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다가도록 방공지엔 배 한 척도 얼씬하지 않았다.
밤배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달밤을 젓는 배는 더구나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산정자에 와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 혼자만 거기다 작은 배를 띄우고 달이 뜨는 밤마다 달담을 놓치지 않았다.
성을 따라 북해판까지 오 리나 되는 물길을 나는 항상 오르락내리락했다.
산모퉁이 뒤로 올망졸망 집 몇 채, 사립을 닫고 높이 누웠는지 호롱불 하나도 뵈지 않는다.
정말 어두운 적막 속이라 자못 서글퍼진다.
나는 배 속에 대자리를 깔고 거기에 벌렁 누워 달을 보고, 동자는 뱃머리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꿈과 취기가 한 데 섞여 몽롱한 기억처럼 소리는 시나브로 흩어지고 달빛도 시나브로 부옇게 깔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노래가 그치자 잠도 덩달아 깨었다.
아물아물한 몽롱함 속에서 나도 다시 몰래 코를 골았다.
동자 또한 갸우뚱 앉아서 하품을 하다간 두 사람은 서로 엉킨 채 잠이 들었다.
배를 언덕에 대느라 툭툭 상앗대 찍는 소리에 잠이 깼다.
가슴이 후련했다.
한 점 티끌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나른해 초저녁이 되도록 늘어지게 낮잠을 즐겼다.
인간사를 모두 알랴마는 세상에 무얼 두고 '우수'라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