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더 귀여웠다 - 새콤달콤 레트로 탐구 생활
자토 지음 / 창비교육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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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책. 마음이 정말로 몽글몽글해 진다.

(성인이 되어 위생관념이란게 장착(?)된 지금의 내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꿀 빨던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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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 읽고 쓰고 만나는 책방지기의 문장일기
구선아 지음, 임진아 그림 / 해의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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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은 아무튼 시리즈보다는 좀 크고 일반 책들 보다는 좀 작다. 읽을 때 손에 든 느낌이 좋다. 마분지 비슷한 재질의 표지는 잠시만 읽다가 내려 놓아도 펼친 모양 그대로 휘어져 닫히지 않는데 이것도 왠지 싫지가 않다. 대본.. 같달까. 가볍고 눈이 피로하지 않은 톤의 종이, 적당히 메운 페이지, 그리고 잔잔한 인쇄향. 마음이 차분해지는 글.

대충 살아도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는 것이다. 이건 자신만이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서 깊이에의 강요를 할 수 있을까. 누가 누구의 깊이를 잴 수 있을까.

비는 지켜볼 때 참 좋다. 막상 우산을 들고 빗속에 들어가면 귀찮고 힘든일이 그득하다. ‘추억‘도 비 오는 날과 같아서 떠올릴 때면 참 좋아 보인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나의 조그마한 세상이 무척이나 평온해 보여서 그리워진다. 막상 그 안에 있는 어린이는 어떨까. 걱정도 고민도 많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그마한 세상이라 더욱 힘겨웠을지도. 그러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비 오는 날이 너무 좋아서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과 같다. 여기서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지도 모르고.

"꼭 올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안 오더라고요.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라 로슈푸코는 우리의 자기애는 우리의 견해가 비난받을 때보다도 우리의 취향이 비난받을 때 못 견디게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내 마음이 네 마음 같은 것도 네 마음이 내 마음같은 것도 세상엔 없다.
네 마음이 내 마음 같으면 그게 네 마음인가 내마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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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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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페스트를 읽고 있는데 전혀 머릿속에 들어 오질 않는다. 어떤 문장은 수도 없이 읽었지만 분명히 읽으면서는 이해했는데 뒤에 나오는 구절을 읽고 나면 앞에 읽은 구절이 떠오르질 않아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읽고 읽고 또 읽다가 첫 60페이지만 무려 세 번 (통으로 읽은 것만 셈해서) 반복해서 읽었는데 역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프랑스 문학의 장벽이라 여기고 넘기기엔 쥘 베른과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작품이 너무 재밌었던지라 이건 분명 알베르 카뮈의 문체와 내 사고체계가 완전 달라서야. 라고 결론지어 본다. 근데 나 이방인의 도입부는 심플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라고 느끼지 않았었나 🤔.. 어쨌든 며칠을 씨름하다 번역된 글은 잠시 접고 한국문학을 읽기로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소설에 빠져든건 정말 오랜만이다. 픽처 브라이드가 뭔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가 울고 웃고 잠시 내 문제들은 잊고 버들과 홍주, 그리고 송화를 걱정하며 이틀밤을 보냈다.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다. 내가 부산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투리를 글로 이보다 더 구수하고 실감나게 쓸 수 있을까. 전에 토지를 한 권 펼쳐본 적이 있는데 (다 읽지는 않았다.) 거기에도 사투리 대화가 많이 나왔지만 난이도가 좀 높았다. 이 책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개성 사투리까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

나를 버들에 대입시키면 시원시원한 홍주역에는 자연스레 그리운 친구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감히 여자들의 우정을 비웃지 마라.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열여덟 어린 나이의 버들, 홍주, 송화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사진 신부가 되어 (옷이고 신발이고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는) 미국땅을 찾지만 꿈꾸던 낙원 대신 그들을 기다린 고달픈 현실을 마주하고 낙담한다. 그러나 셋은 나름의 방식으로 삶과 싸우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힘겨운 세월 속에 소리 없는 눈처럼 쌓인 정(情)은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신분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이념이 달랐던 적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정을 지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같이 계속 성장하고 그래서 그 차이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끈끈한 우정도 어느 한 쪽이 성장을 멈추는 순간 괴리가 생겨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가 비단 우정만은 아닐 것이다. 그 먼 하와이땅에도 조국의 독립을 도운 분들이 있었다. 몸이 상하도록 밤낮없이 일해 가며 모은 돈을 독립자금으로 내어 놓고, 정작 본인과 가족들은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힘들어야만 했던 분들이 있었다. 가족들의 곁을 떠나 무력투쟁에 합류해 목숨걸고 싸운 분들이 있었고, 그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가족들의 희생도 있었다. 비록 돕는 방식이 달라 편이 갈린 것은 안타깝지만 모두 자식세대에 만큼은 독립을, 힘있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는 염원은 하나였다. 일본 여권이 아닌 대한민국의 여권을 가지고 외국을 다니는 지금이, 그 당연한 현실이 당연하지 않았던 때가 불과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게 새삼스럽고, 지금에 더욱 감사하다.

엔딩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작스런 나레이션의 변화는 신선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에 줄어드는 페이지가 불안했다. 이대로 끝나면 어쩌지 어디서 끝나는 걸까 불안해 하는 동안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래서 며칠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버들과 홍주, 그리고 송화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버들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떼었다. 그 순간 홍주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한쪽 무릎을 세우고 있던 자세를 풀었다. 양반다리 위에 주먹을 괸 홍주는 버들이 말할 새도 없이 분통을 터뜨렸다.
"원래 골골하던 머스마라 카드라. 내가 죽인 것도 아인데 와 내가 집에 갇혀가 죄인 노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집에서 안 쫓가냈으면 우짤 뻔했노. 그 집에 평생 살았으면 숨막혀 죽었을 기라."
홍주는 버들이 그동안 보아 온 어떤 과부와도 달랐다. 버들은 속으로만 하던 생각을 홍주가 거침없이 내뱉자 시원했다. 맞다.
어무이가 과부가 된 기도, 우리 형제들이 아부지 없는 자식이 된기도 우리 잘못 아이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잘 쫓가났다."
버들과 홍주는 부둥켜안고, 우는 대신 웃었다.
그것도 모르고 안 부자댁은 처지를 비관한 딸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을까 봐 윤 씨에게 부탁해 날마다 버들을 불러들였다.

홍주는 못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혼자에게만 주어진 행운인 양 자랑하고 싶었는데 같이 갈 수도 있다고 하자 그보다 좋은 일이 없었다. 친구가 곁에 있으면 외롭지도 않고 훨씬 든든할것 같았다. 낙원이라 고생할 일은 없겠지만 즐거운 일도 함께하면 더 신나는 법이다.

"지는 애기씨들 시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보따리 이고 방방곡곡 안 다닌 데 없습니다. 양반집, 상놈집 할 것 없이 사람 사는 꼴 안 본 기 없습니다. 지 결론이 뭔지 압니꺼? 사람은 다 똑같다는기라예. 양반, 상놈, 부자, 거렁뱅이 다 같습니다. 양반이라 더 아프고 백정이라 들 아픈 게 아이라예. 자식 애끼는 부모 맘도 마찬가집니다. 손녀 생각하는 금화 맘은 애기씨 어무이들 맘이랑 똑같은 기라예. 애기씨들도 여서 더 낫게 살 수 있으면 뭐 할라꼬 부모 형제 떨어져 그 먼 데로 가겠습니꺼. 여서 지대로 몬 살겠어가 새 시상 찾아가는 기 아입니꺼? 송화한테 측은지심 품고 여서도 포와 가서도 동기맨키로 잘 지내이소. 나이도 동갑이라예."
아지매가 진심을 다해 하는 말에도 버들은 송화와 한방에 먹고 자며 포와까지 같이 간다는 게 께름칙했다.

신경이 쓰이면서도 버들은 송화를 찾아가지 못했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지만 평일엔 세탁장에 가야했고 일요일엔 태완이 집에 있어 시간 내기 어려웠다. 어쩌면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없는 건지 몰랐다. 버들은 자기 살기에도 벅찼다.

버들은 송화에게 가 보지 않은 게 부끄러워졌다. 송화 신랑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골치 아픈 일 생길까 봐 피했던 거 였다. 어떤 변명을 앞세워도 잘한 일이 아니었다.

부엌에 매단 시렁에 얹힌 송화의 가방이 버들 눈에 들어왔다.
고베항에서 자기를 따라 산 가방이었다. 홍주가 시키는 대로 가방을 들고 걷는 시늉을 하며 배시시 웃던 송화가 떠올랐다. 버들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짐 챙기라. 내캉 우리 집에 가자."
버들 말에 송화 얼굴에 안도의 빛이 퍼졌다.

버들은 일손을 놓다시피 한 태완 때문에 애가 달았다.
"조선 독립도 중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일도 중요하다 아입니꺼. 농장 일을 이레 밀쳐 놓고 다니면 우짭니꺼? 곧 얼라도 나올 긴데예. 재성 아주버이 보기 미안타 아입니꺼."
농장 일에 여간해서 참견하지 않는 버들이 보다 못해 말했다.
"조국의 독립을 이루는 거이 자식을 위한 일 아니갔어. 내레 나 위해서 이러간? 자식한테 당당한 아바지 될라고 이러는 거이야."
태완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버들은 그때 태완에게 들은 대답을 홍주에게 그대로 전해 주었다.
"파업 분쇄를 꼭 돈만 보고 하겠나. 우리나라를 뺏은 일본 사람들 방해할라고 적극 나서는 기제, 독립운동하는 맘으로 말이다."
홍주가 공감한다는 듯 주억거리며 말했다.
"하긴 우리 자린고비 조덕삼이도 월급 타면 몇 푼씩이라도 꼬박꼬박 성금 낸다 아이가. 참, 버들아, 내도 부인구제회 들었다."
"참말이가? 우째 그런 생각을 했노?"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을뿐더러 신식이라고 일본 것을 오히려 좋아하던 홍주였다. "내사 마 여 올 때는 내한테 해 준 기도 없는 그깟 조선 망해삐리든 말든 상관없었는 기라. 그란데 아를 놓고 보이 그기 아이데. 나라가 일본한테 멕혀가 있으면 내 자식도 곁방살이하는 집 얼라맨키로 평생 주눅 들어가 살 기 아이가. 당장 밥 한 숟갈 들묵어도 독립하는 데 힘을 보태야 않겠나. 까막눈 무지랭이도 조선 사람이면 다 그레 생각한다 아이가."

"어짜갔네. 나라를 되찾을라믄 내남없이 나서야지. 총칼 들고 왜놈하고 싸우는 거만 독립운동은 아니다. 그 길 떠나는 정호 아바이 편하게 보내 주는 거도 애국하는 일이라."
버들은 개성 아주머니가 남의 일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주머니의 말은 버들에게 큰 위로와 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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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일 - 출근, 독립, 취향 그리고 연애
손혜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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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 종사자분들의 필력은 남다른 것 같다. 김민철님 에세이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뭐랄까 이 쪽 업계 분들이 군더더기 없이 글에 멋 입히는 스킬이 있으신 것 같다. 약간 츤데레 말투? 신경 안 쓴 듯 신경 엄청 썼을 것 같은 이 세련미 넘치는 문체는 내가 오랫동안 동경해 온 것인데 유독 광고업계 분들 글이 그러하다.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목적이 있는 곳이라 글 속에 스웩이 넘치는 인재들이 몰리는 건지. 객관화된 시선에서 나오는 시크한 표현들, 감정의 더없는 솔직함으로 깔끔한 뒷 맛, 아. 나 뭔지 알아. ㅋㅋㅋㅋ 🤣 하고 금방 이해되는 보급형 비유에는 위트가 넘치고 심지어 귀여움까지 묻어난다. 😭😭😭 나도 이렇게 쓰고 싶어.

(사실 스웩 넘치는 글들은 매일 분에 넘치도록 읽고 있어요. 출판되어 돈받고 팔리는 책보다 더 세련된 글들이 북플에는 매일 올라 오니까요. 그래서 저는 작가임을 밝히신 분들 외에도 정체를 꽁꽁 숨기고 활동하시는 더 많은 작가님들이 계시다고 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앞부분에 자신의 지난 날 과오(?)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부분이 나오는데 예전에 어디서 본 글이 떠올랐다. 다시 찾아 보니 찾을 수가 없어서 대충 전하자면 내가 하면 자아성찰 남이 하면 비판.이란 건데. 나는 내가 인지하고 있는 모자람이나 단점, 잘못은 내가 먼저 깐다. 그게 좀 덜 괴롭다. (고쳐 나갈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인정하는데서 끝난다.) 내가 먼저 까야 정신적으로도 맷집이 생기는걸까. 뭐 의도야 어찌되었건 간에 작가가 처음부터 시원하게 자아성찰을 하니 읽는 나도 마음을 풀고 착착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아님 사사건건 머릿속으로 시비를 걸었을텐데. 나는 찌질하니까. 😑

일단 전체적으로 정말 재밌게 읽었고. 글 하나하나의 짜임새는 물론 순서 혹은 배치도 좋다고 느꼈고. 두루뭉술한 어른의 일이라는 타이틀 아래 출근, 독립, 취향, 그리고 연애, 라는 이 설득력 있는 네가지의 소주제를 가지고 글을 풀어 내는 과정에서 할당량이 들쭉날쭉 하지 않고 배분이 고른 것도 좋았다. 예전에 효리네 민박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잠시 출연한 박보검씨가 고요한 밤을 건반으로 연주한 적이 있다. 이상순씨가 듣고 배움이 있는 코드라고 칭찬하셨는데 과연 국문학과 출신의 배움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취향. 방탄소년단이 등장한다. 일단 한 번은 보고 ‘난 잘 모르겠는데?’해주길 바란다고 하셔서 추천 영상 네 개를 모두 찾아 봤다. 사실 나는 일편단심 지디의 팬이라 다른 아이돌 가수들에 크게 관심이 없다. 아이돌을 제외하면 이효리, 아이유를 팔로우한다. (인정한다. 나는 얼빠다.) 추천받은 영상들을 보기 전에도 BTS의 엄청난 인기에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하며 유명한 노래들의 라이브를 찾아봤는데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인기만큼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랬던 내가! 올 초 지미 팰런의 투나잇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의 ON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고는 정말 뒷통수를 프라이팬으로 🍳 뎅~ 하고 한대 쳐맞은 충격을 받았다. 잘하네 진짜. 인정. 👏 전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이유가 있네 있어. 그래서 이 이야기의 요지는 사람마다 입덕 포인트가 다 다르다~

얼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실은 이 책.. 표지 때문에 샀다. 책은 겉표지로 판단하는게 아니라지만 이번 경우엔 대성공! 👍👍

그리고 이 리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고민을 좀 해봤는데 아니 이게 뭐라고 마무리를 고민해 ㅋㅋ 그냥 여기까지가 나의 감상. 아래는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

고백하건대 이제까지 나는 할 수 있는 양의 80퍼센트만 해왔다. 운이 좋아 80으로 100의 성과를 내자, 그 뒤에는 60만 해서 80을 얻었다. 점점 60짜리 아니 그보다 더 옅은 농도로 사는 데 익숙해졌다. 그러다 더 이상 스스로의 능력치를 알 수도 믿을 수도 없게 되었고, 최고 명문대를 나와 최고 광고회사에 들어간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었다.
단순히 그 사람들이 잘나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고액과외를 받고 토익 점수를 만들고 입사 확률이 높은 사람들끼리 취업스터디를 할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일단 그들과 같이 일하게 되면 어떻게든 따라가게 될 거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이제 어떡할까? 앞으로도 내가 바뀔 거 같지 않아 짜증이 난다. 나와 잘난 그들 사이에 벽을 세우고 도무지 넘어갈 수 없다면서 포기할 것 같아 두렵다. 그러면서도 무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열심히 살기는 여전히 귀찮고,
성공만 하고 싶다. 이런 나를 어쩌면 좋을까?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까?

마감은 밤샘과 스트레스의 친구이면서 동시에 자유의 입구다.

‘아! 내가 다시는 집에 일 가져오나 봐라!’ 하지만 옆자리 동료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따뜻했던 사무실 공기가 차갑게 식으면, 어제의 실패를 부정하고 싶기 마련이다.
‘오늘은 씻지 말고 일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
마음을 먹고 집에 왔건만 이번엔 씻지도 않고 잠들었다.
새벽녘에나 화들짝 깨어나서 씻고, 씻고 나니 잠은 달아났지만 일은 하기 싫어 기어코 웹툰을 열고 마는 것이다.
내일은 나를 믿지 말자. 일은 회사에서. 제발 일은 회사에서.

나를 버티게 해준 건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역설이었다.
소위 평생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그만두고 싶을 때 어떻게 버틸까? 나는 그만둘 수 있어서 안 그만둘 수 있는데 말이다.

회사라는 이익집단 안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온전히 ‘나‘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워라밸일 것이다. 그렇게 퇴사를 가르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워라밸 아니고 워러밸. 일(Work)과 배움(Learn)의 균형(Balance). 일과 조직에서 더 이상 배우고 싶은 게 없을 때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기에 떠나기로 했다.

‘난 마케터가 되겠어!‘라고 선언한 순간이 없었을 뿐, 어느시점부터 마케터가 되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한 사랑도 있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진행되는 사랑도 있으니까. 둘 중에 하나만 참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동료 마케터들은 마케터로서 자각이 분명하고, 좋은 마케터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행하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걸 보고 있자면 다시 슬쩍 ‘주눅이 흘러나오려고 하지만 나오지 못하게 단단히 여미고, 동료의 노력을 자극 삼아 가랑비 출신의 좋은 마케터가 되기로 한다.

열 번의 목요일이 지난 뒤부터 손에 힘이 조금 빠진 느낌이다. 이전보다 부담이 덜하고 시간도 많이 단축되었다. 서른 번, 마흔 번의 목요일이 지나 내년 이맘때 다시 모인 우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글 쓰는 목요일이 필요 없어지길 바란다. 글쓰기가 밥 먹듯이 숨 쉬듯이 몸에 익어, 따로 시간을 정해 애쓰지 않아도 될 만큼 습관이 되길. 부디….

지난 글들을 책으로 엮으면서 내가 성장했음을 확인하게 되어 뿌듯했다. 몇 년간 여기저기 써놓았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사이에 내가 많이 자랐구나.‘ 싶었다. 오늘이라면 마음이 아프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을 일로 고민하며 글을 쓴 어제의 내가 귀여웠다. 나이를 헛먹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한편 그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글이 있음을 깨달았다. 다음이 아닌 지금 기록해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배웠다.

독자에게 가치 있는 책이 되고 싶었고, 내 책이 출판사의 기대작이었으면 싶었고, 누구보다 최초의 독자인 나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결국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붙잡혀 움직이지 못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필라테스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그저 계속하고 안 하고가 있을 뿐이었다.
글쓰기의 지난함도 마찬가지였다. 잘 쓰려고 하지 않고 그냥 쓰니 서서히 문제가 풀렸다. 화면 앞에 앉아 ‘잘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짜증 나’, ‘하기 싫어‘ 같은아무 말을 써서 화면을 채워 넣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한두문장이 턱 하고 걸려들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냥 쓰는 손‘이 필요했다. 잘하지 못하는 나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문제였다.

욕망하는 것이 좌절되었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물론 욕망에도 우선순위가 있어 모든 좌절이 불행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못 먹게 되었다 하더라도 불행해지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좌절된 연애 욕망을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된 일과 동급으로 여기지 않았다. 다들 연애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애를 원하지만 아직 싱글인 나의 행복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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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순정만화 -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아무튼 시리즈 27
이마루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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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무튼 시리즈를 다섯권 정도 읽었는데 아무튼 외국어 다음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무튼 외국어가 재밌었던 이유도 일본어 공부에 취미를 들였기 때문이고 이미 사회인인 내 업종과 1도 관련없는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게 된 것 역시 정발되지 않은 만화 또는 애정하는 만화의 원서를 읽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었으니 이 두 권의 책이 가장 재밌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치. 읽으면서 몇번이나 책은 됐고 작가님 그냥 나랑 잠깐 만나서 반나절만 만화얘기 좀 나눕시다 그런 굴뚝같은 심정으로 마지막 문장까지 읽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럼에도 여기서 옥에 티를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다른 만화들은 나도 기억이 확실치 않아서 지적질을 할 수 없지만. 내가 소장하고 있고 근 30년 가까이 흐른 세월동안 백번은 족히 읽었다 말할 수 있는 빅토리 비키만큼은! 꼭 짚고 넘어 가려 한다. 딱히 큰일은 아니지만 ㅋㅋ 비키의 아버지는 미국인이 아니다. 아니 비키 아버님이 미국인이 되시면 이 만화는 순식간에 장르가 막장 불륜 드라마로 바뀐다. 절대 그래서는 안되겠죠. 😅

그리고 대여점 이야기가 나와서 읽다가 어제 점심은 추억돋는 컵라면에 단무지로 해결했는데. 언뜻 라면에는 김치가 궁합이 맞을 것 같지만 간만에 단무지랑 먹어보니 역시 라면에는 단무지인가. 과식을 부르는 단짠의 정석이다.

중학교 교사였던 엄마는 아주 일찍부터 만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만화가 호환마마와 동급으로 취급받던 엄마의 어린 시절부터 꿋꿋하게.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고서 사랑에 냉소적이라도 될라치면 『우리들이 있었다』(오바타 유키) 8권에 등장한 나나미와 야노의 키스신을 되새긴다. 야노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먼 곳으로 전학을 가야 한다.
곧 떨어질 두 사람은 사랑을 지키자고 맹세하면서 별빛 아래에서 입을 맞춘다. 그리고 그 순간 여주인공 나나미의 독백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어른이 된 우리가, 더 이상 영원을 믿지 않게 된 우리가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건… 그때만큼은 시간이 멈추고, 이 세상에 우리밖에 없고 이 순간이 무엇보다 진실되며 꿈 같고,
찰나이면서 영원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의 우리 마음속에 확실히 영원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로 이사하면서부터 내 열정에 불이 붙었다. 작은 맨션이나 소형 빌라가 아닌 20층짜리 아파트 단지(비록 두 동 짜리였다고 해도)에 산다는 건 또래 친구 수가 급속하게 늘어난다는 의미였다. 충남 서산에 갓 지어진 그 새 아파트에서 나는 우리 가족과 같은 시기에 앞집으로 이사 온 지선이를 만난다. 나와 두루 둘이서 공유하던 만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우리 집 현관을 넘어 확장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셋이라니! 셋은 릴레이만화도 그릴 수 있고, 역할 놀이도 할 수 있으며, 두명이 다퉜을 때 다른 한 명은 그걸 중재할 수도 있는 숫자다. 그렇게 우리는 만화에 관한 모든 걸 공유했다 (역시 동료는 필요하다.)

믿음직한 동행을 찾았다면 운이 좋은 것. 하지만 나를 완전하게 채워줄 누군가가 등장하길 바라며,
평생을 결핍감 속에 사는 것보다는 혼자, 성큼성큼 나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덕분에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고 고백하며, 조심스레 안부를 묻고 싶다. 내 세상을 만들어준 수많은 순정만화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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