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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2주 더 연기했다. 당초는 4월 5일로 마감할 계획이었다. 여전히 확진자가 늘고 있고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도시를 통째로 봉쇄하는 것에 비하면.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감염관리의 한 방책이다. 곧 병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병균을 옮기는 것을 막자는 의도다. 문제는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정하다시피 코비드 19가 당장 종식되거나 조만간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장기전을 대비해야 된다.  


어쩌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년 내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 이상이거나. 해결은 백신을 개발하거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감염되어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 둘 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치르는 대가가 너무도 크다. 결국 불편을 감수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과연 이주 후에 정부는 또 다른 어떤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말


배철수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매우 불편한 말이라고 주장한다. 거리만 두면 되지 왜? 도리어 사회적 교류는 소셜네트웍 등으로 더욱 활발하게 해야 되지 않는가? 그는 대안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로 하자고 하는데 둘 다 맞는 표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먼저 써서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배철수씨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 자체가 고립감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꽤 일리가 있다.


관련 기사 : Why 'physical distancing' is better than 'social distancing'

https://www.aljazeera.com/news/2020/03/physical-distancing-social-distancing-200330143325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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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괴학자 정재승의 시선이 불편한 건 나뿐인가?


제발 그대로 좀 내버려 둬라 

보고 듣고 느끼고 기뻐하고 즐기고 우울하고 슬퍼하게 


방송국 놈들은 명창을 폭포 앞으로 데려갔다. 인간문화재는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끌려가듯 따라갔다. 한 대목 불러보라고 시켰다.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목청을 돋우는 그 앞에 피디는 마이크를 대고 데시벨을 체크했다. 속된 말로 소리가 폭포를 뚫고 나올 수 있는지 실험한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화가 났다. 파바로티에게도 같은 짓을 시킬 수 있겠는가? 


정재승 씨가 참여한 <뇌로 보는 인간>이 교육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다. 총 5부작인데 이번 주 3부작이 끝났다. 관심은 있었지만 뇌 중심자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지 않았다. 그러다 세번째 예술과 뇌만 시청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가수 마이클 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접근 방식은 점잖았지만 진행과정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예술을 하는 과정에서 뇌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부위별로 설명했다. 역겨웠다. 아무리 과학이 오만해도 예술에까지 그 잣대를 들이대며 실험을 하다니.


남은 주제는 두개다. 섹스와 종교. 작가들도 감히 건드리기 두려워한다는. 그러에도 정재승은 성스러운 명령을 거침없이 내린다. 성행위를 하는 동안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교회나 절에서 예배를 볼 때 뇌안에서는 무슨 활동이 발생하는지를 알아내라. 과학의 호기심은 때로는 무모하면서도 어이없는 행동을 낳는다. 왜 하나님이 바벨탑을 무너뜨렸는지 절로 이해가 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덧붙이는 말


나는 종교가 없으며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과학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영역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어떤 한 쪽이 다른 분야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극도로 부정한다. 춤추고 노래하고 섹스하고 신께 경배하는 사람의 뇌를 뒤져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과거 종교가 과학에 간섭하여 갈릴레오를 법정에 세운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학적 진보를 위해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헛소리 하지 마라. 과학의 우위를 앞세워 타 종족을 말살시키려 드는걸 모를거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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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면 누구든 다른 사람보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법이야. 나한테는 함께 잘 수 있는 귀여운 아가씨는 없지만, 해 질 녘에 리버사이드 도로를 따라 굴러가는 대형 화물차는 몇 번 더 보고 싶다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살아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그곳에 있을 수 있느냐가 문제지 - 그게 정말로 슬픈 거라고." _ 필립 딕, <시간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 가운데 _ 


2020년 4월 3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은 174명이다. 나이가 드신 분이든 기저질환이 있었든 혹은 다른 이유가 있든 한 분 한 분 다 안타깝다. 어느새 사망자 숫자에도 무덤덤해지고 있지만. 


누군들 살고 싶지 않겠냐마는 가장 애달픈 건 본인 아니겠는가?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도 다 자신을 대신해 고난을 겪는 이들을 보며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가 그 처지가 된다면 쉽게 웃고 울고 떠들고 즐길 수 없다. 어떤 이야기든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몰입감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존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은 상상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먹먹한 기분을 들게 한다. 대재난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순간이나마 패닉에 빠지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인하게도 작가들은 그 찰나의 틈조차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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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일 케이비에스 클래식 에프엠에서는 아침 7시부터 17시간 연속 베토벤 음악만 틀어주고 연주한다. 칭찬받을 이벤트다. 그런데 베토벤 그림은 쫌 아니네.


오늘 하루만큼은 루드비히와 함께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생각보다 오래전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다. 한국방송공사 클래식 에프엠 라디오는 그를 기려 하루 종일 베토벤 음악만 내보내고 있다. 그 날이 바로 오늘(2020년 4월 2일)이다. 과연 하루 종일 가능할까? 당연하다. 오히려 모자랄 지경이다. 그는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곡, 피아노, 바이올린 소나타, 오페라, 성악곡, 소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곡했다. 심각함의 결정체인 운명 교향곡부터 베토벤 맞나 싶은 엘리제를 위하여까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오후 7시)에는 베토벤 음악에 기초한 재즈편곡들을 들려주고 있다. 색다른 맛이 든다. 남은 시간도 루드비히와 함께 할 생각이다. 꽤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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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건물이 생기기 전 오장동 함흥냉면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사람들에 떠밀리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미친듯이 면을 흡인해야 했던 시절이 떠오르시리라. 그것도 이제다 추억이다. 코비드 19로 손님이 많이 줄었음에도 굳건이 가게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냉면은 역시 함흥냉면이 최고야 


일요일 아침이면 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외식을 가곤 했다. 딱히 좋지는 않았다. 일찍 일어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그 때 먹었던 입맛이 길들여져 여전히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다. 주인공은 청진동 해장국과 오장동 함흥냉면이다. 아이들이 먹기에는 꽤 하드코어였는데 여하튼. 다행히 두 곳 모두 아직도 있다. 해장국 집은 자리만 옮겼다. 


어머님을 모시고 냉면집에 다녀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한 느낌이 조금은 있었다. 그러나 거의 매일같이 답답한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아주 가끔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제주도로 놀러가거나 벚꽃놀이를 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일부러 혼잡한 시간을 피해 오후 2시쯤 도착했다. 예상대로 한가했다. 도착했을 때 식당에 있던 손님은 정확하게 다섯 명이었다. 구석자리를 찾아 마주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의례 시키는 함흥냉면을 주문했다. 이곳에 와서 다른 메뉴는 단 한 번도 주문한 적이 없다. 사리를 추가하지 않는다면. 미리 카드로 계산하고,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한다, 당연히 면은 자르지 않고 식초만 살짝 뿌리고 슥삭슥삭 회와 양념을 섞어 양껏 입안에 넣는 순간, 아 하는 감탄이 나왔다. 역시 이 맛이야. 


그런데 오늘은 살짝 아쉬웠다. 면이 조금 불어있었다. 찰기가 떨어진다. 반면 회는 상태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냉면도 냉면이지만 이 집의 별미는 고기육수다. 육수를 숭늉처럼 마시는데 어린 시절 처음 맛보았을 때는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느끼하다고 할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참고로 육수는 뜨거울수록 매운맛이 더 배가된다. 그게 또 별미다. 일부러 찬육수를 달라고 하여 남은 면에 섞어 드시는 분들도 계신데 나는 여전히 핫한게 좋다.


냉면을 먹고 나서 코스처럼 들리는 곳은 중부시장이다. 건어물로 유명한데 늘 사는 건 입구에 있는 꽈배기와 안쪽 깊숙이 박혀 있는 떡집에서 파는 쑥떡이다. 어머님이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곤 충무로역까지 걸어가서 버거킹에 들러 커피 한잔을 시켜 나눠 마신다. 이 사소하지만 규칙적인 나들이를 한 지도 어언 10년 가까이 된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kimjkjk0211/22159431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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