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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즈 터클은 미국인이 국가적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역사를 잊는다는 거지요. - P. 32

변화는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는 걸 미국 국민에게 깨우쳐주기 때문입니다.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획되고 조직화된 운동을 통해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 P. 35

권력자는 폭력으로써 사람들이 비폭력적 행위에 참여하는 걸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항해야 합니다.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더라도 말입니다. - P. 57

잠을 깬 사자처럼 일어서라
쓸러지고 또 쓰러지더라도!
잠든 동안에 그대에게 떨어진
이슬처럼, 사슬을 벗어 던져라.
너희는 다수이고 그들은 소수이지 않느냐!   - 셸리, ‘무질서의 가면’중에서(P. 113)

지식은 주관적이고 역사도 주관적이어서 수많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내 해석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분명히 밝힙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관점, 즉 ‘생각을 파는 시장’에서 내 관점은 한 모퉁이를 차지할 뿐이라고요. 물론 ‘생각 시장’은 자유 시장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실물경제 시장처럼 ‘생각 시장’도 소수의 강력한 집단이 지배하고, 나는 그 시장에서 작은 수레를 밀고 다니며 학생 손님들에게 “이걸 맛보세요. 괜찮은지 맛보세요!”라고 외칠 뿐이라고 말합니다. - P. 214

회의주의(skepticism)는 교육을 통해 학생에게 심어줘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입니다. 지금껏 신성하게 여겨왔던 것이 결코 신성한 것이 아니며, 지금껏 우러러 공경했던 것이 반드시 공경해야 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깨닫게 해줄 때 회의적 사고가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낭만적이고, 이상적이고, 훌륭한 행위로만 받아들였던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조사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마땅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줘야 합니다. - P. 216

내가 꿈꾸는 세계는 국경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 예컨대 매사추세츠에서 코네티컷으로 이동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세계입니다. 여권이나 비자, 이민 할당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세계입니다. - P. 246

인종과 종교와 국가라는 경계가 더 이상 반목의 원인이 되지 않는 세계입니다. 문화의 차이와 언어의 차이는 있더라도, 그런 차이가 서로를 미워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원인으로 발전하지 않는 세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P. 247

선생님은 아주 소박한 이유 때문에 역사를 공부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 그 목표를 얼마나 성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 P. 248

조라는 백인이 해주길 원하는 것도 하지 않고, 흑인이 해주길 원하는 것도 하지 않을 거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했습니다. 조라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해줬다는 조언은 이렇습니다. 태양을 향해 뛰어 올라라! 태양에 닿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땅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 P.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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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 P. 12

진실에 대해서는 항상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 P. 20

제삼자에게 객관적 진실이란 과연 있을까? 나는 내가 <라쇼몽>에 등장하는 나무꾼과 같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내가 나무꾼일까? 그리고 과연 나무꾼의 말은 진실일까? - P. 35

어떤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외부의 적과 만났을 때 내부의 희생양을 찾아 구성원들의 단결을 이뤄내고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한 것은 역사상 흔히 있던 일이다. - P. 88

법은 나에게 항상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아름다운 여인처럼 구애와 도전의 대상이었다. 온갖 암시와 신호로 가득 찬 법의 미로 속에서 진실의 단서를 찾아 헤매는 과정은 결코 나를 지치게 하지 않는 진지하고 스릴 넘치는 모험과도 같았다. 짧고 보잘 것 없는 글을 통해서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눌 동행을 찾을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 P.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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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앎의 의지

16세기 말부터 섹스의 “담론화”가 제한의 과정을 따르지 않고 반대로 증대하는 선동의 매커니즘에 종속되었다는 것, 섹스에 대해 행사되는 권력의 기법은 엄격한 선별의 원칙이 아니라 반대로 다형적 성의 확산과 확립이라는 원칙을 따랐다는 것, 그리고 앎의 의지가 요지부동의 금기 앞에서 꺾이기는커녕 아마 많은 오류를 통해서일 터이지만 오히려 성의 과학을 구성하는 데 몰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 P. 36

근대 사회에 고유한 것은 근대 사회가 섹스를 어둠 속에 머물도록 운명지었다는 점이 아니라, 근대 사회가 섹스를 ‘전형적’ 비밀로 내세움으로써 언제나 섹스에 관해 말할 운명이었다는 점이다. - P. 56

쾌락과 권력은 서로 상쇄되지도 서로 등을 돌리지도 않는다. 쾌락과 권력은 서로 뒤쫓고 서로 겹치며 서로 재활성화한다. 쾌락과 권력은 복잡하고 확실한 자극과 선동의 매커니즘에 따라 서로 연관된다. - P.70

우리의 작업은 그러한 앎의 의지에 내재하는 권력의 전략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즉, 성이라는 명확한 사례를 대상으로 앎의 의지의 “정치경제학”을 구성하는 것이다. - P. 95

성의 장치에서 가족은 수정(水晶)이다. 즉, 가족은 성을 퍼뜨리는 듯하나 사실은 성을 비추고 회절(回折)시킨다. 가족은 자체의 투과성(透過性)과 외부 쪽으로의 이러한 회부(回附) 작용 때문에 성의 장치를 위한 가장 귀중한 전술적 요소의 하나인 것이다. - P.131

성은 원래 역사적으로 부르주아적인 것이라고, 연속적 이동과 전환을 통해 특수한 계급적 효과를 유발한다고 단언할 필요가 있다. - P.147

19세기 동안에 성의 장치는 패권적 중심으로부터 일반화되었다. 극단적 경우에 한 가지 방식으로 갖가지 도구에 의해서일망정 사회체 전체는 “성적 육체”를 부여받았다. - P.147

억압의 이론은 역사적으로 성의 장치가 확산되는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편으로 억압의 이론은 모든 성이 법을 따라야 하고 게다가 법의 효력에 의해서만 성일 뿐이라는 원칙, 즉 성을 법에 종속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법에 복종함으로써만 성을 갖게 될 뿐이라는 원칙을 제기함으로써 성의 권위적이고 강제적인 확대를 정당화하게 된다. - P.147

성의 장치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해방”이 성의 장치에 달려 있다고 믿게 하는데, 바로 여기에 이 장치의 아이러니가 있다. - P. 177


2권 쾌락의 활용

‘도덕’이란 단어의 모호성은 다들 알고 있다. 이것은 가족, 교육기관, 교회 등과 같은 다양한 규제체제를 통해 개인이나 그룹들에 제시되는 행동규칙과 가치들의 총체를 의미한다. - P. 41

아프로디지아는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 몸짓, 접촉이다. - P. 55

‘육체’와 ‘성’에 대한 기독교적 경험의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주체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이 될 것이다. 즉, 유연하고 위험스러우며 소리 없는 어떤 힘의 발현을 자주 의심해보고 저 멀리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 P.56

성적 활동이 이와 같이 도덕적 평가와 구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성행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악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원죄의 표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 P. 64

절제는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도시국가 내에서 신분, 지위, 책임이 있는 자들이 특권적으로 지니고 있는, 아니면 적어도 지녀야 할 자질들 중의 하나로 제시된다. - P.79

성적 행동에 관한 그리스인들의 도덕적 성찰은 금지들을 정당화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자유, ‘자유인’인 남자가 자신의 활동 속에서 행사하는 자유를 양식화하려는 것이었다. - P. 119

삶의 기술로서의 관리법의 실천은 질병을 피하거나 그것의 치료를 끝내기 위한 예방법들의 총체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자신의 육체에 대해 적절한, 필요 충분한 배려를 하는 주체로 세우는 방식이다. 이것은 일상생활을 총괄하는 배려이다. - P. 131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를 닮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부모들이 성행위 시에 그들이 그 순간에 하고 있는 행위만을 생각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마음이 동요되었기 때문이다. - P. 148

“성 관계에 대하여 성스러운 히포크라테스의 견해는 이러했다. 그는 그것을 우리가 간질병이라 부르는 끔찍한 질병의 한 형태로 간주했다.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인용한다. 성교는 경미한 간질병이다.” - P. 151

성행위는 만약 절제하지 않고 적절히 배분되지 않는다면, 의지를 넘어선 힘의 폭발, 에너지의 쇠진, 고귀한 자손을 남기지 못한 죽음, 이러한 결과들을 초해하게 되는 것이다. - P. 163

여성의 경우, 이 의무는 그녀가 남편의 권한하에 있는 한에서 그녀에게 강요된다. 남성의 경우에 그가 성적 선택을 제한해야 하는 것은 그가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권한을 행사하는 데에서 자제력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하고만 성 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내의 경우 그녀가 남편의 권한하에 있다는 사실의 결과이다. 반면, 남편이 아내하고만 성 관계를 가지는 것은 자기 아내에 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가장 훌륭한 방식인 것이다. 이후의 도덕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등함에 대한 예시보다 여기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 불균형의 양식화이다. - P. 176

“당신의 아내보다 더 많은 중요한 일들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는가?”라고 소크라테스는 크리토불레스에게 묻는다. - P. 179

고대 그리스의 모랄리스트들에게서 절제는 부부생활을 하는 두 배우자에게 규율로서 명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그들 각자에게서 자기 자신과 맺는 상이한 관계 양태에 속하는 것이었다. 여자의 미덕은 순종적 행동 방식의 보증이자 그것의 상관물이었다. 반면 남자의 엄격함은 스스로를 제한하는 일종의 지배 윤리에 속하는 것이었다. - P. 213

구애의 기술에서와는 달리, “사랑의 대화술”은 여기서 두 연인에게 똑같은 감정의 움직임을 유발한다. 사랑이 두 사람에게서 그들을 진실로 향하게 하는 움직임인 이상, 사랑은 동일한 것이다. - P. 274

성적 엄격함은, 도덕적 체험의 변화를 이해한다면, 법전의 역사보다도 더 결정적인 하나의 역사에 속해 있다. 그것은 개인을 도덕적 행동의 주체로서 성립하게 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양식의 완성으로서 이해된 ‘윤리’의 역사이다. - P. 283


3권 자기 배려

정신적 질병 중에서 심각한 것은 병이 감지되지 않고 감지되지 않고 간과되거나 혹은 질병을 미덕으로(분노를 용기로, 정욕을 우정으로, 선망을 대항의식으로, 비겁함을 신중함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났을 경우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다. - P. 78

자연이 성적 쾌락에 부여한 상위기능, 성적 쾌락이 전달하고 따라서 소모시켜야 할 물질의 가치, 바로 이런 것들이 성적 쾌락을 질병에 근접시키는 것이다. 1, 2세기의 의사들이 그 같은 양면성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표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양면성에 대해 과거에 입증된 것보다 더 발전되고 더 복잡하며, 더 체계적인 병리학을 기술하였다. - P. 135

물론 성적 금욕이 의무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며 성행위가 악처럼 표현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4세기의 의학적, 철학적 사고에 의해서 이미 명시화되었던 논지들이 발전되면서, 우리는 어떻게 모종의 굴절이 발생하는지를 보게 된다. 즉 성적 활동이 낳는 결과의 모호성에 대한 주장, 유기체 전체를 통해서 성적 활동에 인정된 상관관계들의 확장, 유기체 자체의 취약함과 그것의 병리학적 힘에 대한 강조, 양성에 있어서 금욕행위에 대한 가치부여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 P. 146

쾌락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아마도 의사보다는 철학자들을 통해 기독교로 전해졌을 것이다. - P. 169

기원후 초기 두 세기 동안에 이루어진 성적 활동과 성적 쾌락에 대한 모든 성찰은 엄격함의 주제들이 어느 정도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의사들은 성행위의 결과를 걱정하여 행위를 삼가도록 기꺼이 권고했으며, 쾌락을 누리는 것보다는 순결을 지키는 것이 더 좋다고 공언했다. 철학자들은 혼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비난하고, 부부가 서로에 대해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정절을 지킬 것을 명령했다. 결국 소년애를 이론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P.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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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간다. 시간의 흐름을 굳이 구별하려는 인간의 헛된 노력과 의미 부여가 부질 없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한 번씩 무언가 정리하려는 본능적 충동을 이겨내기 어려운 시간이다. 多事多難이란 말을 실감했던 한 해였다. 재작년보다 네 권, 작년보다 여섯 권쯤 더 읽었지만 책 읽는 양을 줄이려는 다짐은 지켜지지 않았다. 151권을 읽었고 리뷰는 A4 340페이지를 넘겼다. 목록 포함해서 200자 원고지로 2,500페이지가 넘었다. 미친 짓이다. 목적도, 방향도 없이 걸어가는 것은 소모적이다. 집중수렴하겠다는 다짐은 올해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디로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새로운 길찾기는 가능한가? 내게 새로운 길은 무엇인가? 새롭지 않아도 걸어야 할 길을 알고 싶다. 이러다 죽겠지만 알고 싶기는 하다. 누가 가르쳐 주면 좀 편하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상념과 공상은 끝이 없다. 내년에는 책이 아니라 사람을 좀 더 읽어야겠다. 사람보다 더 좋은 텍스트는 없는 법이니까. 물론 동시대의 역사만을 들여다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나온 시간과 쌓여온 세월들이 그들의 생각과 삶을 탄탄하게 바치고 있다. 나의 현재와 미래도 마찬가지다. 과거에게 길을 묻고 현재를 의심해야 한다. 한 번도 세워 본 적이 없이, 생각없이 살아온 인생에 새삼 새해 계획이 있을 리 없지만 이렇게 작은 생각 몇 가지는 보태본다. 지켜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쨌든 책읽기는 계속될 것이고 주체와 객체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고민과 인식의 힘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그 다음 일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읽고 쓴다. 그리고 행동하며 생각한다. 남은 일은 몇 가지 안 된다. 주어진 시간도 생각보다 짧아 보인다. 별 것도 아닌 일들이 때론 우주와 맞먹는다. 늘 모든 일에 감사하고 매 순간 행복하며 흔들리며 걸어갈 것이다. 길이 보일 때까지.


2007 행복한 책읽기


Ⅰ. 문학 - 54권

[시] - 17권
1.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창비, 2006
2.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랜덤하우스중앙, 2006
3. 물방울 무덤, 엄원태, 창비, 2007
4.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최종천, 창비, 2007
5. 라디오 데이즈 - 문학과지성 시인선 327, 하재연, 문학과지성사, 2006
6. 가뜬한 잠 - 창비시선 274, 박성우, 창비, 2007
7.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1, 김윤배, 문학과지성사, 2007
8.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 김광규 옮김, 한마당, 1999
9. 국경꽃집 - 창비시선 275, 김중일, 창비, 2007
10. 시간의 부드러운 손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3, 김광규, 문학과지성사, 2007
11.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 - 창비시선 276 ,박영근, 창비, 2007
12.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도종환 엮음, 창비, 2007
13. 이별의 능력, 김행숙, 문학과지성사, 2007
14. 포옹 - 창비시선 279, 정호승, 창비, 2007
15.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조향미, 실천문학사, 2006
16.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문학과지성사, 2007
17. 명랑하라 팜 파탈, 김이듬, 문학과지성사, 2007

[소설] - 24권
18. 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문학동네, 2006
19. 팔레스타인의 눈물, 수아드 아미리 외, 자카리아 무함마드, 오수연 엮음, 도서출판 아시아, 2006
20.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7
21. 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창비, 2007
22. 은어낚시통신, 윤대녕, 문학동네, 1995
23. 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 문학사상사, 2007
24. 낯선 사람들, 김영현, 실천문학사, 2007
25. 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창비, 2007
26. 전갈 , 김원일, 실천문학사, 2007
27.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창비, 2007
28. 남한산성, 김훈, 학고재, 2007
29. 우리들의 스캔들 - 창비 청소년 문학 1, 이현, 창비, 2007
30. 감기, 윤성희, 창비, 2007
31.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열린책들, 2007
32. 바리데기, 황석영, 창비, 2007
33.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7
34. 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창비, 2007
35. 구덩이, 루이스 새커, 김영선 옮김, 창비, 2007
36.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문학동네, 2007
37. 라일락 피면, 공선옥 외, 원종찬 엮음, 창비, 2007
38.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박현주 옮김, 마음산책, 2007
39.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07
40.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문학과지성사, 2007
41.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이청준, 열림원, 2007

[기타] - 13권
42.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김용규, 웅진, 2006
43. 미안한 마음, 함민복, 풀그림, 2006
44.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황대권, 열림원, 2006
45. 실험소설 외, 에밀졸라, 유기환 옮김, 2007
46.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 이은정, 살림, 2006
47. 처음처럼, 신영복, 랜덤하우스중앙, 2007
48. 루카치 소설의 이론, 게오르그 루카치, 심설당, 1998
49. 빠꾸와 오라이, 황대권 글.그림, 시골생활(도솔), 2007
50. 근대 극복의 이정표들, 유희석, 창비, 2007
51.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 정영목 옮김, 이레, 2004
52.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성석제, 하늘연못, 2007
53.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수잔 손택, 김전유경 옮김, 이후(시울), 2007
54. 근원수필, 김용준, 범우사, 2000

Ⅱ. 인문사회 - 82권

[역사] - 16권
55. 역사 미셀러니 사전, 앤털 패러디, 강미경 옮김, 보누스, 2006
56. 자살, 이진홍, 살림, 2006
57. 의학사상사, 여인석, 살림, 2007
58.~61. 대한민국史 1~4, 한홍구, 한겨레출판사, 2003~2006
62. 한국 7대 불가사의, 이종호, 역사의아침, 2007
63. 잊혀진 병사, 기 사예르, 서정태 엮음, 루비박스, 2007
64. 혁명을 꿈꾼 시대 - 육성으로 듣는 열정의 20세기, 장석준, 살림, 2007
65.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박노자, 한겨레출판, 2007
66. 지쿠호오이야기, 오오노 세츠코 지음, 김병진 옮김, 커뮤니티, 2007
67. 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역사의아침, 2007
68.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경제학 편, 황유뉴, 이지은 옮김, 시그마북스, 2007
69. 역사론, 에릭 홉스봄, 강성호 옮김, 민음사, 2002
70.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푸른역사, 2007

[철학] - 11권
71. 광기의 역사, 미셸푸코, 이규현 옮김, 나남출판, 2003
72. 경제학-철학 수고, 칼 마르크스, 강유원 옮김, 이론과 실천, 2006
73.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이창우/김재홍/강상진 옮김, 이제이북스, 2006
74. 철학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경태, 들녘, 2007
75. 청갈색책,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진중권 옮김, 그린비, 2006
76. 철학정원, 김용석, 한겨레출판, 2007
77. 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르트르, 박정태 옮김, 2007
78.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 프리드리히 엥겔스, 김경미 옮김, 책세상, 2007
79.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 레이 몽크,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7
80. 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 남경태, 들녘, 2007
81.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길, 2007

[사회] - 25권
82. 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박종성, 살림, 2006
83. 평양프로젝트, 오영진, 창비, 2006
84. 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 데이비드 바사미언, 강주헌 옮김, 황금나침반, 2006
85.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2007
86. 바리에떼, 고종석, 개마고원, 2007
8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2007
88. 반자본주의, 사이먼 토미, 정해영 옮김, 유토피아, 2007
89.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돌베개, 2007
90. 권인숙 선생님의 양성평등 이야기, 권인숙, 유지연 그림, 청년사, 2007
91. 여럿이 함께, 신영복 외 지음, 프레시안 엮음, 프레시안북, 2007
92. 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 논 편집부 엮음, 초암네트웍스, 2007
93. 파놉티콘, 제러미 벤담, 신건수, 책세상, 2007
94. 촘스키의 아나키즘, 노암 촘스키, 이정아 옮김, 해토, 2007
95. 한미 FTA 후 직업의 미래, 김준성, 살림, 2007
96. 문화대혁명, 백승욱, 살림, 2007
97. 게으를 수 있는 권리, 폴 라파르그, 조형준 옮김, 새물결, 2005
98. 일중독 벗어나기, 강수돌, 메이데이, 2007
99.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최세진, 메이데이, 2006
100.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진중권 외, 한겨레출판, 2007
101. 대한민국을 눈물로 씁니다, 박홍규, 실천문학사, 2007
102. 파시즘, 케빈 패스모어, 강유원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7
103. 다시, 마을이다, 조한혜정, 또 하나의 문화, 2007
104.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지승호, 시대의창, 2007
105. 나쁜 사마리안들, 장하준, 부키, 2007
106.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서경식, 이목 옮김, 돌베개, 2007

[인문] - 19권
107. 희망의 인문학, 얼 쇼리스, 고병헌, 이병곤, 임정아 옮김, 이매진, 2006
108.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 라셀 카르티에, 길잡이늑대 옮김, 조화로운 삶
109. 금강경 강해, 김용옥, 통나무, 1999
110.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최인철 옮김, 김영사, 2004
11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05
112. 유쾌한 딜레마 여행, 줄리언 바지니, 정지인 옮김, 한겨레출판, 2007
113. 논증의 기술, 앤서니 웨스턴, 이보경, 필맥, 2004
114.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그린비, 2007
115. 여성의 정체성, 어떤 여성이 될 것인가, 이현재, 책세상, 2007
116.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고미숙, 책세상, 2001
117. 모더니티의 지층들 - 현대사회론 강의, 이진경 엮음, 그린비, 2007
118.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 박종성 옮김, 에코의서재, 2007
119. 자유와 인간적인 삶, 김우창, 생각의나무, 2007
120. 말들의 풍경, 고종석, 개마고원, 2007
121. 설득의 논리학, 김용규, 웅진지식하우스, 2007
122. 강조해야 할 것, 수전 손택, 김유경 옮김, 시울, 2006
123. 상상의 공동체, 베네딕트 앤더슨, 윤형숙 옮김, 나남출판, 2003
124.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한경애, 그린비, 2007
125. 광기와 천재, 고명섭, 인물과사상사, 2007

[심리] - 5권
126. 천개의 공감, 김형경, 한겨레 출판, 2006
127.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전중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7
128.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루안 브리젠딘, 임옥희 옮김, 리더스북, 2007
129. 한국인의 관계심리학, 권수영, 살림, 2007
130. 거짓말의 진화, 엘리엇 애런슨, 캐럴 태브리스, 박웅희 옮김, 추수밭, 2007

[문화] - 6권
131. 초콜릿 이야기, 정한진, 살림, 2006
132. 스타일 나다, 조안 드잔, 최은정 옮김, 2006
133. 신화의 힘, 조셉 켐벨/빌 모이어스 대담, 이윤기 옮김, 이끌리오, 2002
134. 양주 이야기 , 김준철, 살림, 2004
135. 와인, 어떻게 즐길까, 김준철, 살림, 2006
136. 문화의 발견 - KTX에서 찜질방까지, 김찬호, 문학과지성사, 2007

Ⅲ. 예술/과학/기타 : 15권

[예술] - 9권
137.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이택광, 아트북스, 2007
138. 세계의 모든 얼굴 - 현대 회화의 사유, 이정우, 한길사, 2007년
139.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심혜련, 살림, 2006
140.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 옛글 속의 우리 음악 이야기, 이지양, 샘터사, 2007
141.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 정영목 옮김, 이레, 2007
142. 예술, 정치를 만나다, 박홍규, 이다미디어, 2007
143. 나의 그림 읽기, 알베르토 망구엘, 강미경 옮김, 세종서적, 2004
144. 미술, 세상에 홀리다, 줄리언 스팰딩, 김병화 옮김, 2007
145. 김영갑 1957~2005, 김영갑, 다빈치, 2006

[과학] - 4권
146. 정자전쟁, 로빈 베이커, 이민아 옮김, 이학사, 2007
147. 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비투스 B. 드뢰셔 , 이영희 옮김, 이마고, 2007
148.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정재승 기획, 김정욱 외, 해나무, 2007
149.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2006

[기타] - 2권
150. 두뇌를 알고 가르치자, 김유미, 학지사, 2003
151.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다릴 앙카, 류시화 옮김,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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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12-3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전 대학입학이후 줄곧 1년 50권 목표로 단 한번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네요. 올해가 절호의 찬스였는데 40여권에서 중국으로 장기출장오면서 삐그덕 하고 말았네요. 내년에도 좋은 책읽기 하시기 바랍니다.

sceptic 2008-01-01 19:56   좋아요 0 | URL
일년에 몇 십권에 불과하던 책들이 점점 활자중독증에 가까운...

이제 뭔가 변화를 좀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뭐든 지나치면 병이 되지요...

잉크냄새님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고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I.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point of view)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은 그를 세계적인 거장으로 각인시키며 일본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전후 혼란스런 상황에서 제작된 <라쇼몽>에 대한 비평가들의 해석은 다양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보여주는 다양한 시선들에 대한 가치 판단은 관객들에게 유보시켜 놓고 있다. 세상에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각기 믿고 있는 이야기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편집된 기억일 뿐이다. 단순한 살인 사건처럼 보이는 이야기 뒤에 숨은 서로 다른 관점들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래서 진실을 알 수 없다.


  이런 유(類)의 영화들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특히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관점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남녀의 차이를 논했던 작가도 있지만 헐리우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 독일영화 <롤라 런>, 프랑스 영화 <라 빠르망>은 그러한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는 영화로 눈여겨 볼만하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실은 객관을 가장한 주관적 해석일 뿐이다.


  관점은 사물을 바라보는 위치와 높이 그리고 각도에 의해 결정된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래서 관점은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 틀이면서 사유를 시작하는 가장 작은 단위가 된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자아와 대상 혹은 주체 사이의 거리도 결국 이러한 시선들의 출발점에서 비롯된다.


Ⅱ. 동양과 서양의 거리

 

  1. 오리엔탈리즘과 대한민국

 

지금, 이것이 백인이 걷는 길이다.
대지를 깨끗이 하기 위하여 가는 때,
철로를 따라, 포도넝쿨 아래로
좌우에는 대밀림
우리는 그 길을 왔다 - 비에 젖고 바람에 날린 길 -
선택한 별을 길잡이로 삼아.
오, 백인이 손을 흔들며 그 큰 길을
걷는 것은 세계를 위해서다!               -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398페이지)

 

  키플링의 시를 재인용해 보았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유태인으로, 행동하는 지성으로 세계인의 추앙을 받았다. 물론 자신의 위치와 관점에 따라 욕을 했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판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이드의 주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지성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서양인들의 사상과 주관적 인식의 틀을 깨트리려는 변혁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사이드가 말한 동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나 남아시아를 포함하지 않은 지역적 개념이다. 지역적으로는 중동 지역에 해당하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의미의 동양과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이자 지배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을 이해한다면 인류의 발전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중요한 관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리엔탈리즘’을 이해하기 어렵다.

 

유럽에게 이슬람은 치료될 수 없는 정신적 외상(trauma)이었다. 17세기말까지 ‘오토만 제국의 위협’이 유럽의 주위를 둘러싸서 모든 기독교 문명에 대한 끝없는 위험을 표상했다. 곧 유럽 문명은 그러한 위협이나 전설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도 미덕이나 악덕도 모두 병합하여, 스스로의 삶의 옷감 속에 짜넣어 흡수했다. 
    -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117페이지)

 

  오리엔탈리즘을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박힌 무의식에 관한 부분으로까지 연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구한말 신미양요를 필두로 외세에 의해 반강제적 개항이 이루어진 이후 한국인에게 미국, 즉 서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에서 문화적 충격으로 이어졌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문명의 수준은 근대적 사회로의 이행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서양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콤플렉스가 생겼고 아메리칸 드림이 탄생했다. 미국의 식민지와 다름없을 정도의 정치, 경제적 불평등 관계는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은 서양과 다르다. 사물을 보는 방식도 다르고 인간 관계의 기본 틀도 다르다. 서양의 근대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자본주의과 국민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주자학의 성립 자체가 이미 근대적 인간관의 성립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곧 서구인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 내부의 오래된 편견을 바로잡고 보편적 관점을 확보하는데 출발점이 된다.
    - 고명섭, ‘지식의 발견’(210페이지)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리엔탈리즘이 단순하게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이나 식민지 지배방식으로 한정 지을 수만은 없다. 동양 스스로가 자기 검열에 빠져 행동을 제약하고 서양에 대한 옥시덴탈리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그보다 한 발짝씩 더 나아간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가장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인식은 최근에 갖게 된 민족주의적 관점이다. 민족주의에 관한 논의는 본고의 논점에서 벗어나는 거대 담론이지만 동양, 특히 한국인의 의식 속에 뿌리내린 서양, 즉 미국에 대한 무의식적 동경과 콤플렉스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이루어졌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며 서양 콤플렉스를 벗어나려는 노력 속에서 차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본질적인 문화의 우수성을 확인해왔다. 그 과정에서 지루하고 힘겨운 내적 동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사이드가 건네는 마지막 한 마디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내가 독자들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해답이 옥시덴탈리즘 곧 서양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의 ‘동양인’은 자신이 이전에 동양인이었기 때문에 쉽게 - 너무나도 쉽게 - 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동양인’ - 곧 ‘서양인’ - 을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을 것이리라. 만일 오리엔탈리즘을 아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식이 유혹에 의해 타락한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점이다. 설령 그것이 어떤 지식이든지 간에 또는 어떤 곳, 어느 때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필경 과거 이상으로 지금이 그것을 생각하기에 적합할 것이다.
    -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570페이지)

 

  2. 동양과 서양의 거리

 

  동양과 서양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더 멀다. 리처드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과 서양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생각의 차이를 그려내고 있다. 이 차이는 추상적으로 문화의 차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심리적 차이를 말한다.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으로 그 차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동양과 서양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차이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특별하고 단순한 상황에서 개개인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것은 일반화 될 수 없다. 차이는 차별을 만든다. 동양과 서양을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 발상은 위험한 줄타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스벳의 실험들과 그의 논의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차별을 위한 차이가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라는 언어적 거리의 차이를 지워내기 위한 작은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화 김승연 회장의 술집 종업원 보복 구타 사건은 한국적 사고방식과 뿌리 깊은 동양적(?) 인간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강준만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예언자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은 2005년 초 신년사를 통해 “동료와 선후배 간의 의리는 한화의 소중한 핵심가치”라며 “조직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는 직원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지만, 개인의 이익과 욕심만 앞세우는 직원은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의 이런 ‘의리 경영론’에 대해 한화측은 “일터에서 의리를 지키지 않는 직원은 고객에게도 믿음을 줄 수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기는 한데, ‘내부고발’은 어떻게 본다는 건지 그 점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게 아쉽다. 
    - 강준만, ‘인간사색’(227페이지)

 

  거의 조폭 신년사에 가까운 김승연의 말은 한국의 그룹 총수로서 그가 보여준 언행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와 같은 심리 상태조차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동서양이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김승연이 대표적 개인은 될 수 없으나 동양 사회, 특히 한국 사회의 중핵적인 가치관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로 한정 짓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동양의 동양적 특징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도 그 영향권 안에 놓여 있다는 전제하에 논의가 진행된다. 이에 비해, 서양은 유럽계 미국인이나 미국계 동양인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심리 실험의 경우, 실험실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심리실험의 오류들은 눈감아 주어야 한다. 우리는 저자가 지적하는 관점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차이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분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름의 의미가 분명하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어느 것이 옳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냐가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 차이가 빚어내는 다양성에 눈과 귀를 집중시켜야 한다. 획일화된 논리와 세계화의 망령은 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논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세상을 지배한다. 동양과 서양의 가치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그 반응의 다양성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연구의 가치가 있겠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유지, 보존,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과 삶의 보편성은 분명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보편성 속의 특수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차별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3. 상반된 관점의 극복을 위해

 

  동양의 정신적 영역과 가치 그리고 서양의 물질적 가치인 과학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이상적인 인류 문명의 모델로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 이분법적 논리이다. 인쇄술과 화약, 나침반 등 인류 문명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발명품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졌다. 또한 서양의 학문들은 서양의 정신적 가치를 뛰어넘는 인간 이성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열을 가늠하기 어렵고 선후를 따질 수 없으며 어느 한 쪽에 무게 중심을 두기는 더더욱 어렵다. 동양과 서양은 나뉘어져 있는 두 개의 세상이 아니다.


  중세를 거쳐 근대로 이행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동양은 대부분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는 괴물이 탄생했고 서양인의 오만은 인간적 가치에 대한 궁극적인 반성으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종교와 영토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21세기로 접어든 인류의 삶의 모습이 단순한 물질적 가치 이외에 어떤 목적과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인류의 미래를 묻는 수많은 질문들 속에는 늘 모범 답안이 내재해 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지역구분이나 인종과 국가의 구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 최근에는 촘스키의 아나키즘을 책으로 엮어낼 만큼 역사의 흐름 속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그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인간은 그런 모든 강요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스스로 자치를 해야 자신이 사는 터인 자연에 합치된다. 우선 부모와 교사 그리고 종교적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나아가 기성의 도덕과 윤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권위와 절대, 관념과 사상, 조직과 전체, 편견과 허위 등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따라서 자유는 당연히 반항과 부정을 내포한다.  
    - 박홍규, ‘아나키즘 이야기’(47페이지)

 

  다소 엉뚱한 제안일 수 있겠지만 인류는 무한한 혁명과 안정 속에서 역동적으로 문화와 역사를 진보시켜 왔다고 믿는다.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가치와 문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문화적 다양성과 삶의 보편성을 유지하는 자연스럽고 발전적인 사회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 가치와 발전에 대한 논의는 좀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한 명씩 굶어죽어가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든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문화적 다양성과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유와 자치와 자연을 모토로 전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우리들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것은 동양과 서양의 가치를 혼합해서 나누어 가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III. 어디로 갈 것인가

 

  페스팅거는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믿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은 동양과 서양이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은 자신의 행동이나 심리 상태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이제 동양과 서양은 더 이상 그 지리, 정치, 사회, 문화적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분법적 구분과 논의가 더 이상 의미 없는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의 이동이다.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의 대립과 갈등의 관점이 아니라, 서양의 관점과 동양의 관점이라는 상반된 관점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기준과 가치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알을 깨고 태어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인류는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 진화가 단순한 생물학적 진화가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인간적 가치의 진화로 진일보해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의 차이와 생활의 차이 혹은 과학 기술의 차이나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극복하는 차원으로 관점을 이동해야 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심리 상태나 사고방식의 차이를 밝혀내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 미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본질적으로 동양과 서양은 차이가 없는 인간이다. 그 차이를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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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 2007-06-0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차고 유익한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굉장히 공감하며 보았습니다. 저도 평소 좋아하던 주제라...그런데 제목에서 <생각을 지도>는 <생각의 지도>의 오타겠지요..^^;;

sceptic 2007-06-0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돌아보지 않는...오타 수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