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치 사전 아름다운 가치 사전 1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리뷰에도 썼던 <내 짝꿍 최영대>를 지은 동화작가 채인선 선생님의 최근작이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도 밝혔듯이 "배려가 뭐예요?, 약속이 뭐예요?"하고 진심으로 묻는 두 아이를 위해서 오래전부터 구상한 책이라고 했다. 평소에 동화작가 채인선씨의 작품을 관심있게 보던 터라 이 책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예전에 이외수씨의 <감성사전>을 읽다가 그 참신함에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이 책도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날 독특한 시선이 담겨있다. 이를테면, "유머란,삶을 줄넘기 하는 것, 줄넘기할때 같이 뜀뛰는 것"이런 식의 표현은 시를 쓰는 사람의 성실한 눈처럼 은유적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나는 지은이가 아이들의 '진심'을 위해 쓴 책이니만큼 곱고 정갈한 결을 느낄 수 있었다. 정의는 분명하고-'자신감이란,자기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아는것' 예시는 따뜻했다.- '사랑이란,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전철역으로 엄마 마중을 나가는 것.'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시 어린 아이가 되기 위해 80년이 걸리는 거라고..나는 자꾸만 어린이들의 세상으로 다가가고 싶어하고,그 이유도 분명하다기보다는 궁금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하는 일전의 그 분 말씀처럼,세상살이의 기본기를 다시금 다질 수 있는 이 책이 있어서 읽는내내 마음이 풍요로워졌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다 아는 소리라고 지겨워 할까? 감동을 받는 이유가 내가 어른이어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사람 2005-08-0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lavis님, 리뷰 읽고 보니 이 책 보고 싶어졌어요^^ 우선 도서관에서라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덕분에 좋은 책 하나 마음에 품고 갑니다.

clavis 2005-08-0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신난다! 새 책이라 도서관에는 없을거에요. 저도 다른사람님 덕분에 읽고싶은 책들이 많아져서 신나요~^.^

비로그인 2008-07-1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내 짝꿍 최영대 나의 학급문고 1
채인선 글, 정순희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보면 나는 참 풍요로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피아노도 배우고,엄마를 따라 시립도서관도 다녔다. 앞으로의 소망과는 별개로,내 인생의 황금기는 초등학교 시절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빛나던 시절에도 나한텐 우리반 영대가 늘 있어왔다. 기억에도 생생한, 사람이면 가지고 있는 움푹패인 배꼽같은 지점들.그 낮은 고지를 차지한 누군가가 꼭 한명은 있어왔다.

나는 꿈꾼다.시지푸스 운명처럼 우리는 지구상에 짐 지워진 고통의 총량을 저마다 나눠가져 바톤을 터치한다. 영대,넌 힘들었으니까 이젠 마음껏 즐거워도 돼. 박건반(clavis),넌 찬란한 시절을 보냈으니 지금은  죽어라 힘내야 할 시기.

이름도 없이 내 기억속에 웅크리고 있는 영대들 생각이 난다.글 속의 영대짝꿍처럼 우리반에서 제일 먼저 너한테 다가가서 '미안해,울지마'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사과하고 싶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아프냐고 묻는것은 허영일 수 있다.나는 누군가 지금 나한테 아프냐는 질문을 한다면 그 사람을 붙잡고 엉엉 울어버릴 것 같다. 그래도 상처의 시간.상처의 기억에서 과거로 회귀해 사과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기억은 남아도 상처가 치유된다면 좋겠다.

나에게도.영대에게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8-07-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어제 어떤 한 분을 만났다.

자동차 뒤 꽁무니가 빨갛게 울던 어두운 아침이 '사회 생활'로 무르익어 깊은 밤이 될 때까지 어제는 하루종일 많은 일이 있었다. 평소처럼 걷고, 평소처럼 웃었고, 하루치 복용해야 할 음악도 삼켰지만 어쩐지 수어개의 내가 이런저런 곳에서 분산되어 있다가 한꺼번에 '합체'라도 해야 할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묘한 공간. 빈 자리는 하얀 백지로 채워진다. 나는 말해야할 때 하지 못했고, 웃어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 그 때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중얼중얼중얼중얼.

그러던 날의 어떤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된 분의 목소리가 귀에 참 좋았는데 느린듯 어눌한 듯 겸손한 웃음과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가 번잡한 하루의 소란스러움을 떨치게 해 주었다.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림책의 한 인물에게 그 목소리를 얹어주고 싶어지는데 어제는 주인공을 발견한게다. 요즘은 겸손이라는 단어가 별로 인기가 없겠지만 자신에 대한 튼튼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만이 단호함을 겸비한 겸손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니, 단호하지 않는 것은 거짓 겸손이겠다.

오늘 만난 이 행복한 청소부에게 어제의 그 겸손한 목소리를 선물해주고싶고, 어서 이 주저리 서평도 마무리짓고 싶다. 그가 만난 음악과 글의 세계는 얼마나 알콩달콩했을까. 나도 또 어서 책 읽고 싶다, 어서!

-소리를 지배하는 사람이 권력자라는 생각은 오류일까? 여튼, 목소리는 그 사람의 소리이고 나는 그것만큼 정직한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라는 산만한 이야기로 마무리짓는다.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이응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이 또한 2년전 여름. 어릴때 좋아하던 이응준을 옮겨왔다.그 때 나는 왜 그랬을까?학교 문학패 동아리도 온라인 모임을 달.뒤로 정했는데.그 때 우리는 또 왜 그랬을까?그리고 지금 나는 왜?

 
<아버진 철학자였다.
그리고 늘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선량한 인간이었다.
아버지는 될 수 있으면 아이를 낳지 말것을 내게 권고하셨다.
'창우야,삶이란 너무 고달프고 외롭기때문이란다.'>

-'집과 수영장의 건전한 행로'에서 이탈한 채 버스에 올랐다.
탕탕탕,오늘은 울증,
하루하루 영화잡지 별점을 매기듯,달력밑에 조증과 울증을
가려가며 기록하고있는 여자를 생각해보면,아.상상만으로
충분히 암울한데 말이다.

사는게 치사스럽게 느껴져서 아무리 스스로에게 사랑한다고
되뇌이고(이게 더 졸렬한가;),이러저러한 이유가 잠시 나의
기분을 절망스럽게 느끼게 한 것뿐이라고 침착하게 타일러봐도 그게
잘안먹혀서 힘들때.하면,

근처 서점에
열지어있는 한무리의 책들을 가지런하게 쓸어본다.
발목을 잡고있던 친구 니힐,군은 잠시나마 잊혀진다.

하여,
그런식으로 우리동네 늙은서점에서 데려온
이응준씨를 베낭에 넣고 어릴때 살던 바닷가로 갔다.

*
<생각이 많다는 것은 죄악이다.
자신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에게 절대로 책 따위는 권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난 내 아이가 세상을 단순하게 파악하고 즐길 줄 아는
생활인이 되기를 원했었으니까.

우리나라에선 프라하의 봄으로 소개된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
움에선,어느 농부가 자신이 애완용으로 기르는 메피스토란 돼지를 보
고 이런 놀라운 대사를 한다.자네,내가 왜 저놈을 좋아하는지 아나?
바로 똑똑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라네.

나는 내 아들을 그 현명한 돼지처럼 만들었을 공산이 크다.
아버지는 나를 너무 상념이 많은 인간으로 교육시켰다.
그래서 솔직히 삶 자체가 불편하고 귀찮은 적이 많은 것이다.
나는 조그만 고통도 생각없이 흘려보내질 못한다.
나는 나의 고통에 관한 나약한 감상들을
나의 불구로 끄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3년치의 공백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때와 달라진것이 있다면,
고작 모래판에 배를 깔고 스스로의 낭만에 감격하며
편지를 썼던 스무살의 조심스러운 자태에서,

이제는 신촌 한 복판에서 담배를 나누던만큼의 수치심도 필요없이
맨몸으로 드러누워버리는
-등판이냐,아니면 그 반대편이냐 하는,자세의 한끗차 뿐이었으니까.

*
<왜 우린 우리가 미워하고 쓰러졌던 이유를 별 때문이었노라 말하지
못하는가,그냥 그래서 그랬던 것이라고,비극을 그냥 한 편의 이해하
기 힘들었던 연극으로 치부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랑스런 논리력으로
인해,우린 어느새 아무것도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오노요코와 구본창
떼추,산울림을 지나 부천 팬태스틱 피엄 페스티벌(!),
문학패 동지들이 점령하고 있는 인천근교의 조그만 섬에서 정점을 이룰,
제헌절을 기점으로 한 완벽하게 잘 짜여진 상경스케줄은
스스로에게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기이한 영화들을 만난다.
8년동안 200번쯤 죽다 살아난 빨간머리 여자도,
미조구치 겐지의 오래된 영화속 요녀도,
모두가 나였다가,아니었다가,

나는 왜 여행만 가면 비가 올까.
아니,선후관계의 오류였을 뿐이다.
나는 비만 오면 가방을 쌌다.
비가 내린다.


...이응준,<그 시절을 위한 잠언>,<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문학과지성사,19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년전 여름.
"저마다의 일생에는,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저 자신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 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장 그르니에의 <섬>과는,정작 작가에 대한 신뢰보다는
번역자인 김화영선생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이랄까,
까뮈가 스무살때 처음 읽은 책이라는 주변적인 이유에서
첫만남을 갖게되었다.

"떠나야 한다
떠나야 한다

곶처럼 벋어나가 눈 감고 머문 뒤
또다시 떠나야 한다"

시인 고은의 <머나먼 길> 그 장대한 대서사시를 여는 몰아치는 힘..
그르니에의 첫 문장을 읽을 때도 동일한 질량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물론 다른 성질의 힘이었으나 그 얼마나 또 같을 수 있는가.

처음 읽고서 3년이 지난 후 다시 읽게되니
보이지않았던 다른 부분들이 보이게된다.
가지런한 책장들을 쓸어내리면서,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그런 글 속에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힌 구두점."

'아무나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주워온 지식들로 길고 긴 논리를 펴는'요즈음에 김화영선생님의 표현처럼 <아름다운 글>로 채워진
책을 만난다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의 글과 어울리는 몇가지를 생각해본다.하여,
이루마의 앨범과 '철수'씨의 판화와 현패방의 벽색깔같은 것들.

내일은 글을 써서 돈을 버는 몇안되는 선배중에 하나와
이메일 끄트머리에 이응준씨의 시를 적어보낸후로 죽이맞아버린
수영장친구 셋이서 만나기로했다.

<어바웃어보이>인가,잘생긴 휴 그랜트가
인간은 섬이다,하고 말하던게?

섬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섬에 대해 썼다.
some One,some Gu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