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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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모반듯한 틀 속에 모두를 가두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머리가 길면 공부가 안되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면 불량한 학생인가? 그것이 왜 그런지도 모른 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이 우리는 네모난 상자 속에 맹목적으로 구겨진다. 일정한 규격과 틀, 고정관념과 관습들은 하나의 문화로 굳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말 코미디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쓰다가 혼이 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까? 아니면 그때 고쳐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아갈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은 창조적 소수에 의해 발전된다. 뛰어난 머리와 창의력이 탁월한 인간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 제도를 우리는 가지고 있을까? 끊임없는 질문들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현실은 참담하고 하늘은 높고 바람은 따스해진다.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의 <마이크로트렌드>는 머지않아 ‘메가트렌드’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수많은 고정관념에 갇혀 산다. ‘왜’라는 질문대신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말과 전체 속에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변화의 의지를 앞선다. 튀고 싶지 않고 손해보고 싶지 않은 이기적 욕망들은 매순간 우리의 생각과 의지를 억누른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 몸에 맞는 편안한 옷 한 벌을 얻게 된다. 수구 혹은 보수라는 이름의 옷이다. 그것을 선택한 수많은 사람들도 변화의 물결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만 달라질 뿐이다.

  오랬동안 지켜왔던 습관의 벽을 허물고 편견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굳게 믿어왔던 방향과 목적이 허물어지는 경험은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작은 변화의 물결에 주목하고 그 물결의 파장과 결과를 예측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 책의 목적이다. 기업 홍보와 리서치, 컨설팅 전문회사를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선 트렌드와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내고 있는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기업을 경영하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만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75가지 마이크로 트렌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유효하고도 적절한 내용들이다.

  ‘성비와 싱글족’으로 시작해서 ‘고학력 테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선보이는 이 책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과 달리 속도감있는 문장으로 쉽게 읽힌다. 인간관계에서 국제 정세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현실 생활의 면면들 속에서 소수의 변화를 읽어내는 관찰력과 객관적인 설명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경우에 따라 경영마인드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주관적인 해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도 눈에 띤다. 하지만 물건을 팔기위한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왔고 선거나 판매 전략을 위한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책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눈감아 줄만하다.

  ‘성형수술 애호족’이라는 트렌드에서 한국의 성형열풍이 소개되었고, ‘자동차 시장의 사커맘족’에서 현대가 언급된다. 단 두 번의 사례가 이 책에서 한국이 언급된 것이다. 미국인의 입장에서 국제 상황들을 별첨으로 언급할 정도로 미국 내의 변화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향과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작은 것’을 잘 들여다 볼 줄 알아야 뭔가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발상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개인적인 가치와 비즈니스의 원칙들을 점검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재택근무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부산보다 훨씬 먼 거리를 통근하는 사람들, 상류층 문신족, 10대 뜨개질족, 늙은 아빠, 고딩 사업가, 홈스쿨링 등 익숙한 것에서부터 황당한 것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마이크로트렌드로 가득하다. 낡은 사고와 경직된 방법으로 우리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지도 모르는 1%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없다.

  세상은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네모난 빵틀이 아니라 손으로 빚어낸 각양각색의 신기한 모양의 과자와 빵들로 가득하다. 이것을 즐기고 음미하면서 또 다른 모양을 생각하고 도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과 정해진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사소한 것들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위해 추천할 만하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책장을 열어 볼 수 있는 있겠다. 이 책 한 권이 세상의 트렌드를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흐름과 방향을 예견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작은 고민거리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다림,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용기와 지혜가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지겨운 곳인가!


08030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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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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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55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성장 잠재력 약화, 금융 대외 종속,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10년 세월의 끝은 잔인하기만 하다. 빚은 다 갚았지만 휴유증으로 인한 증상들은 사회 곳곳에 그리고 서민들의 가슴속에 화인처럼 선명하다. 경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실감하지 못했던 개발 독재 시대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망했다. 그 원인과 대책을 세우기 전에 쓰나미처럼 우리 생활 전체를 덮쳐 버린 괴물에 경악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생소한 용어를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사용한다. 자유 시장 경제는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된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의 경제 체제와 제도는 경제학자들에 의해 쉽게 재단될 수도 없고 실험용으로 시도 해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이론들이 난무하고 정책을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들의 삶은 요동친다.

  가진 자를 위한 부자 후보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의 생활과 삶의 질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 개발도상국의 신화를 못잊어 하는 대통령이 과연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까.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그의 철학은 무엇인가?

  외부자의 시선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점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제에 대해 일자무식이지만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문제이니만큼 외면할 수는 없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므로 무관심은 죽음을 의미한다. 거시적 관점의 경제 이론들이 우리와 무관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현실 깊숙이 돈이 아닌 경제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은 ‘국가’를 중심으로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을 일괄했다. 국가의 개입 여부나 개발도상국의 문제, 공기업의 효율성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보다 구체적인 항목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에 비해 이번에 새로 나온 <나쁜 사마리안들>은 올 해 몇 안되는 적극 추천 도서 목록에 오를만하다.

 이 책은 경제의 문제를 살펴볼 때 고려해야 하는 지금-우리들의 문제를 적절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설득력 있는 예화들과 명료한 문장들은 번역의 짜증스러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시종일관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선 비판은 적절한 비유와 구체적인 경제사를 통해 설득력을 더한다. 정연한 논리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 혹은 무비판적 믿음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책적 대안의 제시로 더욱 신뢰감을 준다.

  문외한의 입장에서 ‘세계는 평평하다’는 주장과 ‘기울어진 경기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주장과 반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과연 어떤 방향과 가치를 두고 국가가 운영되고 경제 정책이 입안되어야 하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책의 제목인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지칭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스스로는 ‘나쁜 사마리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장하준의 논리와 방향에 공감한 것은 바로 마지막 부분 때문이다. 2063년 모잠비크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2037년 상파울로의 상황을 묘사한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지금-이대로 지속된다면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까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저자의 지적대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던 나라들의 관료들은 경제학자가 아니었다. 이론과 도표로 설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브라질 축구 대표팀과 여중생들의 게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도덕적 책무가 아니라 먼 안목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로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같은 정책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이 ‘옳다’고 확신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앞서 언급했듯 독선주의가 이기주의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P. 333

  기막힌 통찰이 아닌가. 이기주의보다 어려운 독선주의! 너는 틀리고 나만 옳다는 오만함이 더 고치기 어렵다. 세상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 주장은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의 확신을 뒤집는 통쾌한 역설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요구하는 ‘생각’을 다시 생각해 본다.

생각해보라. 대부분의 정치가들과 신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될 텐데, 왜 굳이 먼 길을 돌아다니며 ‘불편한 진실’을 찾아다니겠는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부정부패와 게으름, 혹은 방탕함 탓으로 돌리면 쉬운데, 왜 굳이 가난한 나라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신경 쓰겠는가? ‘공식적인’ 역사가 자국은 늘 (자유 무역, 창의성, 민주주의, 재정적 건전성 등) 모든 미덕의 원산지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무엇 하러 자국의 역사를 점검하겠다고 가던 길에서 벗어나겠는가? - P. 335


0710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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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10-3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그룹은 여러층이 있지요.일단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다같은 방향은 아니겠지요.물론 여러형태의 연대는 가능하겠지만 또 각 그룹간의 근본적인 비판도 가능합니다...장하준의 재벌 경영권을 둘러싼 사회적 대타협론이 그런 예가 되겠지요.장하준의 '자국의 역사'에 대한 나이브함 또는 제도학파 학자로서의 한계가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cognizer 2007-11-01 12:34   좋아요 0 | URL
옳은 말씀입니다. 박정희에 의한 국가 통제나 밀어부치기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죠. 장하준과 유사한 입장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상황 파악이 안되는 분들이 많죠.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경제학 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오딧세이 1
황유뉴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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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일어나는 기본적인 모든 행위들을 이제 우리는 ‘경제’라는 잣대로 들여다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경제적 동물인 인간은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알맞은 인간형으로 변모를 거듭해왔다. 잠시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동가치와 상품가치를 올려놓는데 골몰한다. 컴퓨터와 영어는 물론이고 자본에 복무할 준비와 자세는 전쟁터의 군인에 버금간다.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모두의 일상이 방향 없이 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철학과 삶의 목표를 추구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준비와 마음가짐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 경제학편>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관한 간략한 역사이다. 학문적인 관심과 무관하게 역사의 진행방향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이기심을 극대화 한 행위가 경제의 기초라고 생각한 케인즈부터 미국의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상 ‘돈’과 관련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된 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경제적 행위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17세기 중엽부터 18세기 말까지 고전 경제학 시대로 구분하면서 부아기유베르, 애덤스미스를 중심으로 초기 경제학의 특징을 설명하며 이후 정치경제학이나 한계주의, 케인즈주의, 화폐주의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의 역사를 철저하게 인물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건중심이나 실제 경제 현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학자들의 주장과 현실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을 많이 접하기 힘들다. 쉽게 풀어쓰기 위해 사례를 만들어 놓은 부분들이 있으나 어색하고 내용 자체가 연결되지 않는다.

  책의 의도는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의 역사를 들여다 보려고 하지만 내용은 단속적이고 분절적이며 재미없고 지루하다. 각각의 경제학자들이 내세운 이론이나 대표적인 저서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론의 타당성도 현실 적용 문제도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내용이 빈약하고 연결되지 않아 지루하다. 깊은 성찰과 핵심적인 내용의 정리가 아니라 산만하며 단편적인 나열에 불과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은 당연히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을 위한 교양’을 표방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나 나열로 교양이 저절로 쌓이지는 않는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된다. 화려한 컬러사진과 지나치게 좋은 지질이 부담스럽다. 편집이 화려하다고 해서 내용의 부실함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학문으로서 경제학이 어떤 것이며 그 발전 과정을 청소년들이 알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란 무엇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혹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상황들과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고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경제는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삶으로서 부대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경제의 힘과 구조 그리고 문제점과 모순들을 알고 가르치고 배우며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경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나 돈과 관련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경제학-철학 수고>를 쓰며 칼 마르크스가 고민했던 바탕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현실을 개선했나? 정치학이나 철학과 무관하지 않은 경제학이 되어 사람을 살리는 경제학이 되려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청소년들이 이루어나갈 사회의 모습은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고민과 방법들을 모색해 보는 책을 기다리는 것이 지나친 욕심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부족하고 필요한 책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경제학도 더 많이 필요하다. <괴짜경제학>처럼 일상과 직접 관련된 책부터 <쾌도난마 한국경제>처럼 큰 그림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의 내일이므로.


07081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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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 지식발전소 01
사이먼 토미 지음, 정해영 옮김 / 유토피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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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발전 단계의 종착역이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고 싶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현재 모습은 철저하게 자본에 종속되어 있다.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역설하듯이 미래 사회에서 부는 단순히 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체적으로 자본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과 지식을 망라할 수 있는 모든 생산수단과 국적불명의 대규모 자본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세계화를 이룩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와 인류의 삶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한다고 믿는 몽상가는 이제 많지 않다. 자연선택에 의해 동물적인 진화가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한다고 순진하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화와 변화, 진보와 발전 사이에서 인간은 늘 희망을 꿈꾼다. 그것이 헛된 꿈일지라도 우리는 미래가 없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할 수 없다. 지금 힘겹고 고통스러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비관적인 미래에 대한 전망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회구성체 논쟁이 가열됐던 80년대보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르크스의 주장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주소는 물론 과거로부터 이행과정을 되짚어본다. 자본주의는 왜 등장했고 어떻게 굴러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고 평이한 내용으로 설명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한한 리오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만큼 알기 쉽고 적절하게 설명한 책을 찾기 힘들다. 이 책의 목적은 ‘자본주의의 역사’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현재’에 해당한다. 그 중심에 ‘시애틀’이 놓여있다.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 시애틀 사건을 단순히 성난 군중에 의한 시위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반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도전 세력들이 어떻게 연합해야 하면 그들이 가진 한계와 모순은 무엇인지 짚어내는 저자의 안목과 비판적 관점은 매섭기만 하다.

  이론적 토대와 경제학에 입각한 논의가 아니라 현실 정치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짚어내는 ‘운동들의 운동’에 관한 논의가 이 책의 핵심이다. 개혁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공산주의와 아나키즘에 이르기까지 넓고 다양한 사회적 스펙트럼들을 펼쳐 보여준다. 멕시코의 사파티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현실 가능성과 실제 상황 속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입장과 논리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한 눈에 만만찮은 내공과 논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서론 부분에서 앞서 논의되었던 다양한 입장들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활동가 혹은 학자 입장에서 서술된 책이나 각각을 위한 책들은 조금씩 다른 입장과 관점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쉽고 가볍게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입장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 흐름과 의미를 개괄할 수 있으며 반자본주의의 미래까지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하나의 응집된 운동과 현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숙제가 남겨진다. 또한 이데올로기를 넘어 저항할 수 있는 당연한 논리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당연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희망을 위해서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산층’이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있으며 스스로 ‘시민’이라고 믿고 있다.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가며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에 대해 남의 얘기로 믿고 싶어한다. 평등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선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자본에 집착하며 스스로 소외되고 20%가 되기 위해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의 덫에 치여 죽는다.

  목숨을 걸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에 의해 사립학교법은 무효화되었고 입도선매의 달콤함을 맛본 대학들은 인재의 육성보다 선발에 목숨을 걸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 대학을 졸업하고 놀면서 최소 1억은 있어야 법앞의 평등을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본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대다수 인간을 황폐화시키고 있지만 저항하기 보다는 순응하며 많은 돈을 벌어 자본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한 태도와 생각 자체가 이미 노예인 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현실 상황에서 이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전부가 활동가가 될 수는 없을까?

  혼자서 꾸는 꿈은 한낱 백일몽에 불과하지만 우리 모두가 동시에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잘 길들여진 우리들은 오늘도 내일의 희망과 미래의 꿈을 자본에 맡기고 살아간다. 온 국민이 ‘부자되세요’를 가장 듣기 좋은 덕담으로 외친다. 혁명가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했지만 그 리얼리스트의 한계를 이 책에게 묻고 싶다. 어디까지 현실과 타협하며 어디까지 행동하며 살 것인가. 철이 든다는 것은 세상 속에 묻혀 산다는 것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남들처럼 사는 게 좋다고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그 길이 좋아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07071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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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 - 장하준이 제시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
장하준 지음, 황해선, 이종태 옮김 / 부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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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눈을 뜨면서 잠들 때까지 길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모든 생활은 경제학이다. 학문 영역에 기초한 영역이 아니더라도 경제와 관련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이다. 우리 생활은 경제와 그만큼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특히 ‘세계화’라는 괴물이 등장한 이후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전지구화와 세계화가 되었다. 그러나 이 잣대는 모호하기만하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준거 틀이 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해되었지만 판단 기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과의 관련성 측면에서도 반성적 성찰이 심각하게 요구되고 있다.

장하준과 정승일의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현 시점의 한국경제에 대한 거시적 관점의 문제제기였다. 이번에 출간된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반박은 반드시 대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논의의 초점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닐 때가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대안도 제시되어 있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지루한 논쟁, 경기 부양과 투기 억제에 대한 우려가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거시적인 논쟁거리라면 이 책은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특히 ‘국가’와 ‘정부’를 중심으로 현안들을 점검하고 있다. 분명히 다른 ‘국가’와 ‘정부’를 구분없이 사용하는 것은 논의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혼용되고 있지만 모호하던 부분에 대한 명쾌한 설명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국가의 경제 개입을 부정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이나 탈정치화론의 기반인 객관적 시장 법칙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 책에서 빌려 올 수도 있다. 갈등 조정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돌아보고 자유 무역 협정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파장에 대해서도 온 국민이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강건너 불구경 수준의 현실 인식과 대응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온 국민이 한미 FTA 반대 시위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세계 경제의 미국화에 팔을 걷고 나선 것처럼 보이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분명한 점검과 대안이 필요하다. 어차피 국가간 자유 무역은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기업 경영 차원의 협력이 아닌가.

초국적 기업이나 거대 자본에 의한 경제 개발국과 구사회주의 국가의 예속적 경제 시스템은 국민 경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만을 미치는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국민들은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야만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과 반성도 필요하다.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쟁점들을 우리는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현실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냉소적인 시각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4장의 경제 발전에서 지적 재산권의 역할과 9장 개발도상국에서 공기업의 효율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객관적일 수는 없겠지만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상황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들은 모호하던 개념과 상식이라고 믿었던 부분들에 대한 점검과 고민을 요구한다.

지난 50여년의 경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세계는 우리가 믿거나 바라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실체라는 것이다. - P. 368

국가나 민족주의 담론을 넘어서 경제 부분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 한권이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한 실체라는 사실이다. 단선적인 기준과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판단력과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 조차도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장하준이 제시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이 책이 ‘우리 모두’에 방점이 찍힐 수 있는 경제학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에게 바라는가. 지금 현 정부에? 아니면 미래의 정부에?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부분들에 노력과 성찰로부터 대안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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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가봐요. 저는 경제라면 너무 어려워서 잘 접근을 못하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 아 그리고 저도 쾌도난마 한국경제 읽은 기억이 나네요.

cognizer 2006-12-0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외한이라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어렵기는 저도 마찬가집니다. 쾌도난마에 대한 강렬한 인상때문에 장하준의 책을 또 읽게 되었습니다.

비로그인 2006-12-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기 부양과 투기 억제는 초미의 관심거리이지만 서민의 입장에서는 손놓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답답합니다.

cognizer 2006-12-0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부를 압박하고 시민운동이나 다른 방법들을 동원해서라도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결국 방법과 실천의 문제가 남습니다. 제대로 된 눈으로 감시하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최소한 FTA 반대 집회 때 차 막힌다고 불평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1-1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절반쯤 읽었는데 논문적 성격이 있어서 쾌도난마 한국경제처럼 쉽게 읽히진 않더군요. 잠들기 직전 읽으려 했더니 몇 페이지 못 읽고 졸려서 아예 공부하듯이 집중해서 읽으니 잘 읽히더군요. ^^; 책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도 시장 우선주의적인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여러번 놀라고 있습니다.

cognizer 2007-01-1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몸에 익숙하게 배어버린 습성들에 새삼 놀랐습니다.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