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쇼코가 좋댔지만 나는 내게 무해한 사람을 먼저 읽었고 어쩐지 그 후의 쇼코는 이상하게 동음이의 같았어. 최은영씨의 내게 무해한 사람은 올 해의 나의 소설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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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조그만 화장실 창 문 밖으로 열대우림수가 보인다.
나는 아침에 혈압이 90이 채 넘지 못했고
뎅기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학교를 쉬고 먹고,자고를 반복하며 책도 좀 읽고있다.

방금 내가 머무는 곳의 책임자 분께서 머리를 짚어주고 축복해주시고서는 걱정하지 마,하고 나가셨다.
내 약은 잘 먹는 거라며 일흔이 가까오는 어르신이 낑낑대며 각종 한국 음식을 한 꾸러미 가져다주셨고
아빠는 멀리서 뭔가 눈치를 채신건지 아프진 않냐고 전화를 하셨다.

왜 그런걸까.
세상에 대한 경애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들을 불쑥 내미는 꽃다발처럼 나는 왜 항상 이렇게 받곤 하는 걸까.
빨리 나아,기도할게.하는 교수님들의 작은 문자 메세지 하나에도,어떻게 읽은 줄 모를만큼 가만한 마음이 들게하는 이 책에도 마음이 여려지고 보드라워져서 나라는 사람을 조용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것은 한번씩 앓고 나면 얻게 되는 산 자의 깨우쳐 얻음 같다.
너무 속이 상했다가,일어나면 반드시 만회해야지 같은 복수와도 같은 마음이었다가 그 모두가 아무것도 아닌 그저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E가 말하는 영화를 보는 이유가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와 같아서 반가웠다. 영화를 볼 때 내가 흘러보낸 어떤 시간을 담고 있다는 면에서 나도 같은 이유로 그 영화와 함께 있던 시간이 소중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나이와 내 나이가 같은데 그런 면에서 같이 늙어가는 소설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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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중학교 영어 시간에 한 말이 있었지.
나는 음악과 결혼할 거라고. 베토벤과 바흐랑 함께 살겠다고.

서민 선생님의 글을 보다가 내 어린 시절도 떠오르더라.
나는 여기 나이로 세 살때 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내가 들어있는 엄마 배에다 해드셑을 씌워서 음악을 듣게 했고 방바닥에 피아노를 자꾸 연습하면서 자는 나를 보고 부모님이 안되겠다,저 놈 피아노를 사주자고 결심했다 셨지만

피아노는 모두가 잘 치는, 잘 치는 애들이 너무 많은 그런 바닥 아니겠어?나는 아직도 내가 한 말을 기억해.
ㅡ피아노로는 대성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하고 나는 고 2때 겨울까지 받던 교수 레슨을 관뒀어.
대성이 뭐니? 결혼한다매. 음악하고.
나는 그렇게 나를 배신했던 것 같아. 그리고,

한 번씩 여기서 공부하시는 한국인 친구는 이런 얘길 하더라.
ㅡ난 전생에 나라를 두 번 팔아 먹지 않고서는 이런 벌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영어로 시험쳐야 하는 벌, 이 환경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벌, 여기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다가 왔는지 지금이 우리한테 얼마나 견디기 힘든 환경인지 몰라.

천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고열이 3일째 되던 오늘 아침.
미사도 빼먹고 아침에 있을 레슨 준비로 관 뚜껑을 여는 힘으로 피아노를 치다가 딱 걸렸지. 여기 사람들은 느긋하고 여유로워서 이런 나를 늘 근심 걱정에 사로잡힌 이상한 걱정 많은 애로 봐.

그런건 괜찮아. 괜찮지 않을건 또 뭐겠어. 근데 어렵게 밥 한술 뜨는 내게 옆에서 ‘너 늬 아빠 보고싶지?‘하는데 목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더라.

그런 너야.
내가 사랑하고 그래서 할 수 있는 너는.
내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게 하는 너.

서민 선생님이 말한 구원이라는 것,그 절박함이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 것이 글쓰기였다면 나는 음악이야.그걸 아주 멀리 돌아서 지금 여기에 왔어.

내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해줄거지?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아플 시간도 없다는게 뭔지 이제 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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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함께 듣고 싶습니다
제가 아껴가며 듣는 노래라지요

https://youtu.be/PSoOFn3wQ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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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학 시간에 안토니아스 라인과 우리 조카 현서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나의 꿈이,뜨거운 이 피가,가부장 제도가 아닌 모계로,여성으로,탈 혈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했다.

줄곧 내 영어와 소소하고 대대한 내 고민 상담자가 되어주던 포콜라리나 웨디 선생님이 젠 페스티벌로 바쁜 관계로 마닐라로 거처를 옮겨 계속 공부하기로 좀 전에 확정했다.아직 웨디쌤께는ㅡ70대 필리핀 여성이다,말씀드리지 못했다.P.O.S
(Pain Of Seperate)

안다,어짜피 공부 안 할 것을.아니,락방님의 깨알 정보로 득템한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거울 앞에서..‘라던지,‘베틀‘이라던지,경애하올 한국 소설들이라던지를 포기하지 못할 것임을.그러다가 알게 되겠지,영어로 구성된 대학 수업을 들으며,아니 들리지 않는 그 말들을 몹시도 미워하며 모국어를 더욱 사랑하게 되겠지.

하지만 현서야,네가 첫영성체 교리 대신 엄마의 말을 따라 영어 학원을 가야만 했을때,이모가 10년 넘게 종사해오던 첫영성체 교리를 막상 세상 제일 사랑하는 우리 현서가 못듣는다고 들었을때,이모가 이모가 다그치고 강요해서 미안했어.

현서야 이모가 미안해.영어 공부한다고 나도 여기 와 있으면서 쩔쩔매면서도 영어때매 제일 중요한걸 포기한다고 눈을 부라리며 너만 살짝 불러서 ‘엄마한테 첫영성체 받겠다고 말해‘라고 시켜서 미안해.

현서야 미안해. 너가 성당에 안나가도,머리를 나처럼 노랗게나 아니면 너네 엄마처럼 빨갛게나 염색하고 나처럼 눈을 부라리며 나한테 해준게 뭐가있냐고 엄마한테 대들때가 온다고 해도 너는 나의 희망이고 사랑이란다.너를 만나고 알게되고 사랑하게 되었던 모든 순간들에 감사해.너를 그냥 너로서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언젠가 너도 훌쩍 자라서 책을 좋아하게 돼고 알라딘을 찾을 때가 오면,너가 작곡해서 이모한테 줬던 곡 사진이랑 지금 이 편지로 변해 버린 작은 글들도 꼭 읽어줘.그때의 너를 이모는 기다릴게.그냥 좀 이렇게 책 읽고,노닐고,생각도 좀 하면서 말이야♡사랑해 우리 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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