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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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이 책을 판단하지 마시길.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제목은 책 내용에 대해 자칫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의 공부 비법!!'(서점에서 흔히 보는 종류의 제목이다)을 담고 있다는 냄새를 풍기니까.

 

책을 읽고서 내가 바꿔 본 제목은 "서울대에서는 누구에게 A+를 주어야 하는가"다.

여기서 '서울대'는 그냥 '대학'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저자는 제목처럼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궁금증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최상위 성적을 자랑하는 학생들을 심층조사하면서 저자의 질문은 앞서 내가 떠올린 질문으로 바뀌게 된다.

'서울대에서는 누구에게 A+를 주어야 하는가'

서울대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용적인 학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대학은 누구에게 A+를 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들이 어떤 역량을 기르도록 도울 것인가(교육 목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교수법 및 교육과정), 어떤 시스템(제도)을 구축할 것인가 등등.

 

저자는 21세기에는 지식을 생산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인재'(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싫다)를 양성해야 하며, 그러한 인재는 비판적 창의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대학은(대학 뿐만이 아닐 테지만) 학생들이 비판적 창의적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대학 제도 및 교육과정, 교수법을 바꿔서. 더불어 강의에 대한 패러다임을 적절히 바꿔서 말이다.

 

학생들이 비판적 창의적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니까(창조경제만 봐도 그렇다).

'문제 해결'보다 '문제(질문) 발견'이 더욱 필요한 능력이라는 저자의 말에도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협력(협동)'에 관한 부분이다.

현대 사회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말하고 비판하고 반박하고 방어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실마리(방법)를 찾는 것이다.

협동은 협조와는 다르다.

각자 분담해서 일하고 나중에 결과물을 취합하여 '능력 있는' 누군가가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협조다.

반면에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여 결과를 내는 것이 협동이다.

저자가 서울대 최우등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학생들이 협조보다 협동의 방식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이 모두 모여 갑론을박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자체가 시간 낭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래서 능력 있는(성적이 좋은) 학생이 과제를 미리 준비해서 팀원들을 이끌고, 최종적으로 혼자서 과제물을 수정하고 완성한다고 한다.

나도 겪었던 일인지라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뭐랄까, '능력주의'와 '효율'이라는 기준을 내가 왜 그렇게 당연하게 여겼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강의와 과제, 독서 등의 대학 공부를 통해 어떤 것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좋은 학점과 몇 가지 지식(이론?)이라는 결과였을까?

아니면 나를 포함한 모두의 성장이었을까?

 

 

 

최근 읽은 오찬호의 <진격의 대학교>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대학문제를 좀 더 미시적으로 살펴본 느낌이다.

오찬호의 책이 대학의 문제적 현실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했다면, 이 책은 비슷한 문제를 대학내의 교수법, 교육과정, 교육제도 등으로 한정해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찬호가 일반적인 한국 대학생의 상황을 다룬 반면에, 이혜정은 '서울대 최상위권' 학생들을 심층면접한 결과로부터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과 접근법이 상당히 다르긴 하다.

특히 이혜정은 학생들이 '수용적 학습'을 하는 원인을 교수법과 대학의 제도 등 대학 내에서 찾고 있는데, 수용적 태도는 요즘 세상(사회와 국가 기업 포함)이 원하는 인재상과 거리가 멀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

과연 그런가?

국가와 기업, 심지어 가족조차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하면서 시키는 일을 매우 잘 해내는 사람을 원하고, 그런 사람을 '인재'라고 하지 않는가?

'수용적 학습'의 원인이 대학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교수법, 학습법 등에 초점을 맞춘 책이니까 대학 내의 문제에 한정해서 논의를 전개한 것 같다.

 

 

그렇고 그런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이 책이 유의미한 것은 책에서 다룬 서울대 최상위권 학생들의 상황이 한국 대학생의 전반적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대학교육의 목표와 교육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와 인터뷰 자료,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게다가 저자의 경험담이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재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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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대학교 -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
오찬호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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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에 언급된 것이 모두 사실이라 생각하니 화가 나고 암울해졌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별 다섯개를 준 이유는, 그만큼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대단하고 거창한 대안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있다.

 

학부 때 대학의 역사라는 교양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학기에 신설된 강의로, 나는 그 때 4학년이었다. ‘대학이란 곳은 내가 10대였을 때 생각했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면 자유롭게강의를 선택해서 관심 영역을 확장하고, 전공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다양한 과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젊은이다운 캠퍼스의 낭만같은 것을 즐길 것이라 생각했다. 도서관에 즐비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탐독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봉사활동도 하고, 거지같은 꼴로 배낭여행도 가서 외국인 친구도 몇 명쯤은 사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선후배들과 읽은 책이나 사회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있을 줄 알았다.(이것이 과연 개인의 선택 문제일까?)

 

4학년이 되어 대학의 역사란 과목을 신청한 이유는 나의 대학 경험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학이 어떤 곳이고, 어떤 곳이어야만 하는지 알고 싶었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싶었다. 우습게도 강의는 내 기대와는 달리 대학보다는 역사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오찬호의 전작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개마고원, 2014)를 읽을 때 지잡대지균충이니 하는 단어를 접하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서로 등급을 나눠 경쟁하고 차별하는 실태를 자기계발 논리에 접목해서 살펴본 책이다. 저자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진격의 대학교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시장논리가 지배한 사회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에 관한 것이 아닐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시장논리에 길들여져서 이것이 부작용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무감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에서 무감상태가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하는 방법·자세·태도를 기르고,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곳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대학이 무비판적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을 배출한다면 사회는 점점 경쟁효율만이 지배하는 획일적이고 삭막한 풍경을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대학은 나와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고, 앞으로 내 아이가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작지 않다. 대학 문제에 무심할 수 없는 이유이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사회활동이 노동이 아닌 소비가 되었기 때문에 교육이나 일도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하게 되었다는 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김경옥 옮김, 민들레, 2014)이 생각난다. 본문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는 서보명의 대학의 몰락(동연, 2011)과 한국 대학이나 학문의 문제점을 대화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김대식·김두식 형제의 공부 논쟁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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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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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뭔가 불안하고 아쉬운 느낌이었다.

결론은 무서워하지 말고 성실하게 공부하라는 것.

문장이 간결하고 때로는 단호해서 속이 시원해지는 건 덤이다.

번역이 잘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읽기에는 좋았다.

독학에 대한 저자의 의견, 태도, 몇 가지 팁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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