올해는 잠수 타기는 글렀구나...ㅡ.,ㅡ (왜 그 생각을 못했..;;;) "

오늘부터 매일 제 서재에 출석하세요..일수 찍듯...ㅋㅋㅋ

L.SHIN 2010-01-14 08:48   좋아요 0 | URL
그럼, 개근상 주는 거에요? 개근상은 뭘로 줄거에요? 응? 응? ㅡ_ㅡ 히죽

(바뀐 이미지 때문에 순간, '누군데 나보고 일수를 찍으라는 건가!' 할 뻔했다는.ㅋㅋ)

Mephistopheles 2010-01-14 09:35   좋아요 0 | URL
남자라면 핑크가 대세..

마노아 2010-01-13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착한 외계인이 있다니! 그럼 저는 3월이요?
아, 막 영화 쿠폰 거간꾼이 된 기분이에요.^^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1-14 12:24   좋아요 0 | URL
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외계인의 음모라는 생각들은 다들 않하실까요? =3=3=3=3=3

L.SHIN 2010-01-14 13:44   좋아요 0 | URL
흥, 그건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걸요,뭐. ㅡ.,ㅡ

마노아 2010-01-14 16:21   좋아요 0 | URL
메피님이 엘신님을 제대로 견제하는 것 같아요. 외계인과 악마의 대결이라니, 흥미진진하잖아욧!

Mephistopheles 2010-01-14 23:16   좋아요 0 | URL
견제는 아니고 제가 압도적으로다가...으흐흐..^^

L.SHIN 2010-01-15 08:45   좋아요 0 | URL
언젠가 뒤집어질 날이 올거라구요! 흥! ㅡ.,ㅡ

Mephistopheles 2010-01-15 09:35   좋아요 0 | URL
헬리해성 주기와 비슷하다는 소문이..=3=3=3=3=3

마늘빵 2010-01-1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 3월분이요. 3월에 생일이에요.

마노아 2010-01-14 16:20   좋아요 0 | URL
네~ 그러면 제가 쿨하게 4월이요~(하핫, 선물 받아가면서 쿨하대요.ㅎㅎㅎ)
엘신님 고마워요.^^

마늘빵 2010-01-14 16:56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찜했었구나. 미안해요. 이런. 3월이든 4월이든 상관없어요.

L.SHIN 2010-01-1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그렇다면, 아프님의 생일이 3월이라고 하니까, 아프님이 3월을 받고,
마노님은 이집트 여행 때문에 2월을 못쓰는 것 같으니까, 마노님은 4월을 받으세요.^^
아니면 마노님이 2월을 받으시던가.ㅎㅎ

치유 2010-01-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나눔도 있군요..고로 잠수는 못하신다..ㅋㅋ

L.SHIN 2010-01-14 13: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실컷 쓰고나니 그걸 미처 생각 못했다는 것이 번뜩 떠오르더군요.ㅋ
 

 

    어제, 가끔씩(요즘은 한,두 달에 1번? -_-) 가는, 책과 영화를 빌려주는 대여점에
    가서 10,000원을 충전해달라며 세종대왕을 건네줬었다.
    어차피 내가 안 가도 C가 남은 충전금을 부지런히 소모할테니까, 하면서.
    (그러나 내가 건진 건 맛없는 초코 애니영화라니.쯧) 

    그런데 알바하는 젊은 학생? 그냥 젊은이? 가 갑자기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왜 그런가 하고 모니터를 쳐다봤더니, 아이구 이 사람, 충전금을 

    1,000,000 원 입금하셨다. 

    새해 선물이요?
    990,000원은?  

    아무래도 '0'이 2개 붙은 자판을 실수로 한 번 더 쳤나 보다.
    문제는 수정이 안된다는 거. 나는 잠시 쳐다보다가, 내가 있어서 더 긴장해서
    못하나 보다 싶어 유유히 빌린 것을 들고 나왔다.
    아마 혼자 꽤나 땀 흘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전의 신은 그런 실수를 안할까?
    내 자산에 '0'을 실수로 서너 개 붙여준다 해도 난 불만없는데. ㅋㅋㅋ 

    6년 전이었던가.
    무심코 은행 볼일을 보다가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았었다. 

    "만약 내가 잘못 송금하면 어떻게 다시 돌려봤나요?" 

    "아, 그건 그 통장주가 되돌려주어야 하는데요, 그 분이 안 돌려주면 못 받아요." 

    뭐시라? ㅡ.,ㅡ" 

    물론, 1차적인 문제는 '송금을 잘못 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2차적인 문제는 '통장주가 되송금해주는 번거로움을 만든 것'이다.
    실수를 했는지 올바로 했는지 컴퓨터 전산은 알 길도 없고 관심도 없다.
    게다가 엄연히 아무개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그건 아무개의 소유가 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통장'이라는 사유지 안에 굴러 떨어진 사과 아니겠는가.
    내가 '그 사과는 내꺼요' 하고 주우려고 들어갔다가는 '사유지 침범'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땅에 실수로 떨어진 사과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안 주고는
    사유지 소유자의 양심과 자율에 따른다는 것이 현재 한국법. 

    몇 만원이라면, 억울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현행법으로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대체로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욕지꺼리를 내뱉고 삭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돈이 만약 몇 천만원 혹은 몇 억원대라면?
    아마도 법정싸움을 하고 싶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젠 인간들의 법들은 모두 돈과 관련되어 개정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과거에는 인간 사회의 규범을 정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즉 문화적으로 필요해서
    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한' 법들이 태반인 것 같다.
    그 개념없고 돈만 허벌나게 많은 인간들이 저런 것과 같은, '잘못 송금된 돈을
    다시 돌려받는 법'을 안 만들었을리 없을텐데. 아니면 그들은 실수를 안 하는가? 

    어쨌거나, 대여점의 그 '0' 2개짜리가 한 번 웃게 만드는구나.  

 

 

    PS : 외국의 Funny video를 보면 '가짜 복권'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장난의 희생양이 된 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기쁨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고작 1만 달러 당첨으로.
           그러다가 누군가 '장난이었어' 하고 말하면 대체로 웃으며 넘어가곤 한다.
           장난이 일상화 되어 있는 문화 속 사람들의 관대와 여유 아닐까. 

           만약 한국에서 그런 장난을 쳤다면?
           신발로 맞을지 모른다. -_-
           그럼에도 나는, 매번 그것을 보면서 그런 장난을 한 번은 쳐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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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1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겁니다. 여유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유를 마치 나태나 게으름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도 무시못하죠.

L.SHIN 2010-01-11 18:4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정확해요. 한국인들은 '여유'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죠.
마치 열혈 스토아 학파주의자들이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매 순간을 즐기는' 에피쿠로스 주의자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처럼 무식해 보이기도 합니다.(긁적)

무스탕 2010-01-1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대여점 내 잔고가 저렇게 쌓여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

꽤 예전에, 그러니까 15년쯤 전에 의보공단에서 환불금이라고 제 급여통장에 몇 천원을 넣어주더군요. 사전에 아무 연락도 없이 무통장입금을 한거죠. 그런데 얼마후 의보공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잘못 입금한 거니까 환불하래요. 어이상실.. 그래서 그럼 수수료 떼고 송금하겠다 하니 정액이 찍혀야 한다네요? 아니누가 돈 달랬나? 자기들 맘대로 넣어놓고 다시 뱉으라면서 수수료도 떼면 안된다니? 정말 멍멍이 같은 경우 아닌가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

L.SHIN 2010-01-11 18:44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들은 서류상의 업무처리 때문에 마이너스 된 금액만큼 다시 돌아와야 '0',
즉, 원점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서 그런 생떼를 부렸나 본데.
그렇다면, 무스님은 수수료를 따로라도 받으셔야 합니다. 물론, 그 회사는 '실비' 처리해서 말이죠.
아니면 실수한 직원이 사비로 물어내던가. 하지만, 괘씸해서라도 수수료 뗴고 주지 않을까요, 보통은?

2010-01-11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1-11 18: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 경우는 가끔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정말 어이없는 경우죠.
SMS 설정이 안 되어 있는 분은 반드시 영수증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정말 괘씸하군요.-_-

무해한모리군 2010-01-1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전 만원에도 날아갈듯 기뻐할 인간이기에 장난이면 신발로 때릴겁니다.

L.SHIN 2010-01-11 18:46   좋아요 0 | URL
헙, 휘모리님한테는 절대 그런 장난을 치면 안되겠다눈..( -_-)

메르헨 2010-01-1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알라딘에...저렇게 적립금이 입금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하핫

L.SHIN 2010-01-13 16:53   좋아요 0 | URL
아마도 누구나의 바람? ㅎㅎ

푸른신기루 2010-01-1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송금을 잘못하면 통장주가 돌려주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통장주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내 통장에 있어도 쓰면 절도가 된다고..

방금 또 몇만원어치 책을 질렀는데ㅠㅠ
메르헨님의 생각처럼 저도 제 계정에 알라딘 적립금이 왕창 입금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ㅋ

L.SHIN 2010-01-13 16:53   좋아요 0 | URL
나는 '송금을 잘못 한 사람'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모처럼... VOD를 보았다.
    딱히 보고 싶은 것들이 없어서 애니 1편이 눈에 띄길래 본 것은 

    초코초코 대작전 (원제목 : 초컬릿 언더그라운드)  

   

    일본 애니는 웬만해선 실망을 준 적이 없으므로 1초의 망설임 없이 보았다.
    결과는? 급기야 '뒤로 돌리기' 해서까지 친히 인증샷까지 찍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ㅡ.,ㅡ 
    왜냐하면, 누구나 그 장면을 보면 '어? 저거?' 하게 될테니까.
    그 이야기는 이따가 다시 꺼내기로 하고,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다.
    '건강최고당'이 사회를 다스리면서 (저 촌스런 이름을 보라 -_-)
    "이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초컬릿을 금지한다" 라는 말도 안되는 법을
    만들어 강제적으로 국민들에게서 '맛있는 것을 먹을 권리'를 빼았는다.
    그들은 매일 맛없는 빵과 야채 등으로만 만든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법을 어기면 잡아가서 수용소에 가둔다.  무시무시한 로봇이 쿵하고 쳐들어와서.

   

    실제 중세 유럽에서는 초컬릿이 '악마의 유혹'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음식'이라 하여
    초컬릿을 없애 버렸고, 심지어 만든 사람까지도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했다.
    카카오를 주 재료로 만드는 초컬릿의 성분은 누구나 알다시피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지나치면 이도 썩게 만들고 더욱 더 지나치면 심각한 흥분 상태로까지 몰아가지만
    누가 그렇게까지 먹을까. 그러기 전에 단맛에 질려서 손을 놓을걸.
    하지만, 콜럼버스에 의해서 처음 유럽에 카카오를 들여왔던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마약에
    취하듯 그 매혹적인 맛에 미쳐 있었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과하게 섭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스스로를 미치광이로 몰아갈 정도로 누가 초컬릿을 입 안에
    쑤셔 넣겠는가. 억지스런 '건강최고당'의 정권들은 우유부단한 어른들의 복종으로 인해
    세상은 더욱 더 우울해진다. 그 때, '자유와 초컬릿을 되찾자'고 나서는 어린 학생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애니메이션이다.  

   

    

    나는 [찰리와 초컬릿 공장]처럼 유쾌하고 재밌으며 교훈적인 아동 애니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그런 순수한 기대를 완전히 빗나간 것은, 유치한 내용 전개도 성의 없는
    그림도 한글더빙도! 아니다. (아, 정말이지 한국어 영화는 못 알아먹겠다니까.-_-)
    처음에는 초컬릿 상표에 Ghana 라는 글자만 박혀 있었다.
    그 때는 '카카오 최대 생산지가 가나이니까' 하면서 상표명이 누구와 비슷할 수도 있지,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애니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 손에
    들려져서 보여지는 그 초컬릿 표지가 실제 시중에 팔고 있는 그것과 너무 같지 않은가!  

   

    나는 의심을 안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애니영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로떼가 자사 상품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87분짜리 광고인 것이다!!!! 

    ㅡ.,ㅡ 

    정말, 대단하다.
    로떼가 일본과 제휴사라는 것을 얼핏 들었기에, 일본쪽 로떼가 그따구 영화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한국쪽 로떼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손을 잡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것도 저예산으로 했을 것 같은 티가 팍팍 나는...)
    정말로 기가 막혀서, 나는 그만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끝없이 외치고 말았다. 

    "저, 저, 저, 저, 저거어어어어~~~~???????!!!!!!!!!!!!!!!!!!!!!" 

    내 참, 화면에 대고 핸드폰 들이밀며 사진 찍어보긴 처음이다.  

    어쨌든 저 어이없는 장면을 빼고는, 아이들 수준에서는, 그래도...좀 볼만하긴 하다...
    다 보고 난 후, 그들의 초컬릿 소비가 어느 특정 회사 것에 쏠리는 경우가 생기긴 하겠지만.-_- 

 

    건진 건 이 이쁜 마을 그림 하나인가.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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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코릿만큼 감미로움을 준 영화는 아니었나 봅니다. ㅎㅎ

L.SHIN 2010-01-11 08:3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초컬릿 영화를 봤는데도 초코가 땡기지 않더라는..-_-

마노아 2010-01-10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7분짜리 광고.. 어쩜 좋아요... 근데 이거 보고 나니까 초콜릿이 막 땡겨요!!

L.SHIN 2010-01-11 08:33   좋아요 0 | URL
실제 영화분량은 대략 60분 정도 되는 거 같아요.
나머지 시간은 엔딩에 딸려 나오는 부가 화면들과.. 초컬릿 만드는 레시피 안내? ㅡ.,ㅡ

Mephistopheles 2010-01-1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지는 아니지만 2차세계대전 당시 나찌에게 포도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것을 숨기고 고문당하고 고통을 받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도 있었더랬죠. 그나저나 롯데라...흐흐.가지가지 하네요 정말.

L.SHIN 2010-01-11 08:34   좋아요 0 | URL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리뷰 본문에는 까먹고 안썼었는데 강제적으로 탄압하는 누구 정권하고 닮았더군요.-_-

후애(厚愛) 2010-01-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마을이 마음에 듭니다.^^

L.SHIN 2010-01-11 09:09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저런, 적당히 문명화되고 적당히 아날로그적인 시대가 좋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