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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드래곤 라르 그라드 2
타카노 츠네오 지음, 오바타 타케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11월 30일

 

 

      어떤 작가명이나 감독명, 배우명만으로도 무조건 책이나 영화를 보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스트 바둑왕>, <데스노트> 의 '그린이' 가 그렇다. 
    예전에 <슬램덩크>라는 만화가 한,중,일,동남 아시아 등에 농구붐을 일으킨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바둑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고 십몇년만에 이곳저곳에 '기원'을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게 만든
    <고스트 바둑왕> 만화를 볼 때만 해도 <데스노트>를 그린 이와 같은 사람인지 몰랐었다.
    나는 만화의 내용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만큼 그림의 질도 상당히 까다롭게 고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품들의 작가가 같다는 것은 무지 기쁜 것이다.

    만화는 더 이상 '시간떼우기물'이 아니다.
    유치하거나 흔해빠진 설정의 그저 그런 만화들이야 푸대접 받는 것이 어쩔 수 없다 쳐도,
    가끔씩 나타는 '걸작'들 때문이다.
    영화보다 더 매력있고 짜임새 있는 연출력과 탄탄한 시나리오, 주인공들간의 감정 처리, 스토리 전개 방식이
    왠만한 베스트셀러 책이나 히트 드라마보다 더 감동스러운 작품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러나 같은 작가, 같은 감독이라 해도 늘 '작품'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만화책들의 그린이인 '오바타 다케시'는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아름다운, 표현력이 매우 뛰어난 것이
    이 사람의 특기인데.
    이번엔 시나리오를 잘못 물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수준높은 그린이의 그림체가 아까울 정도로 만화의 시나리오가 ... 너무 흔해빠진 공상 판타지물이라서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이 왜 이 작품을 물었나 싶을 정도로.
    <고스트 바둑왕> 처럼 한 아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아닌,
    <데스노트> 처럼 하나의 사건들이 풀려가는 모습도 아닌,
    매번 다른 괴물들 나타나면 싸운다. 그리고 중간 중간 마음에 맞는 동료가 생긴다. 잠깐 여행하다가 또 싸운다.
    스토리가 너무 단순한 챗바퀴를 돈다는 것이다.
    하나의 큰 주제가 없이 반복되는 일만. 그나마 그림보는 재미라도 없었다면.쯧...

    뭐랄까.
   겉은 무진장 맛있어 보이는 케익이었는데 먹어보니 아무 맛도 없는 기분.


    재밌는 만화에는 꼭 들어가 있는 양념이 있다.

    흥미
   긴장
   궁금
   감동


    안타깝게도 이 <라르Ω그라드>에는 저것들이 없다.
    아...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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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게임 2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5월 13일

 

                    Liar  Game


    정직하고 순진하다 못해 '미련퉁이'라고 불리는 '마오'에게 어느 날 검은 색의 엽서 한 장과
    1억엔의 돈이 보내진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경악해하는 그녀에게 Liar Game 사무국의 안내서는 아래의 글들로
    그녀를 더욱 패닉에 빠지게 하며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이 상자를 개봉함으로써 당신은 정식으로
    Liar Game 참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Entry 취소는 불가능합니다.
    동봉된 1억엔은 Liar Game 1회전에서 당신이 소지할 돈(게임머니)입니다.
    소중히 보관하십시오.


    그러면 라이어 게임 1회전의 규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규칙은 일절 없습니다.
    다만, 대전상대로부터 [게임머니]를 빼앗기만 하면 되는 게임입니다.


    어떠한 수단을 써도 좋습니다.
    대전상대로부터 게임머니를 빼앗아 내십시오.
    대전상대가 결정된 직후 30일간이 게임 기간입니다.
    30일 후 게임 종료 시점에서 게임머니를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이 승자입니다.
    게임 종료 후 사무국이 게임머니를 회수하러 갈 것입니다.


     그 때 회수하는 것은
    게임 개시 당시 두 사람에게 건넸던 게임머니, 일련번호가 있는 1억 엔.


    그러니까, 자신이 받은 1억 엔의 게임머니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가 사무국에게 돌려주고
    상대에게서 빼앗은 만큼의 돈을 게임승자로써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힘으로 상대에게서 빼앗는 것이 아니고 순전히 상대를 속여서 빼앗아야 하는 가벼운
    두뇌 게임이랄까.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도덕심을 시험하는 게임이 아닐까.

    이 수상쩍은 사무국은 왜 이 게임을 할까.

    길거리에서 주운 100엔짜리도 경찰서에 갖다주는 이 순진무구 정직한 여자가 어떻게 상대를
    속이고 1회전에서 승리, 더 어려운 2회전까지 가게 될까.
    악질적인 거대한 다단계 기업을 속여 부도하게 만든  천재 사기범 '아키야마'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 순간, 이 캐릭터에서 천재 사기꾼으로 현재 케이블에서 방영중인 '쿠로사기'가 떠올랐다.

    사기꾼이지만, 정의를 위해 자신의 사기 능력을 펼치는 종속이랄까.

    이 어이가 없는 조직의 게임에서 엄청난 빚을 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
    완벽하게 상대를 속여야 한다.
    승자가 되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상금을 받는 대신, 패자들에게는 빚으로 인한 암흑같은
    미래를 펼쳐줘야 하는 이 고약스런 딜레마같은 상황이라니.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누군가 거액의 미끼를 던지고서 '대놓고' 남에게 사기를 칠 기회를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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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소년 5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5월 12일

 

 

     인간이란 묘한 존재이다.
 

    '불가사의한 소년' 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나는 저 말에 절대로 부정을 할 수가 없다.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니, 차라리 이 소년 '세이렌'이 나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인간의 추함과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보니까.

    인간도 신도 아닌 그.
    사실 어떤 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이므로 '소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여러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그가 즐겨하는 모습이 12~14세 정도의 소년 모습이므로.
    이 의미없는 딴지는 그냥 넘어가자.

   



    그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인간을 조롱하고, 그들의 삶을 간섭하고, 시험을 한다.
    어떤 환경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평생에 걸쳐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신기루처럼 잠깐 나타나서는 어떤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남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는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않았다라고 해야할까.

    그에게 세월의 흐름을 센다는 것, 그에게 '시간'이라는 셈을 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그는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써 인간의 삶이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바람과 함께
    머물러 있다.
    100년 남짓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 느끼기에 거의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그가 거쳐 온
    많은 시대,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때로는 자신도 인간이 되어 함께
    살면서  조금씩 인간같은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고 완전히 인간이라는 미묘한 생물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금발, 푸른 눈, 아담한 신체.
    그의 포동포동한 볼살과 차가운 푸른 눈의 모습에서는 [돌연변이]에 나오는 천재소년 VJ가 떠올랐고,
    '사실은 일생에서 한번쯤은 이 불가사의한 소년을 만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 속 인물 중  한명의 대사에서는,
   사하라 사막에서 생떽쥐베리가 만났었던 '어린왕자'가 떠올랐었다.

   



    그가 귀신같이 웃을 때는, 만화 [OZ]에 나오는, 인간이 되고 싶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사이버노이드 '1019'의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되었었다.

    고급스럽고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인 그림체, 아름다운 그림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성의없어 보이는 이 만화의 그림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재밌고 잘 짜여진 내용으로 가슴에
    스멀스멀 조용히 '불가사의한 소년'이 들어온다. 

   



    추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리고 단순하면서 복잡한 미묘한 인간의 속을
    살짝 들여다보고 싶다면, 다양한 나라와 시대를 오가며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소년에게서
    듣고 마음 안에 무언가 한 가지 채우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면 -
    느낀 것이 너무 많으면 -
    생각들이 너무 많으면 -

    이처럼 오히려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것도 참 묘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세이렌'의 인간보고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니까 언제 이 녀석이 나타날지 모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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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살인자 목마른 세이 1
노우조 쥰이치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5월 12일

 

 

     " 나를 울려준다면 당신을 죽여주지 "
 

    죽기 바라는 의뢰인에게 조건을 거는 살인자의 말이다.
    더 이상 살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의뢰인에게 그는 죽기까지의 경위를 듣기를 원한다.
    의뢰인의 이야기가 '죽을 정도로 슬프거나' '죽을 수 밖에 없는 절절한 이유'가 없다면
    그는 옐로우 카드를 2장 내놓고 '계약은 무효다' 를 말하며 살인을 멈추는 특이한 사람이다.

    물론, 그는 미쳐서 혹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죽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접속하여 서로간의 합의하에 '청부 살인' 해주는 사람.
    그러나 그는 의뢰인이 자신을 울려야만 한다는 조건을 항상 달은다.

   



    자신이 들었을 때 '별거 아니다' 라고 생각될 때는 '살아라' 라고 말까지 남길 정도이니 그는 확실히
    미친 연쇄살인범은 아니다. 지극히 차분하며 지극히 냉정한 사고를 가지고 있고, 세상 일에 전혀
    관심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깔끔한 이미지의 청년이다.

    그는 언제나 목이 마르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도 그는 갈증을 호소한다.
    그는 물을 계속 벌컥 벌컥 마셔대도 늘 목말라 한다.
    그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눈물을 흘리는 순간.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손에 의해 죽어야 할 사람의 이야기에서,
    왜 죽음을 택했는지의 괴로운 삶에서 슬픔을 느껴야만 나올 수 있는 '물'.

    매일 매일 피를 마시지 않으면 탈수증으로 죽어버릴 정도로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눈을 번득이며 사냥감을 찾으러 다니는 드랴큐라의 그 같은 목마름으로
    자신에게 '물'을 줄 사람을 찾으러 가지만.
   

    그가 그렇게 목말라 하며 아무 감정 없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저승길로 인도해주는 길을
    택한 것은 과거의 사건이 원인이다.
    그는 평생 흘려야 할 눈물을 고교생 때 모두 흘리고 말은 것.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마름을 채워 줄 '물'인 눈물을 찾아 이 마른 도시를 헤매고 다니는 것.

   



    사람들은 그로 인해 편안한 미소를 지은 채 원하던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는 그 많은 사람들의 '자살 사유'의 이야기들에서 얻은 '수분'으로 일시마나 갈증을 해소했었지만.
    사실 그의 영혼은 그 검은 물을 마실 때마다 마르고 말라서 부서지고 있었다.
    그는 물이 아니라 알코올을 마신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름인 '세이'는 生자를 쓴다.
    그의 손에 의해 이 마른 세상을 떠난 이들은 행복으로 촉촉히 젖은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났을까.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멋진 삶을 부여받아 다시는 죽음을 탈출구로 찾지 않았을까.

   



    그는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마지막 입맞춤은 이 마르고 차가운 도시의 시멘트에 남기고 - 

    도시들은 말랐다.
    그래서 요즘은 비가 온 후에도,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목이 메일 정도로 슬픈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보는 것은 아닐까.
    그 간접 매개체로 인해 눈물을 흘릴 때도 옆 사람에게 보일까 티 안나게 하려는 쑥쓰러움은 왜?
    이 세상은 언제부터 감정을 보이는 것을 추하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알고들 있는가?   

    우리는 인형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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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2 - 출정 전야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3월 19일

 

 

     "당신의 사망예고장을 배달하러 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늘 일상과 똑같은 날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 
    아니, '어쩌면 나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1%라는 확률은 누구에게나
    '나한테 올리가 없어' 라는 근거없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므로 '왜 나야?' 라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이키가미(사망예고증)를 내미는 배달원을 쳐다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반응.
    (*이키가미 : 이쿠(죽다) + 가미(종이) 의 합성어)

 

    일본 정부는 [국가번영법] 이라는 이름 하에 매년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아이들에게 예방 접종을 하는
    주사 속에 1,000명의 1명꼴로 '어른이 되기 전에 죽는 죽음의 씨앗'을 심는다.
    누가 그 '씨앗'을 받았는지도 모른채 아이들은 자라게 되고. 평균 18세~24세 사이에,
    사망하기 24시간 전에 이키가미는 배달되어 그 사람의 죽음을 알린다.

    "생명의 가치"를 알려 범죄 예방을 줄이자라는 차원에서 시행되었다는 이키가미.

    그 '大를 위해 小'를 희생하여 '생명이, 인생이 얼마나 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극약 처방'의 가엾은
    희생자들의 몸속에는 나노캡슐이 혈관을 유유히 떠돌다가 심장에 다다르고 처음에 '죽는 날'로
    정해진 일시가 되면 캡슐이 파열하여 심장이 터져 죽는 것이다.
    하나같이 희생자들이 갑자기 정지된 로봇처럼 뚝-하고 멈춘 채 쓰러지는 것이 고통은 없는가보다.
    그것은 국가의 1mm도 안되는 아주 얇은 배려심인가. 

    자신에게 앞으로도 수십년 이상의 시간과 삶이 있을 것이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살고 있었던
    희생자들은 자신이 앞으로 24시간 안에 죽는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남은 시간중 몇시간을 백지 상태로 멍하니 있기도 하고, 방 안의 가구들을 다 부수는데
    쓰기도 하고,  어디 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짐 정리하는 등 쓸데없는 곳에 아까운 시간을 써버린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주인공이 미쳐 발광을 하거나 세상에 멋진 일을 남기거나 하는 등 -
    '저 상황이면 이럴거야.' '마지막인데 멋지게 죽고 싶지 않을까?' 라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 꾸미는게 '정석'같겠지만, 현실속의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덤덤하다. 

    그러다 정신차리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진정이 되면 -
    그들은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고 움직이게 되는데.
    자신을 괴롭혔던 과거의 사람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는 폭주형도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꿈을 향한 모습을 고집하며, 뜨기 시작하는 신인 스타의 코러스 대신
    자신이 정말 원했던 노래를 라디오 생방에서 멋지게 부르고 쓰러져버리는 이상가형도 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여동생에게 자신의 각막을 죽기전에 기증하는 희생형도 있다.
    자신은 몇시간 후면 죽을 운명인데도, 자신이 돌보던 요양원의 할머니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없이 찾으러 다니는 그는 남은 시간을 남을 위해 다 써버리기도 한다.

    억지로 멋있게 꾸미지도, 지나치게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그리지도, 죽음을 앞둔 자들의 머릿속에서
    삶과 죽음의 철학적인 멘트를 끄집어 내는 것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인
    늘 일상과 같은 날을 보내는 사람들을 그린 것이 오히려 눈물을 떨어트리게 만들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국가번영과 범죄 예방을 통한 생명의 가치 인식' 이라는 그럴싸한 제목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너무나 쉽게 '희생의 단두대'에 올려버리는 그 독선적임이 마치 영화 [배틀로얄]을 보는 것 같았다.
    섬에 어느 중학교 한 반의 학생들을 가두고 '혼자 살아남을 때까지 동료를 죽여라' 라고 무서운
    '생존법칙 교육' 속에 어린 학생들이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서로를 죽이는 소재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배틀로얄]이 '한 사람'을 위해 나머지가 희생하는 것이라면, [이키가미]는 '소수의 사람'이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다를 뿐, 억울하게 죽는 것은 같다.


    그 죽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든 악당이든 상관없이 죽음을 선택받는 것은 '공평하다'. 

    이 세상 그 어떤 인간도 다른 생물을 심판하고 죽일 권리는 없다.
    단순히,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최고봉에 위치해 있는 생물로서 다른 생물을 양식으로 삼기 위해
    살생을 하는 것과, 같은 인간 혹은 다른 생물을 재미 목적이나 어떤 사상에 의해서 죽이는 것은
    허락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과거나 지금이나 '좀 더 잘난 생물'로써 그 자만심을 구역질나게 되풀이하고 있다.

     어쨌든,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뿐' 이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로 다가온 [이키가미].
    그것은 누구에게나 언제 어느 때든 찾아올 수 있는 죽음의 존재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귀하고 의미있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 때 친구들과 종종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했다.

    "만약 하루밖에 못 산다면 뭐할거야?"

    대답들은 가지각색이다.  맛있는 것을 실컷 먹는다든가. 멋진 곳을 여행한다던가.
    평소 못했던 것을 해본다던가. 가족과 함께 있는다는 등등.
    나 역시, 이 만화책을 통해 다시 한번 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우숩게도 곧바로 생각나는게 없다.
    좋아하던 공원을 너무 사랑하는 개와 산책하면서 종일 '남은 시간동안 뭐하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죽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에 '난 어떤 사람이지?' 라고 생각하게 되어 조금 우울하다.

 

    옥상에 올라가 세상을 보았다.
    오늘도 '매일 똑같은 하루'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자동차들.
    그 위로 즐거운 듯 두 마리의 까치가 날라다니며 전선에 앉고.
    목 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햇볕.
    이제 막 푸르기 시작한 작은 산들의 연두색 양탄자들.
    적당하고 조용한 오전의 소음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앞으로 수십년은 더 살면서 온갖 일을 겪을 사람들,
    자연과 동물과 사람을 위해 끊임없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죽이고 더 많이 피해를 줄까 하고 적의 괴멸만을 고민하는 사람들.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성스런 개들, 주인을 물어죽이는 매정한 동물들.

    시끄럽다.

    시끄러워.

    세상은 너무 시끄럽고 복잡한 것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오늘 보이는 오전의 세상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롭기만 하다.
    마치, 사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정신없고 다양한 세계가 펼쳐지지지만
    멀리서 쳐다보는 바다와 하늘은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것처럼 -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울 수 없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죽음이지만 닥치기 전까지 늘 잊고 사는 것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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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최고의 라이벌은, 바로 내 자신
    from Spaceman, since 1979 2010-03-11 20:11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     최고의 작품을 써낸 작가,     그들이 제일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까.     본인이 의식하든 못 하든 바로 최고의 라이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만큼 무서운 것, 그리고 귀찮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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