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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다시 만난 세계'가 실린 소녀시대의 데뷰앨범. 이 노래가 10년이 흘러 데모송으로 불릴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소녀시대가 처음 나왔을 때 오로지 눈에 뛰는 사람은 윤아와 태연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윤아는 누가 봐도 빼어난 미인이었고 태연은 명실상부한 메인 보컬이었기 때문이다. 서너명이면 충분할 텐데 굳이 아홉명이 나와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는 혹평까지 있었다. 심지어는 웹툰에 앞서 언급한 두명이외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투덜거린 만화가까지 있었다. 참고로 그는 이후 엄청난 욕을 먹는다.

 

그러나 점차 팀의 호흡이 맞아가면서 각자의 개성이 서서히 발휘되더니 어느 순간 최정상 걸그룹의 자리에 올라섰다. 노래도 노래지만 칼군무라 일컬어지는 각진 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원을 말해 봐'는 정점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곡은 노래 자체로도 매우 의미가 깊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운드를 매우 세심하게 배치했다. 구체적으로 리모컨으로 자동차 문을 여는 첫 소절부터 좌우 스피커를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실제로 해드셋으로 들어보면 다른 아이돌의 배경음과 차이가 큼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에코 또한 잔향을 최대한 억제하여 벙벙거리지 않고 저음으로 분위기를 확 잡아챈다.

 

역설적으로 이 곡 이후 소녀시대는 서서히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웠다. 그리고 어김없이 7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한 두명씩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제시카가 가장 아깝다. 그녀는 사실 태연에 버금가는 보컬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2인자에 머물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맑고 청아한 태연의 목소리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살짝 비음이 섞인 제시카의 목소리가 훨씬 좋지만. 여하튼 소녀시대는 한 시절을 풍미했고 걸그룹으로서는 꽤 장수한 셈이다. 동시에 대중가요가 저항송(다시 만난 세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비록 그들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단지 예쁘고 노래 잘한다는 평가외에 누군가에게 진정한 힘이 되는 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자랑스러워할만 한다.

 

덧붙이는 말

 

팩토리 걸은 내가 만든 말은 아니다. 케이 팝 초창기 외국에서는 우리 아이돌을 마냥 곱게 보지많은 않았다. 새로운 형태의 노래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혹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티스트가 아닌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처럼 그룹을 만들고 노래를 지어내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컸다. 그러나 나는 이 또한 과정이라고 본다. 미국의 대중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저런 꼴을 다 겪고 나면 하나의 모델이 생기고 부작용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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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에게 어떤 애교도 보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이른바 시건방 춤은 노래와 더불어 케이 팝의 지평을 넓히는 기폭제가 되었다. 


<아브라카다브라>는 케이 팝에 대한 편견을 깨부신 곡이다. 지금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다. 강력한 사운드와 직설적인 가사는 정형화된 청순가련이라는 걸그룹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특히 뜻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주술은 강한 중독성으로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대체 뭘 그렇게 원했을까? 나를 떠난 연인과 새로 사귄 여자와 찢어져달라. 심지어 닮은꼴 인형에게 저주까지 걸면서. 이처럼 처절한 가사는 당시에도 센세이셔널했지만 지금도 흔하지 않다. 아마도 초반기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나가면 다음이 문제다. 팬들의요구는 점점 더 강하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걸 크러시로 변신한 후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가인 홀로 솔로로 독립하여 분투했지만 그녀 또한 고전하기는 마찬자기였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건 역전을 노리고 내놓은 <신세계>가 매우 세련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미 걸그룹의 수명인 다한 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브라카다브라>는 아이돌의 장르를 확대하는 기폭제가 된 노래임에 틀림없다. 곡과 더불어 화제가 된 시건방춤 또한 두고두고 사람들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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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츄"가 수록된 러블리즈의 미니앨범 1집.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이 음반은 기념비적이다.

 

케이 팝은 변종이다. 그 출발은 서태지다. 극단적으로 한국가요는 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이들이 있다. 나 또한 동의한다. '난 알아요'이전의 우리 노래는 멜로디 위주의 서양가락에 한국가사를 붙인 짬뽕이었다.

 

그러나 서태지가 등장하면서 서구의 트랜드, 당시에는 힙합과 갱스터가 유행했다, 와 매우 근접한 이른바 대중음악을 탄생시켰다. 시대를 읽지 못한 평론가들은 폄하하기 바빴지만 대중들은 즉각 반응했다. 아니 열광했다. 특히 10대들은.  이후 한국대중가요는 케이 팝으로 진화하여 오늘날 세계음악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저러한 비판이 있지만 영미중심의 팝 세계에서 특정 국가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성과의 밑바탕에는 똑똑하고 영리한 그리고 감수성 강한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훨씬 더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앞으로 짬짬이 인상깊은 케이 팝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지만 새롭고 창의적인 노래를 선보인 이들에 더욱 주목할 계획이다.

 

러브리즈의 아츄는 기념비적인 곡인다. 여자아이돌 그룹하면 떠오로는 여리여리하고 청순한 미모때문만은 아니다. 교과서적인 훅(Hook), 곧 인상적인 멜로디나 가사를 반복적으로 구사하는 기법,을 따르면서도 곡을 점층적으로 고조시킴으로써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동시에 클라이맥스에서 어김없이 아츄가 튀오나옴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는 내 맘 모르지 아츄"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실제로 이 노래는 가사와 멜로디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어 일일드라마(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아츄커플)의 특정 장면에 포인트처럼 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츄는 누가 작사하고 작곡했는가? 작사는 서지음이 작곡은 윤상이 속한 원피스팀이 담당했다. 곧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의 협업작업이라는 점이다. 물론 윤상이 이 곡 전체의 분위기를 잘 잡아냈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데 있다. 케이 팝은 트랜드 음악이기 때문에 주소비층인 10대나 20대 초반의 감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재채기가 나온다는 설정은 매우 고전적이다. 그러나 과거와 확실히 다른 점은 혼자 끙끙대는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필살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애교까지 겸비했다고 하지 않는가?

 

아츄의 빅 히트는 러블리즈를 단숨에 정상의 걸그룹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는 다소 아쉽다. 특히 아츄의 아성을 넘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한 와우는 왠지 유사품같은 느낌이 든다. 청순인지 섹시인지 걸크러시인지 컨셉을 분명히 정해야 하는 기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자칫 잘못하면 러블리지 하면 아츄라는 원히트원더의 굴레에 빠질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아츄가 그만큼 잘 만든 노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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