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신경전만큼 피곤하고 힘들게 하는 것도 드물다. 별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내내 곤두서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인간들이 모여살다보면 백퍼센트 발생한다. 물론 조직에 긴장감을 유발하여 성과를 올리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후유증은 남는다. 요컨대 감정 낭비로 피폐해진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도래는 감정 낭비를 억제시키고 있다. 곧 서로 만나 접촉할 기회가 줄어들다보니 자연스레 다툼도 사라진다. 실제로 재택근무가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통보에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업무와 상관없는 미팅이나 회식이 부활하는 걸 꺼린다. 누군가는 인간미가 사라진다고 아쉬워하지만 단체생활에 익숙한 이들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인간은 홀로 있어 버릇해야 한다. 그래야 생각도 많아지고 남에 대한 배려도 커진다. 물론 쓸데없는 감정 낭비도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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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
토마 피케티 지음, 안준범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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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존재했다. 구체적으로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피케티는 역사적 탐험을 거쳐 그 기원과 작동원리를 파헤친다. 핵심은 소유권이다. 다시 말해 희소한 자원을 누군가나 집단에게 귀속시키는 장치가 있다. 자본주의라고해서 다를 바는 없다. 단지 형태가 바뀌었을 뿐. 주인공은 기업이다. 오랜 국가주의의 전통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선 대기업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주인공이다. 능력지상주의로 무장한 채. 이제 곧 막스의 예언대로 가진 자들 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자본주의는 붕괴되어 무산자들의 세상이 될 것인가? 글쎄, 난 회의적이다. 만약 그런 시간이 온다면 그건 새로운 중세다. 개인주의와 경쟁은 사라지고 소수의 집단에 복종한 채 겉으로만 평화로운 암울함의 터널. 비약이 아니다. 중국을 보라. 시장의 날개를 달라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자유는 시궁창에 처박아두고 있다. 공산당에 충성맹세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거대한 국가주의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뭉쳐 만들어낸 괴물이 과연 자본주의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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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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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히트 친 영화나 드라마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내용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중에는 뜻 깊은 의견도 있으나 대부분은 가십이다. 주인공이 바뀔 뻔 했다거나 작가가 교체되었다거나. 유명세에 기댄 짜내기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예외도 있다. <지브리의 천재들>도 그렇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미야자키 하야오는 물론 그와 쌍벽을 이루는 다카하타 이사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빛나는 별들이 총출동한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모든 거대한 작업을 해낸 스즈키 도시오다. 아사히 잡지의 만화책 출판에 관여하면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읽는 내내 놀라움을 자아낸다. 마야가 수다쟁이지만 작업만 들어가면 진중해진다거나 지브리 스튜디오를 빚을 얻어 출범시키고 두 작품을 동시에 진행했다는 무용담은 마치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연상시킨다. 하야오 팬들뿐 아니라 성공한 기업의 깊은 내막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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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비밀 - 동물에게 배우는 최상의 건강관리 비법
프레드 프로벤자 지음, 안종설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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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몸을 관리한 건 아니지만 혹사하지도 않았다. 담배는 군대시절 초기 잠깐 피운 이후 완전히 끊었으며, 보급으로 나온 것들도 모두 후임에게 주었다, 술도 정기적인 직장을 다니지 않게 되면서 한 달에 맥주 한 캔도 마시지 않는다. 운동은 꾸준히 한다. 매주 한차례씩 산에 가고 수영장에 다니며 매일 30분 이상 아파트먼트 계단을 오르내린다. 그런 내가 고혈압에 당뇨 초기 진단을 받았다. 


정직하게 말해 억울했다. 나처럼 신경 쓰는 데 병이라니, 이건 유전자의 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결론은 음식. 과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먹는 요리들 대부분이 짜고 맵고 달았다. 구체적으로 아침마다 먹는 식빵은 밀가루 덩어리고 저녁 때 주로 먹는 김치찌개는 완전 나트륨 천국이다. 김치는 또 어떻고. 딱히 이런 음식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 아니 완전히 불가능한건 아니다. 다만 찾기 어렵고 비싸다.


<영양의 비밀>은 인간의 몸은 어떻게 망가지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덜 움직이게 되고 음식은 죄다 간편한 인스턴트만 섭취하게 된다. 당연히 영양의 불균형을 불러일으키고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들 음식이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의지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저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식이지만 다이어트는 꿈도 꾸지 말하고 한다. 대신 매일 일정한 시간만이라도 영양분과 포만감을 주는 좋은 음식을 곁에 두고 가슴 깊이 만족감을 느끼라고 권유한다. 맞는 말이다. 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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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터넷에서 맛집을 찾아보곤 한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초대할 때 마땅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다. 주로 리뷰부터 본다. 처음 가는 곳이니 이미 다녀온 사람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웬만하면 칭찬 일색이지만 간혹 비판도 있다. 비록 소수지만 나는 악플을 꼼꼼히 읽는다. 좋게 말하는 건 천편일률적이지만, 이를 테면 맛이 좋다. 비평은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밥이 뭉쳐 나왔다. 직원이 다 먹지도 않았는데 너무 바삐 그릇을 치우더라 등. 이런 말을 들으면 그 식당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아무리 기분이 안 좋더라도 남에 대해 나쁜 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오죽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물론 반복적으로 습관처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극히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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