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사티쉬 쿠마르 지음, 정도윤 옮김 / 달팽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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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 훔"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이다. 이 말은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인생의 부조리한 측면을 보거나 대할 때 우리는 그것의 원인을 외부적인 현상에서만 찾고 있는 것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함을 말한다. 우리가 심지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조차 그것은 우리들의 생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말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부패한 정부관료가 재벌과 결탁하여 반민중적인 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노력과 사회운동을 할 수 있고 또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진정한 원인을 그들의 이기심과 탐욕 또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에만 맞추게 됨으로써 우리 내면에 도사린 이기심과 탐욕과 뒤틀린 욕망을 보지 못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모순구조를 만드는 씨앗임을 알지 못한 채 남들만 탓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운동의 중요성은 바로 부조리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적들에 대한 태도로써 비폭력과 용서와 자비를 강조함으로써 우리 내면 속에 자신마저도 제대로 알지못하는 드러나지 않은 이기심과 탐욕의 DNA를 바로 보게 만들고 그렇게 현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은 하지만 인연이 만나 그런 사회적 모순을 만들어내는 보다 근본적이고 잠재된 문제점이 바로 우리 내면에 있음을 바로 보라고 한 데 있다. 그래서 "소 훔"을 바로 볼 수 있는 내면적 눈뜸이 생길 때 비로소 간디의 비폭력을 진정한 내면적 깨달음과 용기에 의해 실천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사티쉬 쿠마르는 전 세계를 걸어다니면서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는 방법으로 비폭력과 간디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일생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는 세상이 보다 평화로와지기를 바란다. 크리슈나무르티, 슈마허, 비노바바베, 버트란트 러셀, 마르틴 루터 킹, 반다나 시바 등 인류의 지도자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사상을 채워가고 그들과 평화에 관한 생각을 나누면서 지구 위에서 평화의 날을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류가 만든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지구의 자정능력을 능가하는 경제개발이 인류전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적정수준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자연친화적 삶, 평화와 영성의 삶을 강조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를 포함하여 간디의 사상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 의해 비폭력과 평화적인 삶을 향한 사회적 실험과 모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공동체의 규율에 의해 강조되어진 것이 아니라 간디와 모든 종교의 주창자가 대부분 그랬듯이 존재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영성적인 삶으로부터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간디를 추종한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닿지 못하면 그를 닮은 수많은 모습들이 다 거짓이 되고, 간디가 누군지 모르고 일생을 살아도 자신을 제대로 보고 그 깨달음과 성찰에서부터 비폭력과 평화적인 삶을 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간디의 삶과 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그대는 과연 누구인가? 늘 나의 현존을 드러내는 존재,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 이는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는 것을 볼 때 갑자기 신비로워지는 세상을 보게 하는 존재, 해지는 서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내 안의 경건함을 찾게 하는 존재 그대가 있음으로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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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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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새부터인가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동경이 나에게서 생기고 있었다. 또한 매년 바뀌어가는 젊은이들을 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을 그렇게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미래의 직업을 희망하고 돈과 부를 쫓아서 일확천금을 바라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적 소리에 귀기울임없이 외부적 기준에 맞추어서 살려고만 하는 모습들이 더욱 못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에 내가 지쳐서이기도 하다. 점점 내가 희망하는 삶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의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때에야 비로소 나도 나이를 먹고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젊음은 역시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젊음은 그 자체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노년기의 성숙함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내면의 열정이 가득하면 일단은 발로 뛰는 것이다. 좌충우돌해도 좋다. 사실 성숙함이라고 얘기하는 성인들의 지혜라고 하는 것이 때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뿌리를 내린 기형식물일 수도 있으리라 하고 생각해본다. 실패야말로 인생에서 정말 값진 것을 얻게 해주는 연금술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고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어디 있으랴.

  지의 달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의 11명의 젊은이들의 인생이야기를 담았다. 이 좌충우돌의 끝없는 방황과 좌절의 이야기 속에 그는 일본의 미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부의 기준에 맞춘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의 삶을 개척한 젊은이들의 삶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삶이 아닌가? 학교의 기준으로는 열등생이자 낙오자였던 그들이 자신의 삶의 목표를 발견하는 순간 무서운 노력과 질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자신에게 맞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돈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스스로가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 되었다.

  문득 묻어버리고 싶었던 나의 젊음과 방황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방황을 거쳤던 그 시기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그 방황과 좌절이 내 속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비록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해도 그 방황이 없다면 지금의 내 삶의 목표와 방향이 또한 서있겠는지를 반문해본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은 없다. 내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 어디에서나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맞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가 청춘의 표류가 없었다면 좀 늦으면 어떠랴,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내 것을 찾기 위해 표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우리는 인생전체를 관통하여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한 것이든지,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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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이 2005-04-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삶에는 방황이란 없다
더욱이 청춘에 표류란 없다

방황이 없기에 삶은 한방울의 대양일 수 있으며
표류함이 없기에 청춘이 한덩이의 땅으로 되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인다 물결이 부서진다
삶의 방황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푸르름에 물이 든다
청춘의 표류란 그렇게 멋져지는 것이다.

표류하고 방황하는 것이
표류하고 방황할 때여야 만이
표류하고 방황하는 것이니

물결이 부셔져도 여전히 바다의 물이듯이
삶이 방황하여도 여전한 삶

푸르름이 붉게 물들어도 여전히 대지의 일이듯
청춘이 표류하여 변한다 한들 여전한 청춘

그러니 삶의 방황을 두려워말고
청춘의 표류에 몸을 던져라

방황으로서 삶을 구원하고
표류하므로써 청춘을 사수하라

삶과 청춘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고
방황하고 표류하며 삶과 청춘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거니

이것이 바로 우리 사는 생명의 온전한 비밀이다.

2005-04-13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5-04-1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군요..복순이언니님... 감동적인 책입니다...

달맞이꽃 2005-05-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잘 보았습니다...

달팽이 2005-05-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첨 뵙겠습니다.
 
나이듦의 기쁨
애비게일 트래포드 지음, 오혜경 옮김 / 마고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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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인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산력의 발달에 따른 의식주생활의 개선으로 말미암아 평균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말에 통계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연령은 74세 여자는 80세로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나이들어서 죽지못해 사는 것이 아니라 퇴직하고나서부터 앞으로 20년이 넘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노년생활에 대한 준비는 경제적인 준비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마저도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의 준비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에 따른 준비에 맡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노년기에 대한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다. 퇴직 후 갑자기 갈 곳을 잃고, 자신의 설 곳을 잃어버리고 사회적 인간관계의 상실에서 오는 무력감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이미 범죄에 의한 타살의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세기 후반의 인류문명의 발달사에서 예전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노년의 시기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사회는 역시 문화적으로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가고 있는 사회다. 퇴직 후에 벌어놓은 돈을 써가면서 어떻게 노년을 편안하게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덤으로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주어진 위치에서 더욱 많은 연봉과 지위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한 새로운 삶은 자신이 기존의 경쟁사회에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던, 그래서 자신의 진정한 내면적 욕구를 무시하고 외부적 기준이나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살았던 자신의 삶에 대한 단호하면서도 용기있는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보다 낮은 보수나 불안정한 파트타임의 조건, 또는 무보수의 봉사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내적 욕구로부터 출발한 삶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사춘기와 비슷하다. 이 시기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그 변화가 10대때는 신체적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심리적인 불안감과 반항감이 싹터가는 시기라고 한다면 이 시기에는 그간의 모든 사회적 경험을 겪고 난 후 가지게 되는 지혜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심리적인 변화가 그 특징이다.  이 시기는 자신의 가족관계나 사회적 관계의 상실에서 오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여유와 지혜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10대의 사춘기가 자신의 바로 코 앞의 인생밖에 볼 수 없었다고 한다면 제2의 사춘기는 자신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춘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우리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처럼 100여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동안 노령화사회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노령화사회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국가와는 달리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급격히 노령화사회로 진입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준비라고는 경제적인 준비가 모두인 것처럼 생각되어지는 사회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성장이 빨랐듯이 노령화사회의 도래속도도 빨라서 노령화쇼크의 사회가 다가올런지도 모른다.

물론 노령화사회에 대한 준비는 사회적, 국가적으로 준비되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함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퇴직 후에도 4-50여년이 남겨진 나의 노년을 과연 어떤 의미있는 일들로 새롭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준비없이 우리의 노년은 행복할 수 없다. 그것은 노령화사회를 준비하는 contents가 form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해 준다.

바로 지금부터 우리의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럴 때 나이듦은 단지 우리가 기피하고 싶은 절망의 언어가 아니라 보다 지혜롭고 의미있는 삶을 살게 해주는 희망의 언어가 되며 노년은 신체가 노화되고 죽어가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새롭게 출발하고 시작하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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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5-01-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노년을 준비하는 것은 그 이전의 삶을 규정하는 많은 잣대 중의 큰 부분인 것 같습니다..리뷰 잘 읽었습니다^^

달팽이 2005-01-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군요...아직은 멀리 있을 것 같은 우리들의 노년도 전체적인 삶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볼 때 그 준비의 과정은 지금 우리 인생을 새롭게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2004년 우수환경도서
김용희 지음, 임종진 사진 / 샨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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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농촌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삶의 자취는 인류역사의 오래전부터 존재하였다. 그리고 그 자연을 찾아 간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다름아닌 삶의 행복을 찾기위함이었다. 여기 그 삶의 행복을 찾아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강원도 두메산골로 자연적 삶을 찾아 자급자족적 삶을 영위한 한 식구의 이야기가 있다.

농촌으로 들어간 사람들 중의 일부는 이상적인 자신들의 생각이 현실적인 농촌생활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엔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자신의 삶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가지고서 그들은 Come back City했다.

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가 보다 쾌적한 삶의 환경을 바라고 들어간 자연에서 정말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단지 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유기농 작물과 채소를 먹으면서 몸의 건강과 장수를 누리면서 사는 것이 우리의 행복인가? 사실 그런 이유라고 한다면 도시에서 돈을 많이 벌어 그런 환경을 갖추고 살아도 된다. 아니면 도시의 변두리지역에서 좋은 집을 짓고, 환경의 혜택과 도시의 문화적 환경을 동시에 누리며 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 과연 우리는 왜 자연으로 돌아가는가? 그 내면적 욕구의 정도는 나의 현실적 삶들을 모두 버리고서라도 강한 욕구인가? 하는 물음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럴때에라야 예측하지 못한 농촌과 자연생활의 불편함과 몸의 불편함(도시생활에 익숙해져버린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생기는 불편함)을 극복할 힘이 생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선이골 일곱식구는 우선 그런 면에서는 잘 적응하고 있다. 그러면서 삶의 새로운 행복과 자연에서 느끼는 교훈을 누리며 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시간이 더욱 지나서 다섯 아이들고 그런 삶을 자기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갈까? 물론 그렇지 않다면 나가서 살겠지. 그리고 자신의 성장기를 남과는 색다른 경험으로 채워진 것에 대해 때로는 자부심도 느끼고 좋은 추억도 가지고 하겠지....아니면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사회화과정에 실망을 느끼고 부모님을 후회할 수도 있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여기서 자연으로의 회귀가 단지 몸을 건강하고 유익하게 하기 위함이고 그렇기 위한 좋은 환경을 찾아간 것이라면 도시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내 마음이 과연 어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고, 그래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냥 몸도 건강해지고 밝고, 행복하고 자연과 친화적인 삶만으로는 인생을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야만 비로소 내가 가진 모든 도시적 삶을 버리고 갈 만한 것이지 않을까? 내 사회적 지위와 내가 가진 부와 사회적 포부를 모두 버리고 간 곳이 단지 그런 욕망을 포기하고 내 몸과 가족간의 행복을 찾아 간 것이라면 냉정하게 말하면 하나의 욕망을 위해 다른 부차적인 것을 포기한 것일 뿐이다.

어떤 환경에 내가 놓여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 마음의 중심이 서야 비로소 삶의 문제에 직접 부딪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내면으로 눈을 돌리어 진정으로 우리가 이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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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 2006-01-2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하면서 책들 리뷰를 보다보니 달팽이님 글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많이 겹치기도 했고, 올려 놓으신 글들을 보고 책을 구입하기도 했구요.

이 책을 쓰신 김용희씨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더라구요.
책보고 나서 아는 분 통해 선이골에 가보기도 했는데요, 올망졸망하던 아이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싸했더랬습니다.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들 많이 발굴해내시기를..^^

달팽이 2006-01-2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고갱님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몇 번 댓글을 달아주셨죠...
저도 그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자연으로의 회귀적인 삶을 끝까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군요.
이제 다섯아이들을 아버지 혼자서 길러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구요..

이렇게 글 남겨주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만남 이어갔으면 합니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나이의 힘 1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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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나 상품광고 그리고 영화에서 노인들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물질적이고 쾌락적이어서 젊음과 생명의 열기가 넘쳐흘러 광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는 죽음과 늙음은 터부시되고 외면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그것도 마흔하나의 나이에 자신의 노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한 여자가 있다. 더구나 이 책은 1972년도에 씌여진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종교적 관점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의 노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이듦에 대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를 갖춘 선구적인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우선 나이가 들게 되면서 사람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의존적인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대해 경고한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노인들을 사회에서 아무런 필요도 없이 사회적 생산물을 축내고 있는 기생계층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본다. 따라서 노인들이 스스로를 세우고 구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다음으로는 이제 노년의 생활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적인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하지만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할 때에는 그 조건하에서 능동적이고도 긍정적으로 생활할 것을 권유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리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 몸의 쇠락에 너무 주룩들지 말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용하라. 몸의 쇠락에 따르는 인간관계의 상실과 축소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라.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을 가지라. 오늘 바로 지금 현재의 삶에 감사하라. 삶의 궁극적 의미와 깨달음은 어느 순간에 올지 모르므로 언제나 깨어 있으며, 어떤 순간에서도 삶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 등의 교훈들은 나의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실천지침까지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그러하듯 노년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점, 즉 죽음의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다. 따라서 나이듦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의 죽음에 대한 성숙한 자세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이 죽음의 문제를 온전히 안아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죽음을 늘 일상으로 가져와 어떤 순간에서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한 준비는 죽음의 과정을 통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고양시키고 타인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교훈을 자신의 죽음을 통하여 남길 수 있게 된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자로서의 섬세함은 우리가 노년의 일상을 영위하는 데 있어 구체적인 지침이 되는 행동을 위한 세심한 실천들로 제시되고 있어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현실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노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삶을 보다 먼 시점에서 성찰할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지금을 더욱 알차게 살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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