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새삼 십자군 전쟁에 대한 관심이 다시 솟구쳤다.
근 200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종교라는 광기는
킹덤 오브 헤븐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퍼센트다(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해보면 된다. 문제는 얼만큼. 곧 딱 한번만하거나 하루 종일 공기놀이하듯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건 열 번 연속으로 앞면 혹은 뒷면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이 하면 할수록 절반으로 수렴한다. 요컨대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통계는 맞아떨어진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단 천명의 출구조사만으로 당선자를 맞추는 걸 보라. 아주 간혹 틀릴 때도 있지만.
올해 내 영화 운은 매우 안 좋았다. 일단 코로나 19로 2월 이후 극장 발걸음을 끊었다. 조금 회복된다 싶어 9월부터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보는 족족 꽝이었다. 오케이 마담, 테슬라 등등. 정말 이러다가 올 한해는 끝났구나 싶은 마음에 기대를 접고 <킹덤 오브 헤븐>을 보았다. 신작은 아니다. 이미 2005년에 개봉한 영화를 감독 판으로 다시 선보였다. 바이러스가 낳은 촌극이다. 신작이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세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 미리 질렸지만 상영표를 보니 이번 주만 지나면 막을 내릴 것 같아 서둘러 시간을 잡았다.
소감은 역시 확률은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후까시(겉멋)는 여전했지만 어렸을 때 본 <벤허>를 연상시킬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다. 얼떨결에 십자군 전쟁에 휘말린 발리앙의 모험담이 스크린에 장대하게 펼쳐진다. 액션과 암투, 그리고 로맨스까지. 그러나 단지 이런 흥행성만 버무렸다면 내가 높은 평가를 내릴 리가 없다. 스콧 감독은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기독교도의 처지에서 뿐만 아니라 이슬람쪽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종교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나 할까? 실제로 영화 보는 내내 그곳이 왜 여전히 분쟁의 중심이 되어야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단편적으로 불교의 발상국인 인도를 보라. 불교를 국교로 하는 있는 나라도 있고 오랫동안 친근한 종교로 자리 잡은 국가들도 많은데 이들이 성지를 두고 피터지게 싸운 적인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진정한 종교는 장소가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음을 기독교는 잊고 있는 게 아닌가? 뜻밖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aprilwine74/220685732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