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ㆍ분청사기 2
김재열 지음 / 예경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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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가 되면 청화백자의 기술상의 기형이 많이 출현하게 된다. 진사, 철화, 청화가 함께 구현된 도자가 생겨나면서부터 문방구류의 생산이 많아진다. 아래와 위의 조형이 서도 다른 것을 접합해놓은 도자의 생산이 늘어나고 다양한 형태의 필통과 연적이 생산되었다. 문방구류는 지금도 그 가격이 매우 높게 치는데 이 때에 많이 생산된 문구류들은 필통, 지통, 연적, 필세 등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투각 필통 만자형과 연잎형 필통은 투각치고는 그리 조형미나 기형이 뛰어나지 못한 편이지만 청화그림, 양각, 음각, 투각, 철채, 진사채 등이 사용되었고 그 중 투각기법이 도자기술로는 가장 상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조선의 서울이 지금의 서울이고 주로 관요가 경기도 일원에 많이 분포되었지만 북한에서도 관요가 존재했을 것이고 그 규모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또한 일본으로 건너간 도자기들의 종류와 수도 모르고 미국인에게 넘어간 수도 어림짐작 뿐이지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그 대강규모와 도자의 종류, 형태가 취합된다면 한국도자사는 새로 쓰이게 될 것이고 또 국보나 보물지정도 많이 뒤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공부는 분청사기편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리움미술관에서 구경한 분청사기는 그것을 제대로 본 눈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박지나 귀얄문 정도만 파악했지 상감기법이 쓰인 작품이라든지 조화기법과의 차이라든지 면상감기법이라든지 이러한 8종류의 기법 중 어느 기법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감이 없었는데 적어도 이 책을 보고서는 그런 것에 유심히 마음 쓰며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의 상감기법이라든지 작은 문의 도장으로 찍어낸 인화문 기법이라든지 등등에 대한 내용을 알고서 보면 좀 더 잘 보이고 또 그 작품의 우수성과 의미도 생각하면서 보게 된다. 또 분청사기는 전문화원이 아닌 도공들이 자연스럽게 그려낸 필치라든가 덤벙과 귀얄기법으로 자연스러운 형태의 도자의 모습에 그 매력이 제작기법까지 읽어내면 그 도공의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처리들의 마음도 내 마음에 투영되어 그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된다.

 

  아직은 알고 싶은 호기심과 욕구가 많이 있으나 국내 출판된 도서로만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점이 있을 정도로 아직은 정리가 미흡한 편이고 또 실제적인 도자체험을 하기엔 지방에 산다는 점이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여 지역 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에는 몇 개 볼 것이 없고 그 종류와 수도 적다는 점에서 서울로 모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절감된다. 하지만 마음이 만들어내는 세상이니 좀 더 공부하다보면 그런 부족한 점을 고려할 수 있는 길을 생길 것이라 생각하고 좀 더 공부해보기로 한다. 최근에 나온 이 책 시리즈로 더 넘어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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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ㆍ분청사기 1 Korean Art Book 4
김재열 지음 / 예경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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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백자와 분청사기에 대해 깔끔한 사진자료와 손에 쏙 잡히는 작은 크기가 언제 어디서든 짬시간에 볼 수 있어 조선의 색감과 조형을 눈에 넣기에 편하게 구성되었다. 한국 도자기는 대체로 그러하지만 조선의 백자도 또한 아직은 연구 초기 분야라 생각되고 또 북한의 유물에 대한 해석과 민간이 보유한 골동품에 대한 폭넓은 수용에 의해 한국도자사가 새로 쓰여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골동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삼성가나 관이 갖고 있는 도자의 가치만 인정하고 민간이 소장하거나 자신들이 감정하지 않는 도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폐쇄성이 결국엔 한국 도자기 사를 협소하게 만들고 보다 다양하게 제작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절름발이의 도자사를 갖게 만든다.

 

  이러한 폭넓은 수용으로부터 철저한 감정에 이르기까지의 수용에 따라 지금 몇 편 밖에 없는 분청사기나 상감기법에 의한 백자라든가 철화백자 진사백자에 대한 보물과 국보지정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중국 도자기에 비해 시장도 적고 그 조형성이나 예술성이 세계시장에서 십분의 일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유에는 한국도자기시장의 폐쇄성에 그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비봉컬렉션이라는 사이트를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박 찬이라는 사람은 중국의 도자전문가이다. 그가 해설해놓은 도자기와 중국에 조공으로 바친 한국도자기를 통해 본 한국 골동시장의 폐쇄성은 결국 한국도자기의 멋을 세계시장에서 더욱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백자의 표면색도 둔탁한 색감에서부터 설백색, 우윳빛, 파란 색이 감도는 백자, 연록이 감도는 백자에 이르기까지 사용한 흙의 종류와 굽는 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대체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거나 박물관에 있는 색감은 주로 초기의 매끄러운 백자색이나 설백색, 우윳빛 색깔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분청사기나 연질백자나 민요에서 구워내었던 많은 일반적인 백자색에 대해서는 아직 책을 통해서 알아보기 힘들다. 도자사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분류에 따르거나 시대물에 따른 특집전 성격의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면 연적에 관한 전문적인 책이라든가, 철화백자에 대한 책, 진사백자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책, 조선백자필통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라든가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우리와 이전의 역사를 공유했던 북한과의 시장의 교류이다. 북한 역시 민족의 삶의 터전이었으므로 많은 종류의 도자기가 관요 민요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관요에 따라 지역에 따라 도자기를 제작하는 방식상의 차이점이 있었고 그것이 시대와 어느 지역의 특징을 고스란히 도자에 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알면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미술품시장은 커지고 그 가치도 커진다. 아직 중국 시장의 수십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일본시장만큼 커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도자기를 알게 되면서 우리 민족이 지녔던 멋스러움을 공감할 수 있게 되고 비록 세계 도자사에서 중국의 도자기가 대세이지만 중국의 장점을 알고 그 멋을 누리는 동시에 우리만이 가진 한국적인 미에 대한 공부가 나에게 주는 정체감 또한 중요하다.

 

  이 책에 나온 물품은 대체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 도자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벼룩시장이나 골동시장에 가면 이와 유사한 형태나 비슷한 문양을 그린 도자기들을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진짜 아름다운 표현이나 조형미가 뛰어난 것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데 진품을 눈에 많이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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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2014-05-0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비봉컬렉션이라는 사이트를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박 찬이라는 사람은 중국의 도자전문가이다. 그가 해설해놓은 도자기와 중국에 조공으로 바친 한국도자기를 통해 본 한국 골동시장의 폐쇄성은 결국 한국도자기의 멋을 세계시장에서 더욱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옳은 지적입니다.

이용욱 2014-05-11 11: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직접 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랴오스님.
선생님의 사이트에 관심이 많아 옮겨서 시간날 때마다 들러 눈의 안목을 늘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회원만 볼 수 있는 글이 많아 들러도 도자기를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저의 도자기의 공부의 순수함을 인정해주시면
정회원으로 등업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무위당'이란 아이디로 준회원가입된 상태입니다.

박찬 2014-05-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렇군요. 등업해드리지요.

달팽이 2014-05-1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연찬하여 안목을 높이겠습니다.
 
토기ㆍ청자 2
최건 외 지음 / 예경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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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청자의 멋에 대해서는 책을 몇 권 보았지만 내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고려청자를 많은 도자기 중에 진짜를 골라야 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었다. 그것은 우선 비색에 대한 체험과 체감을 통해서 그 색감을 마음에 익힌 뒤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청자에 대한 미감을 키우기 위한 사진 도판이 선명하고 잘 된 책을 고르다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주요 고려 청자의 사진도판과 설명을 시대적 순서에 따라 배치하고 있으며 그 미술품이 가진 의미와 제작방법 이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선명하여 비색의 맛을 즐기는 책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삼성리움미술관에 다녀왔다. 오로지 고려청자의 비색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물론 청자색도 다양하게 쓰는 재료인 토질과 유약과 굽는 온도와 산화염 방식인가 환원염 방식인가에 따라 무수히 많은 색감의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는 연록색이나 녹색 계열의 청자를 일컬어 비색이라고 부른다. 나는 국보 및 보물을 통해 비색의 원래색깔과 수백년 가까이 보존되어온 비색의 빛바램의 색들을 눈여겨 보았다. 8,900년이 된 청자는 그 부분 부분 청자색의 퇴색과 닳은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온부분 평평한 부분 그리고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의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알 수 있고 오목 들어간 부분을 추리하여 원래의 비색의 느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두 세 번을 오가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고려시대 청자에도 무늬나 조형에 대해 엄청나게 세밀하고도 예술적 감각이 자기에 구현된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 물론 그 의미나 조형미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저것은 왜 보물인가? 국보인가에 대한 의문을 느끼는 것도 있었지만 이 책은 그런 이해의 틈새와 공백을 어느 정도 메꿔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초기 청자와 후기 청자의 비색의 퇴조 또한 살펴볼 수 있었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청자의 비색은 들여다볼수록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했던 매력적인 색감에 대한 이해도 조금은 깊어졌다. 철화의 사용과 다양한 청자의 종류와 형태에 대해서도 이 책은 간단한 분류와 설명으로 돕고 있다.

 

  실제 고려 청자의 색감과 종류에 대해 익히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많이 알려는 욕심은 금물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뛰어넘으면 손해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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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하러 박물관 간다
이원복 지음 / 효형출판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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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박물관에 가고 싶다. 사진으로는 아무리 봐야 진품에 대한 미감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실제로 진품을 많이 경험하며 그 색감과 조형미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의 감각으로 파악된 것은 다시는 실수하지 않게 되며 가품으로는 절대로 만족하지 못하는 심미안이 생기게 된다. 아름다움과의 만남은 공예품을 주로 다루고 있고 옛 사람의 멋과 향기에서는 주로 회화부분을 다루고 있다. 특히 회화부분에서는 내가 만나지 못한 작품들을 몇 점 만나게 된 데 그 의미가 크다.

 

  미술품에 대한 해설은 고유섭 선생님이나 간송 선생님 그리고 혜곡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접해서인지 말머리와 본론으로 들어가는 이선생님의 설명이 그리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직은 이선생님의 깊이가 앞으로 더 깊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미술품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내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들이 많았음을 말할 수 밖에 없다. 청자원숭이모자연적은 조형미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원숭이라는 동물을 연적으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기린모양의 미술품도 그런 면에서 소개되면 좋겠다 싶었다. 국보 74호인 청자압형연적은 유심히 보았다. 압형연적 중 크기도 큰 편이고 조형감과 세밀한 묘사 등 전체적으로 수작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청자의 비색도 원래의 청록색의 깊은 색감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흑백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색감이 입혀져서 내겐 비색으로 들어왔다.

 

  물론 아름다움과의 만남이라 해서 회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채의 초상화라든지 이암의 모견도를 보면 조선 회화의 독창성을 잘 느낄 수 있다. 선비의 기상까지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이라든지 비록 축물이라도 모자 간의 오가는 따뜻한 정을 그림 속에 담아낸 점은 뛰어나다. 분청사기조화선조문편병은 그 선의 가는 미감을 아직 잘 모르겠다. 자유분방한 어린이가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듯 하다. 그런데 그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니....참....아무런 기교와 의도없이 자연스러운 터치로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것이 그 자유분방함이라 하지만....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고려의 수월관음도도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이지만 여기서 한 번 더 보게 되어 기쁘다. 물론 수월관음도는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 면이 아쉽다.

 

  회화에서는 유숙, 윤인걸, 정세광, 전기, 이유신, 이정근 등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접하지 못해 머릿속에서 지워질만 하니 다시 보게 되어 좋았다. 나아가 그들의 자연을 대하는 마음과 마음 수양과 벗들을 사귀는 깊은 정들은 부러웠다. 아직은 우리나라 미술품에 대한 세부화된 정리작업이 제대로 책으로 나오지 않아 아쉽고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디딤돌 역할을 이 책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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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도자기의 아름다움
윤용이 지음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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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도자기를 만약 장터에서 그냥 지나치면서 보게 된다면 나는 과연 그 진위를 알 수 있을까? 한국의 내면적인 아름다움과 멋을 나는 지나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을까? 우연히 많은 골동품들을 대하게 되면서 나는 어떤 것이 진품이고 어떤 것이 가품 또는 모조품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강하게 일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조선시대 왕실용으로 보이는 용문투각필통과 육각문필통이 왜 청자빛을 띠는 지에 대해 궁금했고 어느 시대의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궁금증을 풀었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은 여러 예술품에서 볼 수 있다. 벽화에서도 그림에서도 다뉴세문경에서도 건축물에서도 성덕대왕신종이나 석굴암과 불국사 등 ..... 많은 미술품들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 존재했었고 또 삶의 가장 밑바닥을 함께 했던 도자기는 지금 가장 많은 유물들이 남아 있고 그 종류와 수도 많아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자기를 눈 앞에 두고서 천천히 완상하고 음미하여 그 색과 조형감에서 스스로의 안목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시골 장터에 그냥 아무렇게나 있는 보물들도 그냥 지나쳐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도자기를 안다는 것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의 도자기 문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되며 또 한편으로는 한국적인 역사적 상황과 도자기의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살펴보아야 더욱 이해가 깊어진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청화안료의 유행과 그것을 구하기 힘들었던 조선의 철화나 진사를 재료로 한 도자기의 이해도 필요하고 고려 불교의 전성기를 거친 다음에서야 비로소 무늬나 색깔없는 흰 항아리의 선적 요소나 분청사기의 우연적 순간적 자연적 터치가 빚어낸 미학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도자기는 그 도자기에 체현된 시대적 사상의 총체가 되며 시대적 인간 삶의 총화가 되는 것이다.

 

  몇 권의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한국 도자사의 간략한 구조를 알게 되었고 또 도자기를 눈 앞에 두고 이것은 초기의 청자인지 중기인지 후기의 상감기법이 들어간 청자인지 알게 되었고 또 분청사기인지 백자인지 초기 백자인지 철채안료인지 진사안료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굽의 형태에 따라서도 대체적인 시기 파악이 가능하게 되었고 기형의 시대적 배경과 시기적 구분도 대략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이 책이 그만큼 한국 도자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내겐 유용했다는 점이다. 아직 청자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경험이 없이 사진자료만으로 대해서 비색에 대한 경험이 없는 편이다. 빛을 튕기지 않고 은은히 흡수하는 오래된 세월의 빛깔 또한 많이 눈으로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백자는 사진자료 검색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감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래봐야 일천할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러고나서 보니 도자기를 감상하는 맛이 달라졌다. 어떤 기형 형태에서는 희소성이 있고 이정도 크기에 무늬와 조형감이면 보물급인지 국보급인지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도자기를 보면 색감과 조형 무늬 등을 천천히 관찰한 뒤 뒤집에 밑굽의 모양과 태도를 받친 자국이나 모래 자국 등을 유심히 보게 되었고 도자기의 손에 잡히는 느낌이나 질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사람 사귀는 것 만큼의 재미가 있은 듯 하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백자에도 청자 형태의 유약을 써서 구워낸 백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앞으로 조선 도자기에 대해 더욱 많이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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