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지음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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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알게 된 노명우 교수님께서 서점을 직접 차리고 또 그에 대해 책을 쓰셨다는 소식을 북플 리뷰로 처음 접했을 때는, 평소 이런 류의 (남이 책 읽는, 남이 책 파는)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교수님이 쓰셨다고 하니까) 지루할 것 같아서 아 그렇구나. 서점을 차리셨구나. 하고 지나쳤다. 몇 년이 지난 후 중고서점에서 눈에 띄길래 그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남이 책 파는 이야기인데 한 번 펼쳐는 보자 싶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들었는데 조금 읽다가 현웃이 터져 나왔다. 교수님 유머감각도 있으셨네. 👍 고민없이 그대로 사서 서점을 나왔다. 다 읽고 난 지금의 소감 역시 소장각.

‘그런데요‘라고 운을 뗀 후엔 이런 말이 따라왔어요.
"서점을 하다보면 내가 이걸 왜 시작했나 회의감이 들 때가오거든요."
재빨리 물었습니다.
"언제 그런 생각이 드세요?"
"그러니까… 그게요. 처음에는 손님이 제법 있어요. 아는 분들이 개업 축하한다고 찾아오시거든요. 그런데요…"
또다시 ‘그런데요‘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기 힘들거든요. 그러다보면…"
"네, 그러다보면?" - P91

"책이 한 권도 안 팔리는 날이 오기도 해요. 그런데요…"
아니 ‘그런데요‘가 아직도 남아 있다니!
"더 심각한 날은 서점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날이에요.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으니 정말 각오하셔야 해요." - P92

그 이후 "각오하셔야 해요"는 머릿속에서 늘 맴돌았습니다.
서점 개시 준비는 음식점이나 카페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편이랍니다. 입간판을 내놓고 책도 가지런히 정리하고 그날의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선곡해서 틀어놓으면 끝입니다. 간판을 내놓을 때는 아직 평정심이 유지되고 있어요. 그날의 날씨를 감상할 여유도 있어요. 그런데요, 그 평정심이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죠. 어떤 날은 손님 맞이할 준비를 다 마치고 문을 연지 두어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들어오지 않기도 하거든요. 이때부터 평정심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런데요‘와 ‘각오하셔야 해요‘가 머릿속에서 태풍처럼 휘몰아치지요. 오늘이 ‘그런데요’의 날인가? 오늘이 마침내 ‘각오하셔야 해요‘의 날인가?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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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0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에 저자 사인 받은 거 있어요. ㅋㅋㅋ 서점 직접 찾아가서 받았습니다. ㅎㅎㅎ

북깨비 2022-02-07 11:11   좋아요 1 | URL
오옷!!! 정말 부럽습니닷!!!!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도 꼭 들러 보고 싶어요. 이렇게 재미난 글을 쓰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ㅎㅎ

2022-03-02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2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2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 순한 맛부터 매운맛까지 소설책부터 벽돌책까지 전천후 지식인이 되는 책읽기
이시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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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ive hearing (선택적 듣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가슴 깊이 새긴 한 마디는 ˝눈길이 가는 책이 있으면 사 놓는다.˝ 👏🙌

(계속 사서 쟁여놔도 되는가 봄. 😌 안심안심)

읽고 싶은 책이나,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이 좋은 책, 표지가 예쁜 책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음에 든 책이 있으면 일단 사 놓기를 권합니다. 집에 책이 있으면 그것을 읽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장기간 연속으로 쉬는 연휴에, 놀고 또 놀다가 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 너무 심심하다 못해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평소에 눈독 들였던 책이 곁에 있다면 바로 읽기를 시작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어 책을 찾아서 주문하는 단계를 거치면, 그 책이 도착하기도 전에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 P17

우량주에 가치투자 하듯이, 좋은 책이나 관심 분야의 책이 있다면 사 두고, 마음이 생겼을 때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은 필요할 때 사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 사는 것입니다. - P18

벽돌책의 완독률에 대해 구글 검색 전문가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그의 책《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알려 준 바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벽돌책의 완독률은 약 3~4퍼센트 정도라고 하더군요. 두꺼운 책의 첫 장을 읽은 사람이 마지막 장까지 읽을 확률은 25명 중에 한 명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벽돌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스스로를 ‘인생의 낙오자‘라고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25명 중에 24명이 여러분과 같으니까요. 그러니 괜히 시작했다가 끝까지 못 보면 어쩌나 두려워하지 말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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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마스다 미리의 좌충우돌 여행기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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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김새는 여행기. 일단 여행 전에 사전조사를 별로 안 함. 그래서 유명하다는 곳에 들르긴 들르는데 문닫아서 못 들어간다거나 축제나 행사를 놓친다거나 기다려야 한다거나 해서 일이 틀어지면 포기도 너무 빠르고 갈수록 맥이 빠진다. 의외로 소심한 성격에 혼자서 식당에 못 들어가서 포기한 지역 명물도 많고 그러다 간혹 뭔가를 먹게 되어도 별다른 감흥을 안 보이고 게다가 해산물을 별로 안좋아해서 (해산물뿐 아니라 내가 보기에 전반적으로 입이 좀 짧으신 작가님..) 해산물 먹은 후기를 보고 있으면 해산물이 어찌나 아까운지.. ㅠㅠ
그런데 나는 이게 왜 재미가 있냐고 ㅋㅋㅋ 여행경비 추려논 거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니 남의 영수증 읽는게 재밌을 일인가!) 그냥 재미없었거나 기대에 못 미쳤거나 그런거 다 솔직하게 그냥 밝혀서 그런거 아님 내 언젠가 실패했던 여행일정이 그래도 이 정도로 망하진 않았었지 ㅋㅋ 하고 나 위로받는 중? 그냥 요즘 여행을 못 가니까 그게 제일 큰 이유같긴 한데 정성들여 계획한 여행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당일치기나 1-2박 정도로 여행을 해 온 작가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백신을 맞고 나면 가까운 곳부터 다시 여행을 좀 다녀야겠다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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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3-16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닮아서가 아닐까요 ㅎㅎ 사실 너무 척척 멋지게 여행 다니는 사람들 보면 막 부럽다가도 자괴감 들고 그렇지 않나요 ㅎㅎ 저는 그렇거든요.*^^*

북깨비 2021-03-16 23:45   좋아요 2 | URL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너무 완벽한 여행기를 읽으면 같은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할 때 뭔가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할 것만 같은 강박감이 드는데 이렇게 될대로 되라 식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마음이 느긋해져서 좋네요. ㅎㅎ

붕붕툐툐 2021-03-16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전이 있네요~ 저도 계획 없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함 읽어봐야겠네용!ㅎㅎ
맘껏 여행 다닐 수 있는 날이 얼른 오길 저도 함께 기원해봅니다.

북깨비 2021-03-16 23:50   좋아요 1 | URL
그런 날이 꼭 오긴 하겠죠? ㅠㅠ 캠핑이라도 다녀볼까 생각중입니다.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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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산문집. 아무말 대잔치인데 그 와중에 문장이 어찌나 수려한지. 표지의 색감은 고급스럽고 (feat. 은은한 등불💡아래 금빛으로 빛나는 제목 ✨) 아마도 감성 가득한 번역과 (나는 포르투갈어를 모르지만 눈길이 가는 문장이 많아 그리 짐작해 본다.) 1~3 페이지 정도의 너무 길지 않은 산문이 주는 적당한 호흡. 무엇보다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은 내 머릿속 같은 산만함이 마음을 끈다. 염세주의와 허무주의로 가득차 있지만 그 서글픔을 아름다운 시로 쓴 산문같은 글.

나는 도시의 거리에 고인 긴 여름 저녁의 고요를 사랑한다. - P28

거리가 자아내는 느낌과 비슷한 삶의 느낌들이 산책 내내 나와 동행한다. - P28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 P32

예술은 인생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지만, 예술 덕분에 인생을 살기가 실제로 더 쉬워지는 건 아니다. - P39

내 영혼에는 마치 성가신 아이와 같은 짐스러운 조급함이 달라붙어 있다. 그것은 쉬지 않고 자라나는 동일한 성질의 불안이다. 모든 것이 나를 옭아매지만, 아무것도 나를 붙들어주지는 못한다. - P40

고백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고, 고백을 해서 유용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란 모든 이에게 일어나거나, 혹은 우리에게만 일어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첫 번째 경우라면 새로울 것이 없고, 두 번째 경우라면 타인들을 납득시킬 수가 없다. - P42

결코 완성되지 않는 작품은 졸작에 불과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작품보다 더 졸작일 수는 없다! 완성된 작품은 최소한 탄생이라도 했다. 분명 대단한 명작은 아닐 것이나 그래도 노쇠한 내 이웃여자의 유일한 화분에 심어진 화초처럼, 초라하게나마 살아가고는 있는 것이다. 그 화초는 이웃여자의 기쁨이다. 그리고 종종 내 기쁨이 되기도 한다. 내가 쓰는 글, 나는 그것이 형편없음을 알아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읽은 한두 명의 상처 입은 슬픈 영혼은, 한순간이나마 더욱 형편없는 다른 일을 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내가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않는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내 글은 어떤 방식으로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생 전체가 그러하듯이. - P45

그러나 삶의 아름다움을 말 속에 포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나날은 항상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름다운 나날을 풍요로운 어휘와 찬란한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어느 날엔가 텅 비고 허무한 바깥세상의 공허한 들판과 하늘에 화사한 꽃과 별들을, 아름다운 날에 그랬던 것처럼 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 P64

나는 눈을 감은 채, 잠들지 않았다면 내가 계속해서 했을 말들을, 마치 고양이처럼 쓰다듬는다. - P65

들판의 그늘 속에서 우리는 내면을 향해 몸을 수그리고, 우리 자신이라는 문 없는 집 안에서 힘겹게 스스로를 지킨다. 저녁이 시작되면 석양은 서서히 펼쳐지는 부채처럼 번져 나가고, 아직은 낮의 사물들 한가운데 있을지라도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싹튼다.
그러나 노동은 사그라드는 법이 없다. 노동은 저절로 더욱 활기를 띤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일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에게 선고된 행위 안에서 모종의 휴식을 발견하는 단계에 이른다. - P75

나는 다른 이들의 나 아님이란 성격을 질투한다. 모든 불가능 중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므로 그것은 내 일상의 욕망이 되었고, 모든 슬픔의 시간을 채우는 좌절이 되었다. - P83

빗소리에서 정적이 피어난다. 정적은 회색빛 단조로운 크레셴도를 이루며 내가 바라보고 있는 좁은 거리 가득히 퍼져간다. - P89

내 삶의 모든 때늦은 통한이 멍한 내 시선 앞에서, 그동안 매일매일 수많은 예상치 못한 순간을 위해 늘 입고 다녔던 자연스러운 명랑함이란 의복을 벗는다. 나는 종종 기쁘고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는다. - P89

지금 나에게 없는 것이 그리워 가슴이 터질 듯하다. - P105

그들의 눈에 내가 그렇게 보이듯이 내 눈에도 그들은, 우리들 공통의 불행인 자신과의 불화를 힘겹게 끌고 가는 신세로 보인다. - P122

우리는 현실에 대해 작은 오해를 재료로 하여 믿음을 상상하며 희망을 지어 올리고, 마치 가난한 아이들이 공상의 놀이를 하듯이 빵껍질을 케이크라고 부르며 그것을 먹고 살아간다. - P135

내가 갖지 못한 모든 것이, 설사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나에게 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 P179

모든 것이, 심지어 보통 때라면 우리에게 휴식을 주던 것들까지도 우리를 피곤으로 몰아가는 그런 시간이 있다.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원래가 피곤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고, 휴식을 주는 것은 얻겠다는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피곤해진다. - P193

우리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누군가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이미지를 사랑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상, 즉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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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 자토의 소소한 자취 일기
자토 글.그림 / 시공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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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에 읽은 것 같아요. 자토님 다른 책 한 권 더 주문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우리들은 원래 더 귀여웠다’로 알게 된 작가님인데 비슷한 느낌의 작가님 중에는 도대체님, 정우열님이 계십니다. 세 분 다 느낌이 아주 밝아요. 지금 저는 인간미 넘치는 소비를 하고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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