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염씨네 집 에디션 1~4 세트 (양장 특별판) - 전4권 - 박해영 대본집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지음 / 오브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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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후기입니다. 제가 여러 방면으로 두루두루 똥손이라 사진은 구리지만 염씨네 집 에디션은 어떻게 생겼나 많이들 궁금하실 것 같아 올려봅니다. 일단 박스가 넘 고급지고요 (뚜껑이 빤들빤들해서 당최 박스 디자인은 사진에 안 찍히고 박스 뚜껑에 비친 불빛만 보여서 사진은 찍다 찍다 포기하고) 박스를 여니 이렇게 고급 속지가 내용물을 살포시 덮고 있네요. 염기정 염미정 자매의 블록은 쫌 느낌나오는데 염창희 구씨는 어쩐지 하나도 안 닮.. ㅋㅋㅋ 그래도 좋아요. 남편한테 조립 좀 해달라고 부탁해놨어요. 저는 똥손이니까요. 😌

아니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언박싱 사진까지 찍어 올리다가 알라딘 상품 페이지를 다시 보니 내용물 사진이 업뎃 되어있는거 있죠. 분명히 주문할 땐 없어서 막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봐도 안나오고 고민끝에 원파인데이님 말씀만 믿고 질렀는데 (원파인데이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니 그래서 이렇게 자세한 상품설명이 이제야 업데이트 되다니! 더 빨리 샀을텐데!! (나는야 뭐든 내눈으로 직접 봐야 믿는 의심많은 사람 ㅋㅋ) 그래도 염씨 삼남매와 구씨 블록은 클로즈업이 없네요.
아마 너무 안 닮... 🥹

너무 맘에 들어요. 저는 안 샀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배송이 잘 되어서 박스 모서리가 깨지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 정말 기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박스세트는 한쪽 모서리가 으깨져 도착해서 맞물려 있던 양장본 한쪽 모서리도 같이 뭉개져서 똑땅했어요. 😣 아무튼 정말 기분 좋습니다. ✌️

업데이트: 염씨네 집 완성!!
... ? 🤨
.. 🧩🧩🧩🧩🧩
.. 🤔...???
원래 저렇게 많이 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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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oomani 2023-02-05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들면서 궁금했는데 왜 염기정 오른손 색이 흰색일까요?

북깨비 2023-02-05 10:4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상하다 생각은 했는데 말씀처럼 기정이 손만 하얀걸 봐서는 아마 기정이 손 깁스했을 땐가봐요. 디테일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ㅎㅎ
(술잔을 반대쪽 손에 쥐어줘야 겠어요. 😅)

라로 2023-02-05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깨비님 이거 알라딘 us로 사신 거에요?? 이런 너무 갖고 싶;;;

2023-02-05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6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6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3-02-08 0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대본집에 레고가 들어있는 건가요? 우와!!

북깨비 2023-02-08 06:42   좋아요 0 | URL
좀 많이 비싸지만 여러가지 디테일들이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 저는 만족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염씨네 가족에 위로를 많이 받아서 매일 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샀어요.
 
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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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처럼 앞부분만 여러 차례 읽다가 말았다. 그렇게 읽다가 말기를 반복하다가 그냥 팔아버릴까도 했지만 노벨상을 받았다는데 그리고 내 돈 주고 샀는데 아까워서 그렇게 다시 책장에 꽂아둔 채 몇년이 더 흘렀다. 그러다 올해 NHK에서 (90분짜리) 드라마로 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마무라역에 내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가 캐스팅 되었다고 해서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하고선 두시간을 붙잡고 씨름을 한 끝에 나도 마침내 설국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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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은 곤욕이었다. 재미가 없다. 문학작품에서 오락성을 찾겠다는건 아니지만 이야기에 잡아 끄는 힘이 없어서 뒷내용이 도무지 궁금해지지가 않았다. 애초에 노벨상을 받은 작품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못 읽었을 것이다. 그런 상까지는 받을 자격이 없는 작품이라고 혹평을 하는건 아니고 다만 내가 읽으면서 굉장하다고 느꼈던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제치고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거야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했다. 노벨문학상의 기준이 뭐길래?! 하고 찾다가 얼핏 보니 노벨상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주는 거라고. 나쓰메 소세키는 너무 이른 시대의 작가였고,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동시대 이름을 떨친 작가들은 모두 1968년 이전에 죽어버려서 이들 사이에는 사실상 경쟁구도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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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재미를 떠나서 스토리 자체도 좀 불편하다. 가정이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에 두는 이야기다. 그것도 둘 씩이나. 고마코의 경우에는 여자 쪽에서 더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열아홉살밖에 안 된 어린 여자가 한 번 본 남자를 그것도 유부남을 가지고 그렇게 보자마자 안달을 할 일인가. 그리고 시마무라는 그런 고마코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도쿄로 그냥 떠나버리질 않나, 다시 돌아와서는 (그녀와 다른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연적인) 또다른 여자 요코에게 눈길을 보내질 않나, 이건 뭐 그냥 작가의 개인적인 판타지 충족 아닌가? 깊게 파고들면 ˝허무˝가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그냥 문학으로 멋있게 포장한 니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로 밖에 안보인다. 허무에 빠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꼭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나 싶고, 왜 하필 헛수고는 여자인 고마코나 요코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시대가 시대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 번 더 정독을 해서 노벨상을 준 사람들이 느꼈을 이 작품의 숨은 묘미를 알고 싶은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를 재밌게 읽으면서도 이런 불편함을 느꼈는데 ‘시‘대차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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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주는 시각적인 요소에서 오는 매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책보다는 드라마를 더 인상깊게 봤다. 물론 내가 먼저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미지가 드라마 화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로 덮어씌어지고 마는 부작용도 생기지만 니이가타 지방에 가 본 적이 없는 나는 실제로 눈 덮인 산골의 여관이나 기차역이 주는 풍경이 제대로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아 드라마로 보고 나서야 소설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작가 말고 연출을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대신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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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코의 전부가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133 - 13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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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04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힘들었어요. 어느 책에선가 그러더라고요. 이미지로 감각으로 읽는 소설이라고 ㅠㅠ

북깨비 2022-04-05 03:24   좋아요 2 | URL
언젠가 나이가 더 들고 그때에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기차를 타고 눈쌓인 니이가타를 다녀와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습니다. 이미지와 감각으로 읽는 소설이라니 더 직접 그 풍경이 보고 싶네요. 일본에 가 본 적은 있지만 원전사고 후로는 북동쪽 지역은 아예 여행계획에 넣질 않았어요. 가와카타 야스나리 작가가 직접 연출을 한 설국을 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라로 2022-04-04 1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 처음에 중단,,, 하지만 다시 시도하려고요..^^;

북깨비 2022-04-04 22:59   좋아요 2 | URL
재밌게 읽으신 분들도 많으니까 꼭 읽어 보세요. 저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으면 더 좋아질 지 어떨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한테는 다른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더 인상깊게 다가왔기 때문에 설국의 노벨상 수상은 좀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에 겐자부로도 한 번 읽어보려고요. 아.. 가즈오 이시구로도요. 일본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을 많이 받았네요..

scott 2022-04-04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카하시 잇세이가😄설국에 😎
저는 사미센 소리
좀 무서워 합니돠 ㅎㅎ
설국 영상미가 뛰어나다니
원작을 뛰어넘은🤗

북깨비 2022-04-04 22:53   좋아요 2 | URL
사미센 소리가 좀 귀신의 집 분위기가 나죠 거기다 여자의 노랫소리까지 더 해지면.. 👻 ㅎㅎㅎㅎ 원작을 뛰어넘었다기 보다는 제가 공간의 묘사나 사람의 동작같은 것을 읽을 때 이해력이 살짝 떨어져서 머릿속에 이미지화가 잘 안될때가 있는데 드라마로 보니까 아 기차안 풍경은 내가 상상한게 맞구나, 아.. 여관에서는 고마코가 저렇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구나, 아 고마코가 술취해 난입했을때는 둘이 저랬다는 거구나 하고 시청각자료의 도움을 받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ㅎㅎ 그런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터널을 지나 설국이 펼쳐지는 풍경이 빠져서 좀 아쉬웠습니다. 일부러 처음부터 그렇게 연출을 할 생각이었던 것인지 코로나 때문에 여러가지로 예산이나 촬영에 제한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어떻게 찍는다 해도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상상에 맡긴 채로 뺀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밑줄긋기를 하면 이미지 추가가 안 되어서 사진은 포기했었는데 다시 밑줄긋기 기능을 포기하고 사진을 더해봤어요.)

2022-04-05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5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5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5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2-04-08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패스할래요 ㅋㅋㅋ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ㅋㅋㅋㅋ

북깨비 2022-04-08 22:09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 일을 어째 ㅋㅋㅋㅋ 😅지금 현재의 저한테 안 맞아서 그렇지 물감님이 읽으시면 또 다를 수 있어요. 상을 받은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짧으니까 기회되시면 읽어보셔요. 책도 사람처럼 인연이 닿는 타이밍이 중요한거 같아요. 저는 두시간이나 걸렸는데 사실 책이 얇은 편이거든요. 아 진짜 그 날은 내용이 겉돌고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두더지 잡기 -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
마크 헤이머 지음, 황유원 옮김 / 카라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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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하늘하늘한 물빛 설렘이 인다.
연한 파스텔톤의 바탕에 금장으로 수를 놓은 듯한 로즈골드 폰트는 고급스럽고, 한국어판에만 한해 수록되었다는 빈티지 삽화, 카키색 속지와 가름끈, 그리고 책등에 찍힌 출판사 로고 Caracal의 side profile 까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이런 고퀄의 양장이라면 겉표지나 띠지로 가리지 않은 출판사의 자신감이 공연한 객기로 보이지 않는다. 책장을 넘길때 갈라지는 소리가 나서 간담이 서늘해지는 체험을 몇번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낙장의 낌새가 없고 잘 붙어 있다. (돈 몇 푼 아낀다고 중고 최상등급으로 산 댓가일까. 책은 깨끗하고 새 책 같은데 책장 넘기는 소리가 전설의 고향이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후두두둑 떨어지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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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안쪽에 등장하는 작가의 프로필과 책의 말미에 나오는 옮긴이에 말에 따르면 작가는 열여섯에 집을 나와 2년 정도를 홈리스로 지내다가 부랑자 생활을 접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철도원에서 7년 정도 일을 한 뒤 예술대학을 가고 여러 직업을 전전한 끝에 정원사가 되었다고 한다. 정원 일과 두더지잡이를 병행하면서 시도 썼다. 결혼을 해서 아내와 두 아이가 있고 아이들은 이미 장성하여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노년에 작가로 데뷔해 성공한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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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묘사는 (작가가 노년을 보내고 있는) 웨일즈 근방의 계절, 기온, 공기 같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책에서는 잉크냄새가 나지만 책덕후중에 적당한 양의 잉크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이것도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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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일 당시 숲에서 지낸 수많은 밤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잠깐만.. 숲에는 벌레가 많은데.. 😨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데 이사람은 개구리, 달팽이, 온갖 종류의 곤충들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고 평온하게 그때의 일들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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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일에 대한 설명도 나오고 - 정원 일이란 그저 식물들을 길러내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일 (두더지, 민달팽이, 진딧물, 말벌, 쥐, 잡초 등의 처리)도 포함된다는 것. 그래서 두더지를 잡을 때는 가능한 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죽이기 위해 신경을 쓰고, 목초지의 풀을 벨 때도 야생동물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기 위해 예초기나 스트리머 대신 낫을 사용해 벤다는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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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두더지와 두더지를 잡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좀 생소하기도 하고 (내가 두더지를 잡을 것도 아닌데) 좀 지루하기도 해서 대강의 내용만 훑었다. 다 그런건 아니고 군데군데 흥미로운 내용도 꽤 있다. 두더지들이 정말로 싫어하는 것이 빽빽한 토양이라는 것. 그래서 무거운 롤러로 정기적으로 밀어주는 운동경기장은 두더지로 인해 골머리를 싸맬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음. 손흥민의 토트넘 구장도 롤러로 한번씩 밀어주겠군. 🤔 순간 내 머리를 스친 쓸데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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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충격적인(?) 사실은 먹이를 보관해두는 저장실인데 지렁이를 먹고 사는 두더지는, 꼬리 부분을 잃으면 꼬리가 재생하는데 걸리는 기간 (4주에서 6주) 동안 땅을 팔 수 없게 되는 지렁이의 핸디캡을 이용해 살아 있는 지렁이를 한데 모아 놓고 한쪽 끝을 물어뜯고는 저장해둔다고 한다. 가축을 사육하는 인간이 할 소리는 아니지 라고 두더지가 따질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뜨아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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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풍경, 우리의 신화, 시, 문학의 구석구석에서도 두더지가 발견된다. 두더지는, 러시아데스먼을 제외하면, 혼자서 생활하는 동물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에 등장하는 몹시 유쾌한 두더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이 책 속에서 쥐, 두꺼비, 오소리와 친구가 된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가 먹지않는 생명체들은 의인화할 수밖에 없는가 보다.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두더지는 혼자 생활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등장한다. 《나니아 연대기》의 릴리글러브스는 훌륭한 정원사이자, 말하는 두더지들로 이루어진 전사 집단의 리더 두더지이다. 옥스퍼드셔의 선돌standing stone 을 숭배하는 두더지들의 고대 제국에 관한 낭만적 이야기인《덩튼 숲Duncton Wood》은 전투와 엉뚱한 장난으로 가득하다. 어떤 아동 도서에서는 두더지와 그 친구들은 다양한 모험을 벌인다. 어쩌면 인간은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힘들어하는지도 모른다. - P64

나는 밤을 보낼 작은 텐트를 떠올리고
잔가지를 태운 자욱한 연기 속에
아침에 마실 차를 끓이며
반짝이는 추위를 깨울 순간을 상상하네 - P94

어릴 적 나는 모든 걸 알고 싶어 했지
이제 나는 늙었고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아 - P161

이것은 소소한 삶이고,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만다. 나는 그게 좋다. 소소함이라는 개념이 좋고, 인간의 기본적인 것들이 주는 경이로움이 좋다. - P174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버렸다. 캠프용 휴대 난로, 냄비와 팬, 텐트 같은 물건들을 버리자 짐이 가벼워졌고, 나는 내게 필요한 다른 것들을 모았다. 물병, 담요, 방수포 같은 것들을, 나의 모든 세상을 배낭 하나에 넣고 다니는 일은 내게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사이의 차이를 금세 가르쳐줬다. 나는 책이 그리웠다.
나는 양말을 신던 게 그리웠다. 나는 닳은 부츠를 버리고 테니스화를 신고 걸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 거추장스러운 짐은 모두 버렸고, 오직 필요한 것들만 들고 다녔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마음이 여려지면서, 나는 원하는 것에 조금은 굴복해버렸다. 나는 옷과 책을 너무 많이 산다. - P182

연민은 기쁨과 슬픔의 상호 작용 가운데서 생겨난다. 당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연민, 당신 스스로의 실수에 대한 용서가 그것의 토대를 이룬다.
. . . . .

망가진 것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다른 무언가가 될 수는 있다. 그것들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모든 것들은 일시적이고, 모든 것들은 닳아서 먼지가 된다. 모든 것에는 그 끝이 있으며, 모든 것은 다음 것의 시작을 품고 있다. 치유의 감정이란 그것들을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수용과 용서와 사랑과 성장과 재출발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흉터는 삶의 불가피한 요소이다. - P200

나는 늘 아래를 내려다보지

풀 속에 숨어 있는 두꺼비와 꿩을 보고
눈으로 보기도 전에 이미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여우 한 마리가 있음을 알아

나는 미궁에서도 길을 잃지 않지만
걸으면서 나 자신을 잃을 순 있고
내면의 짐승을 만날 수도 있네 - P214

오늘 아침 물집이 잡힌 두 손
오랜 세월 내내 삽을 들어서 집게발처럼 굳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손잡이를 다시 꼭 붙드네
약간의 고통
하지만 비 냄새를 머금은 바람의 기쁨을
앗아 갈 만큼은 아니지.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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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7 1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깨미님 표지묘사만으로 막 사고싶어집니다 ㅎㅎㅎ

북깨비 2022-03-28 01:29   좋아요 2 | URL
표지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정말 맘에 들어요. 녹색광선 출판사처럼 카라칼 출판사에서도 계속 요 스타일의 장정으로 여러가지 작품들이 나오면 좋겠다 하고 바래봅니다.

서니데이 2022-03-27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에서는 정원에 두더지가 자주 나오는 게 아니라서 낯선 느낌일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북깨비님, 좋은 하루 되세요.^^

북깨비 2022-03-28 01:40   좋아요 3 | URL
그래서 그런지 저도 두더지 잡는 일이 직업이 될 정도로 두더지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작가가 해충같은 걸 죽이는 것과 포유류를 죽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문제라 갈등을 느꼈다는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동화책 같은데서 귀엽게 나와서 더 그런 것 같아요.

scott 2022-03-28 0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더지!(엄마와 새끼들)
오래전 제가 초딩시절
저희집 정원에서 가장 큰 나무(땅 속)에 살았는데

정원에 쥐가 사라져서
은근히 이뻐하고 귀여워(대낮에는 잠만 줄창 잠)
했던 적이 ^ㅅ^

북깨비 2022-03-28 01:36   좋아요 3 | URL
사실 실제로 두더지를 본 적도 없어요. 두더지의 생김새도 알듯 말듯 생각이 안나서 구글에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눈이 안보이고 후각이 아주 발달했다고 하는데 정말 딱 그렇게 생겼더라고요. 그게 좀 귀엽게 보이기도 한데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보면 저는 기절할 것 같아요. 😅

라로 2022-03-30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맘에 들어요! 두더지 여기도(제가 사는 사막) 두더지는 잘 들어보지도 못한 것 같아요. 여기는 카요테와 곰, 그리고 마운틴 라이온. ㅠㅠ 두더지는 귀엽기라도 할 것 같은데,, 암튼 이 책 보관함으로. 😅

2022-03-3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30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30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30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3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도 야상곡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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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이고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간혹 urban legend (도시 전설, 혹은 도시 괴담)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실종되는 사람들, 매춘에 이용되는 어린 아이들, 식수 위생문제, 열악한 의료 환경, 불가촉천민 등, 흔히들 [인도]라고 하면 떠올릴 만할 불편한 진실들이 언급된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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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인도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어린 시절 내게 인도는 소공녀 세라가 그리워하던 고향이었고, 아버지를 잃은 세라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 준 터번을 두른 람다스씨와 그의 원숭이를 떠올리게 하는 나라였다. 지금은 평생 가보고 싶지 않은 무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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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극중화자인 ‘나‘의 인도 여행기라고 해두자.
소설이지만 실제 지명과 실제 있었던 장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서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쓴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고, 예를 들어 극중화자인 [내]가 머문 타지마할 호텔은 (지금은 타지마할 팰리스라고 이름이 변경되었지만) 이 소설이 출간된 80년대에는 타지마할 인터콘티넨털이었고 그 당시 실제로 ([내]가 진토닉를 마시며 편지를 썼던) 아폴로 바가 있었던 것으로 (인터넷을 뒤져 보니 그렇게) 추정된다. 그리고 80년대의 인도지명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봄베이는 1995년부터 뭄바이로 정식명칭이 바뀌었다. 원래는 힌두여신 뭄바에서 유래된 뭄바이가 인도식 이름이고 봄베이는 식민지시절 영국이 갖다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번역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보였다. 탄제린으로 만든 리큐어라고 옮기고 주석을 달았는데 나도 그 편이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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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따라가며 읽었다기보다는 문체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혹은 사로잡혀, 읽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불안의 서를 읽으면서 한동안 페르난두 페소아에 푹 빠져 있었는데 안토니오 타부키 역시 페소아의 열성적인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왜 타부키의 글이 처음부터 나와 코드가 맞았는지 의문이 풀렸다. 페소아를 먼저 만나고 타부키를 만나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겠지만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좋았다면 다른 한쪽을 안 좋아할 순 없을 것 같다. 다음 읽을 작품으로는 레퀴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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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완벽했고 인도는 앞으로도 멀리서 카레만 즐기는 걸로.

나는 아폴로 바로 향했다.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한 저녁 불빛들을 바라보며 테라스 창가 탁자 앞에 앉았다. 진토닉을 두 잔 마시자 기분이좋아져서 이사벨에게 편지를 썼다. 긴 편지를 단숨에, 집중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며 써내려갔다. 그 머나먼 나날들, 나의 여행, 그리고 나의 느낌들이 시간과 함께 어떻게 다시 피어나는지에 대해 말했다.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던 얘기들까지 했다. 편지를 다시 읽어봤을 때, 빈속에 술을 들이부은 사람의 경솔한 흥분이 젖어들어 있다는 걸 알았고, 사실은 마그다를 염두에 두고 쓴 편지임을 깨달았다. 처음에 ‘이사벨에게’라고 썼어도, 그건 분명 마그다에게 쓴 것이었다. 나는 편지를 꾸겨서 재떨이에 던져넣었다. - P39

"그 안에서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요." 내가 말했다.
그가 말을 꺼낸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나는 아스라한 것을 생각하며 멍하니 있었다. 잠시 졸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피곤했다.
그가 말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육체 말입니다. 여행가방 같은 게 아닐까요. 우리를 실어나르는 가방 말입니다." - P42

"인간의 육체는 그저 외양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것은 우리의 실재를 가리고, 우리의 빛이나 우리의 그림자를 덧칠해버립니다." - P56

나도 그 사람이 날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어요.
우리 둘 다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자는 거지요."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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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16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도 좋은 책인가봅니다. 원서를 읽는 건 아니니까 번역이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북깨비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북깨비 2022-03-16 23:55   좋아요 1 | URL
원서를 모르지만 그냥 읽고 있을때 딱히 위화감이 들지 않고 몰입이 잘 되면 번역이 잘 되었겠거니 합니다. ㅎㅎ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지음 / 클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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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알게 된 노명우 교수님께서 서점을 직접 차리고 또 그에 대해 책을 쓰셨다는 소식을 북플 리뷰로 처음 접했을 때는, 평소 이런 류의 (남이 책 읽는, 남이 책 파는)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교수님이 쓰셨다고 하니까) 지루할 것 같아서 아 그렇구나. 서점을 차리셨구나. 하고 지나쳤다. 몇 년이 지난 후 중고서점에서 눈에 띄길래 그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남이 책 파는 이야기인데 한 번 펼쳐는 보자 싶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들었는데 조금 읽다가 현웃이 터져 나왔다. 교수님 유머감각도 있으셨네. 👍 고민없이 그대로 사서 서점을 나왔다. 다 읽고 난 지금의 소감 역시 소장각.

‘그런데요‘라고 운을 뗀 후엔 이런 말이 따라왔어요.
"서점을 하다보면 내가 이걸 왜 시작했나 회의감이 들 때가오거든요."
재빨리 물었습니다.
"언제 그런 생각이 드세요?"
"그러니까… 그게요. 처음에는 손님이 제법 있어요. 아는 분들이 개업 축하한다고 찾아오시거든요. 그런데요…"
또다시 ‘그런데요‘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기 힘들거든요. 그러다보면…"
"네, 그러다보면?" - P91

"책이 한 권도 안 팔리는 날이 오기도 해요. 그런데요…"
아니 ‘그런데요‘가 아직도 남아 있다니!
"더 심각한 날은 서점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날이에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정말 각오하셔야 해요." - P92

그 이후 "각오하셔야 해요"는 머릿속에서 늘 맴돌았습니다.
서점 개시 준비는 음식점이나 카페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편이랍니다. 입간판을 내놓고 책도 가지런히 정리하고 그날의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선곡해서 틀어놓으면 끝입니다. 간판을 내놓을 때는 아직 평정심이 유지되고 있어요. 그날의 날씨를 감상할 여유도 있어요. 그런데요, 그 평정심이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죠. 어떤 날은 손님 맞이할 준비를 다 마치고 문을 연지 두어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들어오지 않기도 하거든요. 이때부터 평정심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런데요‘와 ‘각오하셔야 해요‘가 머릿속에서 태풍처럼 휘몰아치지요. 오늘이 ‘그런데요’의 날인가? 오늘이 마침내 ‘각오하셔야 해요‘의 날인가?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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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0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에 저자 사인 받은 거 있어요. ㅋㅋㅋ 서점 직접 찾아가서 받았습니다. ㅎㅎㅎ

북깨비 2022-02-07 11:11   좋아요 1 | URL
오옷!!! 정말 부럽습니닷!!!!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도 꼭 들러 보고 싶어요. 이렇게 재미난 글을 쓰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ㅎㅎ

2022-03-02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2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2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