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 옮김 / 부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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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여파와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기침을 하자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려 천지도 모르고 7% 경제성장을 호언하던 경제대통령 이명박이 당선 된 이후에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십 여년 전에 쓴 미국 경제학자의 에세이가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실제 경제 상황은 경제 이론에 의해서 움직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미 벌어지고 있는 사태나 역사적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학문이 경제학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자리의 문제, 우파의 경제 정책, 세계화라고 하는 뜬구름이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 성장이라는 환상, 투기꾼의 무도회, 시장 만능주의의 신화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이 책에서 한 번씩 언급되거나 다루어지고 있다.

  결코 가볍거나 만만치 않은 경제학 에세이다. 이 책은 역설적으로 유쾌한 경제학자의 우울한 경제 에세이로 요약될 수 있는 책이다. 2009년의 한국경제 위기와 전망은 단순하게 경기부양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합의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사회, 정치적 문제와 맞닿아 있는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경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의 문제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반성의 의미를 제공한다.


090427-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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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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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은 누구나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를 욕망한다.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알 수 없는 미래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예측 가능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열정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학과 과학의 발달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 전에 비해 100만 배 복잡해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200년 전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힘든 현재를 살고 있다. 그래서 경험론적 회의주의자는 말보다 행동을 중시한다. 각종 데이터와 통계를 프로그래밍한 이론과 시뮬레이션과 정교한 법칙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허무주의와 회의론에 빠지게 된다. 9.11 테러를 예견한 사회학자나 경제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의심과 황당함은 우리를 여전히 불안하게 한다. 나아진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이성이 발달하고 시스템이 정교해지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성이 높은 사회 구조를 만들어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전보다 불안정성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역사는 기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약한다는 작은 제목들에 주목하며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을 꼼꼼이 읽었다. 심리학과 경제학과 철학과 수학과 통계학과 사회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탁월한 저서라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개인적으로 통찰의 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통찰력은 철학적 사유에 의해서 혹은 통계적 분석에 의해 또는 경제적 지표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통찰력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인간들의 ‘확인 편향의 오류’로부터 출발해서 사고의 맹점들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수없이 반복했던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검은 백조’라는 선명한 상징을 통해 예측 불가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고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검은 백조가 발견된 순간 우리의 상식과 믿음과 경험적 지식은 모두 전복된다. 이러한 사건은 사회 곳곳에서, 경제 현상에서, 너무나 쉽게 발견된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연구와 실험을 거쳤다고 자부하는 이론과 시스템도 마찬가지 오류를 범한다. 결국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인가? 극단적 회의주의와 허무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범하고 있는 오류들에 대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비판이고 자기반성이다.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문제라면 이 책은 정확하게 문제를 찾아내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과학자의 시선이 아니라 현장의 허슬러만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감각과 다양한 이론과 예시들을 통해 저자는 이 모든 허약한 예견 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인식의 귀족으로 극찬하는 몽테뉴와 끝까지 경의를 표하는 칼 포퍼를 제외하고는 저자에게 비판받지 않는 경제학자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냉정한 시선은 예외없이 정상분포곡선을 창안한 가우스에게 겨누어진다. 그 수학적 진실과 현실의 적용 불가능성에 대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 저자는 칼끝을 철학자들에게 돌린다.

우리는 입증이 아니라 부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관찰된 사실들로부터 보편적 규칙을 확립하려는 시도는 틀렸다. - P. 121

  지금까지 믿었던 사회와 경제에 대한 관점을 모두 폐기처분하라는 극단적이고 혁명적인 선언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지나치게 복잡한 경제, 사회 분석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보인다. 책 곳곳에서 비춰지고 있지만 수학자나 경제학자들로부터 통렬한 비판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논리적이며 우리가 반복했던 실수들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고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논의는 단순하게 이론적이거나 책상머리에 앉아 잔머리를 굴리는 종류와 거리가 멀다. 실전에서 익힌 감각을 바탕으로 경험적 회의주의가 단단한 기초를 이룬다. 그 위에 이론적 토대와 실명 비판이 더해지는 실제 사례들은 예상 반론까지도 차단하는 논리 구조를 갖추게 된다. 물론 저자의 수학과 경제학에 대한 이론들이 정교화되어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연구와 합리적인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할 듯 싶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대해 쉽게 반론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책이 주장하는 이야기의 오류들은 사실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순환 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나에게는 진지한 성찰과 비판의 시간을 전해 주었음에 틀림없다.

  니체가 꼬집었던 ‘교양속물(buildingsphilister)’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저자는 아랍인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 고향집이 어찌되었는지 모르는 저자의 개인사와 그의 생각이 완벽하게 분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외자의 시선으로, 제 3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현실 밖에서 현실을 들여다 보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역사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 대한민국의 2008년이지만 검은 백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극단의 힘과 마이크로 트렌드가 미래 사회를 바꿀 것이라는 미래 예측을 모두 비웃는 검은 백조를 만났다.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이 책의 부제가 현실에서 마주할 때 얼마나 큰 공포로 다가오는지 우리는 매일 매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그가 아니라 바로 내가 검은 백조는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상상!

기억할 것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검은 백조라는 사실이다. - P. 464

08122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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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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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베스트셀러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궁금하면서 읽지 않는 버릇이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거나 타인의 취향과 다를 수 있거나 관심 영역이 아니거나! 그런 경우 대부분 금방 잊혀지거나 관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책도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어 그것을 쫓다보면 신간에 목숨 걸게 된다. 내가 책을 읽는 패턴도 신간과 고전 놓친 책들의 조화를 꾀하지만 쉽지 않다. 선택은 신중하지 못하고 편식을 하게 될 때도 있고 다양한 관점을 잃기 쉽다. 하지만 곧 잊혀지지 않거나 계속 관심이 가거나 호기심이 늘어나는 책은 읽는다. <88만원 세대>가 그런 책이다.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시작으로 <직선들의 대한민국>,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괴물의 탄생>를 읽고 <88만원 세대>를 읽는 느낌은 색다르다. 작년 8월 1일 처음 펴낸 책이 올 9월 22일에 14쇄를 찍었다. 내용에 앞서 눈에 띄는 놀라움이다. 많이 팔리긴 팔린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열었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책이지만 3, 4권부터 읽고 올라와도 크게 차이가 나거나 다양한 관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시리즈의 처음에 걸맞게 거시적인 문제들과 사회 현상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참신하다. 거침없는 발언과 색다른 관점은 이 책이 많이 팔린 이유들을 증명하는 듯하다. 단순한 경제학 이론 서적이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2007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 될 듯하다.

  세상을 바라볼 때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상에 대한 인식 틀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관점의 안경 중에서도 특별하다. 그 특별함은 몇 가지로 나타난다. 먼저 접근 방식이다. 경제학의 주제가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20대가 중심에 우뚝 서 있다. 그것을 둘러 싼 세대와 세대의 관계를 살펴보고 유럽의 사례를 통해 우리들의 문제를 짚어낸다. 또한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비교경제학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여기에는 물론 역사적 상황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전제된다.

  기업의 마케팅 대상으로나 관심을 받는 세대인 2007년 20대를 우석훈은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대의 특성과 그들의 갖는 독톡한 경제적 상황과 시대적 배경을 꼼꼼하게 분석하다보면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의 목적이 박권일의 말대로 20대에게 ‘희망고문’이 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내일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문을 닫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무리 승자독식 시대가 도래 한다고 하지만 시대의 중추에 설 날이 온다고 믿어야겠다. 그렇지 않다면 두 저자도 이 책을 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발칙하고 흥미로운 도입은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넘어 충격을 준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극장 상영 전 ‘대한 늬우스’와 ‘애국가’가 시대의 코미디가 된 것처럼 10대들의 첫 섹스와 동거 문제는 당연한 현실에 대한 돌 던지기다. 동거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들이 왜 문제인지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선진국의 사례를 들려주고 자연스럽게 대학등록금과 대학의 서열화 문제 그리고 1318 마케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우리에겐 꿈같은 대학 등록금 50만원. 공공의료와 교육 정책들이 이루어진 배경과 과정은 단순한 동경을 넘어 실현하기 어려운 먼 나라의 혁명으로 들린다. 아니, 혁명이 맞다. 다만 우리는 그 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그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가 조바심이 날 뿐이다. 10대들이 이룩한 프랑스의 대학의 공립화와 번호 추점은 68세대의 힘을 넘어 선 엄숙함이 느껴진다.

  현실은 한 번도 우리에게 ‘꿈’을 말해 준 적이 없다. 그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인간이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실현 가능한 꿈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고문에 가까울 때가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우울한 미래와 10대로까지 이어지는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 땅의 모든 10대와 20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이 있다. 문제는 그들의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이 세상에는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미 기득권과 헤게모니를 장악한 기성  세대들의 각성과 해법이 없다면 이 문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엉킨 실타래가 될 것이다. 20대가 만나는 현재의 한국 사회는 암울하기만 하다. 자조와 절망을 안겨 준 것은 그들의 능력이 아니라 시대의 고통이고 우리 모두의 과제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눈물겹던 <촌놈들의 제국주의>의 닫는 글 ‘교육 파시즘의 시대, 학교 파시즘에 부쳐’가 생각난다. 지금의 20대가 겪어야 했던 혹은 그들을 양산한 세대들의 반성과 비판은 과연 합당한가. 10대와 20대는 지금 이러한 경제적 상황과 세대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는가. 그 대안과 합립적인 문제 해결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당연히 불가능한 무모한 질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알바를 위해 목숨을 건 무한 경쟁의 시대에 배부른 고민은 누가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넌 누구냐고, 어떻게 사느냐고, 그렇게 살거냐고, 우리 모두 이렇게 계속 지낼 수 있겠냐고.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제 2 부 3장 ‘바리케이드와 짱돌의 기원에 관한 고고학적이며 기능론적인 고찰’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지금 우리 20대를 위한 명명법. 88만원 세대는 비정규직 평균 임금에서 20대가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토익, 토플, GRE 점수가 아니라 바리케이드와 짱돌이라고 선언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이다.

  어느 시대가 희망으로만 가득했겠는가? 역사에서 어쩌면 단 한 번도 그런 순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희망이 고문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로 변화하려면 내 목소리와 실천과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 절망은 희망의 그림자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바보들의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똑똑한 척 하는 바보다. 그 사실만 빨리 인정한다면 길은 의외로 쉽게 만들어 질 수 있다. 88만원 세대는 오늘도 안녕하신가. 또 나는 어떤가?


08110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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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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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실체와 싸우는 것이 가장 힘겹다. 그것은 권력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침묵의 카르텔이라 명명하기도 하고 헤게모니라고도 한다. 표현 대상과 이름은 달라도 개인이 맞서기에는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많으며 음험한 시선들과 드러나지 않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참여와 연대 실천과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영원히 그것들의 파상 공세에 시달릴 것이며 다수가 피폐해지고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그것의 이름을 ‘국가’ 혹은 ‘괴물’이라 불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우리는 그것을 정치권력 혹은 공인된 국가권력이라고 부른다. 홉스는 왜 그랬을까? 온몸으로 체감하면서도 너무나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실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한국의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각 분야에 숨어 있는 치열한 헤게모니 전쟁은 집단의 크기와 상관없이 곳곳에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가만 들여다보면 그 거대한 흐름을 떠나 우리의 삶을 생각할 수조차 없지만 쉽게 포기하거나 외면한다. 개인적 이기주의, 무임승차, 집단적 포퓰리즘 등 그 원인은 다양하게 진단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그 해법은 이해관계에 따라 상충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문제는 개인과 집단마다 첨예하게 대립된다. 보다 많은 돈을 벌어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을 기저에 둔 채 정책 결정과 사회의 시스템은 다양한 목소리로 울려 퍼진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거시적 관점의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단기 처방은 난무하지만 정작 다수(?)를 위한 방편을 제시하는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안목을 마주하기는 어렵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로 시작된 우석훈의 경제 이야기가 4권 <괴물의 탄생>으로 마감됐다. 3권 <촌놈들의 제국주의>만 읽었으니 절반을 읽은 셈이다. 1권 <88만원 세대>로 주목받았으나 나는 정작 1권을 읽지 않았다. 이제 거꾸로 1권을 읽어볼 차례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았어도 그의 이야기 속에 일관된 흐름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관점이 이론을 뒷받침한다면 이 책들은 누구에게나 읽힐 만한 책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화병(火病)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의 공식이 책 표지에 등장한다.



  누구의 입장에서 어떤 경제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경제학자마다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때로는 전혀 상반된 주장으로 듣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 기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정책의 방향을 봐도 그렇고 과거의 정책과 방향을 보아도 그렇다. 최적의 선택은 어렵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우석훈은 이 책에서 그 대안들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인문학 과정 대학생과 대학원생 수준을 겨냥해서 쓴 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렇게 어렵고 지루하지는 않다. 저자 특유의 발랄하고 경쾌한 어법은 계속된다. 다만 내용 자체가 어둡고 무거워 앞선 시리즈를 본 독자들의 표현대로 ‘공포 경제학’으로 불릴 우려도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경제 이론의 변화를 일괄하는 1부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과 마르크스의 <자본론>(1876) 그리고 케인스의 <일반이론>(1936)을 축으로 강의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세 권 모두 읽어 본 적이 없고 주워들은 풍월만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큰 흐름만을 짚어나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현재 우리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총론격으로 긴요하게 읽혔다.

  이 책은 마치 실제 강의록을 준비하듯 쓰여졌으며 한 학기 분량인 열 세 강좌로 되어 있다. 네 번째 강의까지가 이론 부분인데 눈에 띠는 것은 ‘국가와 시장의 경쟁, 그리고 제3부문’이다. 제1부문인 공공부문과 제2부문인 기업에 이어 호혜, 증여, 이해, 믿음, 소통 등 경제학과 관련 없는 부분들을 어떻게 일반 이론으로 만들어 내고 그것을 1, 2 부문들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주의의 형성과 위기를 ‘괴물의 탄생’으로 한국 경제의 대안과 3가지 과제를 ‘괴물의 해체’로 본문이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 해당되는 괴물의 탄생과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괴물의 해체 모두 새로운 시각과 ‘대안’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관점들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전환을 위해 제3부문에 대한 고민을 풀어 놓은 열 두 번째 강의는 ‘괴물의 탄생, 실종된 제3부문과 파시즘’으로 엮은 여덟 번째 강의과 함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생태적인 부분과 같은 문화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교육 문제의 대안을 찾아가는 전방위적 사회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경제의 틀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의 부문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 ‘우리는 지는 법이 없다!’는 말로 마무리 한다.

  명랑하게 C급 경제학자임을 자처하는 우석훈의 경제 대한 시리즈는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삶을 조망할 수 있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별력 있는 신념과 용기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합리적 이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제시된 충고와 조언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싶어졌다.


0810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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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 재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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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사람들은 웹을 통해 또 하나의 세상을 주유한다. 인터넷은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섰다. 군대 생활을 했던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내게 세상은 둘로 나뉘어졌다. 군대 생활 이전의 시대는 아날로그 시대였고 그 이후의 세계는 디지털 시대였다. 한 몸으로 두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전역과 동시에 웹을 기반으로 한 SI업체에 처음 발을 디뎠다. 네스케이프 2.0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 처음 접속했고 사내 홈페이지에 들어가 출근부를 찍지 못해 애를 먹으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불과 10여 년 전 일이지만 돌도끼를 쓰던 시대처럼 아득하다. 너무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눈동자를 움직임을 빠르게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속도만이 승부를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격세지감을 말을 쓸 만한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인지 두 세기를 살아가면서 시대의 격변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이제 컴퓨터는 인터넷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고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웹기반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진화 속도를 추월해서 이제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을 촉구하는 일이 시대의 사명은 아니지만 미래 사회를 읽어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된 것은 틀림없다.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고 싶다면 네트워크 세상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링크되어 있으며 어느 누구도 독립적인 존재로 기능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진부한 명제가 이제 인간은 웹적 존재 혹은 네트워크적 존재라는 말로 대치되어야 마땅한 시대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웹은 진화하고 있다는 말은 당분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메다 모치오의 <웹 진화론>은 우리 시대를 읽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 역할을 해 줄만하다. 저자의 관점은 현 시대를 예리하고 적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시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데올로기와 계급적 위치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그것은 정확한 분석을 전제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떤 책도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일 수 없다는 평소 개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나름대로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의 나열이 지루하지 않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과장된 해석이나 지나친 의미 부여가 때로 독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일본에서 이미 40만부 이상 팔려나간 책이라는 사실을 이를 입증해 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도 그다지 동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 있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기 위한 좋은 지침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일은 단순히 관련 분야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그것을 활용하고 동참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과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웹은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서장에서 혼돈스럽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가치 판단이 개입된 명제이지만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구글에 대한 저자의 경외감은 우리에겐 조금 낯설다. 네이버라는 막강한 포털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위험은 언제든 우리에게도 닥쳐올 지도 모른다. 그것이 위험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회가 될 것인지는 물론 우리들의 자세와 대응 방식에 달려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퍼블릭, 오픈, 프리’라는 모토이다. 인터넷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미래 사회의 동력이 어디에 기반할 것인지를 읽어낸 키워드이다. 이것이 엄청난 이익을 초래하공 있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우리는 목도했다. 구글은 그것을 실현했고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웹 2.0의 본질은 ‘지식과 정보’의 게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포털들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변화의 물결은 이미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재미있고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는 이 지침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지식과 정보가 게임처럼 즐겁게 유통되고 그것을 통해 부를 창출하고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미래 사회를 나는 혹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다.

  가장 인상 깊은 저자의 표현은 ‘또 하나의 지구’라는 말이다. 인터넷을 또 하나의 지구라고 표현할 만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웹 진화의 한 복판에서 낡은 경제 이론과 보수적 사유가 가져오게 될 재앙을 생각해 보았다. ‘거친 산길’을 걷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 선택이 모여 사회의 흐름이 된다는 사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인터넷 공간의 지적 풍요, 정보 공유와 조직의 선택은 웹 진화와 새로운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이다. 웹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대변혁의 시대에 우리가 가야할 길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흐름과 변화를 먼저 정확하고 날카롭게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을 갖는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별빛처럼 선명하게 길을 제시해 주던 시대는 끝났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사이로 난 좁은 길들을 찾아내고 그 별들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면 일단 고개를 들고 별을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081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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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웹 진화론 -우메다 모치오
    from 김재호의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2009-01-13 08:20 
    웹 진화론 -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재인 몇 달 전에 회사에서 booksmba.com 이라는 곳의 무료 독서 프로그램을 수강해보라고 해서 웹 2.0에 대해 쓴 책들을 무더기로 읽게 될 기회가 있었다. 사실 여러 수강 과목들이 있었지만 다른 과목들은 다 경제니 마케팅이니 하는 것들 밖에 없어서 나는 별 고민 없이 웹 2.0 이라는 과목을 선택했다. 다음 3권의 책이 내게 전해졌다. - 대한민국 웹 2.0 트렌드 -김상범 - 웹 2.0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