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자본 세계사 가로지르기 3
박홍규 지음 / 다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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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단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어요, 영원히 살고 싶어요, 죽은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세상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고 싶어요, 나보다 예쁜 여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 말도 안되는 상상이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복권 당첨, 부자되기, 부동산 재벌 등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에 기초한 삶의 방식에서 모든 것은 화폐가치로 환산된다. 우리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돈 혹은 자본이란 말을 잘 알아야 한다. 도대체 돈은 무엇이며 자본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는 조금 더 자본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로 나온 『세상을 바꾼 자본』은 색다른 경제사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의 하나로 ‘자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상한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 아닌 비밀들이 많다.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도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교과서에는 노동자의 권리나 노사관계에 대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경제의 주체와 관점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생활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기업가의 입장이나 수박 겉핥기식의 원론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위한 사회, 경제 교과서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경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선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자본의 시대는 16세기 서양이 비서양을 침략하고부터 시작되었다. 황금과 화폐로 축적된 자본은 무한한 탐욕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본이 가난을 극복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 환영했다. 그러나 자본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대부분 초래했다. 단적으로, 자본의 시대에 사는 한국인은 돈과 행복이 무관하지 않고 충분한 돈이 없어서 대부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인간을 자본인이라 부른다. 이 책은 그런 자본인, 탐횡인으로부터 해방되자는 취지로 쓴다. - 74쪽

이 책의 목적이 뚜렷하다.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이 아니라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이 되자는 말이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 험난하다. 얄팍한 경제에 관련된 지식만 가지고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면 이야기가 달라지더라도 자본인, 탐횡인으로부터 해방되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을 거부하자는 말이 아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말도 아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 말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사랑하지 못한다. 아는 것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한다는 말은 안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인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가 한 쪽에 치우진 자본주의에 관한 역사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이 책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책은 항상 빛과 어둠을 함께 드리운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을 읽어내는 독자라면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자세가 독서의 기본이다.

이 책의 저자 박홍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서적을 읽고 쓰고 번역하는 법학자이다. 게다가 추천사를 쓴 강수돌 교수보다 더 지독한 반자본주의자이다. 이반 일리히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의 번역자 답게 자전거를 타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괴짜 법학 교수이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도 없다. 우리 모두 박홍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의 삶의 조건이 어떠한지는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고 우리들의 삶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모든 걸 돈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경제 개념이 필요하다. 과연 자본은 무엇이며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문장들이 여과없이 사용되어 조금 더 쉽고 친절한 안내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독자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신경 쓴다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적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저자의 책이 논쟁의 중심에서 또 다른 책을 재생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의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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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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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시작 부분이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면 어느덧 창밖에는 어둠이 당도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항상 최선을 선택하며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조금 더 먼 곳에 시선을 던지고 주위를 살펴보면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이렇게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제각각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하준의 신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야기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대한 논쟁은 그간 끊임없이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기업가들의 입을 통해 들려왔다. 일반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그들의 결정과 정책에 따른 삶의 조건에 온몸을 맞춰왔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은 어떤가. ‘자본주의’의 개념 자체를 논하는 이야기부터 더 나은 ‘자본주의’를 꿈꾸는 이야기까지 수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도 정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인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부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안인들』에 이르기까지 줄곧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비판적 시각으로 진단해 오고 있다. 이 책은 장하준의 경제적 신념을 살펴볼 수 있는 역작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에 대한 지식과 정책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도와 생각으로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장하준이 말하는 ‘그들’은 권력과 자본을 쥐고 있는 정치가와, 기업가 그리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경제에 관한 진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의 실물 경제를 움직인 경제학 이론과 정치적 주장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23가지로 정리하며 저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이슬란드의 경제현실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해박한 경제학적 지식을 토대로 지난 30여년 세계경제를 진단하고 현재의 모습을 평가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장하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진다. 단순히 낡은 경제학의 이론들과 새로운 이론들을 비교하는 전문서적이 아니라 경제를 둘러싼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생리 그리고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점검하며 현실 경제의 문제점과 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 P. 14

서론에서 이렇게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대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로 시작해서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로 끝날 때까지 명시적인 이야기로 주의를 끌고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와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는 짧은 글로 현실을 진단한 후 문제점을 진단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 결론에서 저자는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여덟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30년 간의 실험을 통해 실패로 결론 난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가와 경제학자는 물론 정치인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실 경제 체제를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데 머물고 있지 않다.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80년대 이전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했던 원리를 통해 그 대안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세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아주 순진한 발상에서 출발한다면 경제학자 장하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경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살아가는 삶의 문제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지금 이대로 점점 더 문제가 많아지고 있는 혹은 이미 실패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생각을 바꾸고 정책을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우리들의 마땅한 의무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 경제 시스템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숨쉴 수 있을 것인지 ‘그들’에게만 맡길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점검할 시간이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책 한 권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지난 30여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보다 이들 다른 경제학자에게서 배울 점이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여러 기업, 정부, 정책들 중 어떤 것들은 성공하고 어떤 것들은 실패하는지를 잘 보면 이제는 무시당하고, 심지어 잊힌 이런 경제학자들에게서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제학은 쓸모없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 P.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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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0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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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첫째, 자본과 자본가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점, 둘째, 그 시작부터 ‘자본 혹은 자본가가 지배하는 사회 체제’를 상당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어감으로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는 점, 셋째, 수많은 사상가들이 이 말을 근대 사회를 이해하는 대단히 중요한 핵심어로 여기고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편적인 정의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그 혼란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 28쪽

책을 선택하는 다양한 기준 중의 하나는 저자다.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홍기빈을 <학벌없는 사회> 강연 포스터로만 다시 만났다.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그의 논리와 설득에 몰입하게 된다. 깔끔한 문장과 정확한 분석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자본주의』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주제에 대한 관심과 저자에 대한 믿음.

살림출판사의 ‘지식총서’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와 ‘고전의 세계’는 짧은 분량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지식의 에피타이저로 적당하다. 책세상의 ‘비타악티바’ 시리즈는 인권과 아나키즘을 필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세상의 다양한 ‘개념’들을 설명한다. 자주 사용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개념이나 그 뜻이 모호하고 불분명한 개념들에 대한 기초적이고 정확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 홍기빈의 『자본주의』는 1장에서 자본과 자본가와 자본주의라는 말썽꾸러기 용어에 대한 혼란를 정리한다. 여기서 정리한다는 뜻은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정리해서 명료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왜 정리되지 않고 그 뜻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모호한 상태의 개념을 저자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 것을 연역적으로 먼저 내세워 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개념을 저자는 나름대로 그 특징을 짚어 낸 것이다. 한두 마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은 ‘화폐, 생산, 권력’이라고 하는 보다 구체적인 개념을 이용한다. 화폐경제의 발생과 ‘자본’의 발생 그리고 권력과 자본주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주변을 이용해서 실체를 밝히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다음 고전적인 자본주의 이론가들을 내세운다. 리카도와 마르크스, 좀바르트와 베버, 브로델과 베블런이 그들이다. 마르크스와 베버 그리고 베블런의 책을 읽었지만 저자의 요약 설명과 다른 경제학자와의 비교 설명은 명쾌하게 와 닿지 않는다. 내가 과문한 탓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관점들을 통한 개념 설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자연스럽게 21세기와 자본주의의 역사적 경향을 일괄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의미는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경제 체제 및 이를 토대로 성립하는 사회구성체’이다.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없는 모호한 개념이고 변화하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개념과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용어의 모호함 때문에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처한 사회를 설명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개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개념에 대한 역사적 변천 과정과 나름의 기준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사회 현상과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개념이 없다는 말은 무식하다는 말이 아니라 생각할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과 이해로부터 인식의 힘은 출발한다. 보다 넓고 깊게 세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우선 쉽고 간단하게 개념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지식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한 리처드 파인만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본주의 개념을 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을 포함한 ‘비타악티바’ 시리즈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근대 이후 우리가 걸어온 역사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묻고 있다. 하나의 개념은 정확하고 명료한 설명에 있지 않고 미래 사회의 전망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반성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본주의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자본주의 길을 되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행간의 의미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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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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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꿈과 무의식의 영역조차 조작하고 싶은 욕망을 담은 영화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라는 걸작을 만든 감독이다. <인셉션>은 말하자면 이 감독이 지닌 주된 관심사에 대한 오래된 고민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실 너머를 꿈꾸는 인간의 욕망은 어쩌면 영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매트릭스>나 <아바타>도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메멘토>의 주인공은 10분 이상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 상실증 환자이다. 온몸에 메모를 하기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처절하다. 인간의 기억은 어차피 사실이 아니라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억장치가 상실된 인간은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이성을 기억이라는 능력으로 조망하고 있는 놀란 감독의 능력에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삶의 특정 부분에 대한 아름다운 혹은 불쾌한 해석을 추억이라고 말한다면, 일상의 한 부분에 대한 재생 능력을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1차적 인간관계 등 감성 영역에 대한 추억은 없는 기록을 만들어내도 그리 나쁘지 않다. 어차피 스스로 해석한 기억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성적 영역을 주로 활용하는 업무 추진 과정에서는 정밀한 단순 기억력이 꼭 필요할 때가 많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 패턴이기 때문에 오히려 간과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이 때 사람들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반복된 실수는 실력이나 능력으로 평가받게 된다. 따라서 어떤 일에 대한 능력의 첫 번째 요건은 정확함과 신속함이다.

주변에 완벽한 사람이라고 평가 받는 이들은 대체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빽빽한 스케줄러,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탁상 달력의 메모, 컴퓨터의 일정관리 프로그램 등 수많은 일들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의 능력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확인하게 된다. 더구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의사인 아툴 가완디가 쓴 『체크리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 이면에는 물론 인간의 ‘기억’에 대한 한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사소한 건망증을 비롯해서 순간적인 임기응변, 위기 대처능력 등 다양한 장면에서 벌어진다. 저자의 직업은 외과의사이다. 수많은 수술을 반복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실수’는 곧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외과 수술은 여러명의 전문가들의 협력 과정이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팀 플레이를 망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저자는 비행기의 조종사와 부조종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다른 전문직 분야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기보다 자신의 전문분야인 의료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제시함으로써 유사한 상황을 ‘일반화’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독자들은 의료 분야에서 반복되는 일을 자신의 분야로 유추할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조금씩 비슷한 실수를 하게 마련이며 누구나 유사한 패턴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하는 곳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저자는 ‘체크리스트’라고 말한다. 종이 한 장이 도대체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고, 내가 전문가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겸손함과 신중함 그리고 인간의 기억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인간이 불완전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실수하는 이유를 실증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그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들이 일상에서 늘 반복하는 일이라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물론 체크리스트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뼈아픈 교훈을 주기도 하고 멍청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는 체크리스트지만 잘 활용한다면 여러 사람이 협력해야 하는 일이나 복잡하고 정교함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순한 일, 복잡한 일 그리고 복합적인 일을 케익 만드는 일, 우주선을 발사하는 일 그리고 아이를 기르는 일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는 복잡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을 익혀두면 편리한 일과 수많은 조합으로 매번 복합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일과 자주 접하게 된다. 단순 반복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도 복잡하고 복합적인 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동일한 일을 많은 사람이 해야하는 경우나 복합적인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체크 리스트와 자신의 체크리스트를 비교해 보자. 체크리스트가 없다면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사람들이 보유한 지식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결점을 보충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인간적인 결점을 보충해 주는 것이 바로 체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필요한 요소와 불필요한 항목을 조정하면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활용해보면 그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면 참여의식과 책임감, 기꺼이 말하고자 하는 마음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활성화현상) - 아툴 가완디, <체크리스트>, 145쪽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수많은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야 한다. 간단한 체크리스트 하나가 실수를 줄이고 보다 완벽한 일처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일은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체크리스트는 숙련된 전문가들의 기술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속하고 간단한 도구다. 그리고 빠르고 사용 가능하며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져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 아툴 가완디, <체크리스트>,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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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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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턱도 없는 소리다. 경제학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의 노예가 되어 산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제라는 말은 학문적인 개념과 좀 다르기는 하다. ‘돈’과 관련된 모든 일을 경제와 관련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돈과 무관하진 않지만 대안을 제시하거나 합리적인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왔지만 경제라는 괴물은 여전히 럭비공처럼 예측 불가능한 대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다. 아니, 알든 모르든 우리 모두는 매일 매일 경제 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물건을 사고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광고를 클릭하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든 행위가 그렇다. 살기 위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적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인간은 경제 행위의 주체다. 수많은 이론과 그래프와 수식이 동원되어 실물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데 경제학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학도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생각보다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경제인’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고 이론과 다른 현상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경제학적 개념이나 용어, 현상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행위의 주체인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모습이 21세기의 인간이 아닌가 싶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판단의 밑바닥에는 ‘돈’이 놓여 있는 현대인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경제학에 대해 찬찬히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안내서다. 고등학교 경제나 사회시간에 다루어지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 외국어처럼 들어만 보았던 용어들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으로 자처하는 사람이다. 이 책이 나오고 정권이 바뀌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경제학 지식과 소신이 어떻게 현실에 접목되었는지 궁금한 사람은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어보자. 이제는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간섭현상이 일어나겠지만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읽어도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논리와 직관력을 갖춘 필자다. 어떤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합리성이다.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감정적이거나 아전인수식이라면 독자들은 이 책을 스테디셀러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문장과 더불어 적절한 비유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최대한 경제학 용어와 이론들을 쉽게 설명하려고 해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머리가 아프다. 저자는 알기 쉽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것을 잘 극복해냈다. 다른 경제학 입문서와 구별되는 이 책의 특징이다.

  또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다양하게 다루어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먼저 경제 행위의 주체인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과 시장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쉽게 읽히고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장 시장과 국가는 신문 경제면을 떠올리면 된다. 뉴스와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가 잘못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돌아 보게 된다. 3장 시장과 세계는 최근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알고 넘어가야할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한 내용이다.

  시의성 있는 사례들은 그 결과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과 이론적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부에서 3부까지 범위를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지만 꼭 순서대로 읽거나 각 장들을 모두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 보자.


09082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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