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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적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역사적 기억이 특정한 시공간의 맥락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그 역사적 기억은 제국과 식민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결코 포착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입니다. -- 오만과 편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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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한 통을 부치기 위해서 먼길을 가야 하고, 회답 편지도 때가 지나서 먼길 내려가 찾아와야 하지만, 이는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리라. 어쩌면 관계의 깊이가 자라남에 있어 당연히 요구되는 시간일 것이다.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싹이 터서 자라길 기다리듯이, 씨앗이 잘 자라나게 햇빛과 바람과 비를 하늘에 기원하듯이, 그렇게 우리도 편지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고 기도하며 관계를 키워가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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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9-3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편지를 손으로 써서 부친 게 꽤 오래된 것 같네요...좋은 글귀입니다...

달팽이 2004-09-3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습니다...간간히 하고는 있지만, 마음 속에 전하고 싶은 마음이 영글어 쓰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서 편지를 씁니다...앞으로는 마음이 영그는 편지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거든 그 일을 하지 말 것이고 남이 듣지 못하게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 이 두 마디 말을 늘 외우고서 실천한다면 크게는 하늘을 섬길 수 있고 작게는 한 가정을 보전할 수 있을 거다.

온 세상의 재화, 우환, 하늘을 흔들고 땅을 움직이는 일이나 한 집안을 뒤엎는 죄악은 모두가 비밀로 하는 일에서 생겨나게 마련이다. 사물을 대하고 말을 함에 있어서 그 결과를 깊이 살피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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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9-2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이군요..퍼감다^^

달팽이 2004-09-2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글샘 2004-09-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셨나요? 그렇군요. 세상에 비밀로 해야할 일은 사실 별로 없지요. 잘 읽고 갑니다.

달팽이 2004-09-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배께서 먼저 걸음하시어 말씀 남겨주시니...감사합니다...
 

유향은 그 아들 흠이 있었고, 두업도 임이라는 아들이 있었고, 양보도 진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환영도 전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훌륭한 아들이 아버지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경우는 많았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다행이 나의 저서에 대하여 깊이 연구한 후 심오한 뜻을 알아주기만 하며 내가 아무리 궁색하게 지내더라도 걱정이 없겠다.

지식인이 책을 펴내 세상에 전하려고 하는 것은 단 한 사람만이랃 그 책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서이다. 나머지 욕하는 사람들이야 관계할 바 없다. 만약 내 책을 정말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이면 너희들은 아버지처럼 섬기고, 적대시하던 사람이라도 너희는 그와 결의형제라도 맺도록 하는 것이 좋으리라.

일찍이 선배들의 저술을 보았더니 거칠고 빠진 게 많아 볼품없는 책들도 세상의 추앙을 받는 게 많고, 자세하고 요령있으며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오히려 배척을 받아 끝내는 사라져버리고 전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거듭거듭 생각을 해보아도 그 까닭을 알 수 없다가 요즈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군자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단정히 앉아 진흙으로 만들어낸 사람처럼 엄숙하게 지내는 생활습관을 지녀야 그가 저술하는 글이나 이론이 독후하고 엄정하게 되며, 그러한 뒤에야 위엄으로 뭇사람을 승복시킬 수 있고 명성의 퍼져나감이 구원하게 된다.

만약 나태하고 경박하며 약삭빠르고 시시껄렁한 농담까지 곁들인다면 비록 그가 말한 내용이 이치에 깊이 들어맞는다 해도 일반인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에 뿌리를 박지 못한 책이라면 자기가 죽어버린 후에는 저절로 사라지게 되는 것쯤은 당연한 이치일 따름이다. 세상에는 엉성한 사람은 많아도 정통한 사람은 적기 때문에, 누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엄이나 행동을 버려두고 특별히 알아내기 힘든 의리를 알아보려고 하겠느냐?

높고 오묘한 학문의 참뜻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날로 수가 적어져서, 비록 주공이나 공자의 도를 다시 잇고 문장이 양응이나 유향을 뛰어넘고 학술이 있다 해도 알아볼 사람은 없어져간다. 너희들은 이 점을 알아차리고 우선 천천히 연구하며 먼저 긍지를 지니는 마음가짐에 힘써, 큰 산이 우뚝 솟은 듯 고요히 앉는 법을 습관들이고 남과 사귀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 먼저 기상을 점검하여 자기가 해야 할 본령이 확고하게 섰다는 것을 안 뒤에야 점차로 저술에 임하는 마음을 먹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한 마디의 말과 단 한 자의 글자라도 모든 사람들이 진귀하게 여겨 아끼게 될 거다. 만약 자기 스스로를 지나치게 겨시하여 땅에 버려진 흙처럼 한다면 이는 정말로 영영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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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10일에 한 가지 빛깔을 물들인다면 50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따뜻한 봄볕에 내놓고 말려서 여린 아내에게 부탁해 백 번 달군 금침 바늘로 내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리라.

그런 다음, 고운 비단으로 장식하고 예스러운 옥으로 막대를 만들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뾰족뾰족하고 험준한  높은 산과 세차게 흐르는 물이 있는 곳,

그 사이에 펼쳐놓고 말없이 서로 바라보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면 품에 안고 돌아오리라.

 

                                                                                                                                - 이덕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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