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걸 하면 되


영화 핫 썸머 나이츠를 보다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기가 되었다. 놀이공원에서 동네 불량배들과 마주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지역 애들이다. 그 중 한명이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간다. 한 성깔 하는 내게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다. 그런 내 감정을 아는지 그놈들은 히죽거리며 부추긴다. 주먹이 바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 때 내 팔짱을 끼고 있던 여친이 강하게 나를 당긴다. 내 얼굴을 바라보며 진정하라고 서너 번 반복해 말한다. 그리곤 한마디 한다. 더 좋은 걸 하면 되.


살다보면 이런 저런 곤란한 상황에 마주친다. 대게 그런 일은 예기치 않게 닥친다. 뇌는 위기로 인식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라고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린다. 이 장치는 유용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내게 닥친다고 가정해보자. 머리는 몸에게 곧바로 피라하고 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고 할 시간이 없다. 문제는 침착하게 대처해도 되는 경우에도 혹은 전혀 비상이 아님에도 뇌는 이머전시 신호를 시도때도없이 울려댄다. 뭔가 다른 분위기를 감지만 해도 그렇게 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에서 뭔가가 확 끌어 오른다. 


어떻게 해서든 분노의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해야만 하는데. 가장 좋은 대안은 더 좋은 걸 하는 거다. 이를 테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당장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잠시라도 즐거운 일을 하며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다. 간단히 차를 끓여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면 그만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잘 안다. 그럼에도 늘 대비해야 한다. 곧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으니 나만의 피난처를 마련해 두란 말이다. 참고는 나는 운동으로 땀을 뺀다. 


관련 기사 사진 : 

[박진영의 사회심리학]누군가 내 분노의 버튼을 누른다면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47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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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수평과 수직 충돌 때문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꼬집어 특정 사안을 들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된 적은 없다. 대부분은 수직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그 출발은 며느리들의 반란(?)이었다. 똑같이 교육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시집살이란 어색한 단어다. 굳이 함께 살지 않더라도 명절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을 떠올려보라. 문제는 고부간뿐만 아니라 시댁식구 더 나아가 남편과도 부딪친다. 정확하게 말하며 이러한 모습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 운동도 마찬가지 맥략이다. 여자가 사회에서 겪는 갖가지 곤란함은 늘 잠재적인 폭탄이었다. 비로소 터졌을 뿐이다. 급기야 가장 폐쇄적인 집단인 군대에서도 빅뱅이 벌어졌다. 격리병사들의 부실한 급식, 여중사를 향한 성폭행, 해병대의 단체 체벌은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 같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을 사건들이 봇물처럼 폭로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확산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수평과 수직의 충돌이다. 곧 수평이 더 이상은 수직에 참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다. 이 과정에 크고 작은 문제는 발생하겠지만 결국 이 흐름은 대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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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인류가 살아남는 한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소식이든 접하면 울고 웃고 떠들고 화를 낸다. 마치 자기 일처럼. 물론 가볍게 반응하는 건 상관이 없다. 문제는 도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욕구불만 때문이다. 뭔가가 해결되지 않으니 다른 방향으로 뿜어져 나온다. 한동안 이상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 적이 있다. 처음엔 효과가 좋았다. 몸도 가뿐해지고 울적한 마음도 풀렸다. 그러나 횟수가 반복되자 쾌감은 줄어들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이성적으로는 그만해야지 하지만 뇌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면 마약은 절대 아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시라. 자, 그렇다면 지금도 여전히? 다행히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욕구불만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뭐랄까? 욕구나 불만 모두를 늘 함께 하는 벗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분명한 건 결국 시간이 약이다. 뇌는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낸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떠올려보라. 이렇게 오해 고통 받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불편해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진짜 문제는 그 시간을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 참아줄 수 있느냐이다. 자칫 큰 일로 번지지 않도록 누군가는 지켜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임계치를 파악해야 한다. 이 선을 넘으면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아, 혹은 뭔가 저질러버릴 것 같아 라는 느낌이 들기 전에 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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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에 산지도 오래되었다. 아주 어릴 때,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줄곧. 중간 중간 기숙사나 빌라에 있었던 적도 있지만 크게 보면 집단시설이다. 아주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라고 바로 답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말 싫어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그만큼 장단점이 있다. 일단 장점이라고 하면 편하다. 집에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다. 물론 자질구레한 고장이나 수리할 일이 생기지만 대부분 관리실을 거쳐 처리되기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생활 보호도 무시 못 한다. 문만 닫으면 완전히 내 세상이니 남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커뮤니티 시설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마케팅 측면이 크다. 차라리 인프라가 좋다는 말이 옳다. 대규모 집단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층간소음이나 답답함을 들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이다. 공동생활이란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야 마음껏 꾸밀 수 있지만 집 앞이나 공동현관은 어쩌지 못한다. 만약 단독주택이라면 당장 바꿔 마땅한 인테리어도 못마땅해도 어쩌지 못한다. 어제 이런 일을 겪고 나서인지 이 불편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별 거 아닌 듯싶지만 자기 눈에는 꼴도 보기 싫은 것들이 있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주택으로 가야하는데 몇 년째 고민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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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말에 거부감이 있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화제를 모으기 위해 억지로 짜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단어는 마케팅 분야에서 심하다. FOMO도 그 중 하나다.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인데, 우리말로 하면 남들 다 하는데 나는? 쯤 되겠다. 곧 모두가 참여하는데 본인만 빠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다. 백신접종도 마찬가지다. 수급부족과 부작용 사례로 지지부진하다가 너도나도 빨리 맞자는 붐이 일자 갑자기 예약이 늘었다. 심지어 얀센은 단 하루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이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 소비에 집중된다. 한 때 열품이었던 패딩파커나 고급운동화가 대표적이다. 기능을 떠나 다들 입고 신으니 소외감 때문에라도 구입해야 했다. 이런 부작용은 결국 정보비대칭 때문에 발생한다. 스스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예산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해서다. 다행히 인터넷의 발달로 비교할 수 있는 장치는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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