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소닉
맷 화이트크로스 감독, 노엘 갤러거 (Noel Gallagher)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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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시스는 밴드를 처음 만들 때부터 결심했다. 최고는 평탄한 길을 걸어가만 안된다고. 길거리 무명 밴드가 불과 2년 반만에 세계적인 음악가로 발돋움하다는 단지 허세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실력이 있었다. 그 정점에는 노엘이 있었다. 작곡과 편곡 등 모든 면에서 오아시스는 노엘의 밴드였다. 누군가는 싱어인 리암의 매력이 더 큰 흥행요인이었다고 하지만 노래가 없었다면 가수도 필요없는 것 아닌가? 두 형제간의 불화도 과정된 측면이 있다. 이 둘은 정말 끔찍히도 서로를 사랑했으니까. 질투와 애정이 범벅인 채 뒤섞여 있었지만.

 

<슈퍼소닉>은 오아시스의 탄생부터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주로 노엘과 리암 형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초창기 그룹 형성과정에 함께한 이들의 노고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결국 이들은 갈라섰지만 슬프기보다는 애틋함이 더 강하게 드는 이유는 뭘까? 더이상 울분의 대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이상 밴드정신을 구현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늙은 돼지가 되기 전에 그들은 청춘을 불살랐고 그 정신은 영원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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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치앙시우청 감독, 나가사쿠 히로미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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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장인을 우대하는 사회다. 무엇이든 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면 우상처럼 떠받는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자신들도 안다. 그래서 더 존경한다. 장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그런데도 그 자리에 올랐으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남긴 바닷가 창고. 주인공은 커피숖을 만들어 언젠가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린다. 장사는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충 해도 될 것 같은데 열과 성을 다한다. 커피콩의 역사까지 들먹이며 혼을 불어넣는다. 마치 핀란드에 연 주먹밥 식당처럼.

 

이웃이 끼어든다. 민박집을 이어받는 싱글 마더. 아이가 둘이나 되는데 얼굴은 완전 아이돌이다. 미스캐스팅도 이런 미스캐스팅이. 아무튼 이쁘니가 봐주고. 먼저 아이들과 커피집 아주머니가 친해지고 뜻밖의 사건으로 아이들 어머니까지 한 식구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된다. 주인공은 미련없이 떠난다.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고 커피숍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할 무렵인데도 처음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상관없다는 식이다. 이 또한 일본답다. 군국주의에 몰두하다 일왕의 한마디로 흔적도 없이 민주주의 시민으로 탈바꿈한다. 대체 정체가 뭐지? 결국 다시 돌아오지만 이거야말로 사족이다. 뱀에 꼬리가 달리면 이야기가 재미있을 턱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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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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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이 <고래>를 들고 등장했을 때 문학계는 환호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들 깜짝 놀랐다. 이 정도 입담을 가진 소설가는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강명이 그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조짐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 아직은 종잡을 수 없지만 그의 소설은 대화로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타고난 이야기꾼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도 잘한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일종의 가상소설이다. 분단이 마치 자연스러운 상태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긴 역사에서 보면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곧 하나의 나라도 사는 것이 정상이란 뜻이다. 혹자는 지구멸망보가 한반도 통일이 더 늦게 올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1945년 8월 15일 아침에도 일본제국주의는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친일파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상기하라.

 

북한이 무너지자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긴장한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이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폭동이 일어날지, 새로운 군부가 등장하여 권력을 잡을지, 아니면 핵전쟁이 벌어질지. 누구가 상상은 했지만 감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던 말을 장강명은 거침없이 그리고 유쾌하게 지껄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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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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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살인범인 인근 동네에 사는 중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그 중학생을 사주한 다른 친구가 있었다는 것.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역할놀이를 하다 친해졌다. 곧 가상의 세계에서 하던 놀이를 현실의 살인을 옮긴 것이다.

 

<가상가족놀이>는 미야베 마유키의 장점이 잘 발휘된 소설이다. 끈끈하고 음습한 일본 사회의 뒷면을 잘 파헤친다. 서로 역할을 부여하고 가상공간에서 가족놀이를 하던 이들중 아버지라는 닉네임의 사람이 진짜로 죽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두 진짜 가족이 있지만 가상에서 더 끈끈한 유대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자, 과연 누가 범인일까?

 

에스앤에스 애인이 유행이다. 실제 만나지는 않으면서 까톡으로만 연애를 하는 거다.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로 그런 커플들이 많다. 말보다 문자가 더 편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친구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으니 억지는 아닌 셈이다. 문제는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법과 제도로 이런 사회를 이끌수 있느냐다. 바야흐로 미래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미야베는 그 촉을 재빨리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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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도 말해도
사토 다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뜨인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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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웅변학원을 다녔다. 왜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부모님의 권유겠지. 아무튼 대회도 나갔는데 내용은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이었다. 대충 외워서 했는데 뜻밖에 대상을 탔다. 딱히 기쁘지는 않았다. 그 어린 나이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누구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없다. 긴장따위도 해 본 적이 없다. 이런 문제로 곤란한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웅변 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든 어렸을 때 익힌건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 법이니까. 수영이나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말해도 말해도>는 일본 만담 라쿠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재주꾼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일본은 여전히 혼자 나와 웃기는 말을 하며 돈을 번다. 주인공은 최고의 만담꿈이 되고 싶어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대신 어느날 만담을 배우고 싶다고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그러면서 이야기가 재미있게 풀려간다.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히트를 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말을 주고 받으며 느끼는 쾌감을 즐기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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