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4 블랑 전용잔 사은품


흔히 의미 없는, 혹은 그래 보이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고 심지어 자기 돈까지 쓰는 사람을 보는 시각은 차갑다. 나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다른 곳에 저 에너지를 쓰지.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이 인간은 오류의 동물이다. 남들에게는 하찮을지라도 자신에게는 소중할 수 있다.


맥주를 샀다. 구체적으로 1664. 최근 삼성보노보노 뷔페에 가서 마셔보고 꽤 괜찮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네 캔이나 산다는 건 내게는 상식 밖이다. 일단 맥주를 포함해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이미 다른 브랜드를 사두었기 때문이다. 그 계기도 엉뚱하다. 유튜브에서 김구라씨가 극찬을 해서 호기심이 일었는데 마침 마트에 가보니 있었다. 4개를 사면 할인을 한다길대 덥석 구입했다. 문제는 아직 한 캔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다면 1664는 왜? 사은품으로 주는 유리컵에 혹해서다. 사실 뷔페에서 맥주맛보다 잔이 더 근사하게 느껴졌다. 알아보니 따로 팔았다. 차마 사기는 뭐하던 차에 눈에 딱 뜨인 것이다. 물론 크기도 작고 디자인도 다르다. 그럼에도 1664라는 숫자와 블랑이라는 로고에 반해 그만 흑흑. 졸지에 집 냉장고에는 8개의 캔이 잠들어있다. 그렇다면 유리컵은? 한번 물로 닦고 찬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혹시 해서 뒤져보니 산토리, 하이네켄 등 사은품으로 사 둔 컵이 연달아 나온다. 참 사람은 어리석고 또 어리석다.


사진 출처 : 블랑 1664 전용 맥주잔 득템했어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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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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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에는 한 가지 의미만


책과 영화를 처음 읽고 보았을 때부터 내게는 원칙 같은 것이 있었다. 아무리 재미없고 지루할지라도 끝까지 함께 하라. 나름 이유가 있었다. 형편없는 쓰레기일지라도 한 가지는 건질게 있다. 가령 하품이 나고 졸리는 영화라도 바다 장면은 근사하다든가, 내내 좌절감에 시달리는 책이라도 첫 문장은 기가 막혔다라든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헛된 짓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세상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보물이 훨씬 더 많은데 진흙 밭에서 진주를 찾으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후 내 기준은 바뀌었다. 영화는 첫 5분, 곧 시작이 인상적이지 않으면 바로 극장을 나오든지 디브이디를 꺼버리고 책은 비문이 눈에 뜨이는 즉시 덮는다. 


불행하게도 정유정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고 고민하면서 글을 쓰는 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비문은 용서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문장쓰기를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소화되지 못하고 몸속에서 쌓이는 음식물과 같다. 물론 의도적으로 문장을 뒤틀어 효과를 노릴 수는 있다. 소설가중 소설가라는 헤밍웨이나 은유와 묘사의 마술사 스티븐 킹이 대표적이다. 정유정은 이들과 달리 일관되게 비문을 쓴다. 직접 예를 들어보자.


외박 사유인즉 이러했다. 지난여름 해진이 연출부 스태프로 참여했던 <과외>라는 영화감독이 새 일거리를 붙여주었고, 일거리 계약서를 쓴 기념으로 술집에서 막걸리를 좀 마셨으며, 낮에 찍은 환갑잔치 동영상을 편집해야 해서 선배네 작업실에 갔는데, 방이 지나치게 따뜻했던 관계로 깜빡 잠이 들었다.


정직하게 말해 정유정에 애정이 있다. 이른바 문단고시에 목매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선배들에게 굽실대며 아무도 읽지 않는 문학잡지에 구걸하며 글을 연재하는 대신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패기도 높이 산다. 그럼에도 작가에게 읽히지 않는 문장은 죄악이다. 소설은 본인만 보는 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앞의 해괴한 문장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그날 외박을 했다. 작년 여름 해진은 영화사의 연출부 직원으로 일했다. 타이틀은 과외였다. 감독 덕이었다. 함께 일하게 된 걸 축하할 겸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이차를 가자는 꼬임을 간신히 뿌리치고 선배 작업실에 들렀다. 낮에 찍어둔 환갑잔치 동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바닥이 뜨듯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술기운도 작용했다.


문장은 변경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렇게 매사에 꼼꼼하다는 작가의 글에 개연성이 없다. 우선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 어제 외박을 했는데 작년 여름? 아마도 그 때 인연을 맺은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것 같은데 문장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동영상 편집을 왜 밤늦게 선배 집에서 하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밝혀 마땅한데. 둘째, 단어 선택의 오류. 일거리 계약서, 관계로 같은 단어는 생소하고 낯설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전에 없으니까. 셋째, 한 문장에 한 의미만. 사실 결정적 오류가 이것이다. 시제와 시점과 사건이 얽히다보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작가의 머릿속은 어떤 뜻인지 알겠지만 중요한 건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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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말도 많고 탈도 컸다. 아스트라재네카 백신 이야기다. 이런 저런 부작용으로 논란이 일자 예약률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백신이 없어 아우성이다가 겨우 수급불안정이 해소되나 싶었는데. 그러나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하루에 두건에 그칠 정도에서 하루 육십만 회 이상으로 늘었다. 과연 어떤 이유 때문에? 정답은 인센티브다. 구체적으로 노쇼 방지를 위한 예약제와 각종 유인책 덕에 접종률이 가파르게 상승되고 있다. 그 내용이 그다지 별 볼일 없더라도 사람들은 인센티브란 말에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마치 귤 사진을 보면 침을 흘리는 것처럼. 


사실 경제학원론의 첫 열 페이지 정도만 읽은 이들에게는 당연한 이치다. 사람들은 모든 판단에 앞서 이득과 비용을 비교하여 의사결정을 한다. 곧 어느 한쪽이 크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백신정책은 이득보다는 비용이 더 컸다. 아무리 확률이 낮더라도 부작용이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득을 강조하는 인센티브 제도는는 없었다. 그 결과 강제접종을 받아야 하는 집단으로부터의 반발이 컸다. 이들에게도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했다면 반대의사는 훨씬 더 수그러들었을 것이다. 


정책담당자들은 경제적 유인이 인간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백신으로 인한 공동의 이익이 크다고 주장해도 개인의 인센티브를 건드리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다행히(?) 이번에 이 부분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은 흔쾌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무리 작은 혜택이라도 아예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만약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계속 강조했다면 백신정책은 계속 지지부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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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양장) 삼성 초등 세계 문학 (양장) 7
작자미상 지음, 권영미 옮김, 윤종태 그림, 이지훈 해설 / 삼성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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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보다 천일야화가 익숙하다면 당신은 이미 꼰대다. 물론 나도 포함된다. 왕비 죽이기를 밥 먹듯이 하는 왕의 화를 면하기 위해 천일동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을 제대로 다 읽어본 분들이 있을까? 없다에 손을 드는 사람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 궁금하기는 하다. 정말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재미가 있을까? 혹시 흥미가 없어 읽기를 멈추면 내 목도 달아나지는 않을까? 이런 두려움 속에 보기 시작했다. 아직 끝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멈추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 계속 붙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처음부터 날아다니는 양탄자라니 어떻게 책을 덮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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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선장과 포도 행성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5
제인 욜런 글, 브루스 데근 그림,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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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첼로 곡은 몇 백 년이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악보가 헌책방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게다가 그 주인공이 카잘스였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그럼에도 카잘스는 흥분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더 한 끝에 비로소 온전한 첼로 연습곡을 발표했다.


토드 선장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었다. 아파트먼트 쓰레기 처리장에 누군가 버린 책무더기에서 처음 보고 왠지 모를 기분에 집어 들었다, 개구리가 주인공인 것 같은데 토드 선장이라니, 삽화는 더 기가 막혔다. 중간 중간 킬러도 있었지만 대부분 흑백이었다. 마치 그리다 만 것처럼. 참 성의가 없구나.


그러나 시간이라도 때울 마음으로 들추어 보다 그만 반해버렸다. 기괴하면서도 황당하고 기쁘면서도 서글픈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를 테면


그래도 가끔씩은 심심합니다.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것은 넓고 깜깜한 우주와 멀리서 빛나는 별들뿐이니까요.


세상에나? 이게 아이들 책에 나올 글인가? 알아보니 시리즈였다. 당장 나머지 다섯 권을 모두 구입했다. 그럼에도 아쉽다. 왜 여섯 권밖에 안 나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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