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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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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완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오래전에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유명하다는 그의 책을 한 권 집어 들고서 손 가는대로 대충 펼쳐놓고 몇단락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땐 내가 좀 어렸었는지 읽는 도중 그냥 기분이 별로 안좋아져서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우울한 책을 쓰는 사람인가보다 하고선 두번 다시 그의 작품을 읽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가 이 책을 권했을때도 난 이 사람 책은 좀 우울해서 말이야.. 추천해줘서 고맙다 했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사양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모두 다) 우울하다는 식의 억지스런 나의 일반화에 그 친구가 정확히 뭐라고 반론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딱히 반론이랄거 까진 없었던 것 같고) 그냥.. 이 책은 딱 우리 나이에 읽기에 참 좋은거 같다 뭐 그런 비슷한 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 표현이 왠지 진솔하게 느껴져서 였을까. 미리보기로 몇장을 읽어봤는데 느낌이 괜찮아서 곧장 주문을 했다. 그리고 나도 참 재밌게 읽었다. 다만 (불행히도) 내 안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스토너의 강렬한 여운이 있었고 (읽은 지 한달 정도가 지났는데도 내 속에 뭔가가 남아 있는데 반해) 쓰쿠루의 이야기에서는 읽는 동안에 느끼는 재미외에 별다른 감흥은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색채가 없는 쓰쿠루와 평범한 내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데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위로도 받았다. 그의 나이가 (나와 마찬가지로) 30대 중반이라는 설정도. 그리고 쓰쿠루가 16년전 기억속에서 묻어버렸던 아픔을 꺼내어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 또한 아주 흥미진진해서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왜 팬이 많은지 조금 알 것도 같다.) 그저 내게는 이 바로 전에 읽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의 진한 여운이 있었을 뿐. 이 글의 깊이를 상대적으로 얕아 보이게끔 만들 정도로 아주 진하게. 앞서 윌리엄스가 한 평범한 남자의 일생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소설속에서 그렇게까지 현실적인 인물을 이제껏 본 적이 없다. 마치 작가의 자서전인 것 처럼) 그려놓은 데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서른 여섯의 오늘을 사는 쓰쿠루의 감정선은 (물론 과거의 느낌을 떠올릴 때도 있지만) 잘라논 수박의 단면처럼 지극히 단편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내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있다.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별 세개 반 (스토너를 읽지 않고 읽었더라면 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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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
모토야 유키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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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스트를 확인하다 뭔가에 홀린 듯 - 아마도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의 옆얼굴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다만 구입후에는 항시 책을 엎어 두었다. 자꾸 나를 놀래키는지라. ㅇㅅㅇ;; - 미리보기로 첫장을 읽었는데 (온 몸의 털을 삭발한 일화는 전혀 이해가 안되니 그건 건너뛰고)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참가자에 대한 화자의 감상에 격한 공감을 느껴 결제했다. 나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글을 읽을때 오감이 모두 느껴지는 생활적인 묘사를 좋아한다. 작가 모토야 유키코는 화자인 야스코를 통해 그런 내 욕구를 백분 충족시켜 주었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모든 장면을 나는 야스코가 되어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 실지 야스코와 일치하는 부분도 상당했는데 예를 들자면 `나는 책 같은 건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띠지가 엉망으로 구겨져도 아무렇지 않은 여자라서`같은.. 이 책 역시 가방에 넣고 다녔고. 양장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쥐었을때 가벼운 감촉이 참 기분 좋았다.

야스코는 심한 우울증에서 기인한 과면증을 앓는 중. 수입이 없어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 산다. 어느날 큰맘먹고 집밖을 나선 그녀는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것들을 못 사게 되자 생각한다. `아아, 만사가 짜증난다. 다 귀찮다. 내가 왜 슈퍼마켓에 갔지?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잠으로 도망치고 싶다.` 작가는 계속해서 야스코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서술하는데 그 생활에 찌든 표현 방식이 내 입맛에 꼭 맞았다. `국거리용 재료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지만`이라던가. (그런 때에는 내가 딱 그 심정인데!) 마음에도 없는 남자의 고백을 거절한 후에는 `그 남자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던 반찬 코너의 마른 고추튀김처럼 생긴 여자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 나를 미워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조용히 지나가려던 일이 복잡하게 꼬여버렸다.`고 야스코는 이야기한다. 난 밥을 먹다가 박장대소를 했다. 마른 고추튀김을 닮은 여자. 왠지 나도 알 것만 같다. 소소하고 쓸데없는 생각 `수돗물일 것 같아서 이런 데서 주는 물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처럼 화자의 속마음을 모조리 읊어주는 작가의 스타일이 참 맘에 들었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야스코의 우울한 감정을 묘사하지만 절대 무겁거나 괴롭지만은 않다. 일상의 언어를 사용해 오히려 산뜻하게 그려냈다고 할까. 끝나갈 무렵 표지의 `넌 좋겠다. 나랑 헤어질 수 있어서` 라는 구절의 의미를 알았다. 많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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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4-16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작가와 책이네요.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는 `링`이후로는 좀 무섭네요.ㅎ

북깨비 2015-04-18 12:24   좋아요 0 | URL
저도 링 무섭게 봤는데요. 옛날에 신문에 나온 4컷짜리 만화에서 패러디로 코믹하게 다룬 거 보고 극복했어요. 만화 주인공이 영화를 휴대폰 동영상으로 본 거에요. 수년전이니까 폰이 코딱지 만할때요. 그래서 걔가 엄지공주 싸이즈로 기어나오는데 나오면서 지두 당황하고 폰주인도 당황해서 어색하게 마주보는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4-20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본 버전은 아색기가에서 사다코가 나오고, 다음 컷이 남자는 돌아앉아서 담배를 피면서 한숨을 쉬고 있고, 사다코는 돌아누워 울고있다능... 그거 생각하면 좀 덜 무섭긴 하죠..ㅎ

북깨비 2015-04-21 10:45   좋아요 0 | URL
헛!!!!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사람들 패러디 하난 정말 ㅋㅋㅋㅋ 그래도 링을 본 기억은 잊고 싶군요. 일주일간 화장실을 혼자 못가서 남편을 깨워야 했고요 그후론 무서운 영화를 같이 안봐주네요. ㅡㅡ;;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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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한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책이 재미가 없어서 억지로 꾸역꾸역 읽느라 한달씩이나 걸린 것이 절대. 결코.아니며 원인은 오직 내 잘못된 습관탓이다. 고단한 하루의 끝엔 늘 최단시간안에 스트레스를 망각하게 해주는 인터넷 뉴스 (주로 자극적인 사회면 기사 또는 연예인 가십거리)와 아무 생각없이 볼수있는 가벼운 드라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습관. 마치 고된 정무를 마치고 퇴청하는 왕이 매일밤 첩의 치마폭에 푹 빠져서 품위있는 중전을 멀리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유로 여유있는 저녁시간을 다 허비하고 자정쯤이나 되어서야 고작 서너장 들춰보는데 그것마저도 읽다말다를 반복하니 당최 진도가 나가질 않더라는 것. 결국엔 매일같이 숄더백에 넣고 다니며 주로 식당이나 상점등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읽기 시작했고 덕분에 표지는 너덜너덜 말이 아니게 됐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느틈에 도서대여점 책처럼 후줄근해진 책매무세를 보니 문득 띠지마저 소중하게 간직하시는 북플 친구분들께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정말정말 유쾌하다.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읽었다. 아 뭐야 진짜 말도 안돼를 연발하며 읽었는데 줄거리는 상세정보에 이미 나오니까 덧붙일 것이 없고 세계사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내 경우엔 학교다닐때 배운게 가물가물해서 실제 있었던 사건과 지어낸 사건들을 구분하기 힘들었고 (특히 듣도보도 못한 블라디보스톡 사건은 진짜 있었는지 찾아봄) 역사적 인물이나 굵직한 사건들은 읽는 도중 모르는 것이 나오면 인터넷검색을 해가며 본의아니게 역사공부까지 병행 결국엔 정확한 역사를 알고 싶어 세계1,2차대전 관련서적까지 주문해 읽기 시작했다는게 이 책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면 수확이달까. 정말 운이 억세게 좋은 노인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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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5-03-25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 싫어해요- 후후;-)

북깨비 2015-03-26 13:50   좋아요 0 | URL
오옷!!!!! 띠지 싫어하시는 분을 이런곳에서 뵐 줄이야!!! 갱지님 좋은분 같아요. ㅋㅋ 저는 띠지란 띠지는 가차없이 버립니다. 큼직큼직한 상업성 문구 가득한 띠지를 두르고 있으면 왠지 책내용까지 저렴해보인다고 할까요. 아무튼 소중히 다뤄야 할 책을 저리 너덜너덜하게 만든 사실이 변하지 않지만서도. ^^;;

transient-guest 2015-04-16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띠지를 싫어해서 늘 그냥 버렸는데, `다락방`님 말씀 듣고 이제는 잘 오려서 책갈피로 쓰고 있습니다. 나름 멋진 책갈피가 두 개 정도는 나오더라구요.ㅎ 그나저나 책보다는 멋진 저 타자기는 누구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네요. 이담에 하나 구해서 decoration용으로라도 오래된 라디오와 함께 서재에 넣을 생각이에요.

북깨비 2015-04-18 12:08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친구셨구나. 반갑습니다! ㅎㅎ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북플 뒤늦게 시작해서 매일 두리번 두리번 정신없어요. ㅎ 아 저 타자기는 근처 커피숍에서 찍은 거에요. 빈티지 스타일로 꾸며논 곳 좋아해서 막 찾아댕겨요. 서재가 부럽습니다 서재가 ㅠㅠ

transient-guest 2015-04-20 14:1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런 타자기는 가끔 farmer`s market에 나오더라구요. 살까말까 고민하면서 지나치는데, 나중을 위해서는 한개 구해놔야겠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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