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 - 의식과 행동을 교묘히 조종하는 일상의 편향성
하워드 J. 로스 지음, 박미경 옮김 / 탐나는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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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다. ‘기타 쳐도 괜찮아! 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지는 못해.’ - 존 레논의 이모 미미, 359쪽

인간은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 속에 살아간다. 사람과 세상사에 대한 편향성을 배제한 기계적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인종, 국적, 외모, 성별, 나이, 직업, 종교, 학력, 말투, 식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타인을 평가하는 방법과 태도는 모두 데이터로 누적되고 모은 선택과 판단의 순간에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하워드 J. 로스는 『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원제 Everyday Bias: Identifying and Navigating Unconscious Judgments in Our Daily Lives, 2014년)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무의식적 편견과 편향성을 점검한다. 수많은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논리적 근거로 제시하는 이 책은 실용적 심리학이며 자기계발을 위한 이론적 지침서 역할을 한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 ‘현재적 유용성’이 없다면 지적 유희에 불과할 터.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텍스트는 자기계발서로 분류 가능할 지도 모른다.

저자는 비니지스 컨설턴팅에 인간의 편향성을 적용한다. 이를 조직 관리에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혁신적 변화가 가능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편향성은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에 걸맞는 이성과 논리를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름대로 각자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찾지만 대체로 편향성의 노예로 살아간다.

의식과 행동을 교묘히 조작하는 일상의 편향성은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한다. 타인과 관계 맺고, 삶의 목적을 설정하는데 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고통과 분노가 어쩌면 각자가 가진 편향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삐딱함’은 ‘부정적’ 태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하워드가 말하는 ‘삐딱함’은 ‘편향성’을 의미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편견과 편향성을 만들어 간다. 각자의 경험과 지식은 이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개별적 성향과 삶의 과정을 통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하거나 전체 구조를 허문다. 물론 대개의 경우 전자에 해당하며 당연히 이 책은 후자를 제안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 쉽게 편견의 벽을 깨뜨릴 수 있을까?

“모든 시대에는 바로잡아야 할 새로운 오류와 저항해야 할 새로운 편견이 존재한다.”는 새뮤얼 존슨의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단순히 심리학적 편견을 소개하거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오류를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우리를 어떤 존재로 규정짓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편향성의 벽을 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인식의 힘이다. 저자는 우리 안의 편향성을 정확히 인식하면 편향성은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는 말로 이 책을 마무리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 안의 즉 내 안의 편견을 인정하는 일이다. 각자의 선택과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는 대신 나만의 개인적 취향일 뿐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것은 선악의 가치 판단 문제가 아니라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논리적인 척,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를 통해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한다. 저자는 그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아니면 그러한 태도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이 책은 그래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수많은 심리학과 논리학의 주장을 정리하거나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부딪치는 각자의 문제에 집중하고 그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과 새로운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각자의 노력과 사유 과정 때문이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당신의 편향성은 무엇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마치 1945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두 개의 원자폭탄처럼 강렬하게!

인간이 핵무기 버튼을 누를 가능성은 없다. - 로버트 밀리칸, 19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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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적 관심 : 바로 눈앞의 것도 못 볼 수 있다.

‘선택적 주의’ / ‘주의력 결핍으로 생기는 맹점’은 일부 다양성과 관련된 행동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또렷이 보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 151쪽

2. 진단 편향 : 순간적 첫인상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진단 편향’으로 최초의 생각에 근거하여 사람들, 생각, 사물에 낙인을 찍는 경향성이다. - 155쪽

3. 패턴 인식 : 인간은 늘 보던 방식대로 보고 싶어 한다.

우리는 ‘패턴 인식’을 근거로 많은 결정을 내리는데, 이것은 이전 경험이나 습관을 기준으로 정보를 분류하고 확인하는 경향성이다. - 159쪽

4. 가치 귀착 : 인지된 가치가 행동을 결정한다.

가치 귀착은 객관적 데이트보다는 지각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어떤 특성을 부여하는 인간의 경향성을 의미한다. - 164쪽

5. 확증 편향 :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고한다.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찾는 경향성을 말한다. - 167쪽

6. 점화 효과 : ‘silk’라는 단어가 ‘milk’에 불을 붙인다.

‘점화’는 먼저 경험한 단어나 대상이 다음의 생각과 인식,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경향성을 말한다. - 171쪽

7. 손실 혐오 : 우리는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대체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무의식적 서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무의식적 성향은 ‘손실 혐오’를 야기한다. - 175쪽

8. 내면화된 억압 : 자신과 관련된 편견을 저항 없이 수용한다.

이 편향성은 앞에서 살펴본 자신감 편향의 역학성처럼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위에서 예로 든 흑인 학생들의 사례처럼 그런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왜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까? 물론 그것은 의식적 선택이 아니었다. - 179쪽

9. 기준점 편향 : 자동차 수리비용을 모르면 여성이 더 비싸게 지불한다.

사람들이 의사 결정할 때 처음 제공된 정보, 즉 기준점에 심하게 의존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 182쪽

10. 집단 사고 : 집단이 우리 대신 생각한다.

많은 개인적 편견들이 사실은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 그것들은 관련된 그룹과 문화의 깊은 영향을 받는다. 정상적인 사람들조차 때로 사회의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혀 같은 시민을 공격한 수많은 역사적 사례는 이것이 진실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집단 사고와 믿음의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 188쪽

다만 내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생각과 의견이 진실이냐 아니냐보다 그것이 진실로 드러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 217쪽

‘힘이 없다’고 느끼면서 비디오 속 공을 볼 때는 거울 뉴런 활돌이 증가하고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힘이 있다고 느낄 때는 거울 뉴런 활동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힘이 우리의 공감대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 250쪽

그들은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부가 공감대 부족뿐 아니라 비윤리적 행동의 증가와 밀접한 상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뭔가를 빼앗고, 비윤리적으로 협상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 규칙을 깨고, 더욱 탐욕스럽게 행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 251쪽

남자와 여자 모두 권력의 문제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없었다. 라메르스는 연구를 통한 관찰 결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바람을 피울 확률이 30% 정도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 251쪽

권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적이 되기 쉽고 공감 반응의 감소를 보여주기 쉽다. 문제는 권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사람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바로 그 점이다. - 253쪽

개인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6가지 효과적 방법

1. 편향성이 인간 경험의 정상적 부분임을 인정하라.

2.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라.

3. 확실하지 않은 것을 생활화하라.

4.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유심히 살펴보라.

5. 잘 알지 못하는 집단의 사람들, 혹은 당신이 편견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라.

6. 피드백과 데이트를 확보하라.

대다수 사람이 잠을 자지 않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직장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곳보다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따라서 직장은 다양한 인재 관리 측면에서 무의식적 편향성을 줄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실험실 중 하나다. - 342쪽

일단 사람들이 편향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인식의 확장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지속해서 찾고, 알아보고, 자신과 팀이 어떤 식으로 기능하는지 관찰하고, 과정 전반에서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되는 새로운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통해서 말이다. - 347쪽

집단 결정 과정에 던져야 하는 7가지 중요한 질문들

1. 개인적 욕심 때문에 편향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는가?

2. 그 당시에 해결하려는 상황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광범위하게 찾아보았는가?

3. 집단 사고를 확인하라. 팀 내에 반대 의견이 있었는가?그리고 그것들이 제대로 검토되었는가?

4. 추천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과도하게 매료되었을까, 아니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대가 지나친 것인가?

5. 과거의 비슷한 사람이나 비슷한 경험이 현재의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인식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가?

6. 최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7. 이용하는 정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가?

인간이 핵무기 버튼을 누를 가능성은 없다. - 로버트 밀리칸, 19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는 불가능하다. - 켈빈 경, 영국 과학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있다. ‘기타 쳐도 괜찮아! 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지는 못해.’ - 존 레논의 이모 미미, 359쪽

사실 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일을 선택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사물을 보는 방식을 전환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타인과 바깥 세상에 맞추어진 초점을 자신과 내적 세계에 대한 이해로 돌릴 때 비로소 시작된다. - 377쪽

판도Pando는 106에이커가 넘는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총 7,000톤의 무게가 나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유기체다. 놀랍게도, 판도의 나이는 8만 년 이상으로 추정되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개별 그루가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에게 이 유기체만큼 완벽한 메타포는 없다. 우리는 ‘타인’을 자신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본다. 우리는 다른 집단을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 행성에 사는 공동 운명체다. 우리 모두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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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당신에게 - 남과 여의 아들러 심리학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최서희 옮김 / 알투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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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는 공감이란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귀로 듣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동체 감각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인식한 것이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공동체 감각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감각이란 공동체(예를 들어 가정, 지역, 친구와의 모임)에 대한 소속감, 공감, 신뢰감, 공헌감을 총칭하는 감각이며 감정입니다. - 121

 

원제 남자와 여자의 아들러 심리학이 어떻게 이런 제목으로 출간되었는지 의심스럽다. 요즘 남성의 70%, 여성의 60%가 독신이며 연인이 없다는 내용의 프롤로그 제목 때문일 텐데 이는 사회 현상에 대한 통계학적 오류와 그 원인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전제 자체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까지 숱한 연애 자기 계발서, 남녀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뇌과학에 근거한 생각과 행동 방식의 차이를 지겹도록 읽었지만 인과 관계의 분석에 사회학적 접근이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다. 부모의 양육 태도, 남녀에 대한 오해와 편견과 차별, 사회 경제적 구조와 시스템이 오히려 연애와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청년실업, 교육, 내집 마련, 노후대책 등 삶의 질적 조건과 경제적 여건이 더 큰 요소가 아닐까.

 

물론 이와이 도시노리는 오랜 시간동안 실제 상담 경험을 통해 남녀 사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개인과 사회와의 관점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들러는 사랑이란 감정의 고조가 아니라 보다 나은 인간관계의 부산물이다.’라고 선언했다. 연애와 결혼도 결국 첫눈에 벼락을 맞은 순간적인 전율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점차 발전하고 생성되는 결과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 책은 남자와 여자가 엇갈리는 이유, 서로 상처 받는 이유, 여성과 남성의 속성, 행복에 이르는 비법을 제시한다. 처음 연애하는 사람,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대체로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넘어서지 않는다.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으로 심층적으로 다룬 책들이 넘치니 오히려 쉽고 가볍게 일별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적절한 정도의 내용이다. 책 제목처럼 혼자가 편한 이유가 다른 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전제 하에.

 

그러나 인간관계는 몰라서 틀어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알고 이해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너는 너이고 나는 나다. 개인과 개인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이해하면 자기반성과 변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심연이 존재하고 건널 수 없는 강물이 흐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어느 부부의 사례처럼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뼈아픈 고백도 가능하다. 상대를 인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시작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을 때 끝난다.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관계다”(루돌프 드라이커스)라는 말은 시공을 초월한 지혜다. 관계는 경청에서 비롯된다. 타인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말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귀를 닫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모든 관계는 자동차 사고와 유사하다. 100:0의 관계는 흔치 않다. 수많은 경우의 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하는 순간 오류가 발생한다. 그래서 최악의 연애 상담가는 베프다. 공감과 경청 이외 어떤 말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없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문제의 총량은 변화가 없는데 이리저리 누르고 매만져도 모양만 바뀔 뿐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연애와 결혼 지침서가 있는지 모르겠다. 성격도 상황도 감정도 저마다 다른 데도 일반적이고 대체적으로 지켜야할 만한 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이 도시노리도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각각의 남녀가 살아온 환경, 심리적 배경, 현실적 상황이 제각각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유일무이한 그 혹은 그녀와의 관계는 오로지 두 사람만이 풀어갈 수 있을 뿐이다. 가족, 친구, 지인의 충고와 조언은 자기 경험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관적 견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공부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대체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는 이미 경험한 후에 관찰하고 돌아보는 방식이다. 경험을 통해 배우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는 있으나 매번 사람도 상황도 변한다.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 연구의 일인자가 조언하는 연애와 결혼의 해법이라는 부제는 사람에 따라 시간 낭비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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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 복잡한 세상, 나를 지키는 자유의 심리학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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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토요일 밤처럼 자유롭지만

휴가 마지막 날처럼 고독하게

여럿이 있을 때 조금 고독하고

혼자 있을 때 정말 자유롭게

혼자 자유로워도 죄스럽지 않고

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이문재, 여기가 맨 앞중에서

 

쓰다 가즈미는 그의 저서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에서 고독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그 하나는 론리니스loneliness’. 사회와의 관계성이 단절되어 힘들고 어둡고 외로운 소극적 고독이 그것이다. 나머지 하나가 적극적 고독솔리튜드solitude’. 솔리튜드는 삶에 빛과 자신감을 부여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면서 쓰다 가즈미는 론리니스를 어두운 고독이라고 하고, ‘솔리튜드를 밝은 고독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격리된 외로움을 수반하는 감정이 론리니스이며, 심신을 재생시키기 위해 본연의 자기다움을 찾고자 하는 긍정적인 고독이 솔리튜드. 당신이 말하는 외로움과 고독은 론리니스인가 솔리튜드인가?

 

마이클 해리스는 솔리튜드solitude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제목이 책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길고 희한안 제목은 대부분 번역 출판물에 붙인 출판사의 솜씨다. ‘복잡한 세상, 나를 지키는 심리학이라는 부제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독자가 책을 접하는 1차 정보가 제목과 부제다. 책의 핵심 내용을 전달할 수 있으며 그 특징을 한 문장으로 매혹시키려는 심정은 백분 이해하지만 제목도 별로고 부제는 잘못 붙였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 아니다. ‘솔리튜드의 가치를 고민하고 실제 현실에서 실천해보자는 취지의 동기유발,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이 책을 아직 접하지 않은 사람은 니콜라스의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먼저다. 홀로 있음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저자의 노력은 충분히 가치있다. 외로움이 삭제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재확인된다. 그것은 인터넷과 SNS로 요약된다. 초연결 시대. 한 순간도 네트워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대인은 자발적 노예에 가깝다. 냄비처럼 끓여지는 대신 냄비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 본 적은 없는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블로그, 카페를 비롯한 각종 단톡방과 커뮤니티.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을까. 좀더 자유롭게그리고 고독하게살 수는 없을까.

 

세상은 홀로 있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 취향도, 자기 생각도 없다. 트렌드의 노예로, 정보의 쓰레기더미에서 허우적거린다. 땅을 밟지 않고 하늘을 쳐다볼 시간이 없다. 소셜미디어가 없는 순간을 상상할 수 없으며 우리 몸도 여기에 최적화되어 간다. 휴대폰을 끄고 노트북을 덮고 하루에 100분 정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보자. 누어서 꼼짝도 하지 않고 공상을 하든지 아니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든지. 음식의 발효와 부패는 한 끝 차이다. 숙성은 기다림의 다른 표현이다. 한 순간도 멈추지 못하는 사람, 촌각을 다퉈 자기를 계발하는 사람, 실시간 흘러넘치는 뉴스를 흡입하는 사람, 관계 불안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것이 두 사람 사이의 연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본다. 즉 각자가 타인의 홀로 있음을 보호해주는 일말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한 말이다. 사랑한다면 내버려 두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나누고 싶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예의바른 무관심과 따뜻한 외면에서 시작된다. ‘솔리튜드solitude’는 보다 성숙한 나를 만드는 비법이 아니다.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삶의 태도와 방법이 다르다.

 

 

 

 

팝핑[popping] : 재미를 보태고_대중성

1.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김석희, 살림, 2016.11.01

2.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사월의책, 2013.10.01

3.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안정효 역, 문학사상사, 2005.07.28.

4. 안녕, 후두둑 씨, 이용한, 실천문학사, 20060530

5. 남자 외롭다, 토머스 조이너, 황소자리, 2013.11.25.

 

펌핑[pumping] : 외연을 넓히며_동질성

1. 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이순영 역, 책읽는수요일, 2011.10.13.

2. 새로운 고독,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앵, 바이북스, 2011.10.10

3. 생의 수레바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황금부엉이, 2009.09.29.

4. 행복의 경고, 엘리자베스 파렐리, 베이직북스, 2012.11.30

5. 단속사회, 엄기호, 창비, 2014.03.17

 

점핑[jumping] : 깊이를 더해서_연계성

1.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최지향 역, 청림출판, 2015.01.09

2. 고독한 군중, 데이비드 리스먼, 동서문화사, 2011.01.10

3.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외, 장 자크 루소, 진인혜 역, 책세상, 2013.01.25

4.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문학동네, 2010.03.19.

5.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에밀 시오랑, 김정숙 역, 챕터하우스,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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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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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발전이라는 말은 타당한가지식은 시대마다 재구성된다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는 다만 이성의 날카롭고 비밀스러운 힘일 따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역사도 지식도 미친놈도 시대 변화와 상황 맥락에 따라 재정의 된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우울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위악적인 인간보다 위선적인 인간을 혐오하듯이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우울이라는 단어는 통상 슬프다외롭다기분이 좋지 않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심지어 심심할 때도 우울하다고 한다광범위한 단어의 사용법으로 볼 수도 있다하지만 이는 우울증 환자들에겐 치명적 가해다장애인에게 앞에서 병신같다는 말을 뱉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함부로 우울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우울증의 증상과 심각성을 예단하지 말라는 의미다
  
우울증은 때로는 감기처럼 가볍게 자각증상이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그야말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대개의 경우 우울감의 깊이와 넓이는 헤아리기 어렵다불면수면장애알콜중독공황장애무기력의욕상실감정조절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복합적인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마음은 몸을 병들게 한다당연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는 힘들다식욕 부진운동 능력 상실활력 감소슬럼프의 반복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겐 일상이다
  
앨릭스 코브의 상승나선the upward spiral’은 우리나라에 우울할 땐 뇌 과학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번역서의 제목은 원제를 반드시 확인할 것핵심적 키워드로 간명하게 내용을 압축할 수 있는 제목은 때때로 엉뚱한 방향으로 바뀐다이 책은 우울증 극복을 위한 뇌과학자의 조언이다. ‘환자가 아니라 우울하다는 느낌인 사람에게 이 책은 무의미하다센티멘탈리즘에 젖고 싶은 소녀 감성자감상적 낭만주의자를 위한 말랑한 에세이와 거리가 멀다
  
심리학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우울증은 사실 뇌 과학의 영역이다마음이 심장에 들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연한 이야기다특히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의 조화와 균형이 깨진 상태가 우울증이다생각하는 뇌인 전전두피질과 느끼는 뇌 변연계’ 사이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대화와 소통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이성과 감성의 교류에도 마찬가지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에 대해 우리가 갖는 또 하나의 편견은 우울증이 감정이라는 생각이다우울증은 감정이 마비된 상태에 가깝다당연히 느낌과 감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는 상태다저자의 분석대로 우울증은 하강나선을 타고 내려가 바닥을 경험하고 그것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강하다따라서 우울증은 매우 안정된 상태다
  
신경과학자의 눈에 비친 우울증 환자는 단순히 치료 가능한 존재일 뿐인가하강나선에 갇힌 뇌를 상승나선을 만드는 뇌로 바꿀 수 있을까운동을 하고 최선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결정을 선택을 하고 충분한 수면나쁜 습관 고치기감사하는 마음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 우울증은 완치가 가능은 여느 질병과 유사할까
  
앨릭스 코브는 전두-변연계의 의사소통 문제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진단한다뇌 회로의 조율 방식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인은 유전자생애 초기의 경험현재 삶의 스트레스사회적 지원의 양 그리고 운이다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이 다섯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현재 삶의 스트레스뿐이다나머지 80%는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다는 의미다안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만고 불변의 진리가 우울증에도 통용되는 걸까모르는 게 약일까

  
남보다 더 감정적인 뇌를 지녔다는 사실 자체는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다감정은 인생에 자극과 묘미를 더해준다그러나 감정성이 강화될 때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인지와 주의가 함께 강화된다면그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 87
  

심리적 쇼크정신적 충격과 다른 우울증은 예상대로 남들보다 감정적인 뇌를 가진 사람이 걸리기 쉬운 질병이다축복이 될 수도 있으나 저자의 지적대로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인지와 주의 강화되면 문제가 생긴다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부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이성보다 감정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사람이성적 판단이 안 되는 상황을 오히려 견디지 못한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울증은 원인과 현상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치료하고 개선할 수 있는 질병일지 모른다그러나 우울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심각한 상황과 마주친다우울증은 거대한 벽이다두께도 높이도 알 수 없는뛰어넘을 수도 뚫고 지나갈 수도 없는 항거 불능의 거대한 벽환자의 시선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권의 책은 언제나 나름의 소명이 있다우울증을 줄곧 연구해 온 뇌 과학자가 제시하는 상승나선을 그리는 방법은 설득력이 충분하다나름의 근거와 사례를 제시한다하지만 하강나선에서 상승 나선을 그리기 위한 반전의 고리는 무엇일까그이유와 목표가 무엇일까다른 질병과 달리 환자 치료 의지와 노력이 관건일 수 있다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환자는 왜 의지가 없을까왜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가
  
에필로그 그만 침대에서 나와라에 소개된 잭 케루악을 읽을 시간이다

  
우리의 찌그러진 여행 가방은 다시 길 위에 나와 쌓여 있고
우리에게는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았다그러나 상관없다.
길이 바로 인생이니까
길 위에서잭 케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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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거짓말 -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조작하는가?
마이클 캐플런 & 엘런 캐플런 지음, 이지선 옮김 / 이상미디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생각 없이 존재하는 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다. 그것은 짐승과 연체동물 그리고 신들의 달콤하고도 즐거운 어리석음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그것도 어리석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 앙리 드 몽테블랑 <타르네>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에 어떤 내용이 전개된다 할지라도 평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문장으로 표현한 작가의 글을 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의 방향과 내용은 그 시대를 상징한다. 인간의 뇌와 심리에 관한 책들이 최근 몇 년간 출판의 한 축을 이루는 듯하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믿지 못하고 타인의 심리가 그만큼 궁금하다는 반증이다.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믿고 싶지만 인간의 판단과 행동은 그렇지 못할 때가 훨씬 더 많다. 컴퓨터처럼 논리적이고 정확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싶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노력에 따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합리적인 판단력과 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훈련만으로 길러질 수 없는 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뇌의 거짓말』은 인간의 수많은 ‘실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이라면 심리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것이라면 원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인류의 역사 자체가 ‘비이성’과 함께 해 왔다는 사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철학의 역사를 들여다보아도 신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의심으로부터 인간의 이성이 발달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곧 계몽과 희망의 길찾기였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화심리학이나 행동심리학으로부터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각을 분석하는 데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완전한 인간은 생각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생각의 오류를 찾아 헤매는 동안 우리는 조금 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인류가 저질러온 실수에 대해 반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의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고 그 함정을 살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끝없이 이어지는 실수의 원인을 지적한다. 우리가 ‘실수’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지적하고 그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일은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함이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경험에 근거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이 그리 믿을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뇌’는 늘 거짓말을 한다. 스스로를 속이고 우리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그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은 적절한 도움을 준다.

지식은 무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 206쪽

넘쳐는 지식과 정보 사이에서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는다. 하루에 벌어지는 일과 쏟아지는 정보들은 한 순간도 우리의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고 발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정확한 정보와 통계자료, 축적된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여 어떤 일을 결정하고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너무 똑똑해서 멍청해지기 시작한 듯 인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실수하고 후회하고 경험하고 배운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도 우리의 ‘비이성’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인지함정에 빠져 왜곡된 현실을 보고, 순간적으로 판단 착오를 일으키며, 집단적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때때로 혼란스럽다. 도대체 어떤 것이 옳은 것이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인가.

도덕적 가치 판단은 모든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삶의 태도와 방법을 결정짓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경과학,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실패와 좌절을 반추하며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하다. 여러 분과학문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조합해 놓고 있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분야의 책을 보았거나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챙겨보아야 할 책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현상에 대한 분석과 정확한 해석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지만 인간의 문제만큼은 정답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올바른 길과 대책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못한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양한 논의와 문제제기를 확인하고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는 것이 끝없이 반복되는 실수와 시행착오로부터 무언가 한 가지를 건질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은 각자의 몫이다. 인류의 역사와 인간에 대한 저자의 맺음말은 그래서 새겨 둘만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추구하기 때문에 실수하며, 가장 멀리 도달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신학이나 생물학을 통해서가 아닌 역사를 통해 전해진다. 역사는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분야지만, 우리의 결론들이 진실하다는 걸 입증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작위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며, 그 세상에 의미를 주입하려고 해쓴다. - 386쪽


11041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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