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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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말하거나 글을 쓸 때 가장 멋있다. 곽재식도 그랬다. 그가 쓴 <미래를 파는 상점>은 그 어떤 과학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흔히 미래하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일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쉼 없이 오고 있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보라. 불과 3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기술이었다. 곧 옛것과 새로운 변화가 중첩되며 앞날을 열어젖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문은 먼 미래가 아닌 근 미래다. 곧 가장 가까운 시기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찾아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테크놀로지를 보여준다. 막연한 상상력에 의존하기보다 공학도다운 탄탄한 실력에 근거하여 하나씩 실체를 벗긴다. 배터리, 로봇, 디스플레이, 3D 프린팅, 인공육, 스마트농장, 유전자편집, 나노기술, 바이오연료, 자율주행차, 5G활용교육, 기후변화적응기술, 모듈화건축, 우주, 태양계 바깥 탐사. 어디선가 들었을법한 주제들이다. 현재 10대라면 이들이 커서 한창 활동할 때 직접 부딪치게 될 현실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미래세대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20대 이후 더 나아가 40이 넘은 사람들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분명히 그들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용감한 신세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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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 정규 2집 전설
잔나비 (Jannabi)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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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밴드가 그것도 1집을 내고 바로 낸 앨범 타이틀을 전설로 짓다니. 건방진 건지, 무모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있는 건지 헷갈릴 법하다. 결과적으로 이 음반은 전설이 되었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는 아니다. 이미 구하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모두 품절되었고 중고거래도 2배 이상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미 1집은 더 많은 프리미엄이 붙여져 있지만. 


엉뚱하지만 노래 전설의 가사는 전혀 전설답지 않다. 전설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내용도 사랑노래다. 적어도 겉으로는. 물론 rock n’ roll save my life라는 말이 반복되면서 중어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곡 자체를 보면 나의 기쁨 나의 노래 (Intro)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잔나비 특유의 서정성과 비장미가 잘 아우러졌다. 


그러나 전설의 백미는 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이다. 곧 인트로부터 마지막 곡 꿈과 책과 힘과 벽까지. 그러고 나면 잠깐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마치 다른 세상에 들렀다 빠져나온 기분이랄까? 되도록 모든 노래가 담긴 음반을 구입하여 최소한 앰프와 별도의 스피커가 있는 오디오로 들으시기를 권한다. 엠피쓰리나 스트리밍으로는 잔나비가 추구하는 오케스트라 효과를 느끼기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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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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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우리에게는 양대 파벌이 있었다.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펭. 나는 홈즈파였다. 뤼펭은 셜록의 짝통이다, 라고 생각했다. 의자에 앉아 차분히 사건을 돌아보고 치밀한 분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셜록 홈즈를 어설프게 흉내 낸 아류라고. 성인이 되고나서도 변함이 없었다. 소설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까지 섭렵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내 마음은 비비씨 셜록이 나오면서 또다시 요동쳤다. 역시 코난 도일이야. 


그러던 어느 날 뤼펭을 다시 만났다. 교육방송의 낭독 프로그램이었다. 책 한권을 통째로 읽어주는 야심찬 방송이었는데 그만 감동했다. 아니 뤼펭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호기심에 들추어 본 기암성도 내게는 그저 밋밋했는데. 내가 들은 내용은 괴도신사의 출발을 알리는 첫 작품, 곧 아르센 뤼펭 체포되다였다. 이처럼 멋진 시작이 어디 있단 말인가? 스스로 감옥에 갇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니. 불현듯 의문이 들었다. 나는 뤼펭을 잘못 알았던 게 아닌가? 아동용으로 각색한 거기에 일본어 중역본을 보고 실망한 게 아닌가? 제대로 된 번역이라면 과연 어떨까? 성귀수는 이 일을 해냈다. 그야말로 뤼펭에 미쳐 본국 프랑스에서도 하지 못한 미발표 원고를 발굴하여 세계최초로 전집을 발간했다. 1집은 이 위대한 여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뤼펭 팬이시라면 반드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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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세트 - 전3권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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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도서관을 좋아했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에도 도서관은 시원해서 좋았다. 이따금 소곤대는 소리, 사서가 책이나 열람 카드에 도장 찍는 소리, 주로 노인들이 기다란 막대에 묶인 신문을 읽곤 하는 정기간행물실에서 잔물결처럼 책장 넘어가는 소리, 그런 소리에 흔들리는 도서관의 정적이 좋았다. 

_ 내가 <그것>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들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정경을 이처럼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작가는 찾기 힘들다. 본문에는 이런 풍경이 더 이어지니 놓치지 마시길


모든 출발은 뉴저지 외곽의 으슥한 마을로부터


헤밍웨이를 흔히 작가 중의 작가라고 부른다. 작품이 빼어나서만은 아니다. 소설의 모든 작법을 마스터하고 그 위에 자신의 소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단 오백단어로 완성한 <노인과 바다>가 대표적이다. 물론 그의 행실을 두고는 여전히 이러저런 논란이 많다.


스티븐 킹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작가도 드물다. 물론 휴머니즘 위주의 글과 감옥이나 극한 상황을 전제로 한 글들도 있지만 그의 모든 작품의 출발은 뉴저지 외곽의 으슥한 마을이다. 이 정서가 가장 듬뿍 담긴 책이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스토리로 엮어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물론 지나치게 길다거나 넋두리가 많다, 사실 내가 킹에게 갖는 불만이기도 하다, 초반부의 긴장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비평도 있다. 반대로 이런 단점이 스티븐 특유의 문체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스티븐 킹에 빠져 있는 분이라면 최후의 만찬처럼 남겨주고 천천히 즐기기를 권한다. 만약 처음 그를 접했다면 이 책부터 읽고 가시라. 그러고 나면 다른 글들은 훨씬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여겨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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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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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피디가 무한도전으로 유명세를 치를 때 그는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소재고갈이라는 암초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한 시간 반 분량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게다가 장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6개월 혹은 1년 가까이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고통이 오죽했겠는가? 결국 시즌제를 하네 누가 하차를 하네라는 논란 끝에 아예 무한도전을 접었다. 그만큼 소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갈 때까지 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다작으로 유명한 그에게도 한계가 온 것이다. 추리라는 키워드는 계속 끌고가고 있지만 소재는 구태의연해졌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속한 세상인 출판계를 자주 다루는 걸 보면. 물론 출판시장도 나름 재미있는 요소겠으나 작가가 익히 알고 있는 세상을 글로 쓴다는 건 누가 봐도 소재고갈이다. 일회성 정도로 다룰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알고 싶다도 아니고 문학계를 계속 언급하는 것을 보면 더욱 확신이 든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2001년에 발표했으니 최근작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뒤늦게 지금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그만큼 매력이 덜하다는 뜻이다. 신작이 늦으니 그의 작품들을 죄다 뒤져 뭐라도 찍어내자라는 의도가 느껴진다. 물론 히가시노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다. 그의 글들 가운데에서도 평균이하라는 평이 중론이다. 


실제로 각 이야기들이 완결되었다기 보다는 하다 만 듯하다. 예를 들어 이과계 살인사건은 책속의 책이라는 고리타분한 방식을 택했는데, 각 스토리가 따로 노는 건 둘째 치고 결말 또한 황당하다. 아마추어 작가의 치기어린 실험작같다고나 할까? 김태호 피디가 잠시 쉬고 가장 믿고 의지하는 유재석을 내세워 원맨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듯 히가시노 게이고도 일단 펜을 놓아야 하는 게 아닐까? 요구가 있다고 그냥 막 써재끼는 게 아니라. 그 요구라는 것도 엄밀하게 말해 독자들이 아니라 출판사들일 텐데. 그들을 위한 서비스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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