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내 몸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는 건 알았지만 추가 검사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여하튼 결론은 위중 전 단계. 곧 당장 쓰러질 지경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조절하지 않으면 바로 위험해진다. 게다가 혹시 몰라 엠알아이까지. 정직하게 말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몸이 쉽게 붓고 머리도 자주 아프고 소변도 시원치 않았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혹시. 결과를 알고서 한편으론 시원하면서도 억울했다.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매일 밤 30분 이상 계단 오르기를 하고 수시로 산에도 가고 최근엔 다시 수영장도 다니기 시작했는데. 차라리 몸을 함부로 굴리다 상했다면 후회도 없을 텐데.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정도 관리를 했으니 더 나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유전자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중요한 건 내 봄날은 이제 끝났다는 사실이다. 딱히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행복과도 이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소금과 설탕을 극단적으로 줄여야한다. 김치찌개나 케이크 같은 음식은 금물이다. 뭐 그 정도는 괜찮다. 아주 선호하던 것들도 아니었으니. 김치도 안 먹으려면 안 먹을 수 있을 정도니까. 빵은 통밀로 된 걸 먹으면 되고 비빔밥은 고추장만 빼면 되니까. 그럼에도 계속 허전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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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걸 하면 되


영화 핫 썸머 나이츠를 보다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기가 되었다. 놀이공원에서 동네 불량배들과 마주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지역 애들이다. 그 중 한명이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간다. 한 성깔 하는 내게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다. 그런 내 감정을 아는지 그놈들은 히죽거리며 부추긴다. 주먹이 바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 때 내 팔짱을 끼고 있던 여친이 강하게 나를 당긴다. 내 얼굴을 바라보며 진정하라고 서너 번 반복해 말한다. 그리곤 한마디 한다. 더 좋은 걸 하면 되.


살다보면 이런 저런 곤란한 상황에 마주친다. 대게 그런 일은 예기치 않게 닥친다. 뇌는 위기로 인식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라고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린다. 이 장치는 유용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내게 닥친다고 가정해보자. 머리는 몸에게 곧바로 피라하고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고 할 시간이 없다. 문제는 침착하게 대처해도 되는 경우에도 혹은 전혀 비상이 아님에도 뇌는 이머전시 신호를 시도때도없이 울려댄다. 뭔가 다른 분위기를 감지만 해도 그렇게 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에서 뭔가가 확 끌어 오른다. 


어떻게 해서든 분노의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해야만 하는데. 가장 좋은 대안은 더 좋은 걸 하는 거다. 이를 테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당장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잠시라도 즐거운 일을 하며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다. 간단히 차를 끓여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면 그만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잘 안다. 그럼에도 늘 대비해야 한다. 곧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으니 나만의 피난처를 마련해 두란 말이다. 참고는 나는 운동으로 땀을 뺀다. 


관련 기사 사진 : 

[박진영의 사회심리학]누군가 내 분노의 버튼을 누른다면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47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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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썸머 나이츠
엘리야 바이넘 감독, 티모시 샬라메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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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재는 청춘이다. 희한한 건 주 고객층이 그 나이대를 훌쩍 넘긴 이들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같지만 사실은 무사히(?) 넘겨 살아남아 다행이다라는 감정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젊었을 때는 죽음이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나이를 한 살 한 살 차곡차곡 먹다보면 문득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가시삼이 들곤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사라져도 특별하거나 이상하지 않구나라는 묘한 감상이 몰려온다. 그렇기에 젊은이의 죽음은 더욱 애통함을 낳는다. 


핫 썸머 나이츠는 얼떨결에 마약거래 세상에 발을 들려놓은 청년이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나중에는 중독에 빠지게 되지만 영화는 일상처럼 그들의 세계를 쫓는다. 일당 두목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어떻게 그런 험한 일을 하며 평화로운 연애가 가능하지라고 의심을 품지만 실화에 기반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영화 자체야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용이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와 올드팝을 적절히 배치한 음악은 매우 빼어나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본전을 뽑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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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수평과 수직 충돌 때문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꼬집어 특정 사안을 들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된 적은 없다. 대부분은 수직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그 출발은 며느리들의 반란(?)이었다. 똑같이 교육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시집살이란 어색한 단어다. 굳이 함께 살지 않더라도 명절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을 떠올려보라. 문제는 고부간뿐만 아니라 시댁식구 더 나아가 남편과도 부딪친다. 정확하게 말하며 이러한 모습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 운동도 마찬가지 맥략이다. 여자가 사회에서 겪는 갖가지 곤란함은 늘 잠재적인 폭탄이었다. 비로소 터졌을 뿐이다. 급기야 가장 폐쇄적인 집단인 군대에서도 빅뱅이 벌어졌다. 격리병사들의 부실한 급식, 여중사를 향한 성폭행, 해병대의 단체 체벌은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 같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을 사건들이 봇물처럼 폭로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확산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수평과 수직의 충돌이다. 곧 수평이 더 이상은 수직에 참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다. 이 과정에 크고 작은 문제는 발생하겠지만 결국 이 흐름은 대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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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인류가 살아남는 한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소식이든 접하면 울고 웃고 떠들고 화를 낸다. 마치 자기 일처럼. 물론 가볍게 반응하는 건 상관이 없다. 문제는 도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욕구불만 때문이다. 뭔가가 해결되지 않으니 다른 방향으로 뿜어져 나온다. 한동안 이상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 적이 있다. 처음엔 효과가 좋았다. 몸도 가뿐해지고 울적한 마음도 풀렸다. 그러나 횟수가 반복되자 쾌감은 줄어들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이성적으로는 그만해야지 하지만 뇌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면 마약은 절대 아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시라. 자, 그렇다면 지금도 여전히? 다행히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욕구불만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뭐랄까? 욕구나 불만 모두를 늘 함께 하는 벗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분명한 건 결국 시간이 약이다. 뇌는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낸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떠올려보라. 이렇게 오해 고통 받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불편해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진짜 문제는 그 시간을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 참아줄 수 있느냐이다. 자칫 큰 일로 번지지 않도록 누군가는 지켜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임계치를 파악해야 한다. 이 선을 넘으면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아, 혹은 뭔가 저질러버릴 것 같아 라는 느낌이 들기 전에 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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