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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 듣는 교육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들어 진행자가 거슬리는 표현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나흘째 계속 같은 말을 하니 견디기 힘들었다. 예전 같으면 바로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텐데 최근엔 좀 귀찮다. 고친다는 보장도 없고 이런 수고를 누가 알아줄 것도 같지 않아서다. 사실 잘못된 어법을 찾아 제대로 찾아 맞게 수정해 지적하는 일은 은근히 까다로우면서도 힘들다. 그럼에도 했다. 이유는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고 많으십니다.


OOOOO 오랜 애청자입니다.


이번 주 들어 방송말미에 남자 진행자께서 ‘이벤트 중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시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들을 때마다 매우 거슬립니다. 영어 There is~를 직역한 어색한 문법입니다. 우리말로는 ‘이벤트 중입니다’가 맞습니다. 교육방송인 만큼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도 정확하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벤트 중에 있습니다(X)---> 이벤트 중입니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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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리스 드라마 메시아 10편을 다 보았다. 처음엔 아껴먹듯 천천히 음미하다가 선거일을 맞아 나머지 다섯 편을 한꺼번에 정주행했다. 좋은 작품이다. 매회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색다른 맛을 준 것도 좋았다. 특히 보면 볼수록 성경속의 이야기를 현대에 투영한 것 같아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비비씨 셜록처럼. 


이 드라마는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다. 빠르게 비속어를 남발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 천천히 정확하게 발음한다. 마치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듯. 극중 메시아가 자신을 쫓던 이스라엘 형사에게 한 말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묻는다.


"What are you?"


Who are you는 익숙하지만 What이라니? 우리말로 하면 넌 무엇이냐쯤 될텐데 왜 하필 그런 표현을 했는지 내내 궁금했다. 10대들이 슬랭처럼 너 뭐야?라고 반문하듯 말한다고 하는데 설마 예수가 그럴리는 없고. 구글을 찾아보니 비슷한 답을 찾았다. Who가 개인을 강조한 것이라면 What은 집단을 의미한다. 곧 넌 누구니가아니라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크게 보면 뭘 믿니라고 해석해도 될 듯싶다. 요컨대 메시아는 너는 누구이며 어떤 집단에 속해있으면 무엇을 믿는지 복합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당연히 답을 주저하게 된다.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주이자들인 서양인에게는.


관련 사이트 :

ps://ell.stackexchange.com/questions/71824/what-is-the-difference-between-what-are-you-and-who-ar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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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다시피’ ‘ 내 생각에는’


<영어 한마디>난을 유심히 보는 분이라면 글쓴이가 영어를 마치 위대한 언어인 것처럼 말한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내 나름으로는 우리 말 어감과 다른 영어의 특징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작심하고 영어를 비판하겠다.


사실 어느 언어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영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함께 쓰면서 변형도 많이 된다. 당연히 거슬리는 표현이 생긴다. 대표적인 예는 You know다. 우리말로 하면 '당신도 알다시피'지만 대부분은 습관적으로 쓴다. 곧 말 사이 비는 공간에 별 생각 없이 끼워놓는거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교육수준이 다소 떨어지거나 영미권이 아닌 3세계, 특히 동남아에서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이 표현이 매우 거슬린다는 사실이다. 심할 때는 대화 내내 You know만 듣다 끝이 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제발 부탁이니 '그 말 좀 하지 말아줄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최근 영어라디오 방송인 티비에스이에프엠을 즐겨 듣는다. 흥미로운 점은 진행자에 따라 현격하게 You know를 사용하는 빈도가 다르다. 구체적으로 아침 9시 프로그램 진행자인 나승연씨는 단 한 번도 이 표현을 쓰는 걸 들은 적이 없다. 반면 동남아 출신 여성 엠씨는 말끝마다 You know를 달고 산다. 다행히(?) 지금은 마이크를 내려놓아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지만. 


우리나라만큼 영어교육 열풍이 거센 나라도 드물다. 문법 따위는 필요 없고 무조건 말만 배우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필리핀 등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왕 영어를 배울 거면 제대로 익혀야 한다. 어차피 영어권 나라 처지에서 우리는 외국인이다, 자신들처럼 유창하게 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괜히 어설프게 슬랭 비슷한 말을 빨리 하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정확하게 말하면 된다. 


덧붙이는 말


문맥상 ‘You know’를 써야 할 때도 있다. ‘As you know’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방법도 있지만 왠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럴 때는 ‘(What) I mean’이라고 하는 게 훨씬 부드럽다. ‘너도 알다시피’는 당연히 네가 알아야 하는데 모르니 답답하다는 느낌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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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y Lonely Hours

  

봉준호 감독이 유명세를 타며 통역사도 덩달아 화제다. 우리말의 어감을 그대로 살리되 영어권 사람들에게 와 닿는 언어로 번역을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샤론 최. 그의 진가는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했는데, 각본상은 사실 뜻밖이었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쓴 각본이 영국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영어권 작가들은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다. 우리로 치면 대종상에서 태국어나 베트남어로 쓴 각본이 상을 받은 셈이다. 여하튼 핵심은 번역이다. 봉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혼자 외롭게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제 이렇게 런던한복판 로얄 앨버트 홀에 이렇게 서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

 

자, 그러면 통역을 어떻게 했을까?

"I spent many lonely hours at coffee shops. I never imagined that I'll be standing right here at Royal Albert Hall." 

 

아무래도 즉흥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봉 감독의 말은 문법적으로도 어긋나고 중언부언이 많다. 만약 곧이곧대로 직역을 했다면 말은 되지만 왠지 지적수준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은 준다. 영어권에서는 같은 단어나 어구의 반복을 극도로 싫어한다. 샤론 최는 깔끔한 번역으로 이런 우려를 털어냈다.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나는 커피숍에서 많은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지금 여기 로얄 앨버트 홀에 서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뭔가 많이 빠진 듯 하지만 듣는 이들은 어떤 의미인지 다 알아듣는다. 어차피 영화 시상식이고 그가 커피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한 일은 각본 쓰는 것일테니까. 게다가 각본상 수상이니.

반면 한국기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나마 인터뷰를 요약하여 내보는 곳은 TV 조선뿐이다. 여하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앞뒤 자르고 붙여 이상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더우기 핵심적인 외로운 많은 시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최소한 모니터를 제대로 하며 봉 감독이 한 말은 그대로 전해야 하지 않는가? 참고로 나는 영국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수상 영상을 서너 번씩 돌려보며 이 글을 썼다.

 

"감사합니다. BAFTA!(영국 아카데미) 시나리오를 커피숍에서 쓰는데 이렇게 영국 한복판에 로열 앨버트 홀에 서게 될 날이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거죠."_<TV 조선>_

TV 조선 기사: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4/2020020490030.html

영국 아카데미 인터뷰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1PYYuv_wZ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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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은 더욱 더 마음과 힘을 다하여 떨쳐 일어나야 한다

 

나는 늘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하다. 물론 모국어이니 익숙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 처지에서 보면 이해 안가는 부분이 꽤 된다. 한글로 표기가 가능하다지만 우리말의 대부분은 한자를 차용한 것이다. 곧 한자를 한글로 풀어쓴다. 그러다보니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외워서 대충 쓰는 경우가 잦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이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을까? 무언가를 안다는 뜻 같은데? 그렇다면 이해의 영어 말은 무엇인가? Understand다. 이 말은 Under와 Stand의 결합어다. 낮은 자세에 선다. 아하, 상대방을 알기 위해서는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순식간에 온다. 

 

최근 비슷한 사례의 단어를 발견하고 소심하게 기쁨을 느꼈다.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나만의 발견이라고나 할까? Best Before가 그 예다. 과연 뭘 말하는 걸까? 정답은 '유통기한'이다. 딱딱하고 권위적이며 명령조의 말이 참신하고 산뜻하며 기발하게 탈바꿈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같은 뜻이라도 이렇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다는 게 놀랍다. 우리말과 글은 더욱 더 분발해야 한다. 참고로 분발奮發도 한자어다. 본래 뜻은 마음과 힘을 다하여 떨쳐 일어남이다. 어디 분발 말고 이 의미를 온전히 담을 우리말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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