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3
니콜라우스 피퍼 지음, 알요샤 블라우 그림,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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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스타들이 일주일 동안 단 돈 만원으로 생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만원의 행복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단순히 돈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비싼 음식을 먹자면 한 끼조차 해결할 수 없는 만원은 일주일을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하지만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선택한 즐거움과 만족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많은 돈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제학자 부크홀츠는 경제학이란 최선의 선택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경제학이란 우리의 삶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겪는 선택의 갈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장 큰 만족을 얻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가장 덜 힘든 것을 선택하려는 이기적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일정한 금액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만이 아니라 우리는 거의 모든 순간에 본능적으로 경제학적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경제 문제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해졌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움직이는 대부분의 원인이 경제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를 단순히 의 문제로만 환원할 수는 없다. 돈이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모든 행위를 경제학적 이론이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더라도 경제학을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버는 방법에 관한 학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넓은 의미에서 경제학은 인류가 먹고 살아온 과정에 관한 진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류가 걸어온 삶의 과정과 역사를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되기도 하는 것이 경제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는 우리가 몰랐던 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게 해준다. 이 책은 경제학에 관한 이론서도 개념서도 아니다. 경제의 흐름과 발전과정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인류의 삶은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리오 휴버먼은 자본주의의 탄생 이전과 이후의 사회, 역사적 맥락을 상세히 설명하며 경제사와 경제 사상사의 중간쯤을 더듬고 있다. 당대의 사회적 상황을 통해 필연적으로 자본주의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간접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입법부가 고용주와 노동자들 사이의 불화를 조정하려 할 때마다 입법부의 조언자 역할을 맡는 쪽은 언제나 고용주들이다.’는 애덤 스미스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가 변했어도 그 관계는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대부분 고용주가 아니라 노동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고용주와 노동자 어느 쪽이 되든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변화과정과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보다 조금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니콜라우스 피퍼의 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는 고대와 중세의 경제부터 자본주의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세계 경제의 미래로 나누어져 있다. 본격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기 전에 혹은 일반인들 입장에서 품을 수 있는 호기심을 질문형식으로 바꿔 각 장을 삼고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분량이나 난이도면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철저하게 자본의 노예가 된 것 같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돈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는 김찬호의 돈의 인문학은 더욱 값지게 읽힌다. 한진수의 17살 경제학 플러스등의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므로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며 기업은 좋은 상품을 개발하려 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인문학은 당장의 상황을 바꾸어주는 데 큰 힘이 되지는 못하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거기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돈과 인문학이라는 어색한 만남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문학적 관점에서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가 중요하고 소유가 아니라 관계가 중요하다. 저자는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될 것을 주장한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 남녀관계, 일상생활 등 어느 것 하나도 돈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돈의 무한한 욕망으로부터 한발 비껴서 그것을 바라볼 때 우리의 삶은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지금은 그러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지 돌아보자.  

 

이에 비해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괴짜 경제학은 가장 현실적이고 유용한 경제학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 책은 경제학 용어나 개념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경제학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학문인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책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미래와 행복을 꿈꾸며 산다. 이런 세상이 모순된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우리가 세상을 경제의 잣대가 아니라 도덕의 잣대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과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의 만남은 이런 모순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학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잠자리의 눈처럼 넓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

 

신문 경제면을 이해하기 위한 경제지식이나 데이터와 통계에 의존하는 경제학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의 힘과 그것이 걸어온 과정을 보여줄 수는 역사적 관점이다. 현 경제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비판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갖기 위해서도 경제학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안목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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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체험판)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 / 부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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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프렌차이즈 업체와 자영업자 사이의 계약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인테리어 변경 기간과 비용 등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업체의 배불리기 수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연 몰라서 지금까지 관여하지 않았을까.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 모든 것은 시장에 맡겨두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거 이틀 전에야 손을 대는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상식과 자주 부딪친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 선악의 가치 판단 기준도 다를 뿐 아니라 태도와 방법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래서 서로 알고 있는 상식도 다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의 실수를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거나 너도 마찬가지라는 물타기 전법을 쓰는 정치인은 어떤가. 권리만 주장하고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태도는 금방 벽에 부딪친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뒤에서 욕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고 소문으로 승부를 내기도 한다. 입으로 죄은 죄는 입으로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정치에는 상식도 이념도 국민도 없다. 오로지 후보자의 당선만 있을 뿐이다. 선거가 생활을 바꾸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말은 글자 그대로 이론으로만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운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강고하다. 자신의 계급에 맞지 않는 투표 행위를 어떻게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숱한 철학자와 사상가들 그리고 사회학자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적 모순을 지적하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성향은 고스란히 선거에 반영되고 현실 정치와 경제에 반영되며 우리들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 부모의 영향, 학교 교육, 개인적 성향, 집단의 이익, 인간 관계, 지역적 특성에 따라 생각의 좌표는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여전히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며 어떤 경제적 모델을 꿈꾸는가. 지금 우리들의 삶은 어떠하며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모든 고민의 바탕에는 자본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기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본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끝없는 질문의 끝자락에서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만난 것이 2005년이다. 7년 만에 그 후속편에 해당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복지논쟁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서울 시장을 갈아치웠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11년에 나온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08년의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 했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권력과 진보적 비판세력은 실질적인 주도권 싸움에 열을 올리며 이념 대립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사회의 아니 대한민국의 문제는 경제다.

 

2006국가의 역할, 2007나쁜 사마리안인들을 잇달아 내 놓은 세계적인 경제학자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은 좌파로 규정되며 그의 책은 국방부 금서로 지정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에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쪽에서 박정희 시대의 국가 통제 자본주의와 재벌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때문에 욕을 먹기도 했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 는 없겠지만 경제가 이념으로 해결 가능한가. 아니면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복지 논쟁은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곧바로 우리 삶에 직결되는 이 문제들을 우리는 외면하면서 살아갈 수 없고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둘 수도 없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이종태 기자의 사회로 장하준과 정승일 두 사람이 대담을 나누고 정리한 책이다. 전작인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왔다. 우리가 자유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시작되는 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진보의 착각에서부터 현정부의 문제점까지 신랄하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민다. 10, 20년을 내다보고 99%가 나서야 할 상황이라는 말은 뼈아픈 우리의 현실을 말해준다. 최근까지 이어지는 금융위기의 원인과 전망, 끝없이 되살아나는 박정희식 경제 체제의 장단점, 재벌 개혁에 대한 오해와 진실, FTA의 실체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래의 화두인 복지에 대한 관점과 의미 그리고 실천방법을 조명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그러나 두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결국 실천의 문제로 남는다. 19대 총선이 치러지는 날이지만 선거 결과가 우리들 삶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은 자신의 수준의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뼈아픈 현실을 겪으면서도 실감나지 않는 모양이다. 경제를 발전시켰듯이 복지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하준과 정승일의 이야기는 사실일까. 정체제도로서의 민주주의와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소수가 아닌 다수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 소수는 다수와 함께 행복해질 마음이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함부로 쏟아내는 말들이 얼마나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현실을 관찰하고 조금씩이라도 행동이 변해야 산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희망으로 반짝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1표인 정치적 민주주의와 11표인 경제적 자본주의의 관계는 늘 팽팽한 긴장과 대립 속에 있는 만큼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반드시 통제된 시장, 통제된 자본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시장을, 특히 금융 시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없으며, 심각한 빈부 격차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러한 과제에 실패한다면 민주주의는 껍데기로 전락해 형식만 남게 되고, 국민의 삶은 실질적으로 시장과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는 진보적 자유주의였음을 자부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치하에서 절실하게 체험했던 바이다. - 422

 

1204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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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자본 세계사 가로지르기 3
박홍규 지음 / 다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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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것이든 단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어요, 영원히 살고 싶어요, 죽은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세상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고 싶어요, 나보다 예쁜 여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 말도 안되는 상상이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복권 당첨, 부자되기, 부동산 재벌 등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에 기초한 삶의 방식에서 모든 것은 화폐가치로 환산된다. 우리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돈 혹은 자본이란 말을 잘 알아야 한다. 도대체 돈은 무엇이며 자본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는 조금 더 자본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로 나온 『세상을 바꾼 자본』은 색다른 경제사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의 하나로 ‘자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상한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 아닌 비밀들이 많다.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도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교과서에는 노동자의 권리나 노사관계에 대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경제의 주체와 관점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생활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기업가의 입장이나 수박 겉핥기식의 원론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위한 사회, 경제 교과서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경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선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자본의 시대는 16세기 서양이 비서양을 침략하고부터 시작되었다. 황금과 화폐로 축적된 자본은 무한한 탐욕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본이 가난을 극복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 환영했다. 그러나 자본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대부분 초래했다. 단적으로, 자본의 시대에 사는 한국인은 돈과 행복이 무관하지 않고 충분한 돈이 없어서 대부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인간을 자본인이라 부른다. 이 책은 그런 자본인, 탐횡인으로부터 해방되자는 취지로 쓴다. - 74쪽

이 책의 목적이 뚜렷하다.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이 아니라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이 되자는 말이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 험난하다. 얄팍한 경제에 관련된 지식만 가지고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면 이야기가 달라지더라도 자본인, 탐횡인으로부터 해방되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을 거부하자는 말이 아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말도 아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 말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사랑하지 못한다. 아는 것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한다는 말은 안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인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가 한 쪽에 치우진 자본주의에 관한 역사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이 책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책은 항상 빛과 어둠을 함께 드리운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을 읽어내는 독자라면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자세가 독서의 기본이다.

이 책의 저자 박홍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서적을 읽고 쓰고 번역하는 법학자이다. 게다가 추천사를 쓴 강수돌 교수보다 더 지독한 반자본주의자이다. 이반 일리히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의 번역자 답게 자전거를 타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괴짜 법학 교수이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도 없다. 우리 모두 박홍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의 삶의 조건이 어떠한지는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고 우리들의 삶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모든 걸 돈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경제 개념이 필요하다. 과연 자본은 무엇이며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문장들이 여과없이 사용되어 조금 더 쉽고 친절한 안내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독자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신경 쓴다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적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저자의 책이 논쟁의 중심에서 또 다른 책을 재생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의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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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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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시작 부분이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면 어느덧 창밖에는 어둠이 당도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항상 최선을 선택하며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조금 더 먼 곳에 시선을 던지고 주위를 살펴보면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이렇게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제각각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하준의 신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야기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대한 논쟁은 그간 끊임없이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기업가들의 입을 통해 들려왔다. 일반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그들의 결정과 정책에 따른 삶의 조건에 온몸을 맞춰왔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은 어떤가. ‘자본주의’의 개념 자체를 논하는 이야기부터 더 나은 ‘자본주의’를 꿈꾸는 이야기까지 수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도 정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국인 장하준은 『사다리 걷어차기』부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나쁜 사마리안인들』에 이르기까지 줄곧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비판적 시각으로 진단해 오고 있다. 이 책은 장하준의 경제적 신념을 살펴볼 수 있는 역작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에 대한 지식과 정책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도와 생각으로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장하준이 말하는 ‘그들’은 권력과 자본을 쥐고 있는 정치가와, 기업가 그리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경제에 관한 진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의 실물 경제를 움직인 경제학 이론과 정치적 주장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23가지로 정리하며 저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이슬란드의 경제현실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해박한 경제학적 지식을 토대로 지난 30여년 세계경제를 진단하고 현재의 모습을 평가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장하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진다. 단순히 낡은 경제학의 이론들과 새로운 이론들을 비교하는 전문서적이 아니라 경제를 둘러싼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생리 그리고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점검하며 현실 경제의 문제점과 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 P. 14

서론에서 이렇게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대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로 시작해서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로 끝날 때까지 명시적인 이야기로 주의를 끌고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와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는 짧은 글로 현실을 진단한 후 문제점을 진단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 결론에서 저자는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여덟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30년 간의 실험을 통해 실패로 결론 난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가와 경제학자는 물론 정치인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실 경제 체제를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데 머물고 있지 않다.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80년대 이전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했던 원리를 통해 그 대안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세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아주 순진한 발상에서 출발한다면 경제학자 장하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경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살아가는 삶의 문제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지금 이대로 점점 더 문제가 많아지고 있는 혹은 이미 실패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생각을 바꾸고 정책을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우리들의 마땅한 의무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 경제 시스템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숨쉴 수 있을 것인지 ‘그들’에게만 맡길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점검할 시간이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책 한 권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지난 30여년에 걸쳐 벌어진 경제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자유 시장 경제학보다 이들 다른 경제학자에게서 배울 점이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여러 기업, 정부, 정책들 중 어떤 것들은 성공하고 어떤 것들은 실패하는지를 잘 보면 이제는 무시당하고, 심지어 잊힌 이런 경제학자들에게서 중요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제학은 쓸모없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 P. 326


10112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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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0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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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첫째, 자본과 자본가에서 파생된 말이라는 점, 둘째, 그 시작부터 ‘자본 혹은 자본가가 지배하는 사회 체제’를 상당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어감으로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는 점, 셋째, 수많은 사상가들이 이 말을 근대 사회를 이해하는 대단히 중요한 핵심어로 여기고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편적인 정의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그 혼란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 28쪽

책을 선택하는 다양한 기준 중의 하나는 저자다.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홍기빈을 <학벌없는 사회> 강연 포스터로만 다시 만났다.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그의 논리와 설득에 몰입하게 된다. 깔끔한 문장과 정확한 분석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자본주의』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주제에 대한 관심과 저자에 대한 믿음.

살림출판사의 ‘지식총서’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와 ‘고전의 세계’는 짧은 분량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지식의 에피타이저로 적당하다. 책세상의 ‘비타악티바’ 시리즈는 인권과 아나키즘을 필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세상의 다양한 ‘개념’들을 설명한다. 자주 사용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개념이나 그 뜻이 모호하고 불분명한 개념들에 대한 기초적이고 정확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 홍기빈의 『자본주의』는 1장에서 자본과 자본가와 자본주의라는 말썽꾸러기 용어에 대한 혼란를 정리한다. 여기서 정리한다는 뜻은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정리해서 명료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왜 정리되지 않고 그 뜻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모호한 상태의 개념을 저자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 것을 연역적으로 먼저 내세워 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개념을 저자는 나름대로 그 특징을 짚어 낸 것이다. 한두 마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은 ‘화폐, 생산, 권력’이라고 하는 보다 구체적인 개념을 이용한다. 화폐경제의 발생과 ‘자본’의 발생 그리고 권력과 자본주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주변을 이용해서 실체를 밝히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다음 고전적인 자본주의 이론가들을 내세운다. 리카도와 마르크스, 좀바르트와 베버, 브로델과 베블런이 그들이다. 마르크스와 베버 그리고 베블런의 책을 읽었지만 저자의 요약 설명과 다른 경제학자와의 비교 설명은 명쾌하게 와 닿지 않는다. 내가 과문한 탓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관점들을 통한 개념 설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자연스럽게 21세기와 자본주의의 역사적 경향을 일괄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의미는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한 경제 체제 및 이를 토대로 성립하는 사회구성체’이다.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없는 모호한 개념이고 변화하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개념과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용어의 모호함 때문에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처한 사회를 설명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개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개념에 대한 역사적 변천 과정과 나름의 기준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사회 현상과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개념이 없다는 말은 무식하다는 말이 아니라 생각할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과 이해로부터 인식의 힘은 출발한다. 보다 넓고 깊게 세상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우선 쉽고 간단하게 개념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지식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한 리처드 파인만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본주의 개념을 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을 포함한 ‘비타악티바’ 시리즈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근대 이후 우리가 걸어온 역사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묻고 있다. 하나의 개념은 정확하고 명료한 설명에 있지 않고 미래 사회의 전망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반성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본주의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자본주의 길을 되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행간의 의미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100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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