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무민 다이어리. 올해만은 그냥 넘어가겠다고 거듭 거듭 다짐했지만 세상에나 무민이라나. 큰 두 눈으로 어서 데려가달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5만 원을 뭘로 채우지?

 

무민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만든 캐릭터다. 손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만든 동화책에 나온다. 둥들둥글하고 하마를 닮은 트롤 동물인 무민은 2015년 탄생 70주년을 맞았다. 세월이 오래 지났음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일본의 무민 사랑은 유별나다. 한 잡지는 매년 12월호 표지로 무민이 등장하며 부록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무민 다이어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도넛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인형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이어리로 인기가 높은 알라딘에서도 올해는 당당히 무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왜 이다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일까? 실제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공감하는 한가지는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푸근함에 빠진다는 것이다. 겁먹은 듯한 큰 눈에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수줍음이 왠지 모르게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그러나 실제 책을 보면 무민이 그저 평화의 상징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처음 이야기부터 의미심장하다. 지구멸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다들 우왕좌왕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혼란에 빠진다. 다행히 그 소식은 잘못된 소식으로 알려지지만 한번 몰아닥친 허무함은 쉽게 극복이 어렵다. 결국 무민들은 한가롭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느긋하게 느끼며 여유롭게 지내기로 한 것이다. 나른하면서도 게을러 보이는 무민들에게도 깊은 속뜻이 있었던 셈이다.

 

덧붙이는 말

 

무민을 사랑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동료의식도 작용했다. 무민의 직업은 작가다. 글로 생활을 하는게 아니라 은퇴후 지나온 시간을 기록한다. 단지 시간 떼우기가 아니라 과거를 회상하기에도 하루하루가 바쁘다.

 

사진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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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의 포스터. 매우 잘 만들었음에도 국내 평론가에게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나를 찾아줘>를 내세워 반전 미스터리로 선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의식의 흐름이 어떻게 진실을 방해하는지를 보여주는 고도의 심리극이다,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평점은 어떤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점수가 높으면 어디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낮으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갈릴 경우다. 관람객은 환호하는데 비평가는 혹평을 하거나 또는 그 반대이거나. 이럴 때 나는 무조건 객석편이다. 평론가는 직업의식때문에 어떤 형태든 문제를 찾는데 능한 반면 시민들은 순수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좋다와 나쁘다로.

 

영화 <걸 온 더 트레인>도 평판이 엇갈렸다. 평론가들은 10점 만점에 4점대를 줬고 관객들은 7점대 중반을 매겼다. 직접 본 나는 9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물론 개인 기호차이도 있겠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부족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치정이나 복수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에 주목하면 놀라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곧 반전이 핵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포인트다. 열차 창으로 보게 된 장면이 실제인지 아니면 술에 취해 본 헛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리지만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영화는 여러 퍼즐들을 섞어 놓고 관객들을 상대로 그 진실을 함께 맞추어보자고 제안한다. 원작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한 구성이다. 그래서 나는 높은 점수를 줬다.

 

덧붙이는 말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과 평가를 소개한다. 굳이 특정인을 비난하려는게 아니라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평점이 아니라 평이다. 한줄평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과연 <걸 온 더 트레인>에 대한 평가인지 의문스럽다. 아무 다른 영화에도 할 수 있는 평 아닌가? 혹평을 쓸 때는 냉혹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법이다.

  

열차에서 달구지로(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박평식                         

  • 안타깝고 불편하며 음습한 이야기(10점 만점에 4점) 씨네21 이용철               

  •           

    비틀기의 잘못된 예(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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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뷰 4년만에 전설이 되어 버린 방탄소년단. 아이돌은 기획상품이라는 공식을 파괴하고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BTS의 성공은 케이팝이 진정으로 인정받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가사는 유치하고 댄스는 과격했던 방탄,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처음 방탄소년단이 데뷰했을 때는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의 하나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한 두곡 내고 사라질 줄 알았다. 중소 기획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댄스음악에 관한한 에스엠이나 와이지 혹은 제이와이피의 독과점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아이돌이 기획의 힘에 좌우됨을 감안하면 방탄은 출발부터 핸디를 안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초창기 노래는 가사는 유치하고 댄스는 과격했다. 일단 눈길을 끌어보자는 무리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심오한 뜻이 있었다. 상남자를 예로 들어보자.

     

    "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사랑이 난 너무 고파 되고파 (중략)

    아빠, 아빤 대체 어떻게 엄마한테 고백한 건지 편지라도 써야 될런지 뭔지, 네 앞에서 난 먼지"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뭐냐? 말장난도 아니고 게다가 아빠 엄마를 찾다니? 만약 전문 작가사가 붙었다면 절대 이렇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 방탄 스스로 썼기 때문에 이렇게 치기어린 가사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게 먹혔다. 10대들의 생각을 글로 토해냈으니까. 작곡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전문가들이 거들었겠지마 기본적인 컨셉은 스스로 짜낸다. 아이돌은 곧 기획이라는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기획사의 힘이 약하니 노출빈도는 낮았다. 역설적으로 가요프로그램출연은 물론 각종 예능에 불려다니는 다른 아이돌과 달리 자신들만의 음악 컬러를 내는데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의 확산으로 보답을 받았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 무대에까지 섰다. 세계 일류의 팝 아티스트를 만들겠다는 방시혁의 야망이 드디어 실현된 셈이다.

     

    과연 BTS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가? 정점에 섰기 때문에 이제 내려올 일만 남았는지? 아니면 비틀스처럼 음악적 컬러를 확 바꾸면서 전설로 남게 될까? 최근 발표한 디엔에이를 보면 일종의 암시가 드러난다. 초창기 여자 아이 마음을 끌기 위해 엄마 아빠를 찾던 철부지는 이제 자신들이 레전드로 살아가야 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일단은 오픈카를 타고 만끽하자. 이 인기를.

     

    "우주가 생긴 그 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함께니까"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meelyeng26/22070302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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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로 제작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무난한 범작에 머물고 말았다. 열차라는 같은 소재를 다룬 <부산행>을 보신 분들이라면 살짝 하품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은 역시 명불허전이지만.

     

     

    초호화 캐스팅, 무난한 범작

     

     

    복수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문제는 해결하고 난 다음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평생을 수련으로 보낸 다음 맞닥뜨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자, 이제 모든 분노는 가라앉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비록 원수는 갚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다시 영겁회귀에 빠져든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또 영상으로 옮겨져 극장에서 상영된 적도 있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지 궁금했다. 소감은 반반. 집단 밀실살인이라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스터리 느낌은 다소 약하게 처리한 반면 반면 인간의 얽히고 설킨 본성을 부각시킨 점은 일단 합격. 그러나 아무리 회색세포로 사건을 해결하는 포와르라고 해도 액션없이, 물론 약간의 움직임은 있지만,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나간 점은 다소 지루했다. 조니 뎁을 포함한 쟁쟁한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재미는 인정하지만.

     

    한가지 아쉽다면 흥행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스크린이 다소 작은 상영관이 주를 이룬다. 큰 극장에서 보았더라면 높고 싶은 산맥을 질주하는 열차의 생생함을 더욱 더 느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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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인터파크 세계서점기행 캘린더. 책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될 듯. 이 만원 이상 주문을 하면 천 원을 더 내고 받을 수 있다. 이미 포인트가 쌓인 분들은 천 포인트를 제하고 보내준다. 절대 선전 아님.

     

    연말이 다가오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청춘일 때는 없던 현상이다. 계절이 바뀌거나 새해가 다가오거나 아무 상관없었다. 시간아 가라, 세월아 더 빨리, 라는 식이었다. 정직하게 말해 그 시절이 마냥 부럽지는 않다. 우선 실수가 잦았고 소중함을 간직하고 여유있게 즐기는 마음이 없었다.

     

    이 맘 때쯤이면 작은 설레임을 느낀다. 내년도 달력을 고르는 재미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캘린더는 실물이 제격이다. 그러나 막상 돈을 주고 사기는 아깝다. 은행이나 기관에서 무료로 나누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대충 아무거나 쓰기는 싫다. 벽에 걸건 책상위에 놓건 주변과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 사은품으로 나오는 달력을 죽 비교해보고 고르는 것이다. 벌써 내 눈에 뜨인 것들이 있다. 우선 인터파크의 서점 캘린더다. 탁상용 달력도 유행을 타는지 올해는 판형이 크다.   전 세계의 책방을 배경으로 책표지를 포스트잇으로 함께 덧붙였다. 나같은 책 덕후에게는 딱이다. 당장 조건에 맞추어 책을 주문했다.

     

    워너원도 인기다. 조카 등쌀에 알아보니 맥시카나에서 치킨을 주문하면 한 부씩 주고 있다. 알아보니 다행히도 집 주변에 있어 반반을 시키고 받았다. 나야 큰 감흥이 없지만 팬들이라면 꺅 소리를 지르겠지. 게다가 예상 외로 큼직해서 메모를 남기기도 좋다. 물론 워너원팬들은 무슨 소리냐며 극성으로 반대하겠지만. 용안보존하소서.

     

    그러고보니 치킨집들이 은근히 사은품을 많이 준다. 아무래도 주소비층이 10대이고 또 대세 아이돌이라면 닭광고 하나쯤 찍어야 하는 추세겠지. 그럼에도 오로지 닭에만 승부를 걸겠다는 일념으로 아니면 돈이 조금 부족해서인지 광고모델을 쓰지 않은 달력을 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교촌.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으로 심플한 블랙화이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보다는 사무실에서 쓰기 좋은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달력을 얻기 위해 치킨을 주문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이제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캘린더들이 선을 보일 것이다. 매년 두자리수의 달력을 얻어두고 정작 한 두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작은 설레임이 우울한 겨울을 버티는 힘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말

     

    결혼하기 전 우리 집에서는 오랫동안 제약회사에서 발행한 서양화가 들어간 벽걸이 달력을 받아왔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 달력을 볼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는데 여전히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아시는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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