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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어떻게 즐길까 살림지식총서 260
김준철 지음 / 살림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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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어떻게 즐겨야하느냐는 질문은 우습다. 모든 음식은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다. 그럼 이런 종류의 책은 어떤 목적으로 쓰여진 걸까?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쉽게 만들 수 있거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알고 싶어진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거나 전통적인 음식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궁금하다.

  최근 들어 술에 대한 기호와 취향도 고급화되어 가고 있다. 폭음과 과음이 미덕이었던 시절도 가고 목적과 상황에 맞는 주류를 선택하고 음미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 중에 와인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술로 인식되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술의 종류와 맛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미감은 사용할수록 발달하고 미세한 맛의 차이가 술의 품질과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알고 마시는 것도 모르고 마시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거의 맛의 차이가 없는 소주나 맥주와는 차이가 많다.

  와인은 포도주를 발효시킨 술이다. 맛은 물론이고 향이 어우러져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보통 포도 산지를 기준으로 와인을 부르는데 그만큼 와인의 원료인 포도의 산지가 중요하다. 식사와 함께 하는 술인 와인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과 디저트 와인, 드라이 와인과 스위트 와인, 영 와인과 올드 와인으로 구분한다. 술에 관한 전문가인 저자 김준철은 이러한 와인의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와인은 격식보다 지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와인에 붙어 있는 라벨을 제대로 읽을 수 있으면 와인에 관한 지식은 충분하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의 원산지 명칭이다. 수확년도와 브랜드도 중요하다. 와인 공부의 최종 단계라고 하는 라벨 읽기는 많이 마셔보고 관심을 가져야 읽혀질 것이다. 시험공부 하듯 암기하거나 단순한 관심만으로는 읽혀지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깊은 애정과 진심어린 관심만이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포도나 주스는 미국식으로 유럽의 와인용 포도와 구별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필록세라라고 하는 벌레 때문에 유럽의 와인 산업이 거의 맛이 갔을 당시 미국식 포도의 뿌리와 접목해서 극복한 역사는 포도의 종류를 헷갈리게 한다. 잡종 포도의 맛과 향도 이전의 포도와 비슷했을지 궁금하다. 풍부한 일조량과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라는 포도는 결국 자연의 선물이다. 포도 농사가 잘 지어진 수확년도에 따라 맛과 향이 결정되고 결국 와인의 품질을 결정한다. 그렇게 자연이 준 선물을 가지고 인간의 정성과 노력이 빚어낸 술이 와인이다.

  프랑스에서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테루아르마다 등급을 매긴다. 포도를 수확하는 토양과 기후 등 관계 시설 전반을 통칭하는 테루아르는 지역별로 조합을 만들거나 품질에 책임제를 도입하여 와인 명산지로서의 자부심과 명성을 유지해 간다. FTA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칠레의 와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미국 와인 시장을 점령할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와인에 대한 관심과 품질 개선으로 프랑스를 따라 잡고 있지만 여전히 종주국 프랑스 와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졸레 누보라는 와인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매되곤 한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고 당해에 생산한 와인을 숙성시켜 가장 맛있을 때 병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끝임없는 경쟁과 새로운 맛과 향에 대한 도전은 인간의 미감을 위한 축복이다.

  그저 술의 한 종류일 뿐인 와인이지만 포도의 종류와 생산지의 기후와 특성, 생산 방식, 맛과 향의 특성 등을 알고 있는 만큼 맛이 달라지기도 할 것 같다. 저자는 일단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맛있게 즐기면 된다고 말한다. 와인을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자리라면 지나친 격식과 예절보다는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오히려 와인을 즐기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레드 와인이든 화이트 와인이든 즐길만한 마음의 여유와 같이 있어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즐거울 것이고 음식과 상황에 따라 적당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와 지식과 돈이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선물을 주고받고 마실 기회가 늘어가지만 도대체 뭘 모르고 있는 건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한번쯤 가볍게 읽어 볼만한 책이다. 관심은 아는 데서부터 시작될 테니까 말이다. 신이 인간에 준 최고의 술이라는 플라톤의 말은 지나치지 않을 지도 모르니까.

070528-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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