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영어에는 한 단어에 여러 뜻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처럼 창제자가 분명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가 누적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Gift도 그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선물로 더 익숙하지만 재능이기도 하다. 언뜻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흔히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부모의 노력이나 주변환경 혹은 친구나 선생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다. 곧 재능은 많은 사람들이 내게 준 선물같은 것이다. 만약 어떤 분야든지 빼어난 실력으로 인정을 받으며서도 자기만의 노력으로 그 업적을 이루었다고 여긴다면 그는 재능의 본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한 정치인이 약 30여년간 닦아온 본인의 아우라를 한순간에 걷어찼다. 혹시 그는 자신의 재능이 많은 사람들의 바램덕인 줄 몰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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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중요한 서류에 꼭 따라붙은 게 있느니 바로 도장이다. 최근에는 지장도 늘고 있다.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인, 정확하게 말하면 서명을 한다. 자기 이름을 자필로 적는 것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이름을 써넣으면 어떻게 되지? 왜 서양에서는 동양처럼 도장을 사용하지 않지?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서양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문맹시대를 거쳐왔다. 글자를 안다는 건 아주 높은 계급에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평민이나 천민은 읽고 쓸 엄두도 내지못했다. 그 결과 계약서와 같은 문서에 자기 이름을 쓰는 풍습이 생겼다. 어차피 글자를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니 서명이 곧 권위를 인정해준 셈이다.

 

흥미로운건 누구나 글자를 알고 난 이후에도 이 전통을 지킨다는 점이다. 자기 이름이 곧 모든 결정의 주체임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문맹시대를 겪은 동양은 왜 서명을 사용하지 않고 도장을 활용했는가? 인쇄술의 발달도 한 원인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계급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눈에 확실히 보이는 도장이 누군가 사기로 이름을 써놓는 것에 비해 확실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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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믿어

 

영미드라마를 보면 습관처럼 나오는 표현이 있다. 뭔가 상황이 꼬이거니 신뢰가 깨질 듯한 상황이면 밥먹듯이 You Have My Words라고 말한다. 우리 말로 하면 나만 믿어, 걱정하지 마 쯤 되겠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대충 분위기를 보고 약속 비슷한 걸 하는 줄은 알았지만. 지금도 그냥 외워서 알아듣지만 왜 저런 단어를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역하면 "너는 내 말을 가지고 있어"이기 때문이다. 그게 왜 신뢰와 연관이 되지. 말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가 다른 까닭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나 할까?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네가 보유한다는 건 내말이 너의 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네가 정말 원하는 말을 단지 내 입을 통해 전해줄뿐이다. 상당히 복잡한 설명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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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짓도 하지말고 일단 지켜 보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꽤 견고하다.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60퍼센트 중반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정권 초반기이고 개인적인 매력 덕도 크지만 사실은 전 정권의 막장에 대한 반사이익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구체적으로 정책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중에는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야 효과를 보는 것도 있어 두고봐야 하지만 당장 악영향을 끼치는 방침도 있다. 재건축을 둘러싼 주택정책이 그 예다.

 

내 생각에 문제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우선 문제진단이 잘못되었다. 집값상승의 요인을 투기꾼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앞뒤를 거꾸로 본 것이다. 투기꾼들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따라 붙은 것이다. 곧 왜 오르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왜 지금 이 시기에만 집값이 오르겠는가?

 

부동산은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락기에는 축적되어 있지만 상승기에는 거래가 활발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재건축처럼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자금이 쏠리게 마련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시적으로는 엄청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안정을 찾게 된다.

 

또한 부동산은 입지가 전부다. 강남 집값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각종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에 살고 싶지 않은게 비정상이다. 도리어 강남은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는게 맞다. 뉴욕이나 도쿄와 비교하면. 이유는 민간주택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실 공공이 전권을 쥐고 있다. 차라리 처움부터 임대정책을 폈다면 달라졌겠지만 여하튼 소유자 분양중심 주택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곧 각종 인허가권은 정부가 갖고 실제 건설은 기업에 맡겼다. 민간주택이든 공공주택이든.

 

따라서 강남이 로또를 맞은 측면은 있지만 입지의 강점을 무시하면서까지 공공이 개입하는 것은 도리어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강남을 잡겠다고 정책을 펼쳤는데 정작 피해는 주변이나 강북, 더 나아가 지방이 받고 있다. 여러 곳에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다 차분하게 강남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도세를 올린 마당에 보유세까지 건드리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강남은 절대 집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다른 지역은 매도하기 바빠질 테니까.

 

역설적으로 지금의 재건축 정책은 강남의 가치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초과이익환수액이 8억이 넘으면 집값은 대체 얼마란 말인가? 이제 강남은 그야말로 다이어몬드 땅이 되어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전개되는 것이다. 만약 진짜로 집값상승이 문제라면 행정명령으로 세금(취등록, 보유세, 양도세 등)만 최소한으로 손보았으면 된다. 흰 도화지에 살짝 묻은 얼룩을 뺀다고 비비다가 더 번지니까 아예 검정색 페인트를 들이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행정학 용어에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정책 Do Nothing Policy이 있다. 실제로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비용편익을 포함한 다양한 분석을 한 후 정책을 펼치지 않고 지켜보는 것Wait And See이 너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질 못했다. 정권을 잡자마자 무언가 보여주어야겠다는 과욕 참사를 불렀다. 게다가 과거 정권에서 실패했던 맴버들이 고스란히 똑같은 접근을 하고 있다. 투기는 악이며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렇게 누른 풍선의 파편이 어디로 튈지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채 문제다 싶으면 이리 쑤시고 저리 건드리느라 쓸데없는 힘만 낭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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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견

 

성추행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공통점은 패턴이 흡사하다는 점이다. 바로 보자마자 나랑 자자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은밀한 공간으로 불러들여 어깨를 주무르게 한다. 그러다 점점 강도를 높여.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우선 진짜로 몸이 뭉쳤을 수도 있다. 나이 50이 넘으면 누구나 혈관이 서서히 막히기 시작하면서 신체가 굳어지니까. 왜 오십견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러나 진짜 이유는 자연스럼을 가장한 변태행위라고 보는게 옳다.

Frozen Shoulder는 오십견의 영어말이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얼어붙은 어깨다. 사실 이 단어가 더 적합하다. 어깨 뭉침이 단지 나이에 따라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오십견을 핑계로 쓸데없는 안마를 시키는 짓거리는 하지 마시라. 만약 그런 권유를 받아다면 그건 오십견이 아니라 어깨가 얼어붙은 것이니 사우나나 가시지요라고 되받아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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