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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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
여우도 어린 왕자에게 작별 인사를 했지만 곧 이렇게 말했다.
“아까 말해 주겠다던 비밀은 이런 거야. 뭐 별 것은 아니야. 어떠한 것을 볼 때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
어린 왕자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우를 따라 했다. 그러자 여우는 다시 한마디 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써 버린 그 시간이란다.”

- 『어린왕자』 21장, 쌩 떽쥐뻬리, 김제하 옮김, 소담출판사, 1990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무언가 아주 조그마한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순간, 어떤 계기를 통해 무언가를 조금 알게 된다. 가끔 우리는 책을 읽다가 생각했던 무언가를 문장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문장은 아닐까?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너무 평범해서 말해버리고 나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문장이지만 이 문장을 처음 본 순간부터 세상에 온통 하찮은 것들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정말 중요한 우정, 사랑, 믿음, 평화, 배려, 나눔, 희망, 여유, 두근거림, 따뜻함, 꿈 같은 것들은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돈’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며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세상의 ‘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어린왕자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네 시에 오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세 시부터 행복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는 명성만큼이나 거시적인 이론서이다. 세상이 존재하게 된 이유와 왜 그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이 책에는 과학적 이론에 근접한 신화나 신화 같은 과학적 이론들이 다수 등장한다. 상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경연대회를 하듯 이 세상이 탄생한 배경과 원인을 고민하고 있다.

결국 위대한 과학자는 위대한 예술가이며 위대한 철학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과학’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물질적 ‘존재’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철학서이다. 해명될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은 상상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세상은 무엇으로 시작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주는 얼마나 클까?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존재의 수수께끼는 과학자들에게 영원한 숙제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며 호기심이다.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불어 넣어 준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짤막한 에세이 형식으로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과학의 역사와 이론을 통해 세상의 질서와 신비를 밝히려는 노력은 단순히 해박한 지식만으로 불가능하다. 각각의 이론들이 가진 특징과 과학자들의 생각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면서 현실의 적용 가능성과 문제점을 점검한다. 그리고 그것들의 오류는 무엇이며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주목할 만한 과학자들이 주장했던 이론적 성과를 토대로 현재 우리가 설명하고 만들어가야 할 이론으로 이 책은 마무리 된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설계’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도 신은 누가 만들었으며 신이 존재하기 이전의 세상은 어떠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도 타협도 아닌 이 책은,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생명, 우주, 만물에 관한 궁극적 질문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지 않겠는가. 그것은 과학적 실험에만 의존할 문제도 아니고, 종교적 해석에 기댈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존재’에 관한 고민은 어쩌면 무한한 상상의 세계만이 해답을 제시할 지도 모른다. ‘우리 개인은 오직 짧은 시간 동안만을 존재하면서, 오직 우주 전체의 작은 부분만을 경험한다’는 문장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주 전체를 고민하는 저자의 노력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생각의 영역을 넓고 깊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존재를 통해 겸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지가 되어 언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싶다면 이렇게 오히려 ‘우주의 신비’와 ‘위대한 설계’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떤가?


10120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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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나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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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십대의 뇌가 여전히 진행 중인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결 고리 수백만 개가 이어지고 또 제거된다. 신경화학물질이 십대의 머리를 씻어 내리면,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십대의 뇌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며, 안팎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P. 26

“도대체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었니?”

아이들 말로 ‘미친 존재감’이나 ‘폭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십대의 행동은 너무 많다. 십대는 오늘도 매일 부러지고 다치고 아프고 졸리다. 멀쩡하던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십대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름다운 추억이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고 포장하기 쉽지만 그것이 ‘십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선택적 기억으로 인해 어른들은 자신의 ‘십대’와 요즘 아이들을 비교하지 못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세대 차이도 나겠지만 ‘십대의 뇌’는 여전히 ‘십대’일 뿐이다.

저널리스트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십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THE PRIMAL TEEN』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우리가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십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십대의 뇌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생각과 행동이 ‘뇌’에서 출발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십대의 뇌는 성인의 뇌와 같은가?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것인가? 오랫동안 뇌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십대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십대는 ‘예정된 광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두식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이것을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기 몫의 ‘지랄’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십대들의 예측 불가능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단순히 ‘지랄’로만 볼 것인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길을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인생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과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 위협적인 태도와 절도, 폭행 등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만한 일들도 흔하지 않게 벌어진다. 이런 ‘지랄’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춘기’라는 말로 그들을 이해한 척 넘어가버린다. 그때는 원래 다 그런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십대의 일반적인 행동 특성과 성향들을 일상생활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회백질,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편도핵과 해마, 에스트로겐과 세로토닌, 호르몬과 페르몬, 전두엽 등의 역할과 의미를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여온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십대의 말과 행동 습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뇌’를 이해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사춘기의 특성을 제목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사례와 분석을 시도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십대를 살펴본다. 잠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스케이던과 수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심리학자 에이미 울프슨은 로드아일랜드의 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가 적정량인 9시간에 턱없이 모자라는 6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프슨과 카스케이던의 또다른 연구에서 수면시간이 9시간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오전에도 기회만 주어질 경우 바로 REM 수면에 들어가는 경향을 보엿는데, 이는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증거이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도 뒤떨어지고, 슬픔이나 좌절감의 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유쾌하지 못한 것이다. - P. 255

등교 시간을 30분만 늦추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미국에서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 뉴욕시 북쪽에 위치한 카토나라는 마을에서 수업시간을 30분 늦추자 출석률이 증가했고 짜증이 덜해 졌으며 정도에서 벗어난 확률도 적어졌다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 신체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상식처럼 믿어졌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현상들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쉬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십대’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수많은 비밀이 우리의 ‘뇌’에 숨어 있고 그 비밀은 아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십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것도 결국은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작이며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쏟아대며 ‘지랄’을 하고 있는 ‘십대’를 알고 싶을 때 우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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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나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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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십대의 뇌가 여전히 진행 중인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결 고리 수백만 개가 이어지고 또 제거된다. 신경화학물질이 십대의 머리를 씻어 내리면,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십대의 뇌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며, 안팎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P. 26

“도대체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었니?”

아이들 말로 ‘미친 존재감’이나 ‘폭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십대의 행동은 너무 많다. 십대는 오늘도 매일 부러지고 다치고 아프고 졸리다. 멀쩡하던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십대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름다운 추억이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고 포장하기 쉽지만 그것이 ‘십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선택적 기억으로 인해 어른들은 자신의 ‘십대’와 요즘 아이들을 비교하지 못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세대 차이도 나겠지만 ‘십대의 뇌’는 여전히 ‘십대’일 뿐이다.

저널리스트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십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THE PRIMAL TEEN』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우리가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십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십대의 뇌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생각과 행동이 ‘뇌’에서 출발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십대의 뇌는 성인의 뇌와 같은가?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것인가? 오랫동안 뇌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십대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십대는 ‘예정된 광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두식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이것을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기 몫의 ‘지랄’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십대들의 예측 불가능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단순히 ‘지랄’로만 볼 것인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길을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인생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과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 위협적인 태도와 절도, 폭행 등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만한 일들도 흔하지 않게 벌어진다. 이런 ‘지랄’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춘기’라는 말로 그들을 이해한 척 넘어가버린다. 그때는 원래 다 그런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십대의 일반적인 행동 특성과 성향들을 일상생활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회백질,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편도핵과 해마, 에스트로겐과 세로토닌, 호르몬과 페르몬, 전두엽 등의 역할과 의미를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여온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십대의 말과 행동 습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뇌’를 이해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사춘기의 특성을 제목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사례와 분석을 시도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십대를 살펴본다. 잠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스케이던과 수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심리학자 에이미 울프슨은 로드아일랜드의 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가 적정량인 9시간에 턱없이 모자라는 6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프슨과 카스케이던의 또다른 연구에서 수면시간이 9시간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오전에도 기회만 주어질 경우 바로 REM 수면에 들어가는 경향을 보엿는데, 이는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증거이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도 뒤떨어지고, 슬픔이나 좌절감의 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유쾌하지 못한 것이다. - P. 255

등교 시간을 30분만 늦추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미국에서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 뉴욕시 북쪽에 위치한 카토나라는 마을에서 수업시간을 30분 늦추자 출석률이 증가했고 짜증이 덜해 졌으며 정도에서 벗어난 확률도 적어졌다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 신체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상식처럼 믿어졌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현상들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쉬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십대’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수많은 비밀이 우리의 ‘뇌’에 숨어 있고 그 비밀은 아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십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것도 결국은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작이며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쏟아대며 ‘지랄’을 하고 있는 ‘십대’를 알고 싶을 때 우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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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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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린왕자가 지구에 살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 할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거나 실시간으로 어린왕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싶어 할 것이다.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네트워크 세상에서 우리는 씨줄과 날줄 사이의 어디쯤에 끼워진 퍼즐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 조각 하나가 빠져 나가도 금세 빈 자리는 또 다른 노드가 메울 것이다. 노드의 연결 고리가 되는 허브가 있지만 수많은 허브도 결국 네트워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고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 뿐 만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의 위치를 거시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알 수 있지 않을까? 현대 사회에서 정체성은 관계망 속의 접속 지점을 나타내는 지표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망을 아름답고 재미있게 풀어 낸 『링크』의 저자 바라바시가 이번엔 『버스트』로 우리 곁을 찾았다. 책을 읽는 즐거움, 지적 유희의 행복함을 전해주는 이 책은 새로운 형식의 텍스트를 제공한다. 역사 소설과 과학적 지식의 탐구라는 두 축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색다른 책읽기를 요구한다. 독자들은 이 복잡한 텍스트를 통해 마치 기차 레일을 연상할 수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 한 채 평행하게 뻗어가는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소실점에 모이게 되는 책이다. 하지만 소실점은 눈의 착각일 뿐 결코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이 텍스트도 ‘인간’이라는 알 수 없는 텍스트에 대한 메타 텍스트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읽으려고 할수록 읽히지 않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즐겁다. 바라바시는 물리학의 법칙과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을 통해 이번에는 인간의 행동을 읽어내려고 시도한다. 열흘 후에 날씨를 예측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인간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일은 가능할까. 바라바시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방식과 조금 다르게 과학적 지식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중세 십자군 원정에 관한 역사적 고증과 상상력을 통해 인간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현대 물리학의 사례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해 놓고 있어 한 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느낌이면서 서로 연결된 두 개의 텍스트를 나란히 읽고 있는 느낌을 갖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 숨어 있는 ‘폭발성의 패턴’이다. 그 폭발성의 이면에는 ‘우선순위 결정’의 비밀이 숨어 있다. 어떤 일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면 일정한 패턴을 읽어내기 어렵지만 그 행위들은 결국 멱함수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알기 쉽고 상식적인 사례들과 그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이 갖는 장점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거나 최근의 연구 성과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바라바시는 이 책에서 과학자이면서 심리학자이고 소설가이다. 다양한 관점은 하나의 사물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는 눈을 제공한다. 저자가 여러 번 인용한 ‘칼 포퍼’는 절대로 인간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말을 부정하기 위해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른다. 아직 불완전하지만 인간 행동의 패턴을 읽어내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어쩌면 날씨를 확률로 표시하듯이 확률적 예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들을 설명한다.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인간행동의 ‘bursts’가 아니라 그 원인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학자의 입장에서 이론을 확립하고 실험을 통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당연한 관심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통해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미 벌어진 행동의 결과를 미래의 인간 행동 예측 시스템과 대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이 읽을 만한 것은 바로 이처럼 독특한 방식의 글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라바시의 통찰력과 흥미로운 과학적 사례들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즐거움이다.

과학자들은 인간 행동이 사실상 무작위적이라는 가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었고, 이 가정은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니까 인간의 행동은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고, 일회적이고, 결정불가능하고, 예견 불가능하고,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이 가정에는 문제가 딱 하나 있다. 틀렸다는 점이다. - 바라바시, <버스트> 131쪽

용감을 넘어 대담하게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 ‘틀렸다’는 표현을 함부러 쓸 수 없지만 과학자인 바라바시는 인간 행동의 예측 불가능성을 부정한다. 몇 마디로 압축하고 요약할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는 이 두툼한 책을 꼼꼼하게 천천히 읽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의 가설과 그것을 증명해가는 과학 이론 서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그것에 이르는 과정과 과거의 시간들이 보여주는 사실들은 독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또한 무의식적인 행동 방식과 패턴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모른다’ 혹은 ‘불가능하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이 과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관심과 관찰과 분석이 새로운 관점과 이론을 탄생시킨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유 방식과 관습적인 사고의 틀을 깨뜨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과학은 지금까지 그래왔고, 과학자들은 늘 ‘불가능’에 도전해 왔다. 다만 그것이 모두 과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요구되는 과학적 사유 방식은 아닐까 싶다. ‘버스트’는 인간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의 핵심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그 잠재적 폭발성을 기르기 위해서 끊임없이 읽고 생각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 책은 과학과 역사가 결합되어, 인간에 대한 가장 진보적인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100817-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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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태보고서 - 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일에 관한 동물학적 관찰기
한나 홈스 지음, 박종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학문적 성과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존재론적 측면에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적 질문부터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간존재에 대한 탐구에 이르기까지 우리 자신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며 현실적인 문제 해결의 출발이다.

  낯선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 세상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촉발된 인간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과학적으로 종결된 상태지만 종교적 관점에서는 21세기에도 여전한 논란거리이다. 과학적 사고와 증명과정을 거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신의 영역으로 처리하면 얼마나 완벽한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일하게 사유하는 동물이 아니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수많은 논란거리에 대해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철학과 종교는 물론 심리학, 생물학 등이 그것이다. 과학적 접근방식이 우리에게 항상 정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를 통해 우리가 받았던 충격은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의 진실 때문이었다. 동물학적 관점에서 별로 진화한 것도 없이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한 인간은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기 위해서는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결국 인간은 끊임없이 뇌를 발달시켜 ‘도구의 사용’에 목숨을 건 종족이기 때문이다. 뇌가 발달하지 않았다면, 도구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과학저술화의 대중화는 아카데미즘에 매몰된 학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명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비롯해서 한나 홈스의 『인간생태보고서』가 그렇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지루할 정도의 상세한 설명과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분석은 또 하나의 진지한 인류학 보고서를 탄생시켰다. 얼만큼 주목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기념비적 ‘인간 사용설명서’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장 관찰하기 쉬운 대상을 선택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몸과 행동 그리고 삶의 궤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인간에 대한 진지한 생태보고서를 펴낸 것이다. 최근 들어 진화심리학이 주목받았던 것도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 책이 주목받아 마땅하다. 풍부한 실증사례와 인간과 동물의 비교, 섬세한 관찰로 인해 독자들은 다른 동물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저자는 인간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새롭게 해석한다. 특히, 인류가 쌓아온 지적 유산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뼈아프게 들린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종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하며 현재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자세가 독자의 공감을 얻고 우리 모두의 반성을 촉구한다.

  인간은 두 종류가 있다. 남자와 여자. 여성인 화자이자 저자의 입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만큼 흥미있는 주제이다. 그래서 이 책 곳곳에는 두 종류의 인간에 대한 비교가 재미있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서.

지금껏 기록된 1,154개의 문화권 중에서 오직 100여 개만이 '한 번에 한 사람'하고만 짝을 맺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문화권들, 이슬람이나 모르몬교도들도 이에 포함되겠지만 이런 쪽에선 일부다처나 일처다부를 눈감아주고 있다. 비록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해도 말이다. 요컨대 결론은 다수의 문화권에서 다중 짝짓기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고로, 호모 사피엔스는 일부일처 동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 P. 294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고 비교할 수도 없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 우리는 그 커다란 간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여성은 남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남성은 여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 그보다 우선 서로를 이해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인류학적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단순히 유전적, 생물학적 차이뿐만 아니라 인류가 살아온 삶의 과정의 차이만큼 분명한 생태학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인간을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서로 다른 이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서 시작되는 아닐까 싶다.

  그러나 다른 동물과 지구 환경의 측면에서 인간의 행동과 발달과정을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습성과 욕망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들 자신의 적나라한 생태학적 보고서를 통해 현재를 통찰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불과 수천 년, 진화 과정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행동 습성을 완전히 바꾸고 그럼으로써 지구에 강력한 충격을 가한 종은 인간 동물이 유일하다. 이제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중에서도 인간 동물이 받는 압박이 가장 크다. - P. 535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자신의 본능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행성의 다른 거주자들을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하는 태도는 우리가 가진 가장 비범한 자질이다. 이는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 P. 538



100527-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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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 2010-05-28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행성의 다른 거주자들을 위해서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하는 태도...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sceptic 2010-05-30 21:15   좋아요 0 | URL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를 저자는 이타적 행동에서 찾고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릅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저는 저자의 관점에 동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