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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실
야마와키 유키코 지음, 김현희 옮김, 엄효용 사진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아이들은 끝없는 지옥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우리들의 마음의 눈을 섬세하게 가져 살피지 않는다면 내 아이가 하루하루 얼마나 지탱하기 힘든 삶을 버텨나가는지 모르게 된다.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에게 눈물로서 추천할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가장 잔혹한 비밀이야기, 바로 집단따돌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따돌림에는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
따돌림을 당할 때에는 그 피해자가 그럴만한 성격적 결함이나 행동상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호히 말한다. 그렇지 않다. 집단따돌림은 아주 우연적이고 아무런 이유와 근거없이 가해자의 심리에 의해 집단적으로 하는 행위다. 거기에는 뚜렷한 이유도 원인도 시작도 없다. 다만 학교와 교실이라는 공간이 왜 이렇게 우리 아이들의 성격을 비뚤어지고 악마의 얼굴로 만들어가는지에 대해 교육체제와 학교현실을 놓고 깊이 반성해보아야 할 일이다. 어쩌면 성적위상주의라는 과제에 직면한 아이들이 갖는 스트레스와 진학과 진로에 대한 압박과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학교와 교실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즈음 학교에 만연한 노스페이스 계급현상도 학교의 주류사회에 편승하고자 하는 고달프고도 절박한 아이들의 노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무작정 개입하여 가해자를 처벌하면 해결된다?
그럼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여 식욕도 없고 구토증세도 있고 자다가 식은 땀을 흘리고 깨던지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하던지...학교의 통신문을 가져오지 않고 숙제노트나 과제노트를 보여주지 않던지...물건이 자주 파손되던지...할 경우 당장 학교에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따지고 학교를 뒤집어 놓고 교실에서 큰소리치며 협박을 하고 오면 될까? 그렇다면 일종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암묵적인 계약을 위반한 배반감에 더욱 지독한 따돌림에 시달리기 쉽다. 우선 이 문제의 접근법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의 의사에 반해서 학교를 찾아가지 않기, 학교를 찾아가 불평과 협박을 하기보다는 건설적인 방법에서 그 해결책을 찾기, 해결책 찾기와 별도로 학교배상책임에 대해 제 3자를 통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 등이다.
일단 아이가 집단따돌림을 당한다면 전학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
아이가 집단따돌림을 당한다면 우선 아이의 심리적인 상처와 그 흔적은 평생을 두고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선 그 장면을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태에서 학교와 학부모 교사 학생이 유기적으로 협동하여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그 해결과정에서 집단따돌림을 극복하면서 배운 의지가 그 아이에게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상처를 거의 아물게 해준다. 그러나 상황파악을 잘못하여 극도의 절망과 위험 속에 빠진 아이에게 정신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근거없는 용기나 희망을 불어넣는 것은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미 피폐해져 삶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학교를 쉬게 하면서 가정에서 최대한 안정감과 사랑을 통해 아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학교에 가야한다고 말해도 그 아이는 이미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부모가 나서서 아이를 설득시켜 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집에 있을 때도 외출시에는 반드시 동행하여 따돌리는 학생들과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상담전문기관을 통해서 아이를 치유하는 한편 학교와는 이에 책임을 가진 교장 교감과 생활지도부장 담임과 함께 이 문제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학교에 이 사실을 분명히 알려서 이후에 있을 더 극단적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식시켜서 학교적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고 될 수 있으면 자신의 감정을 자제시켜서 이성적으로 학생이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그 상황을 이겨내도록 건설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우리 어른들은 자신의 자녀가 혹시 집단따돌림을 당하지 않는지 마음의 눈으로 세심하게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분명히 아이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다. 다만 말을 하지 못할 뿐이다. 그런 응급구호의 메세지를 우리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일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다음은 책에서 정리한 구조신호이다.
- 최근에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 공책과 교과서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 부모님 앞에서 숙제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 요즘 들어 부쩍 돈을 달라고 떼를 쓴다. 부모님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친 적이 있다.
- 학교에서 행사가 열릴 때는, 부모님에게 오지 말라고 부탁한다.
- 잘못했을 때는 곧바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 학교에서 유인물이나 안내물을 받아왔으면서도 부모님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 자꾸만 멍하니 있고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
- 억지로 밝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 요즘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보면 "별로에요", "그냥 그래요"라고 얼버무린다.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물어보면 벌컥 화를 낸다.
- 친구들 이름이 화제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 학교에 관한 푸념이나 불만 사항을 말하지 않는다.
- 학부모 모임이나 담임선생님과 개인 면담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 잠을 잘 못잔다. 악몽을 꾸고, 한밤중에 자주 깬다.
- 권태감, 피로, 의욕 저하를 보인다.
- 원인 불명의 두통, 복통, 구역질,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등의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 무슨 일을 해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한다.
- 예전에는 열중하면서 즐기던 게임이나 놀이를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 이유없이 짜증을 낸다.
-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진다.
- 신체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부모님하고는 절대로 같이 목욕하지 않는다.
- 부모님 몰래 옷이나 체육복, 신발 등을 직접 빨 때가 있다.
-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타입의 친구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비행을 저지른다.
- 집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외출할 때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경을 쓴다.
- 돈 씀씀이가 커졌다.
- 성적이 떨어진다.
- 건망증이 심해졌다.
- 자해 행위를 한다.
- 메모 또는 일기장에 '죽음'을 암시하는 문구가 있다.
이런 증상이 보여 집단따돌림으로 판단되면 다음과 같은 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 당분간 학교를 쉬게 한다.
- 부모로서 메세지를 전달하라.
- 아이 혼자서 외출시키지 말라.
- 따돌림에 대해서 억지로 질문하지 말라.
- 집 안에서는 밝고 즐겁게,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자.
- 아이의 말은 전부 진실로 받아들여라.
-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한테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 따돌림에 맞서게 하지 말라. 무조건 참으라고 말하지 말라.
- 아이의 허락없이, 무조건 학교에 상담을 청하지 말라.
가장 순수하고 자신의 꿈을 키워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런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도 절망적인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교실에서 아이들을 더욱 자세히 세심하게 쳐다보고 카톡으로 더욱 많이 소통하여 적어도 내 교실에서만이라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