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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 -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정상적인 사람들, 그들을 갑자기 돌변하게 만드는 마음 속의 숨겨진 욕구 5가지
데이비드 와이너.길버트 헤프터 지음, 김경숙.민승남 옮김 / 사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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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가슴 속엔 아이히만이 숨어산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보면서 나는 ‘악의 평범성’이란 말에 동의하고 말았다. 숨 쉬는 공기처럼 보편적인 이드는 에고를 지배한다. 끊임없이 길들여지고 교육받고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지만 단 한 순간도 우리는 ‘비정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평생 동안 실수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순간순간 질서와 규칙에서 벗어나고 상식에 어긋난 생각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을까?

  기준이 모호하지만 우리가 정상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사회적 합의나 다수가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났다는 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성적 판단이나 신념에 의해 행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 사람이 평소에 보이던 행동이나 생각에서 벗어나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지나고 나면 본인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모르는 행동의 원인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다면 <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는 몇 가지 예시 답안을 제공해 줄 것이다.

  사람들은 환경과 유전으로 나누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아직도 논쟁중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 줄 수가 없다. 여전히 교육과 환경에 따라 인간은 만들어지는 존재이기도 하고, 유전적인 특성과 본능을 어쩌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래 태어나는 부분과 만들어지는 부분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이란 존재, 특히 그 존재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행동을 지배하는 뇌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그 영역의 특성들에 대해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비밀이 밝혀지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살펴보는 일은 <털없는 원숭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성선설과 성악설 그리고 백지설 사이에서 헤매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는 사회화 과정이나 교육을 통해 본능적 자아의 욕망들을 억압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질서와 규칙들을 내면화한다. 이 과정에서 성격과 삶의 가치가 내면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드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때때로 에고의 통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 파충류의 뇌에서 변연계가 발달하고 다시 신피질이 둘러싸는 과정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 변연계의 욕구는 쉽게 억제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말도 안되는 생각과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누가 보아도 겉으론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돌변하는 이유를 찾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즉 ‘원시적인 뇌’인 변연계와 ‘이성적인 뇌’인 신피질의 치열한 접전은 생존 기간 내내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싸움을 벌인다. 고집스럽고, 완고하고 원시적인 ‘이너 더미inner dummy'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이너 더미의 존재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 숨겨진 다섯 가지 욕구는 권력, 영역, 성, 애착, 생존에 대한 것이다. 각각의 욕구가 어떻게 발현되며 이것이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각 단계별로 1단계에서 10단계까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단계를 측정할 수 있는 설문지를 제공하는 것도 흥미롭다.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욕구 단계별 특성을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욕구가 어느 정도의 단계인지 알 수 있다. 단순한 심리 테스트와 달리 변연계에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 욕구들이 어떻게 실생활에서 드러나는지 어떻게 충돌하는지 살펴보고 욕구의 형성 과정을 돌아보며 분노와 복수, 정신적 벌에 대해서 알아본다. 문제는 우리 안의 이너 더미를 치유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저자는 이 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비이성적인 관점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자아를 방어하고 관점을 바꾸는 방법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의 공동 집필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들을 정확한 분석과 이론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원제목은 ‘Battling the Inner Dummy: The Craziness of Apparently Normal People'이다. 주목받기 위해 흥미로운 제목을 달았지만 원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다양한 심리학 서적 속에서 진지하게 성찰할 만하다.

  순간순간 변연계의 본능적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사람들, 단 한 번의 믿지 못할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사람들, 마음속의 숨겨진 욕구들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그 치유 방법까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08120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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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심리학 탐험 16장면
조프 롤스 지음, 박윤정 옮김, 이은경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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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외롭기 때문에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는 스펜서의 말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외심은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직접 확인 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그렇게 끝없는 호기심과 의심 속에서 살아왔다. 지식의 발전과 축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인간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확실한 해답을 찾았다고 볼 수도 없다.

  인류가 걸어온 길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역사나 철학이나 문학이나 모두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지금 축적된 모든 지식이 인간에 대한 연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질적 존재로서 신체에 대한 학문이 의학이라면 마음에 대한 연구 분야가 심리학이다. 실험 심리학을 확립한 분트나 정신분석학으로 일가를 이룬 프로이트의 역할이 인류의 학문 체계 전반을 뒤흔들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은 뇌 과학의 비약적인 발달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호기심들이 하나씩 풀리고 있다.

  심리학에 관한 고전적 연구들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프 롤스의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라는 유혹적인 제목으로 출간 된 이 책은 심리학에 관한 고전적인 사례 연구라는 하품 나는 원제목을 달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하품과 거리가 멀다.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블루 오션을 공략하기 보다는 레드 오션에 발을 담그고 있어 안타깝긴 하지만 가볍운 흥미위주의 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각 학문 분야의 성과들을 책으로 펴내고 지식의 대중화에 성공하고 있는 저자나 책들은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것이 단순하게 아카데미즘이나 저널리즘으로 이분화 할 수는 없지만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책에 나는 늘 관심이 간다.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목적 지향적 책읽기가 아니기 때문인지 비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폭넓은 호기심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독서가 맹목적일까 마는 힘들지 않고 걸어도 충분한 이동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산책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발달 심리학과 행동주의 심리학 혹은 정신 분석학 분야 등 다양한 심리학 분야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거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16장면을 추렸다. 그간의 연구 성과나 상세한 내용들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다소 엉성하게 전달될 수 있는 위험을 잘 극복한 책이다.

  저자의 항변처럼 보편적인 진실만을 발견하는 것이 학문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사례 연구를 쉽게 일반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보편적 인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솔로몬이 있는가 하면 영원히 현재 만을 기억하는 남자 헨리도 있다. 책임 분산 효과로 널리 알려진 키티 제노비스 사건을 다룬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해 보았거나 잘 알고 있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특별한 사람은 존재하고 있으며 예전보다 훨씬 더 흔하게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세상이 이런 일이’나 ‘TV특정 놀라운 세상’의 이야기만 모아도 수십 권의 심리학 사례 연구 보고서가 나올 만하다.

  현대 사회는 미디어의 발달로 특별한 사람들이 더 많이 소개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연구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대부분 지금의 관점에서 보아도 특별하거나 놀랄만한 장면들을 담고 있다. 단순히 심리학 연구 장면들을 기록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모아 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숨바꼭질’은 다중인격장애를 다룬 영화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세 명의 서로 다른 인격으로 살았던 크리스의 사례가 아니었다면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높은 관심과 문화적 충격들은 알려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우리는 광고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간다. 그 모든 광고 속에 숨어있는 심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심리학이 돈이 되는 학문이 되었다.

  유모차와 핸드백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성도착증 환자를 책 제목으로 내세웠으나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겪어 보았을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한 가지 사례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별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는 보편적인 특성들이 아니라 예외적인 요소와 상황들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일상생활이 아니라 예외적이고 특별한 환경과 상황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듯이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모차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듯이 인형과 구두를 사랑하는 여자도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린 심리학의 사례 연구들은 인류의 조상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믿고 있는 혹은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과연 그러한가? 그것이 정상인가 혹은 비정상인가? 그것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가능하긴 한 것인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특질 보다는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의 갈피가 아닐까?


08051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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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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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한 용기가 아니라면 타인에 대한 충고는 오만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문제가 발생하면 사실 모든 해답은 스스로 가지고 있다. 조언과 충고는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확신을 얻고 싶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조언이나 충고대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반드시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격려와 덕담, 충고와 조언은 때로 힘이 되지만 잔소리에 불과할 때가 더 많다. 자신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실타래처럼 엉킨 생각들은 정리되고 자연스럽게 최선의 방법들이 떠오르며 속은 후련해지고 미래는 작은 희망으로 반짝이게 된다. 시간만한 멘토가 없다. 상처와 고통은 세월의 흐름이라는 진통제가 마련해주는 안락함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과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상담을 요청한다.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이 밑바탕이 된 사람일지라도 객관적인 상황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상담자를 분석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강력하게 충고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카운슬링 사례집이다. 이 책은 대상과 주제가 선명하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에 이르는 ‘청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상담 내용은 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오는 현재의 상황, 진로에 대한 선택, 자신의 결정에 대한 망설임 등이 주를 이룬다.

  시대가 변해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청춘들에게 영원한 고통일 것이다. 특히 희망 없는 청춘은 얼마나 불안한가. 자신을 진로와 직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어떤 분야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닌 경우가 그러하다. 세상 밖으로 눈을 돌리면 경쟁은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자본의 논리는 바늘하나 꽂을 땅을 허용하지 않는 현실은 두렵기만 하다.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채 끝없이 다른 사람을 밟고 이겨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논리는 시대정신이 되었고 숭고한 가치가 되었다. <꽃들에게 희망을> 줄 수는 없을까?

  스스로 무규칙이종카운슬러라고 칭하는 김형태의 충고는 대담하기만 하다. 주관적 관점과 논리가 나름대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독한 가난을 통해 단련된 육체와 영혼은 저자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냉정하고 비판적인 판단력을 만들어 준 듯하다. 일면식도 없을 인터넷 상담자들의 사연에 대해 김형태는 그들의 나태함과 안일함, 소극성과 우유부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껌 좀 씹었던 동네 양아치의 개과천선 프로젝트라고 비유할 만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듯한 저자의 종횡무진 카운슬링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 많다.

  의뢰인들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나 가까운 친구와 부모, 선생님 등 지인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자신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좀체 드러내고 싶지 않은 환부를 도려내고 싶거나 아픈 충고와 냉정한 질책을 통해 스스로를 확인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인간이 타인과의 사교를 유지하는 이유가 고독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막상 가장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를 위로하고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한 하는 사람들의 역설적 모순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의 두 줄짜리 짧은 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하기만 하다. 그 수많은 섬들에 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지만 도착한 사람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세상에 대한 분노와 열정, 미래에 대한 불안과 준비, 박제된 청춘의 날개, 외로움 - 단순하게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들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적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심리적으로 신포도 기제가 작동될 때가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과 평가 절하 말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볼 수 없다. 끝없는 경쟁 논리와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괴물이 살아 숨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주로 경제적인 측면이나 진로와 직업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은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평범한 청춘들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특권을 누리는 청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이제 모든 국민들이 리얼리스트가 되어 간다는 증거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과 나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은 참담하다.

  그래도 희망은 청춘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저자도 돈이 안 되는 이 짓을 하고 책으로까지 묶어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그들에게서 나온다. 개인적인 고민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고민이 되고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이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될 것이다. 이기적인 욕망과 개인적인 고민이 때로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저자가 충고하는 것처럼 벌떡 일어나 주먹 쥐고 뛰면서 생각할 일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당신의 미래가 된다. 나는 지금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080406-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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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4-0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에 실제로 그렇게 좌충우돌했었는지 생각해봤어요.
남자들은 그렇게 흔들렸는지 몰라도, 여학생들은 그러지 않았던것 같거든요.
그래도 지나고보니 대학 초반에 그렇게 열심히 데모를 하고 고민을 거듭했기에 조금 나은 사회를 이루게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sceptic 2008-04-08 23:16   좋아요 0 | URL
그게 남녀의 차이는 아닐텐데요...^^

암튼...길고 긴 암흑의 터널을 통과할 때가 행복했노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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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아끼고 기대고 의지하며 믿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삶의 아이러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잔인하고 냉정하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르다. 객관적으로 감정의 우열를 가릴 수 없고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태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관적 감정과 관점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행동한다. 상대방의 태도와 반응에 따라 내 마음은 춤을 추고 스스로의 자아 정체감이 흔들린다. 그 많은 사람, 관계의 네트워크는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복잡하다.

  이렇게 많은 관계망 속에서 특정인에 대한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관심과 배려와 보호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하고 집착하며 억압하는 관계는 누구나 맺고 있다.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러한 영향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빈 스턴은 자신의 상담 경험과 피상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영향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가스등 이펙트>는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인간의 심리 상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마음이 원인이라면 행동은 결과가 된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 생기는 괴로움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지배하는 원인을 알지 못할 때 생기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더불어 원인을 명확히 알지만 제공자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역할 모델일 경우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영혼의 처방전이다.

  애인이나 남편, 직장 상사나 친구, 가족이 대표적인 가해자gaslighter이다. 피해자gaslightee는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은 여성 피해자로 한정된다. 상대방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하는 당연한 소망과 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가스등 이펙트’가 발생한다. 1944년에 제작된 영화 ‘가스등’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열연한 주인공 폴라는 남편 그레고리와 결혼한다. 탐욕스럽고 권위적인 그레고리는 이모가 남긴 보석을 찾기 위해 다락방을 뒤지는데 가스등의 특성상 다락방에 불이 켜지면 폴라의 방에 있는 가스등은 희미해진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

  이처럼 ‘가스등 이펙트’는 두 사람 사이의 영향 관계를 의미한다. 한 사람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대방은 그에게 인정과 사랑을 원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문제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영화에서는 그레고리가 처음부터 재산을 가로챌 분명히 나쁜 의도가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처음부터 사악한 의도를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만 생각한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가에 어긋나는 작은 도전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논리를 세우고 상대방도 자신과 동일한 논리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끔찍한 일이지만 현실에서, 주변에서 우리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과 늘 함께 생활한다. 그것이 문제인 줄도 모르고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막강한 영향력 아래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은 ‘가스등 이펙트’의 피해자들인 것이다.

  첫째 ‘불신’의 단계에서 ‘자기방어’를 거쳐 ‘억압’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하고도 실감나는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효과는 저자가 명명했지만 일상생활을 통해 항상 접하고 있다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와 영향을 받는 피해자의 관계는 한 인간의 주체성과 연관된 문제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과 이기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폭력적 성향을 지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선량한 피해자를 만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나쁜 의도가 없을 경우 가해자의 태도나 입장은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참고해야할 이야기가 많고 실제 상황들이지만 객관적이지 못한 점들이 눈에 띄는 것은 아쉽다. 먼저 인용된 사례의 문제이다. 애인과 남편, 직장상사와 어머니에게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은 책의 시작에서 끝까지 반복해서 인용되고 재해석되며 문제의 극복 방법에 동참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가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고 일반화하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상황 변수가 많다. 다양한 사례로 공통점을 끌어내거나 설득력 있는 일반화가 아쉬운 장면이다.

  두 번째는 여성 편향성의 문제이다. 사례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여성 피해자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의 관계를 예로 든 미첼만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일 경우가 많겠지만 남성 피해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폭넓은 사례 수집과 연령, 성별, 인종과 직업을 망라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보다 설득력있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관성의 문제이다. 상담 사례 중심이기 때문에 저자가 경험한 폭을 벗어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경험해 보지 않았거나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조사 혹은 단계별로 심각서의 정도를 객관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겠지만 읽으면서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과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아쉬움이 많은 책으로 분류한다.

  어쨌든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변화는 시작될 것이며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관계의 중심은 ‘나’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주장과 타인에 대한 적절한 배려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기 존중감에서 비롯된다. 우주의 중심은 나지만 지나치면 타인에게 ‘가스등 이펙트’를 나타내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조심하라!


08021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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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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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라는 말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보다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누고 사랑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다는 말이다. 즉, ‘머리와 가슴’은 ‘이성과 감성’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할 만큼 우리는 수 천 년 동안 마음이 가슴 속에 있다고 믿어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가슴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적 상식으로는 이성이든 감성이든 모두 머릿속에 있다. 이를테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좌뇌에서 우뇌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정도가 맞는 말일 것이다.

  인간의 뇌에 관한 호기심은 의학 분야와 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초래했다. 뇌 과학은 이제 촬영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많은 학문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의학은 물론 교육과 심리학에서도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어려운 문제들의 실마리가 풀려나가고 있다. 아직 미흡하지만 신경세포와 해마를 비롯한 각 영역별로 그 기능과 역할들을 하나씩 밝혀 나가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그 기관의 역할과 영역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신체 중에서 뇌는 가장 신비롭고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마치 컴퓨터의 CPU에 비유되는 뇌에서 처리되는 정보와 판단에 따라 인간의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열쇠는 모두 뇌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뇌가 활성화되는 것이고 뉴런을 단위로 한 신경세포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이다.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주체와 객체를 판단하고 그것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몸과 더불어 마음, 즉 우리의 뇌의 작용에 대한 타인의 평가이자 판단이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나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작용에 대한 경우의 수에 대한 조합들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하는 생각과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이성에 기초하고 있을까?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감성과 살아오면서 쌓여온 수많은 편견과 잘못된 경험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을까?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는 이런 질문에 대한 1차적으로 객관적인 답변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이 말하는 기준은 단 하나, 바로 ‘과학적 합리성’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생각의 오류’들을 줄일 수 있다는 충고이다. 저자는 이 세상이 얼마나 잘못된 믿음과 결정으로 가득차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사고 형성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구를 지속해 온 토마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전해준다. 저자는 우선 머리말에서 여섯 꾸러미를 제시한다. 이 질문들에 대답해보자.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확인하고 싶어한다.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항목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일 수도 있고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무엇이 나의 생각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지 항상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사람, 농구경기에서 세 번 연속 골을 성공시킨 선수에게 패스를 하라고 외치는 사람, 우주의 생명체와 채널링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 머피의 법칙을 경험한 사람,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이런 사람들에게 당신의 판단과 생각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 보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늘도 복채를 챙겨들고 무속인을 찾아가는 사람들, 신문 한 구석의 ‘오늘의 운세’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들, 혈액형으로 성격을 가늠하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객관성은 가능한가? 냉정한 판단력과 과학적 사고는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무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실수를 저질렀는지 차근차근 돌아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편견과 선입견, 잘못된 정보들을 끊임없이 뇌에 저장하고 그것들을 강화시키기 위한 선택적 일화들과 지식들만을 저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하게 된다. 나만 그런가? ‘생각의 오류’는 ‘행동의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항존한다.

  양비론과 양시론을 펼치며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자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들을 선별하고 가공하고 판단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생각의 오류’를 없애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서는 물론이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우리로 확장된 인류 전체가 반성해야하는 수많은 오류들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지나친 자신감에 넘치는 당신에게 보내는 저자의 충고에 귀 기울여 보아야 할 시간은 아닐까?


08011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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