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김수하씨 


No Day But TODAY


뮤지컬 <렌트>를 관람했다. 미미 역을 한 김수하씨에 반해서였다. 우연히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아웃 투 나잇을 부르는 걸 듣고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는 길이 평탄치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과연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때가 때인지라 이런 저런 절차를 거치고 입장을 했는데, 정직하게 말해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만원.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객석도 예전과 같았다. 게다가 내 옆에는 한 덩치하는 친구가 앉는 바람에 몇 번이나 맨 살이 부딪쳤다. 그나마 이 공연의 옥에 티는 이게 전부였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차용한 <렌트>는 장소만 뉴욕으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음악 전체에 힘이 있었고 가녀린 미미가 강인한 여전사로 변해 있었다. 원작자 조나단 라슨의 덕이 컸다. 정작 본인은 개막을 보지 못했으나 이렇게 오래오래 사랑받고 있다. 김수하에 집중하느라 다른 역은 상대적으로 띄엄띄엄 보았지만 그럼에도 엔젤 역의 김호영은 빛이 났다. 거의 준주연이라 할 만큼 대사나 노래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무대에 등장하기만 해도 극 전체를 휘어잡는 매력이 장난 아니었다. <렌트>의 같은 역으로 데뷔를 했으니 애착이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로저를 연기한 장지후씨도 빛이 났다. 일단 뮤지컬 배우가 키가 크다는 점이 이렇게 큰 장기인줄을 제대로 알았다. 2층 중간쯤 자리에서 보았는데도 시원시원하게 눈에 잘 들어왔다. 물론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연기가 인상 깊었다.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보다 슬픔이 잠겨있는 대사들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다른 배역들도 모두 칭찬받을 만하다. 일종의 앙상블 배우들은 받쳐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데 <렌트>는 이들에게도 일정한 지분을 줘서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 장소는 디큐브 아트센터이고 공연은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출처 :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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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에 장관에게 작가증*을 발급하라 


레이먼드 카버에게는 글쓰기 원칙이 있었다. 짧게 쓸 것. 그리고 정치적인 언급은 하지 말기. 개인 블러그에 이런 저런 훈수를 두었던 터라 뜨끔했다. 내 말이 전달될 턱이 없으니 개인 넋두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런 글을 읽는 사람들이 공감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행히 정치적 지향이 같다면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면 좋아요를 누르겠지만 반대편이라면 욕부터 하려 들 것이다. 


이왕 쓴 글들을 지우기는 그래서 한동안 자제했는데, 이런 사고가 터졌다. 절묘하게 정치와 문학이 겹쳤다. 추미애 장관이 자기 아들 관련하여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혼잣말로 소설쓰시네라고 내뱉었다. 황당하거나 이치게 닿지 않는 말을 할 때 흔히 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태도였다. 장관으로서의 품위가 없었다. 한마디로 싸가지 제로였다. 해프닝쯤으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한국소설가협회에서 항의문을 냈다. 추 장관의 발언에 놀라움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앞으로는 소설을 거짓말 행위로 빗대는 발언을 하지 말아줄 것을 엄중하게 촉구했다. 


일단 그런 단체가 있는 줄 몰랐고, 또 설령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는게 왠지 쑥스럽다. 정직하게 말해 소설은 거짓말이 맞다. 사실에 바탕한 다큐라도 엄연히 작가의 시선이 들어간다. 협회는 거짓말과 하구는 다르다며 거창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그게 그거다. 소설을 권위적으로 포장하면 할수록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형문화재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렇게 말하면 또 문화재청에서 항의하려나? 내가 협회 관련 일을 한다면 추 장관에서 단체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작가로 위촉하겠다. 소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어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물론 유머다.


덧붙이는 말


소설가 협회의 항의문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마치 조선시대 원님이 끌려온 죄인을 내려다보며 ‘네 이놈’하고 꾸짖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추장관이 ‘별꼴이야’하고 무시하기를 바란다. 정말 협회의 소원대로 사과라도 했다간 앞으로 소설가는 진실만을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발 비판을 하더라도 작가답게 위트 있게 하시라.  


* 세상에 작가증은 없다. 등단이라는 제도 또한 없어져야 마땅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면 그만이다. 장관에게 작가증을 발급하자는 제안은 일종의 우스개소리다. 제발 농담은 농담으로. 


관련 기사 :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30/2020073002295.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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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7-3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협회의 멤버들이 과연 누군지 궁금해집니다^^

카이지 2020-07-3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가격통제 종말론


스타벅스의 사은품은 나올 때마다 화제다. 레지 백이 등장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이번에는 장우산이다. 매장에서는 2만 5천원 한정판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당연하게도(?) 이미 매진이다. 중고온라인 시장에서는 7만원을 호가한다.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장경제의 묘미라고 무릎을 치는 이도 분명히 있다. 나는 후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주택을 가격통제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레 가격이 결정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곧 매물이 많으면 싸지고 적으면 비싸진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통제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걸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스벅 우산의 정가는 2만 5천원이다. 물론 원가는 더 낮겠지만. 그런데 시장에서 7만 원이 넘게 팔린다. 정부는 화가 난다. 아니 이게 말이 돼? 당장 가격통제에 들어간다. 2만 5천원 이상으로는 팔지 못하게 해. 그렇다면 우산은 다시 2만 5천원에 팔릴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7만원에 팔리던 우산은 싹 다 자취를 감춘다. 다시 말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2만 5천원에 되팔바에는 안 팔고 말지. 그리곤 암시장이 형성된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일대일 매매가 생기게 된다. 문제는 수요는 여전히 많고 공급이 희소하다보니 가격이 더욱 더 치솟는다. 그나마 7만원에 살 수 있던 우산이 이제는 10만 원을 줘도 구하지 못한다. 이젠 대기자들은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매물이 나오자마자 프리미엄을 얹더라도 사들인다. 정부는 안 되겠다 싶어 스타벅스를 쪼아댄다. 당장 우산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을 팍 늘여. 스벅은 고민에 빠진다. 정부의 뜻대로 늘렸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미지 추락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주택도 마찬가지다. 공급은 묶어두고 수요를 통제하니 가격만 급등한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불만이 크다. 집주인은 과도한 세금과 규제로 재산권 행사를 침해당하고 있다. 정부 말을 듣고 구입을 미루거나 임대등록을 했던 사람들은 죄다 손해를 보고 만다. 또한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내놓은 정책으로 인해 도리어 전세살이 하는 사람들마저 피를 보게 생겼다. 지난 계약 대비 5퍼센트 이상 전세금을 상승하지 못하게 했지만 집주인이 살겠다고 들어오면 나가야 한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2년 이상 거주해야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맞게 자연스레 이루어져야 한다. 중고나라를 보라. 가격을 결정하는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판매자와 구매자만 있다. 사고 팔 수 있는 적절한 가격만 있을 뿐이다. 운영자는 거래사기나 비밀보장만 해주면 그만이다. 정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주택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법행위를 파악하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주된 임무다.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각종 가격통제를 해대다가는 머지않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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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세종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을 천박하다고 표현해서 화제(?)다. 구체적으로 그는 유럽의 강변은 역사적인 건물이 즐비한데 반해 서울은 천박한 아파트먼트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을 간 자리에서는 늘 느끼지만 교통이 복잡하고 초라하다고 언급했다. 그를 대변하는 측에서는 문맥 전체를 봐야지 특정 단어만 부각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언 밭에 오줌 누기임을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분노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사람뿐만 아니라 온갖 시설들이 몰려 있으니 당연히 천박한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부산은 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도시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지형의 특징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이다. 당연히 도시의 위상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조 섞인 혹은 비아냥대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건 상관없지만 전국 정당의 대표가 그런 말을 비유로 하는 건 상식 밖이다. 과연 그가 말한 대로 세종은 품위 있는 도시,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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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표방한 <걸캅스>보다는 정치인을 연기한 <정직한 후보>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여하튼 라미란은 은근히 매력있는 배우다.


정치는 아무나 한다?


<정직한 후보>는 소름 돋는 영화다. 마치 실제 일어날 일을 예언하듯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세한 설정은 다소 다르지만. 주상숙은 시민운동가 출신 3선 국회의원이다. 어느새 닳고 닳은 그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번갯불과 함께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되는데. 


스토리는 뻔하고 연기는 과장되었지만 울림은 묵직하다. 정치는 정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소명이 필요한 일로 학문과 정치를 들었다. 곧 단순히 명예를 얻기 위해 혹은 돈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2백년도 더 된 이야기라 설득력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가들에게 늘 바램을 갖고 있다. 그들의 결정이 모두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상숙은 결국 마법이 풀리고 나서도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 참 정치인이 된다. 과연 제대로 된 정치가가 될 수 있을까? 속편이 더 기대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덧붙이는 말


죽은 할머니를 이용하여 재단을 만들고 그것을 발판삼아 정치인이 된다는 스토리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게다가 할머니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단순히 상상력의 결과물은 아닐 것이다. 어디선가 그런 일이 벌어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엮었을 것이다. 때로는 현실이 더 극적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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