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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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들어 음식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먹고 살만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음식을 단순히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음식의 양과 질,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글과 방송 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다.

그러나 맛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것은 음식의 맛이 시각과 후각이라는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반면 글은 이해라는 후천적인 감각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석영 선생의 이 책은 글을 읽는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값진 요리하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덧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 음식에 대해 말이다.

과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음식을 맛보게 될지 의심스럽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 음식을 먹고도 맛의 진가를 알아채지 못하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들 어찌하겠는가? 미각이란 아주 어린 시절에 형성되어 쉽게 변하지 않게 마련인 것을. 그저 황석영 선생의 황홀한 맛기행에 만족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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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었다 - 1950~2002
이승호 지음 / 다우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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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들어 이런 류의 글, 과거를 회상하는 복고풍의 글, 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과거를 조금은 가볍게 회상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끌어들이기 위함일 것이다.

과거란 늘상 지나면 감미롭게 추억되는 성향이 있는지라, 그런 감정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인지로 모른다. 나 또한 문득 문득 과거에 겪었던 경험이 책속의 기사와 오버랩되면서 행복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란 늘상 즐거웠던 기억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나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과거를 추억한다면 우리 사회는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반추하기에 앞서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중요한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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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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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두 번 정도 읽었다. 두 번 정도라고 한 이유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대충대충 읽었지만 두번째는 정독을 하고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만큼 비범하다. 이런 저런 신문이나 잡지에 쓴 글을 모은 듯한(정확히는 잘 모른다) 이 책은 일본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옷이 생산되기까지의 꼼꼼한 과정을 취재한 글이나 일본의 결혼풍속을 다룬 글 등은 그 좋은 예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작가가 이런 취재기사식 글을 풍부하게 썼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순위가 결정되고 나서 시간때우기식의 야구경기를 보고 있는 풍경이다. 왜냐하면 나도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관중들도 별로 없고 선수들도 왠지 맥이 빠지는 이런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내 경험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갈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경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평온함을 느낄수 있었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니 조금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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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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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층, 이 하루키를 좋아할 때 나는 애써 그를 외면했다. 나는 그 때 그의 글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이후 그의 글을 읽게 되면서 나는 이러한 편견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그의 글은 가볍다. 내용이나 소재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문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약간은 무심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그의 글은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데, 아마도 이런 점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

그러나 나 또한 그의 이런 문체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이런 문체가 빛을 발하는 것은 단연코 산문에서다.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그의 이런 문체는 더욱 돋보인다. 특히 우동집을 순례하며 쓴 수필은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게 할 만큼 맛있게 쓰여진 글이다. '아! 우동이 참말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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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 불만족 - 완전판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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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나 정신이 부자유스러운 사람에 대한 글은 대게 편견에 빠지기 쉽다. 온갖 장애를 무릅쓰고 성공을 거두었다는 식의 인간승리 드라마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글쓰기가 좋지 않은 더욱 큰 이유는 비장애인으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들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것이냐'라는 야릇한 행복감같은 것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편견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장애인 또한 성격적 결함이 있을 수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지적을 받고 고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지적이 장애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그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간 불편한 사람으로 보아주는 그런 시선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도 깰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토다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다. 지금까지의 그가 장애인이라는 점때문에 지나친 관심을 받아왔던 반면 이제부터는 그의 업적으로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행보를 보면 이런 나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할 지 모른다. 그는 현재 스포츠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다케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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