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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시선


폭력을 당하는 아이에게는 가해자의 단순한 말이나 행동도 끔찍하고 항거할 수 없는 악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부모나 가족이 자기 때문에 해를 당할까 두려워 한다. 심령으로부터 덮쳐오는 고양이의 발톱 앞에서 생쥐는 물먹은 솜처럼 옴짝달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폭력과 같은 사건에서 내가 보기에 이상한 생각은 이런 것이다.



남자는 그쯤은 이겨내야 한다.


아이 때는 그럴 수도 있다. 


사내 아이들은 다 그렇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강해야 한다. 




좋은 생각이지만 일종의 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질상 약한 아이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왜 자살하는 아이들은 그토록 괴로우면서도 끝내 부모에게 의논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은 '못난 아이'가 되고 싶지 않은 듯하다. 


부모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 맞았어? 너도 때려야지/ 왜 암말 못하고 가만 있었어?/



왜 니가 양보하니, 너 바보니? 겁쟁이니? /


 

친구들이 너를 안 좋아하니?



부모는 은연중 아이들에게 '다수'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따돌리는 그룹은 아이들이 보기에 '정상'이다. 그들은 강하고 '다수'이기 때문이다. 소수가 되는 아이는 아이들이 보기엔 '비정상'이다. 아이들은 '비정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서로 다른 아이를 따돌린다.


아이가 밖에서 맞고 들어오면 부모들은 속상하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는 전적인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부모의 '실망'처럼 무서운 게 있을까 싶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끙끙 앓면서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이 '못난 아이'인 것이 죄스럽기 때문이다.


그게 전적으로 부모들의 탓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가장 무서운 폭력은 정상/비정상을 가르는 사회적 시선인 듯해서다.


강해야 생존에 유리하므로 아이가 강하게 크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렇다면 충분히 강한 사람들, 스스로 약자면서도 강자의 시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어떨까. 문제는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의 시선이다. 약자를 멸시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답습한다.


민주주의 시대임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육체적, 남성적 가치가 더 존중받는 권위주의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듣고 배우기로는 수천년 동안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전쟁(싸움)을 잘하는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강하고 우월한 '영웅'들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은 누구에게 좋은 세상일까? 인류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전쟁과 폭력은 고통스러운 것일 텐데 말이다.


이상한 건 이런 거다.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영웅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문화 말이다. 나도 모르게 약하면 '병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양보을 하면 꼭 '병신'처럼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사회적 무의식이 있는 듯하다. 잔인한 사회가 이득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러다 보니 남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남자들은 자꾸만 자신과 타인의 힘을 비교하는 데 열중한다. 그렇게 해서 호전적이고 잔인한 사회는 고래 심줄처럼 유지된다.


그래,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강하고 남보다 우월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도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아, 남들보다 약한 것은 죄가 아니야, 그런 것 때문에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아이가 혼자서만 그렇게 생각하면 또 병신이 되기 때문에, 문화 자체가 그렇게 되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내가 손해보고 말지, 라고 해도 억울하지 않은 문화, 좀 비정상이어도 더 많이 관용할 수 있는 문화가 가능할까. 사회 구성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 말이다.



ㅡ2012.02.15. 신지





아직도 많은 남자들은 정치/ 의사소통과정을 여전히 <전쟁>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며 남을 조롱하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은 대개 남자들이니 말이다. 오직 남자들만 상대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ㅡ결과적으로 지배, 공포, 배신으로 대표되는 잔인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강화할 뿐, 페미니즘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FORGETTABLE' 글을, 

곰곰발 님이 내렸기 때문에 

#4~#7 중에서 

#7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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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수와 소수로 나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from 공음미문 2018-01-01 06:23 
    안녕하세요.신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난데없이 등장하셔서 또 생각거릴 잔뜩 주시네요^^;신지-한수철 vs 곰곰발 구도는 알라딘 서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할 논란거리일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 분이 만나실 거 같지도 않고 해서. 제가 뭔가 말을 해도 이 분쟁은 나아질 거 같지 않아 잘 풀리길 바란다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제 이 글을 쓰게 된 건 서민 교수-문빠에 대한 님의 의견을 보고 생각해 볼 것이 있어서입니다. 제 깜냥에서 할 수 있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