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탄 박종화님 버전의 삼국지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내 기억으로는 한동안 전권 품절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황당한 것이 내가 검색을 할 때마다 1권은 품절이고 2권부터 10권까지만 판매중이더라는 거. 좀 오바해서 이러다 영영 죽기 전에 못 읽는거 아닌가 하고 있는데 왠열~~~~~ 어제 잠 안 자고 무슨 바람이 불어 보관함을 쭉 훑는데 재고가 들어와 있네. 인연이 있었나 보다. 1권이 맘에 들면 나머지는 한꺼번에 질러야지. ㅎㅎ헉.. 이번엔 3권과 4권이 품절이라니.. 아이고 내 팔자야 ㅠㅠ
음.. 좋군요.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마침 비도 오고요. 아쉽게도 벼락은 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느낌 충만합니다. 사실 제가 원했던 결말이 아니라서 별 네개를 주려고 했는데요. 제 맘에 안든다고 잘 쓴 글에다 화풀이 할 수는 없지요. ㅎㅎ 사실 에도시대물은 샤바케 시리즈로 처음 접했습니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님의 글에는 같은 에도시대물이라도 요괴가 등장하지 않는다기에 여태 손을 대지 않았어요. 샤바케에서는 만쥬를 좋아하는 귀여운 요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물론 도련님도 귀엽습니다.) 하지만 샤바케 번역본은 4권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버티다 버티다 결국 외딴집을 사서 읽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참 잘 한 일인데 그래도 샤바케 5권이 나왔더라면 저는 더 좋았을 텐데요. ㅠㅠ비록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샤바케 시리즈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에도시대물이 너무너무 그리웠던 제게 외딴집은 가뭄에 단비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먹먹하더라는 평을 보고 처음부터 아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지 마음에 안드는 엔딩도 나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요. 주로 순간의 서스펜스를 위해 쓰여지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취했음에도 그 옛날 집권층과 기득권층이 권력을 지키고 원하는 바를 손에 넣기 위해 어떻게 민심을 조장하고 이용했는지 나름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작가의 내공에도 감탄했습니다.
신간리스트를 확인하다 뭔가에 홀린 듯 - 아마도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의 옆얼굴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다만 구입후에는 항시 책을 엎어 두었다. 자꾸 나를 놀래키는지라. ㅇㅅㅇ;; - 미리보기로 첫장을 읽었는데 (온 몸의 털을 삭발한 일화는 전혀 이해가 안되니 그건 건너뛰고)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참가자에 대한 화자의 감상에 격한 공감을 느껴 결제했다. 나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글을 읽을때 오감이 모두 느껴지는 생활적인 묘사를 좋아한다. 작가 모토야 유키코는 화자인 야스코를 통해 그런 내 욕구를 백분 충족시켜 주었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모든 장면을 나는 야스코가 되어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 실지 야스코와 일치하는 부분도 상당했는데 예를 들자면 `나는 책 같은 건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띠지가 엉망으로 구겨져도 아무렇지 않은 여자라서`같은.. 이 책 역시 가방에 넣고 다녔고. 양장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쥐었을때 가벼운 감촉이 참 기분 좋았다.야스코는 심한 우울증에서 기인한 과면증을 앓는 중. 수입이 없어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 산다. 어느날 큰맘먹고 집밖을 나선 그녀는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것들을 못 사게 되자 생각한다. `아아, 만사가 짜증난다. 다 귀찮다. 내가 왜 슈퍼마켓에 갔지?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잠으로 도망치고 싶다.` 작가는 계속해서 야스코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서술하는데 그 생활에 찌든 표현 방식이 내 입맛에 꼭 맞았다. `국거리용 재료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지만`이라던가. (그런 때에는 내가 딱 그 심정인데!) 마음에도 없는 남자의 고백을 거절한 후에는 `그 남자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던 반찬 코너의 마른 고추튀김처럼 생긴 여자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 나를 미워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조용히 지나가려던 일이 복잡하게 꼬여버렸다.`고 야스코는 이야기한다. 난 밥을 먹다가 박장대소를 했다. 마른 고추튀김을 닮은 여자. 왠지 나도 알 것만 같다. 소소하고 쓸데없는 생각 `수돗물일 것 같아서 이런 데서 주는 물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처럼 화자의 속마음을 모조리 읊어주는 작가의 스타일이 참 맘에 들었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야스코의 우울한 감정을 묘사하지만 절대 무겁거나 괴롭지만은 않다. 일상의 언어를 사용해 오히려 산뜻하게 그려냈다고 할까. 끝나갈 무렵 표지의 `넌 좋겠다. 나랑 헤어질 수 있어서` 라는 구절의 의미를 알았다. 많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