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인 무관심

 

다른 나라 언어를 억지로 우리 말로 옮길 수는 있지만 숨은 뜻은 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Benign Neglect도 그중 하나다, 직역을 하면 우호적인 무관심인데 바로 와닿지 않는다. 무관심은 알겠는데 우호적이라니 무슨 뜻이지? 나는 이 표현을 리더스 다이제스트 잡지에서 보았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팁 중 하나로 Benign Neglect is good for kids라는 문장이 있었다. 곧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우호적인 무관심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설명을 읽어보니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과잉보호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꼭 좋지만은 않단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그 상태를 스트레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살짝 무관심한 척 해야 도리어 편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난 이 말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지켜야 할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나치게 친근하게 굴어 부담을 주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가 원할 경우에만 귀를 열어 충실하게 들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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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같은 말인데 다른 뜻으로 쓰일 때가 있다, 영어의 Trial and Error와 한국어 시행착오가 그렇다. 우선 Trial and Error는 시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곧 자꾸 도전을 해야 실수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시행착오는 뭔가를 자꾸 해보려고 하면 할수록 실패하는 확률도 커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이 문구는 산경험에서 배운 것이다. 직장 초년병 시절 답을 구해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 근사값을 계속 대입하여 추정치를 산정한 적이 있다. 어떻게 결과는 도출했지만 과연 내가 한 방식이 맞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짬을 내어 관련 책을 찾아보다 나처럼 접근한 것이 맞았으며 정식명칭도 있는 것을 알았다. 그 이름은 바로 Trial and Error였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질문에 익숙치 않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권위와 군력 뒤편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잘낙척 하는 작자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트라이하고 에라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시행이 착오가 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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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괜히 '아'와 '어'가 다른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문제는 서로 경청하는 마음이 없을 때다. 그렇게 되면 말꼬리를 잡으며 배가 산으로 간다. 더욱 심각한 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거다. 부모 자식관계가 대표적이다. 특히 나이가 먹을수록 심해진다.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 분쟁을 억지로 누르고 있을 뿐이다. 어려서부터 대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칭찬하는 표현에 인색한 것도 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수저와 젓가락을 챙기라고 할 때 영어에서는 Would you~를 습관적으로 말한다. 부드러운 권유가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말을 실천했을 때는 Thank You~라고 꼭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엇때문에 고마운지를 구체적으로 말한다. 나를 위로하는 말을 들었을 때 쓰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Thank You For Saying That.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저 막연히 감사한게 아니라 꼭 짚어서 그렇게 말해줘서를 덧붙인다. Glad To Hear That이라고도 한다. 말을 한 사람도 그 말을 들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상대의 말에 고마워하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그 수고의 가치를 크게 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등한 사회가 아니어서다. 곧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관계의 위아래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에서 굳이 말로 상대를 기분좋게 할 이유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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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외 출입금지

 

가게나 식당에 가보면 종업원들이 전용으로 이용하는 공간을 볼 수 있다. 우리야 잠깐 들르는 것이지만 일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거의 하루종일 매달려 있어야 하니 당연히 필요한 곳이다. 문제는 입구에 붙어있는 푯말이다. 직원외 출입금지. 왠지 위압감과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마치 저 너머에는 위험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들어가보고 싶다. 이 말의 기원은 일본식 한자어다. 외인출입금지를 앞글자만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에서는 어떻게 쓸까? Staff Only 우리 말로 하면 직원전용공간이다. 훨씬 부드럽고 존중받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일터에서 일하는 분들도 대접받는 것 같고. 이처럼 영어는 부정적인 말 대신 되도록 긍정적인 표현을 쓰도록 갈고 다듬어진 언어다. 최소한 언어만이라도 모두가 공정하고 평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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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헤어졌어요

 

이별할 때 하는 말은 뭐든지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설령 아무말하지 않더라도 그조차 답답해 미쳐버리게 된다. 그러나 헤어지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다시 보기 싫으니까 떠나는 거다. 이제는 죽음 외에 그런 절절한 아픔을 겪을 상황이 아님에도 여전히 떠올리기 괴롭다. 영어에는 이런 내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이 있다. 우리는 이제 잊혀진 존재에요 We Are History. 히스토리는 역사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흔적이다. 곧 더이상 서로 얼굴 마주하며 웃을 수 없기에 보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Let By Gones Be By Gones. 개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거창하게 역사에 빗대는게 우스워 보인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그보다 더 극적인 경험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그건 인생을 헛산거다. 낭비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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