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아~! 드디어 보통이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의 책 - 글감이 내게 왔다.)
누구는 한 작가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의 책을 다 읽어야 한다지만, 난 작가의 대표작을 읽는다. 이런 내게 '보통'은 특별하다.
2008년 여름부터 시작해 190여권 읽은 지금까지 중복되는 작가가 거의 없다. 공지영의 책 3권, 기욤 뮈소의 책 3권이 그나마 손 꼽는 경우인데,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무려 5.권.이.나. 읽었다.
하여, 보통은 내게 특별한 작가였다가, 얼마전 신간홍보로 내한한 사진을 보고 살짝.....!
앨리스는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에릭은 그녀의 애인인데, 그는 자신의 의도가 어떠했든, 여자친구가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이성을 상대할 때 심한 편견을 갖고 있다. 그 편견은 권능 있는 어머니(여자)에 대한 두려움과 그런 어머니가 사나운 남편 앞에서 물렁해지는 여자가 된다는, 개인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앨리스의 애인은 한눈을 팔았다. 그를 보며 앨리스는 머리에 더 수준 높은 일을 담고 있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특권을 되새기며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더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다루는 남자라면 틀림없이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그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그야말로 속 터지는 일이다.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 를 읽을 당시, 내 주위에도 속 터지는 케이스가 있었다.
일주일에 평균 8번 남친을 만나는 그녀는 남친의 이해하기 힘든 경제관념 때문에 힘들어 했다.
그녀의 상황 등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그녀는, 남친과 놀러 갔다온 후 더 힘들어 했는데, 이런 경우였다.
"이번에 든 경비가 모두 190,000 인데, OO이는 보드가 없어서 대여했으니까 120,000 이야."
친구 사이에도 보기 힘든 완벽한 더치페이는, 남친이 놀러가자 해 그냥 따라가주는 경우 등, 만사가 이런 식이었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그녀는 남친에게 단돈 만원을 빌리질 못해 5분을 걸어 찾아간 CD기에서 카드가 읽히지 않자, 현금서비스 1만원을 받기까지 했다한다.
그런 남친을, 소위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남친의 그런 태도 탓인지 남친한테 "사랑해~!" 란 말을 들어도 "나도." 란 말을 도저히 못하겠더라 한다. ("나도"는 말이다, 내가 널 사랑하진 않지만 네 사랑을 받음에 최소한 동의한다는 약한 표현일 수 있지 않은가!)
우린 그를 씹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당장 헤어져!" 란 말은 못하고 같이 어울려 험담을 해주곤 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 책을 꼭 읽히게 하고 싶었다.
앨리스는 휴가에서 돌아와 오랜 진실을 깨달았다.
"몇 주 사이에 원래 색으로 돌아가는 피부를 보면서 그녀는 오랜 진실을 깨달았다. 애인과 결혼하려고 아내를 버린 남자는 새 애인을 찾고 만다는 것 – 또 낙원을 찾아 카리브 해의 섬으로 날아간 사람은 불가피하게 햇빛과 바다에 실망하고는 그 실망을 가라앉히느라 마음속으로 또 다른 낙원을 찾는다는 것을."
그런 후 "에릭과 같이 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자신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이별을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나도" 란 말을 못하는 사이라면, 앨리스처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해하기 어렵다규~!)
그럼에도 그녀는, 남녀사이 일은 둘 밖에 모른다는 진실과 특수한 상황의 연금술로 그와 결혼을 했고, 예쁜 딸도 얻었다.
그래도 가끔 흠칫 놀란다 한다. "내가 결혼했구나! 이, 남자와.......!!"
내게 옳은 선택과 그녀에게 옳은 선택이 같은 순 없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은 계산기를 두드려대는 요즘 시대의 연애사의 한 단면으로 보이지만, 그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결혼한 지 12년(혹은 13년인지 기억 안나는)차인 나는, 결혼은 그야말로 초절정 불꽃을 피운 사이여야만 다사다난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힘을 가지게 된다고, 지금도 철썩같이 믿는다.
만약, 그녀가 계산기 시대의 지금 포지션이 아니었어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지만, 어쩌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갈 책임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그녀의 선택이 옳은 일이었음이 되길 빌 뿐이다.
읽은 날 2011. 1. 2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