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계획표가 필요한 까닭


학교 다닐 때 방학을 앞두고 늘 계획표를 그리곤 했다. 귀찮기도 했지만 살짝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내게 주어진 무한한 시간이 큰 선물처럼 느껴져서다. 물론 원래대로 지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후 딱히 플랜을 짜지 않더라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아가게 되었다. 군대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그러나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롭게(?) 일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간이란 나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강제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직장을 가야 할 때와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일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이 들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자기 컨트롤은 큰 과제가 되었다. 


마침 뉴욕타임스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Focus your brain: Put down your phone. 대충 제목 정도만 보고 언젠가 다시 읽자고 했는데 그만. 분명히 봤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글이 실린 날짜까지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타이틀은 적어두었다) 그러나 국제판과 달라서인지 일치하지 않는다. 결국 밀린 신문더미를 뒤졌지만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다행히 온라인에 들어가 기사를 찾아 다시 읽었다. 이 또한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어 잊어버린 아이디를 확인하느라 법석을 떨었지만. 


여하튼 별 내용은 없지만 새겨들을만한 구절이 있어 소개한다.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절반은 딴 생각에 빠져 있다. 뇌구조가 그렇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는 대신 계획표를 짜라. 이를 테면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쓴다. 비록 단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의자에 앉아 버릇해라. 이런 루틴을 반복하면 몸과 마음은 점점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지고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단 방해물은 몽땅 치워라. 괜히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휴대폰을 흘끗거리면 도루아미타불이다. 모든 전원을 꺼라. 


맞는 말이다, 느슨해진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매일 최소 20분씩 아파트먼트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10월 31일부터 시작했으니 어제(2020년 11월 19일)까지 딱 이십일 째다. 별 건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잘 넘긴 내가 자랑스럽다. 딱히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지 않고 그냥 습관적으로 한 결과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렵지만. 


사진 출처 : https://www.nytimes.com/2020/09/26/at-home/how-to-get-focused.html?searchResult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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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의 정석


또다시 다이어리 시즌이 돌아왔다. 디지털 시대에 웬 말인가 싶지만 이 맘 때면 광풍이 분다. 진원지는 스타벅스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문구류가 사랑받는 건 은근히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별다방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 일 년 내내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다. 딱 한번 직거래로 구입한 적이 있는데 바로 후회했다. 알리딘과 베스킨 라빈스 다이어리도 꾸준히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과다지출이 생긴다. 작년부터는 튀김 닭을 시키면 주는 사은품으로 만족하고 있다. 별 장식 없이 쓰기에 무난해서다. 올해 어머님께는 이화 플래너를 선물해드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화여대에서 나온 거다. 가격은 만 6천 원. 꽤 비싼데 씀씀이가 괜찮다. 다이어리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일 년 캘린더는 당연히 있고 달력과 일력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중간 중간 포인트로 학교 사진도 장식되어 있다. 문제는 딱히 이화여대와 관련이 없는 사람은 쓰기가 멎쩍다. 참고로 어머니는 이대를 나왔다. 


사진 출처 : 알라딘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이용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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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필요없는 짐들을 버리고 가구들만 재배치했을 뿐인데


신박한 정리


코로나 19가 일상이 된 지도 근 10개월이 되어 간다. 간혹 옛 영상을 보며 ‘어라,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네’라는 말이 나올 때도 있다. 방송도 포맷이 많이 바뀌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옆집처럼 돌아다니며 찍던 여행 프로그램은 전면 중단되었다. 대신 집안을 비우고 가꾸는 내용은 부쩍 증가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당장 옮기기도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신박한 정리>도 그 중 하나다. 어수선한 집 내부를 싹 치우고 새롭게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엔 파일럿으로 하다 끝나겠다 싶었는데 꽤 생명력이 길다. 그만큼 시청율이 받쳐준다는 소리다. 언제부턴가 나 또한 본방송은 못 보지만 재방은 챙긴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아무리 새 집이라도 살림의 연차가 쌓이면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재건축 연한을 넘치도록 채운 아파트먼트는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전세살이라 리모델링은 꿈도 못 꾼다. 나같은 사람에게 짐을 버리고 가구만 재배치해도 새 집같이 변한다고 하니 안 보고 배기겠는가? 흥미로운 건 사례 집에 나온 이들이 하나같이 바뀐 집을 보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초기엔 억지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공감이 되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집에 대한 미안한 감정때문은 아니었을까? 출발은 버리기다. 당장 보조 책상위에 잔뜩 쌓아두었던 잡동사니를 모아 쓰레기통에 담았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gng-lazboy-ihw/22208338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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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새삼 십자군 전쟁에 대한 관심이 다시 솟구쳤다. 

근 200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종교라는 광기는


킹덤 오브 헤븐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퍼센트다(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해보면 된다. 문제는 얼만큼. 곧 딱 한번만하거나 하루 종일 공기놀이하듯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건 열 번 연속으로 앞면 혹은 뒷면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이 하면 할수록 절반으로 수렴한다. 요컨대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통계는 맞아떨어진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단 천명의 출구조사만으로 당선자를 맞추는 걸 보라. 아주 간혹 틀릴 때도 있지만.


올해 내 영화 운은 매우 안 좋았다. 일단 코로나 19로 2월 이후 극장 발걸음을 끊었다. 조금 회복된다 싶어 9월부터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보는 족족 꽝이었다. 오케이 마담, 테슬라 등등. 정말 이러다가 올 한해는 끝났구나 싶은 마음에 기대를 접고 <킹덤 오브 헤븐>을 보았다. 신작은 아니다. 이미 2005년에 개봉한 영화를 감독 판으로 다시 선보였다. 바이러스가 낳은 촌극이다. 신작이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세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 미리 질렸지만 상영표를 보니 이번 주만 지나면 막을 내릴 것 같아 서둘러 시간을 잡았다. 


소감은 역시 확률은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후까시(겉멋)는 여전했지만 어렸을 때 본 <벤허>를 연상시킬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다. 얼떨결에 십자군 전쟁에 휘말린 발리앙의 모험담이 스크린에 장대하게 펼쳐진다. 액션과 암투, 그리고 로맨스까지. 그러나 단지 이런 흥행성만 버무렸다면 내가 높은 평가를 내릴 리가 없다. 스콧 감독은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기독교도의 처지에서 뿐만 아니라 이슬람쪽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종교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나 할까? 실제로 영화 보는 내내 그곳이 왜 여전히 분쟁의 중심이 되어야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단편적으로 불교의 발상국인 인도를 보라. 불교를 국교로 하는 있는 나라도 있고 오랫동안 친근한 종교로 자리 잡은 국가들도 많은데 이들이 성지를 두고 피터지게 싸운 적인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진정한 종교는 장소가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음을 기독교는 잊고 있는 게 아닌가? 뜻밖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aprilwine74/22068573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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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신인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 김다미. 

이 한장의 스틸은 이미 연기 대가에 올라섰음을 증명한다. 스스로도 알 것이다. 


조이서라는 맞춤 정장


<이태원 클라쓰>를 몰아서 다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뒷북이다. 화제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비교해 보면 이태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불시착도 분명 재미있었지만 이태원에는 흥미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웹툰이 원작이라 만화 같은 전개는 다소 거슬리지만 배우들의 파워가 그 한계를 훌쩍 넘어버렸다. 박새로이 역의 박서준을 필두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조이서를 연기한 김다미, 그리고 콤플렉스 가득한 악역의 전형을 보여준 장근원으로 분한 안보연 등이 역작을 만들어냈다. 그밖의 조연들도 주연 못지 않게 자기 맡은 역을 멋지게 해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대폭발했다. 불시착파와 이태원파로 나뉠 정도로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공전의 히트를 친 <한자와 나오키>의 청년 버전으로 본 듯싶다. 곧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결국 목적을 달성하는 성정과정에 깊은 공감이입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김다미에 반했다. 영화 <마녀>에서 볼 때만 해도 어린 티가 역력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조이서라는 맞춤 정장을 입고 날아다녔다. 걸 그룹 이미지를 벗고 대등하게 경쟁해 준 권나라의 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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